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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병원 마케터가 바라본 짧고 얕은 문화이야기] 빈센트 발 展volume.32 2023. 3. 2. 16:03
그림자로 새롭게 재탄생한 이미지의 발견,
그림자의 미학을 꿈꾸다어릴 적에 불을 꺼두고 조명 앞에서 손을 이용해 그림자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물체의 움직임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그림자이기 때문에 그림자는 또 하나의 형체이지만 이미 그때 우리는 실체와 다른 무언가를 그림자로 만들어 내는 창의적 경험을 한 번씩 해 봤다. 그런데 사실 거기까지였다.
빛과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는 광원의 위치에 따라 길이가 변하고 모양이 변한다. 그림자가 창조적인 이유이다. 그런 그림자를 제대로 가지고 논 작가가 있다. 그는 그의 작품을 ‘창작’이 아닌 ‘발견’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영화감독이자 쉐도우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인 '빈센트 발'이다. 그의 전시가 국내에서 열려 전시회를 찾았다. 사실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를 맺고 그의 작품을 보고 있었기에 그의 기발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현재 91만 명의 팔로워가 있고, 하루하루 더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사물에 빛을 비춰서 만든 그림자에 그만의 일러스트가 더해져서 새로운 대상이 만들어진다. 유리잔에 반짝이는 일렁이는 빛이 수영장이 되고, 숟가락의 그림자가 여자가 되고, 채칼이 피아노가 되고, 주사기가 수영장의 레일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상에 앉아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에 햇빛에 비친 찻잔에서 코끼리를 ‘발견’하고 여기에 일러스트로 눈과 다리 미소를 그려 사진으로 찍은 게 시작점이라고.
그는 아는 것에서 아는 것으로 바뀌는 과정을 좋아한다고 했다. 재미없는 사물도 보는 시각에 따라 재미있게 바꾸는 건데 이는 아무 생각 없이 열린 마음으로 소재에 접근했을 때 가능했다.
전시회에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젊은 커플들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까지. 시끌시끌하고 우와의 감탄사가 남발하는 전시회. 소란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작가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게 바로 그가 의도한 전시회가 아닐까 싶어졌다. 중간중간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 틀어지고, 최종 완성본인 만들어진 형상을 찍은 사진뿐 아니라 조명을 이용해 그림자를 만들어진 실제 형체가 있는 작품. 그게 바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었다.
빛과 그림자의 세상에서 찾은 그림자학
실제 전시회를 보다 보면 감탄의 연속이다. 빛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우와~ 어떻게 이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었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빈센트 발은 그의 작품 기법을 ‘Shadowology(그림자학)’이라고 표현한다. 빛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본질은 변하지 않았건만 새로운 또 다른 형상이 우리의 시각과 판단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든다. 너의 실체는 뭐니? 우린 그림자를 보고 그게 진짜라고 믿고 있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빈센트 발의 작품을 볼 때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제목의 언어유희이다. 마르셀뒤샹 때부터 언어유희는 사용되었지만 조금 더 현실적이고 보자마자 바로 이해가 되는 건 빈센트 발의 작품이 좀 더 대중친화적이란 의미일 것이다.
어릴 적에 너무나 좋아했던 ‘스머프’와 유명한 에르제의 ‘땡땡’과 같은 세계적 만화캐릭터가 만들어진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충분한 자양분을 얻고 자랐나 보다.
한국 전시회여서 전시회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품을 이용한 특별한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회를 보고 나올 때는 그가 의도했던 것처럼 그림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나와서 보이는 그림자에서 새로운 형상을 찾아보고자 시도해 봤으니 말이다.
온 세상 사람들은 시답지 않은 것에 웃고 즐거워합니다. 우리는 모두 별반 다르지 않죠. 우리 모두는 서로 닮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림자 위에 그린 저의 낙서를 보고 즐거워해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 빈센트 발 -이번 전시회를 찾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그는 작품을 계속 업데이트할 듯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열린 국내 전시회를 직접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빈센트 발만큼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작가인 ‘헬가 스텐첼(helga.stentzel)’의 작품들도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보길 추천해 본다.
‘집 안의 초현실주의’라 불리는 그녀의 작품들 역시 기발함이 가득해서 일상을 살아가다가 그의 작품들을 피드에서 보고 힐링을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텐첼은 양상추로 강아지를 만들고, 아이스크림 위에 초코고양이를 만들고, 식빵으로 강아지를 만들어낸다. 빨래로 송아지를 표현해 내기도 했는데, 획일화된 생각을 이렇게 깰 수 있구나 싶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순한 빨래인데 거기서 소를 찾고, 식빵에서 강아지를 찾아내니.
매일 만나는 무료한 일상을 이렇게 순간이나마 새롭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다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작가들에게 감사를 표해본다.
[인스타그램 계정]
빈센트 발 : Instagram.com/vincent_bal/
헬가 스텐첼 : instagram.com/helga.stentzel/
[빈센트 발 전시회]
* 전시장소 : MUSEUM209
* 전시기간 : ~ 2023.04.23
* 상세안내 및 예매 : Click!
글. 이현주 병원 마케터
이현주
글쓴이 이현주는 바른세상병원에서 홍보마케팅 총괄을 하고 있는 병원 마케터이다.병원 홍보에 진심이긴 하지만, 한 때 서점 주인이 꿈이기도 했던 글쓴이는 독서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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