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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경험이 실력이다!volume.32 2023. 3. 2. 13:01
우리가 사는 현재는 과거가 쌓인 결과입니다. 동시에 미래를 향한 판단의 결과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는 동일하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 사이에 판이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는 미래보다 파악하기 쉬운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들이 쌓여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경험들을 발판으로 불확실하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기대해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의 이력서를 볼 때 학벌이나 나이는 안 봅니다. 오직 경력과 근무기간을 봅니다.
더 나은 현재를 위해 미래보다는 상대적으로 파악이 쉬운 과거를 분석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재에 대한 욕심이 많기에 우선은 대학병원이나 급성기 병원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요양병원은 간호사들이 거의 다 챠지 업무를 보기 때문에 인턴, 레지던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제 상황에 부딪힐 때 판단력, 분별력, 결단력은 수많은 경험에서 오기에 맨 밑의 액팅 간호사부터 챠지 간호사가 되기까지의 체계적인 훈련이 중요합니다.
경험이 실력이라고 어느 파트서 근무했냐도 중요합니다. 수술방,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minor part, 정형외과, 투석실, 주로 이런 특수 파트서는 종합병원(?)인 노인병원에서는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몇십 년 쉬다 나온 유휴 간호사도 중환자, 내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등은 금세 적응합니다. 그러나 위의 특수 파트 경력의 간호사는 순간순간 닥치는 경험에 의한 문제들이 생기면 당황해합니다. 왜냐하면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지장애(치매) 어르신들을 볼 때 현재의 문제 행동은 과거 저장되었던 과거가 현재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워버리고 싶은 지난 과거를 정리 정돈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해석하여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하면 더 잘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추억의 과거가 없다 하여도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듯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알면 지금부터 발전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온실 속의 꽃보다 잡초처럼 수많은 풍파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 나가면서 단단해지는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內功(내공)으로 쌓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경험들이 쌓여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경험들을 발판으로 불확실하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기대해 볼 수가 있는 것”에 대한 답입니다.
간호사들을 상담해 보면 확실히 아집이나 고집이 있고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사로잡히면 아무리 문제를 지적해 주어도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또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나는 간호부의 제일 위의 자리에 있는 위치이긴 해도 병원이란 곳에서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중간 관리자는 리더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리더십은 무엇일까요?
즉 중간 관리자는 병원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업무를 진행하고 성과를 달성하도록 이끌고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현재의 요양병원은 점차 낮아지는 수가와 특히 코로나 발생 시 코호트 격리로 인한 재활 치료 중단에 따른 엄청난 손해 비용, 심지어는 작년 한 달은 입원 환자도 못 받고 직원들의 코로나 발생으로 결원이 생긴 인원 충원 비용, 급격히 떨어진 재원 환자 수, 무엇보다 최근 임대료 상승과 전기세, 난방비, 수도세 폭탄, 경쟁력에서 오는 보호자들의 간병인 비용 할인 요구, 계속되는 요양 병원 설립과 오픈 요양병원의 인금 인상,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기존 직원의 년 봉 불만, 대학병원의 행위별 수가와는 다른 정액(포괄) 수가에 따른 전문직치고는 터무니없이 낮은 간호사 연봉에 대한 불만들, 무엇보다 물가 상승으로 오는 관련 업체들의 높은 추가 비용 요구들... 이러다 보니 간호사 연봉 올려주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현실입니다.
중간 관리자로서 병원의 입장도, 내 밑의 직원들의 입장도 너무 잘 아는 나로서는 병원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업무를 진행하고 성과를 달성하도록 이끌고 함께 이끌어 가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능 것 같아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병원의 고유 업무가 환자 치료와 간호인데 그것에 집중하기에는 이러한 현실들과 대립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한 간호사가 1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자신과 조무사 연봉까지 올려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더 오래된 다른 간호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혼자만 올려 줄 수 없고 병원 형편을 얘기해도 병원 입장과 자기의 입장은 틀리다고 하면서 협상이 안 됩니다. 웬만하며 이해하고 간호사 편에서 서려 노력하고 화를 잘 안 내려고 하는 나인데 소리를 꽥! 질러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간호부의 중간 관리자인 간호사라 화가 더 났습니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것도 연봉을 안 올려줘서 사직한다고 말해 병원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우리 병원은 많은 수익이 생기면 분명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어찌 보면 부서장인 나에게 대한 신뢰가 없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무시당한 느낌도 들었던 것입니다.
간호사들과 행정 직원들의 갈등이 없게 점심시간 즈음에서 입원하는 환자가 있으면 점심은 먹고 일해야 한다고 하고 떡볶이와 김밥, 커피까지 사다 주고 병동이 바빠 힘들어 보이면 커피 사다 주며 힘내자고 하고 그럼으로써 수간호사들의 힘든 점도 잘 알기에 맛있는 것 먹어도 수간호사들 회식 때 사주어야지 생각하고 가능하면 매달 회식도 시켜 주는 나인데 사직서를 즉시 받고 사인하는 내게 배신당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배신당한 느낌이 들어 너무도 속상했습니다.
일하면서 수많은 간호사들에게 나 역시 많은 배신(?)을 당해 왔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하던 함께한 간호사들도 내가 떠날 때 그토록 울고 따라간다고 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연락도 없습니다. 이럴 때는 경험이 실력이라기보다는 인생사가 다 그런 거라고 일반화시키는 마음이 들 뿐입니다. 무슨 일이든 개별화시킬 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냉정함이 아닌 냉철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라면.
나는 매일매일 수많은 경험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내 인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매일 좋은 마음으로 돌리려고 기도합니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32'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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