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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부분에 투자한 안전하고 튼튼한 민병원 (하)volume.32 2023. 3. 2. 17:22
“외과가 잘 사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
노인외과를 중심으로 하는 분원을 세워나갈 것!민병원은 지난 2019년에 지하 3층 지상 7층, 연면적 1,500평, 50 병상 규모의 새 건물을 준공했다. 특히 외과 수술에 특화된 병원으로 대학병원 이상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3개의 수술실을 마련했다. 또한 공기 중 박테리아를 걸러주는 항원 필터링 시스템을 설치했고, 수술실 타일 틈새에 균이 남는 걸 예방하기 위해 타일 대신 우레탄 절연체로 바닥을 작업했다. 그만큼 인테리어도 김종민 대표원장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인테리어에 제 나름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병원 수술방을 가보시면 알겠지만, 서울대병원보다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수술실에 안전관리나 감염에 대해서는 우리가 전문병원을 해봤기 때문에 최고의 투자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보통 건물이 100평으로 올라가면 수술실은 작습니다. 우리는 수술실을 지하에 뒀습니다. 어차피 수술실은 창이 필요 없는 공간이기에 지하로 내려가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싶었고, 거기다가 회복실도 마련해 놨습니다.”
민병원은 외과수술특화병원이다 보니 미적인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기보다 튼튼하고 안전한 지진설계에 초점을 두었다. 김종민 대표원장은 땅을 매입할 때부터 설계를 직접 할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전했다. 이는 여러 개의 병원을 만들면서 스스로 체득한 결과로, ‘설계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깨우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외과병원은 오로지 안전하고 튼튼하게 설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진설계도 했습니다. 나중에 감리를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님께 받았더니 “튼튼하게 지었더라”라고 하셨거든요. 그 자체로 만족합니다. 수술하는 외과병원이다 보니 실질적인 부분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병원을 이 지역의 랜드마크화 하기 위해 소박하게 짓고 싶었습니다. 설계는 제가 직접 했습니다. 땅을 매입할 때부터 오토캐드라고 배우는 게 있는데 필요한 건 모두 배워서 진행했습니다. 제가 동문들에게도 “병원을 개업할 거면, 가장 말도 안 되는 동선부터 빼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일하는 공간에서 직접 부딪혀봐야 스스로 체득이 됩니다.”
김종민 대표원장은 앞으로 고령 환자의 컨셉을 맞춘 외과병원이 미래 병원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선배 외과 의사로서 후배 외과 의사들에게 새로운 기반을 보여주는 모델이자 외과병원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고령 환자의 컨셉을 맞춘 병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요양이나 재활병원만 늘어나는데 지금 우리 외과들이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진작 했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노인외과에 대한 서브 스페셜을 진작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수련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령 환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가정의학과보다 외과·내과입니다. 노인분들은 기저질환이 있고 약에 대한 반응들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수술할 때도 ‘이 공격적인 수술을 이분이 견딜까’를 생각해야 할 연령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외과랑 분리되어야 합니다.”
특히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오사카 대학병원이나 각 현마다 노인 중심병원이 있는 상황이다. 김종민 대표원장은 앞으로 민병원이 노인외과를 위한 체계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 조카가 외과 의사입니다. 제 밑에 있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런 것을 공부하라고. 이제는 암은 많이 줄었고 중증도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만큼 오래 살아야 하는 펑셔널한 기능적인 문제들, 즉 배변의 문제라든지 호르몬에 대한 문제라든지 이런 것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는 있지만 외과는 없는 것이죠. 요즘은 다 퀄리티 오브 라이프(quality of life)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분들이 깔끔하게 늙어갈 수 있게 하는 외과가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앞으로 10년 뒤에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있을 것입니다. 외과가 잘 사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은 김종민 대표원장에게 수술이 10개나 잡힌 상황이었다. 인터뷰를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소신을 주저 없이 밝혀주고, 외과의 문제점과 동시에 필요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외과병원 발전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인터뷰가 끝나기 부리나케 환자 콜을 요청하는 김종민 대표원장 그리고 외과 의사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환자들을 매일 마주할 때, 내가 마주했던 인터뷰이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다음번에 인터뷰가 진행된다면, 외과가 얼마나 보람된 임상 과목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의 스토리도 전해 듣고 싶다.
8. 민병원은 지난 2019년 병원을 새롭게 신축했습니다. 어떤 컨셉으로 설계가 진행되었으며, 신축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를 준 부분이나 공간, 디자인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수술실, 진료실, 의료 장비, 각종 촬영실 등).
