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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제43회 고령사회포럼ARTICLE 2026. 7. 3. 09:10
제43회 고령사회포럼
<돌봄 전환 시대의 한국: 누가 어떻게 돌봄을 제공할 것인가?>

노인과학 연구자들의 학술 연합체인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지난 6월 17일 '제43회 고령사회포럼'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개최했다.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저출산·고령사회 진입 이후 건강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양한 노인 관련 이슈를 심층적으로 연구·분석하고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왔다. 이번 포럼은 <돌봄 전환 시대의 한국: 누가, 어떻게 돌봄을 제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체계의 변화와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 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주요 발표는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AIP(Aging in Place) 실천을 위한 돌봄 정책과 방향' ▲김동익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의 '노인 돌보미 봉사시간 저축은행(SCTB) 서비스' ▲정은하 서울시복지재단 팀장의 '지역사회 고령친화적 환경 조성과 돌봄 사례' 순으로 진행됐다. 매거진HD는 이번 '제43회 고령사회포럼'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돌봄 정책과 지역사회 기반 돌봄 모델의 방향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AIP 실천을 위한 돌봄 정책과 방향'
_석재은 교수(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노인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떠나지 않고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는 'AIP(Aging in Place,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단편적인 행정연계 수준을 넘어 '조직·재정·서비스'가 하나로 움직이는 실질적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지난 6월 17일 개최된 '제43회 고령사회포럼'에서 'AIP 실천을 위한 돌봄정책과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석 교수는 2026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통합돌봄법)」이 본격 시행되었으나, 여전히 공급 부족과 제도적 칸막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석 교수는 AIP의 개념을 단순히 '시설에 가지 않고 집에서 버티는 것'이라는 좁은 정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 등 국제사회의 관점을 종합하면, 진정한 AIP는 "노인이 신체적·정신적 기능 변화를 겪더라도 익숙한 장소에서 안전, 자율, 정체성,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삶을 지속하는 상태"를 뜻한다.
즉, 개인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주거 환경, 보건의료, 장기요양, 이동성, 사회적 관계망 등 공적·비공적 지원체계의 '적합성'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석 교수는 "AIP는 재가라는 장소 자체가 아니라, 그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조건들의 결합"이라며 "통합돌봄의 역할은 이 조건 사이의 병목(Bottleneck)을 찾아내고 제도와 재정을 정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돌봄 수급자는 전체 노인의 약 14.3%(147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현행 돌봄 체계는 심각한 분절성을 겪고 있다. 2026년 3월 법 시행으로 지자체가 통합돌봄의 중심 주체로 명문화되고 법적 틀은 갖추어졌지만, 실질적인 재정과 권한은 여전히 각 제도에 잔류해 있어 '행정연계형'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석 교수는 현행 체계의 핵심 문제로 12가지 병목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방문진료·방문간호·야간긴급돌봄 등 핵심 서비스 공급 절대 부족,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지자체 사업 간의 '제도적 칸막이', ▲지자체의 실질적 서비스 구매권 및 계약 권한 부재, ▲사례관리자(읍면동·공단·기관 등) 분산으로 인한 최종 책임주체 불명확, ▲재가돌봄 강화로 의료비가 절감되어도 지자체로 환류되지 않는 '재정 분절과 비용 전가' 현상 등이 도출됐다.
이로 인해 병원에서 퇴원한 노인이 지역사회 대응 공백으로 인해 가족 돌봄이 붕괴되고, 결국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조기 입소하게 되는 '경로의존적 악순환(Death Spiral)'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 교수는 패러다임을 '서비스 연계 중심'에서 '책임공급 및 삶의 결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구체적인 12대 개선 과제와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가 장기요양 공급체계의 3층 구조 개혁'이다.
-1차 생활지원층: 생활권역별 '통합재가서비스기관'을 육성해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기본 케어매니지먼트를 묶음으로 책임 공급한다.
-2차 의료연계층: 의료권역 단위의 '재택의료-간호센터'를 통해 방문진료·간호·재활을 결합해 재입원을 예방한다.
-3차 공공조정층: 시군구 통합돌봄 전담조직이 주거·이동·식사 등 고난도 사례와 재정을 총괄 조정한다.
