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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건강은 가정의 행복, 계요병원 (상)volume.33 2023. 4. 5. 00:33
환자의 존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이상을 품고 꿈꾸는 리더가 될 것!인간 존엄성(人間尊嚴性)을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재가치가 있으며 그 인격은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이념이다. 그만큼 모든 개인은 환경이나 배경에관계없이 존중 받아야 할 가치를 지닌다. 이 이념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꼭 지켜져야 할 권리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근래 들어 정신건강병원에서는 인간 존엄의가치가 강조되고 있으며 정신질환자들의 인권 보호가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 신체적인 질병을읽고 치료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읽고 치료해야 하는 만큼, 인간의 내면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환자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1974년에 계요병원을 설립한 이규항 명예이사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정신질환 자를 인격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며 실천해 온 인물이다. 특히 60년대에 미국에서 수련을 받으며 정신역동치료와 넓은 초원 위의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에서 정신질환의 치료가 이루어지는 정신병원을 체험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도 푸른 초원 위에 자연 친화적인환경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정신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다. 이를 이루기 위해 평생을 바쳐 이룩한 병원이 오천 평 대지 위의 아름다운 정원에 서 있는 계요병원이다.
계요병원 이경은 이사장은 “지금까지도 우리 계요병원이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정신의 건강은 가정의 행복’입니다. 명예이사장님은 기존의 수용시설과 같은 치료환경에서 벗어나 사회사업가를 훈련시켜 치료에 투입하셨고 낮병동,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시도하시는 등 정신과 환자의 치료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수용과 관리가 아닌 정신질환의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적 접근을 시도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정신질환에 대해 전체적인 시민들의 이해도가 부족했고, 그것에 대한 의료 수가가 받쳐주질 못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하거나 안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이상은 저희가계속 갖고 있고, 현재까지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라며 명예이사장님의 뜻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내비쳤다.
2019년부터 계요병원을 이끌고 있는 제2대 이경은 이사장은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 계요병원의 전문의들과 협력하며 병원의 효과적인 치료 시스템을 다져 나가고 있다. 계요병원은 12개의 병동으로 이루어져 800병상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 병동들을 기능적으로 분화시켜 좀 더 체계적인 접근 방식으로 환자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의 정신병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며 편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병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위급한 상황에서의 응급입원을 가능한한 많이 수용하려 하고 있다. 그 ‘정신과 응급입원’의 경우, ‘사회적으로 강력한 니즈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경은 이사장의 결단 및 정신과 병원으로써의 책임감이 만들어낸 일이었다.
“2017년도부터 새로 시행되고 있는 개정 ‘정신건강 복지법’에 의해 정신과 입원 요건이 강화되었습니다. 환자의 인권이 강화되어 부당하게 정신건강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막기 위함인것이죠. 물론 저 역시 그 부분에 크게 동감합니다. 이 법에 의하면 환자들의 행동장애가 심해서자타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 경찰의 동반 하에 환자의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은 경찰이 데려와도 병원에서 받아줄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극도의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을 받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모든 응급환자들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경찰들이 이 환자들을 어디에 데려다 줄지 몰라서 몇 시간씩 헤매기도 하며 이러한 현실이 여러 매체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보완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 병원은 어렵지만 우리 지역사회 환자들을 가능하면 많이 수용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경은 이사장이 현재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 정신건강 치료 프로그램은 가족교육과 중독프로그램과 사이코드라마(정신 치료극), 계요정신건강TV(유튜브)다. 그는 정신질환의 치료는 병원,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는 병원입니다. 병원에서 치료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요. 두 번째는 가족입니다. 가족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만, 환자들이 집에 갔을 때도 재활이 제대로 진행되고 끝까지 머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입니다. 저는 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희가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병원 안에서 할 수 있는 치료과정입니다. 우리 병원의 치료과정을 통해서 쾌유 후 집으로 퇴원하시는 것까지가 저희가 직접 개입할수 있는 부분 입니다. 가족교육은 “정신병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가족 중 사랑하는 사람들이고통 받고 있는 이 병이 어떤 증상이고 어떤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 환자를 대할 때 혹은 문제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한다”는 팁을 드리며 가족분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이 가족교육이 다시 시작되기를 희망합니다.”
이경은 이사장은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사회사업학석사학위를취득했으며, 조지메이슨대 노인학전문과정 수료, 미국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의료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전공 경영학 석사학위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이력 뒤에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정신건강병원에 대한 경험과 배경이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규항 명예이사장님이자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이 매우 컸다.