먼저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동선으로 짰습니다. 의료기관은 플로어가 중요합니다.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이 같으면 섞이게 됩니다. 그래서 검진센터 같은 경우, 스타트 전부터 종료 전까지 사이클 형식으로 돌든지 아니면 일자 배치로 동선이 가장 적합한데, 우리 병원은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도입했습니다. 그만큼 인테리어에 제 나름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병원 수술방을 가보시면 알겠지만, 서울대병원보다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수술실에 안전관리나 감염에 대해서는 우리가 전문병원을 해봤기 때문에 최고의 투자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는 건축법에 따라서 용적률·건폐율이 있습니다. 보통 건물이 100평으로 올라가면 수술실은 작습니다. 우리는 수술실을 지하에 뒀습니다. 수술실이 같은 규모의 타 병원보다 많고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지하를 파서 건축비가 더 들었습니다. 어차피 수술실은 창이 필요 없는 공간이기에 지하로 내려가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싶었고, 거기다가 회복실도 마련해 놨습니다. 또 우리 병원 수준의 규모는 소독만 하는 중앙공급실이 없고 대학병원에만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앙공급실이 있고, 하루 종일 기계 소독만 하는 팀이 따로 있습니다.
9. 특히 병원 내에서 타 병원과 달리 민병원이 내세운 특화된 공간이나 디자인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지 자세히 소개해주세요(동선, 자연채광, 컬러, 사인, 마감재 등).
사실 저뿐만 아니라 외과병원 대다수는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기보단 환자 한 명을 더 보는 데 집중합니다. 물론 건축하시는 분이 우리 병원에 사용된 돌이 “고흥석이에요”라고 하시길래, 저는 “깨지는 게 아니면 좋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테두리와 간판의 채색을 맞춰라”라고 요구한 정도입니다. 성형외과나 이비인후과처럼 디테일하게 멋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안전하고 튼튼하게 설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진설계도 했습니다. 나중에 감리를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님께 받았더니 “튼튼하게 지었더라”라고 하셨거든요. 그 자체로 만족합니다. 수술하는 외과병원이다 보니 실질적인 부분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병원을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소박하게 짓고 싶었습니다. 설계는 제가 직접 했습니다. 땅을 매입할 때부터 오토캐드라고 배우는 게 있는데 필요한 건 모두 배워서 진행했습니다. 저는 병원을 여기가 처음이 아니라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설계는 의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동문들에게도 “병원을 개업할 거면, 가장 말도 안 되는 동선부터 빼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일하는 공간에서 직접 부딪혀봐야 스스로 체득이 됩니다. 그게 우리는 설계에 반영된 것이죠. 지금 제 방에 문이 하나가 있는데 이 문은 저만 나가는 문입니다. 저는 진료하다가 수술하러 또 나가야 합니다. 제가 나가면 바깥에서 다 어디 가는지 물어봐서 안 보이게 나가는 문을 만들게 됐습니다. 또 내시경 기계들이나 수술 기구들 경우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만한 것은 다 차단합니다.
10. 공간 내에 환자와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나 휴게공간은 어디이며,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사실 우리는 휴게공간이 있어도 갈 시간이 없습니다. 어떤 직원이든 나가서 식사할 시간이 없습니다. 점심때 수술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한 마인드가 통일된 사람들만 뽑습니다. 우리 질환 자체가 암 환자나 응급환자를 보는데 나가서 커피 마시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1층은 유리창이 전면에 배치되어 마치 도서관 같은 이미지를 주다가 2층에 환자들이 몰려 있는 모습을 보곤 다들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하루에 환자들이 한 500명 정도 옵니다. 빅5 병원을 뺀 나머지 외과병원 외래보다 많은 숫자죠.
11.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궁금합니다. 병원 공간이나 진료에 있어 환자경험평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만족도는 어떠한지 할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자경험평가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료를 서비스로만 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넣는 건 이해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유독 악플이 문화화된 나라입니다. 실제로 환자가 치료에 만족하더라도 딱 밥 한 끼가 자기 마음에 안 들었다고 댓글 올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정말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치료받은 후 합병증에 걸린 사람은 거의 악플을 달 것입니다. 또한 의료진이나 간호인력, 다른 행정 파트와 트러블 있었던 사람은 만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 쓰고 불만족한 부분에 관해서 쓰게 되어 있습니다. 이왕 할 거면 그런 것에서 대범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경험평가는 우리나라에 아직 좀 이르다고 봅니다. 문화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죠. 특히 환자경험평가로 감염병 예방이라든지 시스템적인 면이 잘 되어 있는데 등급이 낮은 것은 말이 안 됩니다.