특히 실질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 '전환기 집중케어 가상 공동기금'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건강보험(재택의료), 장기요양보험(방문요양·단기보호), 지자체 예산(주거·식사)을 대상자의 상태와 퇴원 후 90일 등의 '에피소드(Episode)' 중심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실제 회계는 분리하되, 대상자 선정과 케어플랜 수립, 성과평가는 공동으로 수행해 제도 간 비용 전가를 막고 예방적 투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아울러 단종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재가기관 대상 '등록형 월정액 선지급 계약제'를 도입하고, 단순 행정 처리가 아닌 실질적인 조정 노동을 보상하는 '케어매니지먼트 독립 수가' 신설도 촉구했다. 또한 2025년 기준 18만 명을 넘어선 가족요양보호사 등 가족돌봄자를 제도의 공식 구성원으로 인정해 '휴식지원'과 '돌봄을 맡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 교수는 이러한 대전환을 실천하기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기(2026~2027년)에는 시군구 전담조직 배치 및 통합 욕구평가 도구 표준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기(2028~2030년)에는 거점형 통합재가기관 육성, 전환기 가상 공동기금 도입, 지자체 구매·계약권을 강화하며, ▲장기(2030년 이후)에는 건강보험·장기요양·지방돌봄 재정의 구조적 연계를 완성하여 '보편적 기본돌봄 체계'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석재은 교수는 "통합돌봄은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제도'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복잡한 제도들이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해 작동하도록 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결단과 제도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노인 돌보미 봉사시간 저축은행(SCTB) 서비스'
_김동익 석좌교수(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 앞에 돌봄이라는 거대한 숙제가 놓였다. 노인 인구는 폭증하는데 이를 떠받칠 인력과 재정은 한계에 다다랐다. 김동익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이 난제의 해법으로 발상의 전환을 제시했다. 50·60대 은퇴자의 시간을 사회의 자산으로 바꾸는 '노인 돌보미 봉사시간 저축은행(Senior Care Time Bank, SCTB)'이 그것이다.
김 교수가 진단한 현실은 냉정하다. 2025년 9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3%에 이르렀다. 고령사회(14%)에서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년. 일본(10년)과 캐나다(14년)를 앞지른 세계 최단 기록이다. 2036년에는 전체 인구의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남(27.2%)·경북(26.0%)을 비롯한 9개 시·도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지역 간 돌봄 인프라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수요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감당할 인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양보호사 수급은 2023년 기준 30%가 부족하고, 평균 연령은 58.3세까지 높아졌다. 종사자의 절대다수가 여성(94.9%)인 성별 편중도 심각하다. 김 교수는 "기존 돌봄 체계가 붕괴 직전에 있음을 시사하며, 새로운 대체 돌봄 인력 발굴이 시급하다"라고 경고했다.
재정 압박은 더욱 가파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은 2009년 1.9조 원에서 2023년 13조 원으로 불어났고, 2030년에는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중증·요양 중심의 설계 탓에 장기요양보험 전(前)단계 대상자는 돌봄 사각지대에 남는다. 공적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셈이다.
SCTB의 핵심: 시간을 화폐로 저축하다
김 교수가 제안하는 SCTB의 출발점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내가 제공한 노인 돌봄 봉사 시간이 미래의 나의 돌봄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봉사 1시간을 1 타임 크레딧(Time Credit)으로 적립하고, 훗날 본인이나 가족이 돌봄이 필요할 때 이를 인출해 무상으로 서비스를 받는 구조다. 적립한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거나 기부할 수도 있다. 시장 화폐가 아닌 '시간 자본'에 기반한 새로운 돌봄 복지 인프라인 것이다.
핵심 인력으로는 사회 경험과 전문 지식을 두루 갖춘 건강한 50·60대 퇴직자와 은퇴자, 이른바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목됐다. 이들에게 SCTB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여러 의미를 갖는다. 풍부한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이자, 현재의 봉사자가 미래의 수혜자가 되는 재취업·노후 준비의 선순환이며, 퇴직 후 상실감을 딛고 사회적 소속감을 회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중년 세대와 노인 세대를 잇는 '동병상련'의 연대 또한 기대 효과로 꼽혔다.
김 교수는 이를 "For every hour given, you earn an hour in return(베푼 한 시간만큼 되돌려 받는다)"는 타임뱅킹 철학에 바탕을 둔 'K-시니어 케어 타임뱅크' 국가 모델로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SCTB는 참여부터 수혜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6단계 프로세스로 설계됐다. ①봉사자가 보건복지부 인증 교육을 이수해 플랫폼에 등록(참여)하고, ②매칭된 노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봉사)한 뒤, ③봉사 시간을 타임 크레딧으로 전환해 계좌에 자동 저축(저축)한다. 이어 ④양방향 평가와 피드백으로 품질을 관리(평가)하고, 봉사자가 돌봄이 필요해지면 ⑤적립한 크레딧을 인출(인출)해 ⑥무상 돌봄 서비스를 받는(수혜) 식이다.
