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케어트렌드 / ESG] 회복은 치료실 밖에서 시작된다ARTICLE 2026. 1. 1. 18:26
회복은 치료실 밖에서 시작된다
건강은 더 이상 병원 안에서만 관리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걷는 길, 머무는 공간, 마주하는 빛과 소리 속에서 이미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금씩 조율하고 있다. 최근 헬스케어 디자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료 이후의 삶이 아니라, 치료 이전과 그 사이의 일상까지 돌보는 환경이 곧 웰빙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웰빙(Well-being)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건강이 의학적 처치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개인이 놓여 있는 환경과 경험의 총합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헬스케어 환경 분야에서 공간이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왔다. 심리학자 로저 울리히(Roger Ulrich)의 연구에 따르면,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병실에 머문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진통제 사용량도 적었다. 이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요소임을 의미한다.

명지병원 암센터의 치료실 전경 이러한 관점은 최근 병원, 요양시설, 호스피스, 웰니스 센터 디자인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차가운 인공 조명 대신 자연광을 유도하고, 소음을 줄인 동선 계획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몸이 아플 때 더욱 예민해지고, 환경의 작은 자극에도 쉽게 지친다. 진정으로 좋은 헬스케어 디자인은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편안한 상태’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 아산 병원의 아름다운 산책 코스 웰빙 중심의 헬스케어 디자인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긴장과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에 가깝다. 복잡한 안내 체계 대신 직관적인 동선, 위압적인 공간 규모 대신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스케일, 병원의 기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존중하는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요소들은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의료진의 스트레스까지 완화시킨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진정한 치유 환경이 완성된다는 사실은 헬스케어 디자인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웰빙으로 확장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헬스케어 디자인의 변화는 환자 개인의 경험을 넘어, 돌봄이 이루어지는 관계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치료를 받는 사람뿐 아니라 곁을 지키는 보호자, 그리고 하루 대부분을 병원 안에서 보내는 의료진까지 모두가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긴 복도를 따라 쌓이는 피로감, 쉴 곳 없는 대기 공간에서의 긴장감은 보이지 않게 감정과 태도에 스며든다. 반대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외부 정원이나 햇빛이 드는 휴식 공간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마음과 정신을 치유한다.
결국 헬스케어 디자인이 지향하는 웰빙이란 엄청나게 대단하고 눈에 띄는 치유의 장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과정이 조금 덜 힘들어지도록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헬스케어 디자인은 병원이라는 특정 장소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걷는 길의 완만한 경사, 잠시 머물 수 있는 작은 쉼터, 마음을 진정시키는 자연 풍경과 같은 우리 주변의 많은 요소들이 잔잔하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렇게 설계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건강과 웰빙 HEALTHCARE DESIGN
힘찬TEAM 차규원
728x90'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ISSUE] 2025년 12월 의료복지건축포럼 및 제31회 정기총회 개최 (0) 2026.01.02 [BOOK 신간소개] 혁신적 품격사회: 대한민국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1) 2026.01.02 [Amy Han의 젊은 의사 시리즈]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코라솔리드 김완기 대표님 (1) 2026.01.01 [송창민 푸드애널리스트의 건강한 맛집] 맛과 멋의 공명(共鳴), 한남동 '쥬에(Jue)' (1) 2026.01.01 [최길수 작가의 이달의 힐링아트] 새벽 첫 빛처럼 희망 가득한 한 해 되세요 (0) 2026.01.01 [조병규 건축가의 시짓고 집짓고] 익어가는 집 (0) 2025.12.30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운동은 몸이 아니라, 삶 전체에 관한 이야기다 (0) 2025.12.30 청두의 GAGGNAU & NEXT125 체험 매장 (0)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