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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뉴욕 뉴욕....!volume.24 2022. 7. 27. 22:46
뉴욕 뉴욕....!
뉴욕에 출장을 갈 기회가 생기면 가슴이 설렌다. 신규확진자의 숫자가 조금 늘어가고 있지만 엔데믹이 반 발짝쯤 남아있는 지금, 점진적으로 하늘길을 열리고 있으니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인지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년 전쯤,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출발하는 기내에서부터 자유로운 뉴요커가 되어 고층빌딩의 도시를 누벼보는 상상을 해본다. 긴 비행시간으로 지치고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에 입국심사도 까다롭지만, 뉴욕 JFK공항을 통과하자마자 우선 방문하고 싶은 곳이 몇 군데가 있다.
먼저 건축가들이 꿈을 자유롭게 펼치고 실현한 마천루의 도시 속을 걸어보자. 영화 속 킹콩이 오르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도시 중심에 고전적인 모습으로 우뚝 서 있고 인근에는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것처럼 기품 있는 아르데코풍의 크라이슬러 빌딩도 눈에 띈다. 두 건물은 최근 새로 지어진 현대적인 고층빌딩보다 아름답다. 맨해튼을 지키는 황제와 왕비처럼 보인다. 이전에 존재하던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맨해튼의 상징이었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건물은 미노루 야마사키의 디자인으로 장식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외관이었는데 911 테러에 희생당해 지금은 아쉽게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 자리는 '그라운드 제로'라는 추모의 장소와 다니엘 리베스킨트와 SOM이 설계한 ‘프리덤 타워’가 대신하고 있다.
폐쇄된 고가철도 선로를 새로운 입체보행 및 휴식공간으로 재생한 ‘하이라인’은 걷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명소로서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은데 서울역 근처의 ‘서울로 7017’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원조 격이다. 하이라인의 공공디자인과 시설들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저녁에 시작하는 뮤지컬 공연을 감상하고 밤이 되면 타임스퀘어는 각종 화려한 색상으로 변신하며 밤거리를 단장한다. 붐비는 사람들과 시각을 자극하는 대형 네온사인은 SF영화 속 장면을 연출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도시 배경처럼 낮과는 또 다른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SANAA 디자인의 ‘뉴 뮤지엄’도, 렌쬬피아노가 설계한 ‘휘트니 뮤지엄’도 좋지만 필히 들러야 할 미술관 3종 세트로 MoMA와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면 분수대에 기대어 계단광장에 삼삼오오 자유롭게 앉아 즐기는 활력에 찬 여행객들을 구경하노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지구촌 각 나라에서 수많은 인종이 집결하여 특유의 패션 감각을 선보인다. 규모도 대단히 방대하여 작심하고 발품을 팔아야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MoMA( The Museum of Mordern Art )는 최근 DSR이 리모델링 설계를 했지만 기존의 전시공간을 다루는 다니구치 요시오의 디자인 감각이 탁월하다. 실내 공간디자인이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여 하나의 예술품처럼 구성되어있다.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4대 거장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으로 원형 경사로와 천창이 압권이며 미술관으로서는 터줏대감 격이다. 세 미술관의 공통점은 관람을 마치고 기념품점에 들르면 최근 매력적인 모빌이나 최근 트랜디한 디자인 소품을 하나쯤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토마스헤더위크 디자인의 공공미술 구조물인 베셀(Vessel), 칼라트라바의 오큘러스(OCULUS), 퀸즈 지역에 위치한 스티븐 홀의 헌터스포인트 커뮤니티 도서관, 브루클린에 위치한 덤보 지역에서 바라본 인상깊은 맨해튼 브릿지, 외곽으로 이동하며 답사한 SANNA의 그레이스 팜 문화센터 등, 볼거리들은 무궁무진하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 모이고 뉴욕을 사랑한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는 경쟁력을 갖는다는 증거다.
뉴욕 맨해튼의 아이덴티티가 ‘스카이 스크래퍼(Sky Scraper)’라고 불리는 초고층의 건물들이라면 뉴욕의 허파로 불리는 센트럴파크는 이 도시의 친환경적 아이콘이다.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4km에 이르는 직사각형 모양의 공원으로 산책로, 호수, 아이스링크, 동물원 등이 있어 뉴요커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야외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5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은 그야말로 원더플이다. 여름철에는 잔디밭에서 뉴욕 필하모니 공연이나 오페라 공연이 무료로 열리기도 한다니 뉴욕시민의 문화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이 자연의 숲은 도시와 더불어 적절한 화음의 앙상블로 균형감 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맨해튼이라는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명소다.
이곳은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뉴욕의 가을’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다. 공원 전체는 만추에 어울리는 색조의 단풍으로 물들었,고 깊은 가을만큼이나 중후한 매력의 중년, 리처드 기어와 짧은 헤어스타일의 앳된 위노나 라이더의 감동적 러브스토리는 내 아련한 기억의 서랍 속에 잘 간직되어 있다. 그들이 나이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깊어가는 가을, 촉촉한 센트럴파크의 아름다운 장소도 한 몫 했다는 관전평을 적고 싶다.
이미 고전이 되었지만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노래 ‘뉴욕, 뉴욕’의 노랫말을 되뇌어본다.
I want be a part of it New York, New York (나는 뉴욕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It’s up to you, New York, New York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려있어요.. 뉴욕에서는)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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