“어린 시절부터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환자 언니, 오빠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산책 시간에 정원에 나온 환자 언니 오빠들과 만나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파티나 생일파티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정신질환자들이랑 어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환자분들이 액팅아웃(acting out, 행동화)하는 것도 보았고, 병원에서 이스케이프(escape, 도망)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신과 환자에 대한이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유학을 가서 사회사업을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이경은 이사장은 계요병원에서그 동안 생각하고 고민해온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한 정신질환의 치료와 재활을 구체화하고 실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는 ‘리더는 이상을 품어야 하고 꿈을 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되든 안 되든 가장 올바르고 가장 좋은 것을 향해서 꿈꾸고 이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학시절에 인턴을 하며 경험한 장애인 시설 실습, 정신병동 실습, 노인 병동 실습 등이 그 이상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이. 계요병원 이경은 이사장
글. 헤렌 박
1. 1974년에 설립된 계요병원이 올해 49년째를 맞이했는데요. 그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계요병원의 설립목적과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설립자이신 이규항 명예이사장님께서는 군의관 시절에 미국에서 수련 받을 기회가 있으셔서60년대 미국의 정신과 병원을 보셨고, 그때 발전된 선진의료를 경험하셨습니다. 당시 60년대한국의 정신병원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고 명예이사장님이 공부하셨던 서울대학병원의 정신과 병동도 폐쇄병동으로 환경이 그리 좋지 못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에 가서 보니 넓은 초원 위에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셨던 것 같습니다. 치료 과정도 열악한 환경에서 의사가 약물과 상담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게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사회복지사나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하면서 치료하는 모습을 보셨던 것입니다. 그 곳에서 정신역동치료(psychodynamic therapy)와 다학제적(interdisciplinary)으로 환자의 치료가 진행되는 체계를 경험하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에도푸른 초원 위에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정신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가지게 되셨다고 합니다.
특히 ‘정신병도 낫는다’라는 그 모토를 가지고 시작하셨으며, 지금까지도 비전으로 삼고 있는것은 ‘정신의 건강은 가정의 행복’입니다. 명예이사장님은 기존의 수용시설과 같은 치료환경에서 벗어나 사회사업가를 훈련시켜 치료에 투입하셨고 낮병동,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시도하시는 등 정신과 환자의 치료에 있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셨습니다. 또 치료환경을 조성함에있어서도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시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정신질환에 대해전체적인의 이해도가 부족했고, 그것에 대한 의료 수가가 받쳐주질 못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하거나 안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이상은 저희가계속 갖고 있고, 현재까지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정말 명예이사장님이 꿈꾸셨던 그런 병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 계요병원은 정신질환을 포함해 중독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병동 역시 기능적으로 분류해 좀 더 체계적인 접근 방식으로 환자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진료시스템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우리 병원 진료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정신질환의 치료에 대해 잠깐 말씀 드려보고자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설명을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정신 건강 병원 경영자로서 또 사회복지사로서 제가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리려합니다. 정신질환은 다른 신체질환과 조금은 다릅니다. 신체질환은 환부를 도려내고 질환이 있는 부분을 보면서 신체 치료를하는 것이죠. 그런데 정신질환은 많은 경우 지속적인 관리를 계속 해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영위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경우이죠. 또 정신질환은 생물학적인 신체 이상뿐 아니라 행동 혹은 정서적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신체적증상을 치료하면서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의 적응 문제등에 대한 개입도 함께 이루어져야 지역사회에서의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병원의 치료도 기본적인 전문의의 생물학적 치료와 전문적인 상담에 더하여서 다양한 치료프로그램과 사회복귀를 위한 접근과 훈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발병하여 우리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입원하게 되면, 전문의에 의한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치료를 하면서 전문의의 오더에 따라 정신건강 간호사와정신건강 사회복지사동 다른 전문 인력들의 개입으로 다양한 훈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정신질환의 특징에 적절한 치료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진료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병원은 병동을 기능적으로 분화를 시켜놨습니다. 병동을 환자들의 상태와 치료단계에 맞도록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응급병동, 프로그램병동, 개방병동, 만성병동, 중독병동의 종류가 있습니다. 각 병동들을 획일적이고 일률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치료단계별 특별한 니즈와 각 환자들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치료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병원의 50년 역사를 통해 쌓아온 전문성과 저력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좀 더 시스템화하여 효율적인 치료하려는 우리 전문 의료진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실입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응급병동: 행동 증상이 심하거나 자타 해의 위험이 높은 급성기의 환자가 처음 입원하면응급병동에 입원하여 증상을 완화하고 안정된 상태가 될 때까지 치료받습니다. 이 병동에는보호실이 있는데 행동장애가 심한 환자분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방입니다.
