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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력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대림성모병원 (상)volume.50 2024. 9. 2. 23:48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끌어간 김성원 이사장
지역 병원 그 이상의 특화된 종합병원으로 성장시키다!‘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흐름에 맞춰 살면 적은 노력으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리 대비하는 사람에게 찾아올 뿐이다.’_<3년 후, 당신의 미래>
얼마 전, 대림성모병원의 김성원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3년 후, 당신의 미래>라는 책의 내용 중 한 구절이 떠올랐다. 김성원 이사장은 현재 국내 유전성 유방암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지만,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분야였다. 특히 유전자 검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너무나 강했던 터라 의사들조차 굳이 찾아서 공부하려고 들지 않았던 학문이었다. 하지만 김성원 이사장의 판단은 달랐다. 아버지인 대림성모병원 김광태 회장이 외과 의사이기도 했지만, 외과적인 부분과 내과적인 부분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과 의사의 매력을 느꼈고, 또 언젠가는 대림성모병원을 맡게 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에, 그 규모에서 대학병원급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유방암을 선택했으며, 아무도 하지 않았던 유전성 유방암으로 안목과 시각을 넓힌 것이다. 지금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질병 위험성, 약물 대사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너무나 당연한 검사가 되어버렸다. 특히 얼마 전 매거진HD에 소개된 바 있지만, 지금은 치료 의학에서 예방 의학, 정밀의학 시대를 열고 있기에 유전자 검사가 너무나 중요해진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개원 멤버이기도 했던 김성원 이사장은 그곳에서 유방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대림성모병원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유방암을 확장시켰다. 올해 7월, 방사선종양센터와 함께 종합병원급에서는 국내 유일한 ‘유방암병원·갑상선병원’의 2개의 특성화병원을 오픈하며 새 시작을 알렸다. 더욱이 국내 최초 유방·갑상선 특화 종합병원으로서 대림성모병원이 새 모델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김성원 이사장은 대림성모병원의 가장 큰 성장의 변화로 “병원다운 병원이 됐다”라고 말했다. 올해 6월까지 총 330케이스를 수술할 정도로 현재 전국에서 많은 환자들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림성모병원 주변에는 3개의 대학병원과 여러 개의 중소병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김성원 이사장이 90년대 후반부터 차근히 준비해 온 유전성 유방암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누구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묵묵히 기다려온 김성원 이사장은 현재 KOHBRA(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팀) 총괄 책임자로서 또 하나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는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능력도 필요하다’라고 말한 만큼, 김성원 이사장은 과거 시대의 흐름을 읽고 꿰뚫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시대의 흐름을 만들고 이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인터뷰이.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이사장
글. 박하나 편집장
1. 대림성모병원은 지난 1969년 개원해 55년 동안 국내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처음에 영등포기독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요. 대림성모병원의 설립 배경과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처음 아버지가 개원하셨던 당시에는 이렇게 큰 병원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몇 베드 안 되는 작은 병원이었거든요. 아버지는 외과 의사셨는데, 당시에 외과 의사는 내과나 소아과, 산부인과, 심지어 뇌 수술까지도 진료를 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병원은 꾸준히 지역사회 병원으로 자리를 잡아갔고, 서서히 키워나가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죠. 1970년 ‘대림성모병원’으로 개명 후, 1976년 6월 현재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고, 이 건물에 증축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현재는 또 하나의 새로운 건물을 옆에 세웠습니다.
아버님의 철학은 ‘늘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생각을 의료진의 입장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의료진에게 편할 것인지, 아니면 환자가 편할 것인지는 좀 다른 얘기인데, 아버지는 지금도 계속해서 환자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시는 것 같아요. 늘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의 모든 직원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하다 보면 내가 편한 쪽으로 자꾸 움직이게 되는데, 그러다가 또 생각을 달리하면서 계속해서 바뀌어 나가는 것이죠.
2. 이사장님께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으로 계시다가 대림성모병원으로 오시면서 유방특화 종합병원으로 성장시키셨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유전성 유방암 연구 총괄 책임연구자로서 국내 유전성 유방암 치료 분야의 시스템도 만드시는 등 많은 일들을 해오고 계신데요. 정확히 유전성 유방암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인 유방 절제술을 한 이유가 유전적인 요인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질환이 없는 사람들도 유방암을 미리 예방하거나 또 적극적으로 다른 종류의 암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환자들에게 유전자 검사의 장·단점을 비롯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또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는 가족력 검사를 해야 하며, 그에 따른 예방적인 수술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등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유방암을 전공하면서부터 그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사실 제가 공부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때였고, 심지어는 유전자 검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지방에서는 그 집안 자체가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던 때였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여러 연구를 통해 의료진들이 “이 검사가 단순히 궁금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라는 부분으로 설득하기 시작했고, 이후 점점 발전하면서 지금은 굉장히 너무나 당연한 검사가 돼 버렸죠.
