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 Issue] 치매 친화 환경을 향한 진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대volume.33 2023. 4. 1. 03:58
영국의 Martin Green 교수는 ‘치매를 앓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21세기에 우리의 보건복지 시스템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이다’라고 얘기한다.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공공보건 정책의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에 WHO가 치매 극복의 날을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이며, 2050년에는 10명 중 1.5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치매국가책임제를 표방하고 2017년부터 약 800억 이상을 투자하여 치매전문병동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초고령화사회뿐만 아니라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치매 환자는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이다. 그래서 더 고민하고 예측하고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정 분야가 아닌 사회의 각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의 전공 분야인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보면, 여러 연구에서 물리적 환경이 치매 환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치매 환자는 환경 조정 및 적응 능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서 환경 조건의 작은 변화도 예상보다 큰 강도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야기한다. 우리는 그 중 긍정적 경험을 위한 자극을 증가시키고, 부정적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개인의 부족한 환경 적응 능력을 상쇄해주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반면에 환경의 압박과 자극을 낮추는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 가끔 과도한 디자인과 색을 적용하는 사례를 보게 되는데, 이는 과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 부족한 것만큼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치매 환자의 잔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치매 환자들의 공간을 의료적 관점에서 치료 또는 수용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닌, 24시간 생활하는 생활환경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치료와 수용기관으로 바라볼 경우 안전성과 환경적 통제가 중심이 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물이 오히려 장애물로 인식되어 두려움과 불안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휴양하면서, 몸조리하면서,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전반적인 생활환경에 대한 고려를 강화해야 한다. 치매 환자들의 질병에도 불구하고 인격적인 ‘존중’과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환경을 치료의 자원으로 삼아 치매 환자의 건강과 기능을 증진시키는 치유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을 치매 친화 환경(Dementia-friendly environment)이라고 부른다.
병실에서 나가면 다시 내 병실을 찾아 돌아올 자신이 없어 그냥 병실에 머무르는 환자가 없도록, 창밖으로 정원이 보여서 자꾸 나가고 싶어지도록, 차별화를 주기 위한 디자인이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영역별로 다르거나 광택이 있는 바닥재가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너무 높은 층고로 집보다는 시설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의료 장비도 숨기고 가능하다면 침상도 병원 느낌이 들지 않도록, 공용공간의 테이블은 집에서 사용하는 규모 정도를 사용하여 친숙함이 들 수 있도록, 개인 물품, 사진, 또는 공중전화박스와 같은 전통적인 아이템을 기억의 단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커튼을 직접 치거나 걷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잘 안되면 당황하므로 쉽게 치거나 걷을 수 있도록 제품을 사용하는 등 치매 친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매우 많다. 치매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의 의지와 디자이너의 진심과 노력으로 치매 친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글. 이승지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 / 대학원 헬스케어디자인전공
'volume.3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의 건강은 가정의 행복, 계요병원 (상) (0) 2023.04.05 창살 없는 병원을 꿈꾸는 계요병원 (하) (0) 2023.04.04 [이현주 병원 마케터가 바라본 짧고 얕은 문화이야기]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군요! (0) 2023.04.04 [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경험 많은 간호사가 되기까지 (0) 2023.04.04 [Special Column] 예민한 사람이 마음 편하게 사는 법 (0) 2023.04.01 [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러시아 예술의 성지, 상트페테르부르크 (0) 2023.03.31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비만은 미용일까? 질병일까? (0) 2023.03.31 [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히츠마부시 (0)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