둘째, 프로그램병동: 안정이 되고 병식이 생겨서 준비가 되면 프로그램 병동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시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치료와 사회기능훈련 등을 하며 집으로,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이 병동에서는 정신간호사, 정신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이 전문의의 오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합니다.
셋째, 개방병동: 출입이 자유로운 병동에서 지내며 치료와 프로그램을 통한 훈련을 지속합니다. 그리고 퇴원을 하시게 됩니다. 퇴원 후에도 많은 환자들이 재발해서 오시기도 하고 또 약물조절을 위해서 찾아오시기도 하십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지난 3년간 폐쇄병동으로운영되고 있습니다.
넷째 만성병동: 중장기간의 케어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디자인된 병동입니다. 이곳에서는 지속적인 치료로 치유와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치료와 지지를 통해 즐겁고 안정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합니다.
다섯째, 중독병동: 알코올 등 중독환자들에 특화된 병동으로 치료와 회복, 교육과 재활이 진행되는 병동입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중독 상태를 벗어나서 계속 잘 지낼 수 있을지 거기에 대한훈련도 하는 곳입니다.
현재 이런 식의 병동을 기능적으로 분리해 운영하면서 맞춤형으로 상황에 따라 진료해드리고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리 병원의 특징입니다. 또한 저희가 진료를 하는데 두 가지 방향을 갖고있습니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집처럼’ 모시고 맞춤형으로 돌봐드리며, 케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의 경우 입원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종종 있으므로 또, 병동이한 사회를 이루며 그 안에서의 상호과정을 통해 많은 치료과정이 이루어지므로 병동 생활이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두 번째는 ‘집으로’입니다. 저희의 치료 시스템을 통해 정신병이낫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병동의 운영이 치료를 위해 최적화 되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 입원하시는 모든 환자 분들이 완치되어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잠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신병이 낫는다’라는 것은 다른 질병처럼 상처가 아물어서 깨끗하게 완치되는 것을 포함하여, 증상과 재발의 요인이 남아있을지라도 재활과 회복이 돼서 집으로 되돌아가시고 지역사회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영위하시는 것을 말합니다. 외래 진료와 지속적인 약물 투약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3. 또한 선진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선진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째, 정신건강병원의 문턱 낮추기
우리 병원은 넓은 정원에 나무와 꽃들을 가꾸어 정신건강병원이라기보다는 공원에 들어오는느낌으로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2019년도부터 순차적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시행하고 있는데 저희가, 제일 먼저 고친 부분이 병원 로비입니다. 로비는 환자들이 제일 먼저 들어서는 곳인데 그 로비를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해서 ‘정신건강병원에 온다’라는중압감과 부담감을 줄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그래서 로비와 진료실을 밝고 화사한 느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들어오시면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사탕을 녹여 여러작업 과정을 거쳐 화사한 꽃으로 탄생한 구성연 작가의 작품 두 점을 설치했습니다. 보는 순간, 달콤한 기분이 들게 되어 기분 좋아지는 느낌을 받도록 한 것이죠. 그만큼 저희는 최대한 정신건강병원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고 병원의 문턱을 낮추어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하실 수 있도록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치료모델의 개발
우리 병원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정신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자의 치료에 개입하며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의와 전공의, 정신건강 간호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치료에 임하는 다학제적 모델을 만들어 효과적인 진료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이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우리 병원만의 치료모델이 안착되기를 기대합니다. 환경치료(Milieu therapy)는 인간관계와 생활환경 등을 개선함으로써 개인의 정신적, 행동적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 기법입니다. 그만큼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지도, 집단치료, 집중력 향상 및 사회기술 훈련 등을하는 것입니다. 우리 병원이 시도하고 있는 치료적 접근이 바로 이러한 환경치료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중독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문적인 중독치료
우리 병원은 1995년도에 알코올 중독센터를 열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알코올중독의 치료와재활에 힘쓰고 있습니다. 권위 있는 전문의가 자체 개발하여 만든 12단계 프로그램으로 전문적인 치료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넷째, 정신과 응급입원의 적극적 수용
우리 병원이 응급입원을 최대한으로 받으려고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강력한 니즈를 해결해야한다’는 정신과 병원으로써의 책임감이 만들어낸 일입니다. 먼저 정신과 응급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응급입원이라는 것은, 2017년도부터 새로 시행되고 있는 개정 ‘정신건강 복지법’에 의해 규정된 정신과 입원방법의 한 종류입니다. 예전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과 질환이 있고 치료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하거나 자타 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 두 가지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입원이 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입원 요건이 강화되어 위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비자의(강제) 입원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환자의 인권이 강화되어 부당하게 정신건강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막기 위함인 것이죠. 물론 저 역시 그 부분에 크게 공감합니다. 하지만 병에 대한 자각과 인식이 없다는 정신질환의 속성 때문에 질환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병이 진행되어 자타해의 위험이 가시화 된 후에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들이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자해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등 행동장애가 너무심해질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 경찰의 동반 하에 병원에 데려와 입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응급입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찰이 데려와도 받아줄병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응급 환자들을 수용하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 매우 힘든일이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래에 언론매체에도 경찰들이 이 환자들을 어디에 데려다 줄지 몰라서 몇 시간씩 헤매는 경우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기에 우리 병원은 지역사회 환자들을 가능하면 많이 수용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경기도에서는 정신과 응급입원에 대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병원은 이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3개 병상을 할애하여 경기도의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너무 힘들고 로딩이 많아짐에 따라올해는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의 요청과 정신병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생각하여 올해 2개 병상을 더 늘려서 5개 병상을 할애하여 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정말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의료진들이나 전공의들, 간호사님들, 병동인력들이 모두 협력하여 이 일을 계속 해내고 있습니다.
