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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국립현대미술관,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개최ARTICLE 2026. 7. 3. 09:27
국립현대미술관,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개최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을 지난 6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다. 개념미술은 작품의 외형이나 물질적 결과물보다 작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중시하는 예술 경향으로, 1960년대 중반 서구 미술계에 등장했다. 이는 시각 중심의 모더니즘 미술에서 배제되었던 말과 언어를 다시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이번 전시는 미술이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시각적 대상에서 언어와 사고의 대상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이 경험한 개념적 전환의 흐름을 조명하며, 국내 작가 28명의 작품 140여 점을 통해 개념미술의 다양한 양상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글. 박하나
제공 및 문의.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개념미술은 물질성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작품을 순수한 언어 체계로 환원하기보다, '언어와 개념을 통한 사고'와 '재료 및 형태'를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1970~80년대에는 언어와 논리적 실험을 통해 미술의 본질과 존재를 탐구하는 작업이 이어졌으며, 1990년 전후에는 현실을 새롭게 사유하는 방법론이자 태도로서 '개념적 미술'과 '개념주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번 전시는 1970~90년대 한국미술이 경험한 개념적 전환의 흐름을 조망하는 동시에, 개념미술의 국제적 확산 속에서 한국 개념미술이 지닌 동시대성과 고유한 특수성을 함께 살펴본다. 또한 전시 제목인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에는 한국 개념미술을 하나의 고정된 정의로 규정하기보다, 작품마다 생성되는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 기획 의도가 담겨 있다.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언어·논리·행위', '사물과 언어', '지도와 측정', '기호의 조정자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언어·논리·행위'에서는 1970~90년대 신체 행위와 언어, 논리를 결합해 어떻게 미술을 감각적 재현이 아닌 사유의 구조로 전환하고자 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건용, 김용민, 성능경, 윤진섭 등 Space & Time 조형미술학회(ST, 1969~81) 작가들은 우연성과 즉흥성을 배제한 채 반복적이고 자기 지시적인 행위를 통해 일상의 몸짓을 하나의 '사건(event)'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세계에 대한 통찰에 이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6년 《이벤트 로지컬》전에 출품되었던 이건용의 〈장소의 논리〉(1975), 성능경의 〈수축과 팽창〉(1976), 김용민의 〈물걸레〉(1976)를 소개하고, 김용민 아카이브를 최초로 공개했다. 또한 윤진섭의 〈어법〉(1977) 일부와 1980년대 이교준의 퍼포먼스 사진 작업을 통해 신체와 언어, 시선의 관계를 실험했던 작가들의 작업도 선보였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한 김순기의 〈시간과 공간 1975 퍼포먼스 드로잉〉과 홍명섭의 〈디벨로핑-레벨 캐스팅〉(1987/2026년 재제작)은 행위와 언어,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확장된 방식으로 보여준 사례로 소개됐다. 1990년대 이후 코디최의 작업을 통해 반복 행위와 신체를 둘러싼 개념적 탐구가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흐름도 살펴보았다.

성능경 <현장 1> 
코디최 <스캠프스, 스크램을 위한 모델링> 두 번째, '사물과 언어'에서는 1970~90년대 한국 개념미술이 사물과 언어 사이의 불완전한 관계를 어떻게 드러내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의미체계를 다시 질문하게 만들었는지 들여다보았다. 안규철, 박이소, 김범, 우순옥, 정서영 등의 작업은 언어가 사물과 세계를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안규철의 〈무명 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1991), 김범의 〈지렁이 공포게임〉(1994), 정서영의 〈전망대〉(1999), 박현기의 〈무제〉(1983) 등을 통해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한 작업들을 공개했다. 이승택, 최병소 등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지워지고 해체된 언어'와 김순기의 〈아이스 비디오 콘서트: 비데 & 오〉(1989), 주재환의 〈내돈〉(1998) 등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언어유희'는 기존 의미 체계를 전도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현실 인식을 낯설게 만든다. 또한 물활론적 상상력을 통해 박현기의 〈무제〉와 김범의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에서 사물(돌)은 언어에 응답하는 존재로 제시됐다. 박이소의 〈자본=창의력〉(1986/1990)을 비롯하여 코디최, 김소라, 김홍석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교차하는 혼성 언어와 함께 1992년 제작, 2002년 전시된 이후 24년 만에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성훈의 〈개념 간의 교집합〉(1992)은 언어가 결코 고정된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관계와 상황, 사용의 조건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됨을 암시하고 있다.



안규철 <무명 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 
김범 <풍경 #> 
박현기 <무제> 
주재환 <내돈> 
김홍석 <더 토크> 세 번째, '지도와 측정'에서는 1970년대 이후 한국 개념미술이 지도와 계량기, 시계 등 세계를 질서화하는 표준 체계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어떻게 의심했는지를 살펴보았다. 곽덕준, 김차섭, 박이소, 성능경, 오인환, 이건용 등은 지도와 좌표, 시계와 단위 같은 측정의 언어를 해체하고 전도함으로써, 세계를 객관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흔들었다. 성능경의 〈세계전도(世界顚倒)〉(1974), 김차섭의 〈바른 방향(삼부작)〉(1988), 박이소의 〈드넓은 세상〉(2003), 곽덕준의 〈3개의 계량기와 돌〉(1970), 오인환의 〈만남의 시간〉(1999– ) 등을 통해 지도와 측정 체계가 지닌 임의성과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이건용의 〈실내측정〉(1975)을 비롯하여 박이소의 〈무제(한 평(平))〉(2001)은 길이와 평(平)과 같은 측정 단위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신체와 감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곽덕준 <4개의 시계> 
박이소 <드넓은 세상> 
성능경 <세계전도> 네 번째, '기호의 조정자들'에서는 신문, 광고, 잡지, 통계 등 이미 존재하는 기호 체계를 재배열하고 편집하며 의미의 방향을 전환하는 개념적 작업들을 소개했다. 신문과 잡지, 기존 작품의 일부를 인용해 문장을 지우거나 기호를 재배치함으로써 기호 체계의 가변성을 드러내고, 그 이면에 작동하는 권위를 노출시킨 김용익, 김용철, 김소라, 김홍석, 성능경, 조경숙, 주재환 등의 작업을 공개했다. 한편, 김구림과 김차섭, 윤동천과 오인환의 작업처럼 미술계 내부를 벗어나 우편이나 광고와 같은 유통 시스템 자체에 직접 개입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갔던 개념미술의 흐름 및 김홍석의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새로운 맥락에 배치해 관계를 복잡하게 재구성하는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김용익 <무제> 
김홍석 <하나이자 셋인 친구> 한편, 전시 기간 중 출품작에 얽힌 개념의 문제를 나누는 '작가의 수업'이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8월 19일(수)에는 알렉산더 알베로, 레이코 토미 등을 비롯하여 국내외 개념미술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 '개념과 미술: 한국과 아시아의 맥락에서'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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