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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예술의 섬, 나오시마volume.24 2022. 6. 28. 19:16
예술의 섬, 나오시마
나오시마는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에 위치한 ‘예술의 섬’이다. 본래 작고 보잘것 없는 섬이었던 나오시마와 인근의 섬들은 한 때 구리와 금을 제련하느라 주변 바다는 온통 붉은 빛으로 오염되고 기형 물고기가 잡히던 혐오스럽고 황폐한 섬이었다. 약 30년 전쯤, 베네세 그룹의 회장 후쿠다케 소이치로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만나 새로운 장소를 구현해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들은 나오시마 망가진 섬의 재생 프로젝트를 통하여 자연을 완벽한 청정으로 복원시키고 예술의 섬으로 변신하게 한다. 이제 그 타이틀에 걸맞게 섬 전체를 뮤지엄과 미술관으로 변신하게 했으니 실로 위대한 유산을 남긴 셈이다. 나오시마의 변신은 인근의 섬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데시마, 이누지마 등 주변의 섬들로 연결되어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3년 마다 개최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이 섬의 자연과 예술을 보고 재생의 가치와 철학을 배우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몰려든다.
육지인 다카마쓰 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이동하면 나오시마 섬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인근 다카마쓰에도 볼거리들이 제법 많다. 일본의 정통정원인 리쓰린공원에는 수많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볼 수 있고 고토히라에는 근대식 주거와 상가들이 잘 보존되어 운치가 있다. 우동의 본고장이니 아무 우동집이나 들러 튀김과 함께 맛보는 사누키우동은 여행의 또 다른 보너스다. 여객선으로 나오시마 항에 도착하면 세지마가 설계한 가느다란 기둥의 간결한 디자인, 페리여객터미널이 환영한다. 광장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강렬한 색상으로 만들어진 땡땡이 문양의 호박이 방문객들을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맞아준다. 방문객들은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필히 남겨야 하는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의 상징이란다. 우선 섬의 반대쪽 혼무라 항 마을로 이동하여 아트프로젝트로 변신한 오래된 고택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마을 지도를 가지고 발품을 팔며 하나씩 만나게 되는 놀라운 건축물의 예술세계는 마치 보물 지도를 들고 보석을 차례대로 발견하고 캐내는 기쁨과도 같다.조금 이동하여 바다 조망이 좋은 언덕에 오르면 안도 다다오의 미술관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야심작 3종 세트인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은 건축과 예술작품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고 있다. 먼저 '지중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통해 작가 3인을 만나보자. 빛으로 몽환적 예술을 연출하고 체험하게 하는 제임스 터렐과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대지미술로 연결되는 작업의 주인공인 월터 드 마리아, 연못가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이처럼 각각의 작가에 맞춤형으로 특색 있게 설계된 지중미술관은 건축공간으로 예술작품을 잘 설명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미술관의 형상을 모두 대지 속에 감추고 있어서 건축가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지중미술관에서 바다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면 인근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작가의 작품을 별도로 전시하는 '이우환미술관'이 위치한다. 아시아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회화와 조각작품을 명상 속에서 감상하도록 설계되었다. 돌과 철이 상징하는 원시성을 느껴보고 침묵 속에서 더 큰 우주의 차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미술관을 돌아보고 천천히 걸어서 베네세 파크비치 호텔 앞에 도착하면 니키 드 생팔의 컬러플한 조형물들이 녹색의 잔디밭위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바다 풍경 쪽으로 운치가 있는 벤치에 앉아 해변을 감상하다 참지 못하고 결국은 바지를 걷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여름의 날씨지만 철부지 같은 기분으로 텀벙거리고 들어간 바닷물은 깨끗하고 시원하다. 저 멀리 제방 끝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색 호박이 다시 반갑게 손짓한다. 관광이 자유롭게 되는 날, 주변의 지인들에게 한 번쯤은 예술과 자연 복원의 의미가 담겨있는 스토리 속으로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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