4. 계요병원의 대표적인 정신건강 치료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대표적인 정신건강 치료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가족교육입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우리 병원이 심혈을 기울여 왔던 것이 가족교육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정신질환 치료는 병원, 가족, 지역사회의 삼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병원입니다. 병원에서 치료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요. 두 번째는 가족입니다. 가족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가족이 환자를 이해하고 적절히 도와줄 수 있을 때, 환자들이 집과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마지막으로 지역사회입니다. 이 세 요소가 잘 어우러질 때 정신질환의 치료와 재활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희가할 수 있는 것은 병원 안에서 하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런 치료과정을 통해서 집으로 돌아가시게 하는 것까지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가족교육을 통해 가족 분들의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함께 살아가실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드리려고 시작한 것이 가족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가족교육을 다시 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는 이 가족교육이 부활하기를 희망합니다.
둘째로, 앞서 언급했던 중독프로그램(자체 개발 12단계 교육)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우리 병원의 전문의가 개발한 12단계 치료법을 가지고, 우리 병원에 맞게 12단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병원에서 AA(Alcoholics Anonymous: 알코올중독자들의 자조모임)모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계신 회복된 알코올중독자 분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서로를 지지하는 모임입니다. 이것도 사실은 코로나 때문에 지금 중단된 상태입니다.
셋째로, 앞서 언급했던 사이코드라마(정신 치료극)입니다.
우리 병원 병동에서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사이코드라마(정신 치료극)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강당에 모여 대그룹을 대상으로 시행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모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모든 사회복지사들이 정신치료극 훈련을 받았고 병동에서 소그룹으로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은 담당병동에서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하며 한 분이라도 더 많은 환자들이 정신 치료극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동에서 시행하게 됨에 따라 더 많은 환자 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게 되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강당 프로그램도 다시 시작하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넷째로, 정신질환 관련 다양한 내용의 유튜브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시작한 게 유튜브입니다. ‘좋아요’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의사 선생님들이 짧은 진료 시간에 못 해 주는 말씀을 전달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계요정신건강TV”통해 여러 가지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5. 2002년도에는 ‘계요노인병원’을 설립한 이후 바로 다음 해에 ‘치매센터’까지 개설했습니다. 그만큼 현 의료계의 니즈에 걸맞은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타 노인병원과 다른 차별점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노인병원에는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외과 의사 선생님이 근무하고 계시며,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된 입체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 병원 환자들도 노인병원에 가서 진료받기도 합니다. 정신병원과 노인병원이함께 하는 것에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는 독립된 치매센터가 있습니다. 노인병동의 총 170병상중 67병상이 치매센터에배정되어 있고 이 병동에서는 치매어르신들만 전문적으로 케어하고 있습니다.치매 어르신들은 행동장애가 따르기 때문에 일반 노인환자분들에 비해 케어가 어렵습니다. 특히 다른 환자들과 함께 있을 때 인지가 있는 어르신들이 적응하기 힘드시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치매어르신들은 배회하는 증상이 있는 만큼 폐쇄병동으로 운영되어야 해서 독립적인 병동 운영이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2003년도에 치매센터를 개설했습니다. 그때는 사실 치매센터가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저희 병원이 일찍 치매센터를 연 것이었죠. 확인하지는못했지만 거의 최초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현재 우리 병원은 집에서 더 이상 케어할 수 없는 치매 어르신들을 모아서 특화된 케어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락프로그램이나 신체적인 운동및 인지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사실 더 많은 노력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간병사님들도 치매환자를 기피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을 보면 케어가 힘들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반면 치매 환자에 대한 보험 수가가 낮아서 고민스럽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있기를 바랍니다.
