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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혁의 바이오Talk 헬스Talk] 환자는 신약개발의 동반자인가?ARTICLE 2026. 7. 6. 10:07
신약개발의 가치는 오랫동안 생존율, 질병의 진행 억제, 혈액검사 수치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되어 왔다. 좋은 신
이란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며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약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신약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 FDA는 환자의 경험과 선호, 삶의 질을 신약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하는 환자중심 신약개발(Patient-Focused Drug Development, PFDD)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FDA는 환자 경험 데이터(Patient Experience Data)와 환자 선호도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신약 허가 및 규제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PFDD는 2012년 FDA가 환자의 목소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시작한 정책으로, 이후 미국 신약개발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히 신약개발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신약개발의 철학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이 약이 질병을 얼마나 개선하는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이 약이 환자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키는가?"가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통증은 줄어들었는지, 일상생활은 가능한지,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직장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지 역시 신약의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신약개발 연구자에게 환자는 누구인가?
연구자의 입장에서 환자는 임상시험의 대상자이며 데이터의 제공자이다. 논문에서는 통계값이 되고, 임상시험에서는 선정·제외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 피험자가 된다. 이러한 접근은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FDA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신약을 개발하면서 정작 환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충분히 듣고 있는가?"
FDA는 2010년대 초반부터 기존 신약 평가 체계의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은 점점 더 정교해 졌지만, 평가 지표의 상당수가 연구자와 규제기관의 관점에서 설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환자들이 생각하는 신약의 가치가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들의 관점은 연구자의 관점과 다를 수 있다. 암 환자에게는 종양 크기가 몇 퍼센트 줄어 들었는가 보다 통증 없이 잠들 수 있는 하루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희귀질환 환자에게는 특정 바이오 마커의 변화보다 스스로 식사할 수 있는 기간이 조금이라도 연장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치료 성과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이 환자중심 신약개발의 출발점이 되었다.
FDA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4개 질환 영역에서 환자들과 직접 대화하는 공개회의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 현재 치료의 한계, 환자가 기대하는 치료 효과를 직접 청취하였다.
이후 환자들은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니라 질병을 가장 깊이 경험한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환자의 의견은 임상시험 설계와 평가 지표 선정 과정에까지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듀센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이다. 환자들은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보다 걷기 능력 유지, 팔 사용 능력 유지,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이러한 환자의 관점은 실제 임상시험의 주요 평가 지표로 반영되었으며, 신약의 가치 평가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시각을 전환해보자.
환자는 신약개발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일 수 있다.
신약개발은 더 이상 연구자가 질문을 만들고 환자가 답을 제공하는 일방향적 과정이 아니다. 앞으로는 환자가 연구자와 함께 질문을 만들고, 어떤 치료 효과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지 함께 정의하는 과정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환자중심 신약개발의 전환을 시도하기에 한국은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임상시험 수행 역량을 보유한 도시이며, 한국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경쟁력 있는 의료진, 높은 수준의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핵심 임상시험 수행 국가로 평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강점에 환자 참여라는 새로운 관점을 더한다면 한국은 단순한 임상시험 수행국가를 넘어 환자중심 임상개발 모델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약개발의 미래는 과학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의 삶을 이해하는 공감과 과학적 혁신이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신약이 탄생한다. 미국 FDA가 추진하는 환자중심 신약개발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환자는 신약개발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다.
이제 한국 혁신신약개발의 새로운 원동력을 환자중심 신약개발에서 찾아볼 때다.
글. 한국지능웰케어산업협회 양재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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