12. 앞으로 외과 전문병원은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변화될 것으로 보시는지, 미래 병원 트렌드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 고령 환자의 컨셉을 맞춘 병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요양이나 재활병원만 늘어나는데 지금 우리 외과들이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진작했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노인외과에 대한 서브 스페셜을 진작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수련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령 환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가정의학과보다 외과·내과입니다. 그 부분이 앞으로 저는 5년만 지나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분들은 기저질환이 있고 약에 대한 반응들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수술할 때도 ‘이 공격적인 수술을 이분이 견딜까’를 생각해야 할 연령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외과랑 분리되어야 하는데, 잘 안되어 있습니다. 빅5 병원조차 안되고 있는 것이죠.
일본은 이미 10년 전에 시작해서 노인외과가 다 있습니다. 오사카 대학병원이나 각 현마다 노인 중심병원이 다 있죠. 그리고 가정간호도 잘 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을 아주 오랫동안 고민한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을 거의 한 10년에서 15년 뒤처져서 따라가고 있는데, 그 부분은 많이 늦은 것 같습니다. 제 조카가 외과 의사입니다. 제 밑에 있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런 것을 공부하라고. 이제는 암은 많이 줄었고 중증도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만큼 오래 살아야 하는 펑셔널한 기능적인 문제들, 즉 배변의 문제라든지 호르몬에 대한 문제라든지 이런 것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는 있지만 외과는 없는 것이죠. 요즘은 다 퀄리티 오브 라이프(quality of life)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분들이 깔끔하게 늙어갈 수 있게 하는 외과가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앞으로 10년 뒤에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있을 것입니다.
13. 민병원은 올해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갖고 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때도 정말 잘 견뎠습니다. 저는 5년 주기로 새로운 아이템을 찾습니다. 갑상선 다음에 정맥류와 탈장을 시작했고, 당뇨비만대사수술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혈관질환 분야를 할지, 어르신들 변실금 같은 대변(배변) 장애 수술클리닉을 할지, 동시다발로 할지 아니면 제가 진짜 평생 숙원으로 생각하는 외과병원 그룹(프랜차이즈)을 시작할지 고민입니다. 우리 병원도 분원이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 문을 닫았지만, 강남에 민병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문제없이 하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아는 당뇨비만대사수술과 갑상선수술, 또 노인외과를 중심으로 하는 분원을 광역시에 열 계획입니다. 그래서 외과병원 그룹을 만들려고 합니다.
14. 마지막으로 공통된 질문을 드립니다.
1) 10년 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사실 55세가 되면 그만하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습니다. 딱 60까지만 할 생각입니다. 10년 뒤면 은퇴했을 때입니다. “애썼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 10년 후에 다시 인터뷰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는 지금보다 좀 무뎌져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날이 좀 서 있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수술하고 있으면 사실 좀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계 구도가 없고, 칼을 밑으로 내려주는 사람 없이 여전히 체력의 한계를 무릎 쓰고 수술한다면 병원은 성장하겠지만, 외과 의사 개인으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제 조카를 데리고 와서 가르치려고 한 것입니다. 좀 큰 물에서 놀다가 다시 오라고 한 상황인데, 10년 뒤면 그런 후배 외과 의사들이 지금 여기를 차지하고, 저는 진료나 수술보다 큰 그림을 그려서 외과가 잘 사는 구조를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외과가 잘사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입니다.
3)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개업하기 이전에 해줄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업하지 말라고. “그냥 대학에 남아있어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남았으면 이문수 순천향대 천안병원장(외과 교수)님 밑에 계속 있을 것입니다. 제가 외과 의사를 한 이유가 이문수 교수님 때문이고, 그분 수술하는 것을 보고 완전히 감동해서 그날 본과 3학년 때 외과로 지원했습니다. 수첩에 제 이름을 딱 적어놓으셨는데, 2년 뒤에 제가 인턴 할 때 “너 외과 한다는 거 맞아?”라고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분 밑에서 배웠고, 지금도 모시고 있고, 나중에 은퇴하시면 모셔야 합니다. 그만큼 아마 대학에서 험난한 수술하면서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이. 민병원 김종민 대표원장
글. 헤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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