6. 이사장님께서는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사회사업학(석사), 조지메이슨대 노인학전문과정 수료, 미국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의료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전공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신 만큼 이력이 화려하십니다. 이렇게 노인과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와 제 동생은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부터 정신병원에 매우 익숙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저희 아버지이자 명예이사장님이 병원을 짓기 시작하셨습니다. 명예이사장님은 굉장히깨어있고 앞서나가셨던 분이셨습니다. 초기에는 40병상의 작은 정신병원이었는데요. 폐쇄병동이었지만 그 운영은 매우 유동적으로 하셨던 것 같습니다. 환자분들이 산책도 많이 나오시고 밖에서 운동도 하시면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했었습니다. 당시 7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회사업가를 훈련하시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에 저희는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환자분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 환자 분들을 언니 오빠로 부르기도 하며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산책 시간에 정원에 나온 환자들과 만나기도 했고, 병동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나 생일파티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정신질환자들과 어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환자분들이 액팅아웃(acting out, 행동화)하는 것도 보았고, 병원에서 이스케이프(escape, 도망)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신과 환자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덕분에 저는 받은 복을 감사할 수 있었고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사회사업학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며, 그학문을 공부해 보기로 하고 유학을 선택했습니다.학과 공부를 통해서도 많이 배웠지만 인턴쉽을 하며 실제적인 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인턴쉽장소는장애인 기관이었습니다. ‘치료할 수 없는 분들의 집’이라는 부제의 이름을 가진 곳에서 뇌질환이나 뇌성마비 등 신체와 인지기능의인 장애를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인간의 존엄과 삶의 의미에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정신과 병원에서 2년 차 수련을 받았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정신 병원이었는데, 24에이커의 아주 넓은 부지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병원이었습니다. 아마 명예이사장님이 미국에서 보셨던 그런 병원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곳에서 실습을 받으면서 정신질환에대한 지식을 많이 배웠습니다. 이후, 노인학전문과정을 들으면서 미국의 노인 병동에서 1년간수련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제리아트리션(geriatrician)이라는 노인병 전문의가 따로 있어서복합적인 노인의 병과 제 증상들을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노인환자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7. 이와 연계되어 현재 계요병원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내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우리 병원은 의왕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수탁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안양을 포함한 주변의 다른 지역도 수탁 운영을 했었는데 의왕시가 발전한 만큼 이제는 우리 지역에 집중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신 질환의 치료와 재활에 병원과 지역사회가 각각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한 연계를 통해서 도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의왕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파견되어 나가고 계시는 저희 병원의 전문의 선생님이 센터장님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주시고 있고, 센터와 병원은 꾸준한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건강누리의왕시립노인요양원을 개원부터 2022년 5월까지 거의 한 10년을 수탁해서 운영하고해왔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의 이 요양원이 자리잡는데 우리 병원이 많이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그 밖에 가장 절실하게 또 힘들게 하고 있는 일은 지역 내 경찰서, 소방서 119구급대와 환자 이송이라든지 응급환자를 받는 문제들에 대해 많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경기도 내 응급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정신과 응급환자 수용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노력을 알아주셨는지 여러 곳에서 우리 병원에 응급입원을 잘 받아준것에 대한 감사장과 표창을 주셨습니다. 저희 병원이 용인경찰서 감사장, 경찰청장 표창, 그리고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으면서 ‘아, 이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절실한 문제구나’라는 생각했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을 그래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현재 서울구치소와 수원구치소의 재소자 진료를 우리 계요병원 의사들이 담당함으로써 정신질환 재소자들의 교정시설 내에서의 안정은 물론 건전한 사회 복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전문의선생님 한 분이 직접 가셔서 도움을 주고 계시는데, 한번 가시면 한 80~90명 심지어많을 때는 200~250명 환자의 진료를 보고 계십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어려운일입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원격진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정시설은 원격진료가 법적으로허용이 됩니다. 원격진료를 위한 기계를 법무부에서 설치해 주었는데 여러가지 실무적인 이유로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곧 시행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병원은 다수의 기관이나 병원들과 의료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내 대학(한세대학교, 국립교통대학교 등)과 소방서 및 경찰서는 물론 인근 지역인 안양, 군포, 과천 경찰서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인근 우성고등학교와도 프로그램 제공 등을 통해 협력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30여개 병원들과 MOU를 맺고 교류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 계요병원 이경은 이사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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