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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팀장의 병원디자인 라운딩] 병원의 철학은 어떻게 공간에 담기는가ARTICLE 2026. 7. 3. 06:03
병원의 철학은 어떻게 공간에 담기는가
환자와 구성원을 응원하는 브랜드 디자인공간은 기능과 목적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사용자와 구성원의 철학과 가치를 구현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상업 공간이나 기업 사옥 디자인에서 조직의 철학과 정체성을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즉, 공간은 더 이상 기능만을 수행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병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기능적 공간인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삶의 희망을 되찾는 곳이며, 수백 명의 다양한 직군이 협업과 조화를 이루며 가치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그렇기에 병원은 어느 곳보다 사람과 가치, 그리고 철학이 중요하게 담겨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공간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통해 병원을 경험한다. 내부 구성원 또한 매일 머무는 공간 속에서 조직의 문화를 체감하고 소속감을 형성한다. 결국 공간은 병원의 철학을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매체이자, 병원이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물론 병원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늘 공간이 부족하다. 각종 인증과 평가를 위한 안내 정보는 벽면을 가득 채우고, 환자와 직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환자 중심의 서비스와 의료진의 헌신 등 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내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병원의 브랜드는 로고나 슬로건 같은 선언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작은 전시와 메시지, 하나의 디자인 캠페인이 환자와 구성원을 응원하고 병원의 철학을 전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될수록 병원의 가치와 문화는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축적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조직의 가치를 체감하고 환자들이 그 진심을 경험할 때, 비로소 그 병원만의 브랜드가 완성된다.

▲ 울산대학교병원의 '1st Dream Team' 전시 공간. 의료질평가 등 각종 평가 성과를 공유하는 곳이다. 
▲ 인사팀 및 홍보팀과 협업하여 매년 선정된 우수 직원을 직원식당 앞에 게시하고 있다. 진정한 브랜드 디자인은 외부 홍보에 앞서 내부 구성원을 먼저 응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병원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브랜드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병원의 성과는 화려한 건물이나 첨단 장비가 아닌, 그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 환자가 직접 남긴 글을 기반한 울산대학교병원의 「고객추천 명의」 시리즈 
▲ 환자 제안 개선사항 게시물 구성원을 응원하는 것이 병원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한 축이라면,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병원의 가치는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는 결국 환자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병원의 철학은 환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될 때 더욱 깊은 진정성을 갖는다. 울산대학교병원은 환자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단순한 게시물에 그치지 않고 재구성하여, 원내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와 SNS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환자에게는 자신의 경험이 존중받는다는 의미를,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일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새기게 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병원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은 환자와 구성원을 응원하고, 병원이 추구하는 가치가 사용자들의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러한 고민과 실천이 병원 디자이너가 지향해야 할 모습일 것이다.
글. 김지혜 팀장 (울산대학교병원 공간디자인팀)

김지혜 팀장
- 울산대학교병원, 공간디자인팀 팀장 (2020-현재)
- 울산과학기술원, 과학문화융합 전시 컨텐츠 개발 연구원 (2018-2020)
- Solidlight, INC. Experience Designer (2013-2017)
- The Philadelphia Zoo Exhibit Design Intern (2012)
- Fireman's Hall Museum Exhibit Design Intern (2011)
AWARD & HONORS
-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 (2026)
- 국제과학관심포지엄, 우수논문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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