운영은 보건복지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밀착형 운영', 그리고 50·60대 봉사자의 '서비스 수행'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거버넌스로 짜였다. 복지부는 전국 통합 플랫폼과 교육 표준화, 법령 정비를 맡고, 지자체는 봉사자 모집과 매칭·교육·협의체 운영을 담당한다.
주목할 점은 서비스 영역을 분명히 그었다는 것이다. SCTB는 가사·식사·외출 동행 등 일상생활 지원, 말벗·정서 교류 같은 정서·활동 지원, 안전·안부 확인, 디지털 정보화 교육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집중한다. 반면 투약·의료 처치·물리치료·방문 간호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은 철저히 배제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상호보완 관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 교수는 SCTB가 허황된 구상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국내외 사례를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2002년 도입된 영국 'TimeBanking UK'가 대표적이다. 중앙 조직의 표준화된 인프라와 지역 센터의 현장 운영을 이원화해 누적 회원 2만 5,000여 명, 누적 봉사 679만 시간의 실적을 쌓았다. 참여자의 80%가 지역사회 소속감을, 74%가 우울감 완화를 경험했다는 정성적 성과도 뒷받침됐다. '모든 사람은 자산'이라는 철학으로 1995년 시작해 48개국 5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미국 'TimeBanks'도 글로벌 표준 사례로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2005년 시작된 구미사랑고리공동체가 1시간 봉사를 1고리(약 5,000원 가치)로 운영하며 한국형 타임뱅크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케어뱅크'는 2015년 이후 누적 5만 4,900여 명의 봉사자를 모았다. 다만 김 교수는 기존 모델들이 청년층 중심의 단발성 참여에 그치거나 사업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던 점을 한계로 짚으며, SCTB는 자발적 참여 동기가 가장 높은 50·60대를 핵심 인력으로 삼아 차별화한다고 강조했다.
기대 효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50·60대 비경제활동인구 약 490만 명 가운데 제도 초기 10~12%만 참여해도 연간 49만~59만 명의 신규 돌봄 인력이 창출된다. 이를 봉사 시간과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연간 9,709억 원에서 1조 1,690억 원의 공적 예산 대체 효과가 발생한다. 제도가 성숙해 참여율과 봉사 횟수가 늘면 그 효과는 최대 약 3조 8,836억 원까지 확대된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 천문학적 수준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교수는 SCTB를 'One Action -> Multiple Benefits'로 요약했다. 한 번의 봉사가 ▲노인 돌봄 인력 부족 해소 ▲중년 사회의 역동성 회복 ▲생산적 노화 실현 ▲동병상련을 통한 돌봄의 질적 상승으로 동시에 이어진다는 것이다. 독거노인 정기 케어와 안부 확인을 통해 고독사를 막는 사회 안전망 기능까지 기대된다.

'지역사회 고령친화적 환경 조성과 돌봄 사례'
_정은하 팀장(서울시복지재단)
정은하 서울시복지재단 팀장은 이번 포럼에서 '지역사회 고령친화적 환경 조성과 돌봄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며 돌봄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 전환을 제안했다.
정 팀장은 먼저 돌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데서 출발했다. 인간은 누구나 취약한 시기에 누군가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왔다. 이런 의존은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이다. 정 팀장은 김희강·키테이·트론토 등 돌봄 윤리 연구자들의 논의를 빌려, 돌봄을 "단순히 누군가를 보살피는 개인적 행위를 넘어 우리의 세계를 유지하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인류가 수행하는 필수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 관점에 서면 돌봄을 둘러싼 모든 전제가 바뀐다. 제공 주체는 가족과 여성의 사적 희생에서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연대적 공공성으로, 대상은 취약계층에서 생애 전반의 보편적 욕구로, 돌봄 내용은 신체적 수발에서 사회적·심리적·정서적 통합 보호로 확장된다. 무급의 '그림자 노동'으로 저평가되던 돌봄은 정당한 보상과 노동권이 보장되는 전문 노동으로 재평가되고, 수행 공간 역시 시설 격리에서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AIP)'로 옮겨간다. 정 팀장은 이를 "고립된 사적 돌봄(과거)에서 공적 돌봄의 확장(현재)을 거쳐 사회운영의 원리(미래)로 나아가는 흐름"으로 정리했다.
