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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지중해식 요리volume.32 2023. 2. 27. 20:09
작년에 후배 교수가 지중해식 식단 식사를 하면 몸에 좋고 체중도 줄어든다고 해서 1주일간 지중해식 식사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생선, 병아리콩, 요거트, 샐러드 등에다가 핵심 식재료인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려서 나온 느끼한 음식을 1주일 내내 먹었는데, 그 이후에도 며칠 동안 느끼한 느낌이 지속되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지중해식 식단이란 이태리 남부, 터키, 스페인 지역 등 지중해 연안의 야채와 과일, 생선,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그리고 불포화 지방산인 올리브 오일로 구성된 식사로 다이어트에 좋고 심장, 대사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제는 지인의 초청으로 이태원 M 호텔 내 지중해식 요리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담당 직원이 모로코, 레바논, 터키, 그리고 그리스식 요리 등을 서빙할 거라고 설명을 하는데, 사뭇 기대가 되었다.
‘음식은 눈으로도 먹는다’는 말이 있듯, 첫 번째 요리부터 보색의 조합으로 인해 맛보기 전에 메뉴의 탁월한 선택에 동의했다. 무함마라 (Muhammara)는 홈메이드 고추장, 호두, 피스타치오, 파프리카 등으로 만들어 짭짤 달콤했고, 후무스 (Hummus)는 삶은 병아리콩가루 반죽 가운데에 양파에 절인 양고기와 함께 잣, 톡 쏘는 카옌 페퍼 (Cayenne pepper), 양념으로 커민(Cummin)을 뿌려 나왔는데, 화덕에서 막 구워 나온 따뜻한 Jou Jou 빵을 찍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선택한 와인은 슈냉 블랑(Chenin Blanc)으로 코로나전 프랑스여행 시 루아르 계곡 앙부아즈 마을에서 마셨던 기억이 났다. 드라이하고 적당한 산도와 미네랄향이 느껴졌다.
오늘의 주 요리는 도미 세비체(Ceviche)인데, 레몬즙과 향신료를 뿌린 도미 회를 올리브 오일에 식초와 레몬즙을 섞어 만든 비네 그레트(Vinaigrette) 소스와 함께 먹으니 신선한 맛이 느껴지고 입안에서 뇌로 행복 시그널이 전해진다.
횟집에서 회 먹고 남은 부위와 뼈로 매운탕을 끓여 나오듯 세비체를 만들고 남은 도미 머리와 뼈, 그리고 조개를 넣은 스튜인 치오피노(Cioppino)는 토마토와 페퍼론치노가 들어가서 매콤하고 감칠맛이 돈다. 후~불면 날아가는 롱 그레인 밥은 자박자박하게 끓여 나온 스튜 국물에 비벼 먹으니 별미다.
이미 포만감을 느꼈지만, 맛은 ‘아는 맛, 그리운 맛, 그리고 위로하는 맛’이 있다고 하는데, 30년 전 런던 유학시절 처음 맛보았던 부드럽고 고소한 양고기와 비프 케밥 (Kebab)으로 젊은 시절의 ‘그리운 맛’을 느껴 보았다.
디저트로 지중해식 음식에 들어간 향신료와 허브향을 중화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면서, 지중해식 음식도 많이 먹으면 결코 다이어트 음식이 될 수 없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있는 세프가 정성스레 선보이는 음식을 먹는 것은 일상 가운데 특별함인데, 식재료의 신선도와 품질이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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