정 팀장이 두 번째로 짚은 개념은 고령친화도시다. WHO가 주도하는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는 1991년 '노인을 위한 UN 원칙'에서 출발해 2010년 본격적인 네트워크로 결성됐고, 2025년 기준 전 세계 57개국 약 1,750개 도시가 가입해 있다. 한국에서도 9개 광역지자체와 56개 기초지자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핵심은 고령친화도시가 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 팀장은 명칭 속 'Age(고령)'가 노인(Elder)이 아니라 '연령 그 자체' 또는 '나이 들어가는 상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노화를 개인의 신체적 쇠퇴나 질병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살아가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바라보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GNAFCC가 제시하는 외부환경·교통·주거·사회참여·시민참여·존중·정보·건강이라는 8대 영역은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을 아우르며, 활기찬 노년(Active aging)과 세대 통합, 그리고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목적으로 삼는다.
세 번째 장에서 정 위원은 한국 돌봄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인구 고령화에 대응해 돌봄 제도와 인프라는 양적으로 크게 늘었지만, 일관된 패러다임 없이 나열식으로 도입되면서 문제가 누적됐다는 것이다. 대상별·욕구별로 서비스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추진 부서가 제각각 분화됐고, 칸막이 행정 탓에 영역 간 분절이 심화됐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노인장기요양, 노인맞춤돌봄, 재가노인지원, 돌봄SOS 등 제도마다 신청·접수·판정·선정·제공 절차가 모두 달라, 이용자는 본인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운영 주체에게 일일이 문의해야 한다. 인터넷을 뒤지고 기관에 전화를 돌리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가능한지, 어떻게 신청하는지"를 직접 알아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와 지자체·민간기관이 횡적·종적으로 얽히면서 서비스 연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네 번째 장에서 정 위원은 고령친화도시 8대 영역이 실제로 돌봄과 융합된 국내외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했다.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는 주거·의료·복지·상업을 한데 모은 싱가포르의 캄풍 애드미럴티, 노인·장애인·어린이·외국인이 세대와 배경을 넘어 어울리는 일본 가나가와현의 카스가이다이센터센터가 '고령친화 공생 모델'로 제시됐다.
세대를 잇는 주거 공유 사례도 눈길을 끈다. 빈방이 있는 노인이 청년에게 집의 일부를 내주고 청년은 교류 활동으로 보답하는 프랑스의 '연대적 세대 간 동거', 서울의 '한지붕세대공감', 요양원 유휴 공간에 대학생이 무료로 거주하며 어르신의 말벗이 되는 네덜란드 휴메니타스 요양원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고령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받도록 동선과 시스템을 최적화한 노인친화병원, 농어촌의 백원·천원택시와 세종시 이응패스 같은 이동권 보장 사례도 함께 다뤄졌다.
사회적 인프라 영역에서는 살던 곳에서 주민 네트워크로 일상을 함께 해결하는 미국 보스턴 비컨힐 빌리지, 이웃을 돌본 시간을 저축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시간은행이 주민 주도형 상호부조 사례로 꼽혔다. 치매 노인이 직접 일하며 존엄성을 지키는 초록기억카페, 돌봄 제공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서울의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처럼 정서적 포용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사례도 소개됐다.
다섯 번째 장은 흩어진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정 팀장은 서울시 돌봄SOS가 사각지대의 긴급 욕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했지만 일시적·긴급 대응 중심으로 설계돼 지역사회 전체의 통합돌봄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요양시설을 새로 짓는 대신 주거와 돌봄을 하나의 연속체로 설계한 덴마크의 주거-돌봄 정책, 보건의료·요양·일상생활·주거를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한국의 지역사회통합돌봄(2026년 3월 시행), 신청 창구를 하나로 합친 호주의 마이 에이지드 케어(My Aged Care)가 연계·통합 모델로 제시됐다.
거버넌스 구축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안됐다. 정 팀장은 외부환경·교통·주거 같은 물리적 영역은 광역 단위의 거시적 기획이, 근로·여가·존중·정보 같은 사회적 영역은 인구 30~40만 명 규모의 자치구 단위가 적절하다고 봤다. 서울시처럼 큰 도시의 AIP 전략은 광역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초가 생활권 관계를 다지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결론에서 고령친화도시의 8대 영역은 사회운영 원리로서의 돌봄이 구현되는 공간적·제도적 틀이 되고, 돌봄은 그 여덟 영역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핵심 동력이자 철학적 기반이 된다. 활기찬 노년을 지향하느라 수동적인 '돌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고령친화도시도, 돌봄을 사회운영 원리로 이해하는 순간 돌봄사회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고립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환경. 그것을 만드는 일이 곧 돌봄이자 고령친화도시의 목표라는 정 팀장의 진단은, 분절된 제도를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향해 다시 엮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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