그만큼 유전성 유방암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예방적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다 필요한 것은 아니고 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환자가 얼마나 유방암 예방을 위한 니즈가 있는지, 동기부여는 얼마나 되는지, 가족력이 얼마나 되는지, 또 환자가 우울증에 빠져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이런 모든 부분까지도 다각도로 고민해 보고, 또 오랜 논의를 통해서만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사실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환자의 선택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통 영어로는 shared decision making(공유된 의사 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정보를 환자와 공유하고, 그 공유한 정보를 토대로 해서 환자가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의료진이 도와주는 것이죠. 의료진이 “당신은 유방을 절제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스스로 선택함에 있어 좋은 정보들, 올바른 정보들을 주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볼 수가 있죠.
이것은 사실 의사가 전부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전문적인 유전 상담사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문적인 유전 상담사가 갖춰져 있는 병원이 그렇게 많지 않고, 또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는 KOHBRA(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팀) 총괄 책임자로 전국에 있는 병원을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병원에서는 박사급의 유전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유전 상담이나 또 어떤 유전자의 변이를 해석하는 유전자 검사 결과지가 온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해석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 해석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박사급의 유전 상담사가 우리병원에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 것이죠. 예를 들어서 질병과 연관이 있는 변이가 아닌데 그렇게 오해해서 의료진이 예방적으로 가슴을 절제했다면 그것은 되게 큰 일이잖아요. 사실 그 사람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아닌데 예방적인 수술을 했다면 불필요한 일을 한 거니까 굉장히 불행한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잘 해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거기에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박사급의 유전자 상담사가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병원의 선생님은 박사를 따신 분이고 또 유전 상담을 공부하셔서 계속 저하고 같이 일하고 있죠. 보통 이분들은 바이올로지(biology, 생물학)를 주로 전공하신 분들이 하십니다. 그리고 유전 상담을 같이 공부하신 분들도 있고, 아니면 간호사가 또 그런 공부를 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좋은 직업군입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유전 상담사가 유전 상담을 하면서 올바른 수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유전 상담사가 유전 상담을 해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발전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3. 대림성모병원은 얼마 전, 방사선종양센터와 함께 종합병원급으로는 국내 최초 ‘유방암병원·갑상선병원’의 2개의 특성화병원을 오픈하며 새 시작을 알렸습니다. 특히 국내 유일 유방·갑상선 특화 종합병원으로서 대림성모병원이 새 모델이 될 수 있을 텐데요. 현재 어떠한 특화된 면모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차별점을 꾀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유방암병원, 갑상선병원으로 이렇게 이름 붙인 곳은 종합병원 급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유방암도 잘하고 있었고, 갑상선병원은 훨씬 오래전부터 잘하고 있었던 병원입니다. 우리가 이번에 기존의 유방센터에 방사선종양학과가 새로 생기면서 사실 완벽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병원으로서의 모양새가 완전히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센터라는 이름을 많이 쓰는데 요즘 대학에서도 이제 암병원 혹은 뇌병원 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래서 병원의 이름으로 레벨업 시키면 조금 더 전문성을 띠게 되고, 우리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병원 내에 또 다른 특성화 병원을 만든 것이죠.
4. 빅5 병원의 유방암 센터와 대림성모병원의 유방암병원을 비교하자면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일단 암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질환은 전문성과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질환에서 전문적이면서도 굉장히 순발력이 좋으면 환자는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순발력이 좋은 곳은 의원입니다. 그리고 클리닉이라고도 합니다. 의원은 환자가 오면 바로바로 검사해 주는데, 그날 조직 검사하고 필요하면 맘모톰까지 가능한 순발력이 좋은 곳입니다만, 전문성은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조직 검사를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는 경우도 많고, 또 그것을 판독하는 병리과 의사가 없어 외부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수술실이나 장비들이 완벽하게 구성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원은 전문성이 좀 떨어지지만, 순발력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경우 전문성은 말할 것 없이 너무나도 좋지만, 순발력에서 많이 떨어집니다. 규모는 크지만, 그 규모에 맞게 여러 진료과를 운영하다 보니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림성모병원은, 구조적으로 당일 초음파를 실시하고, 결과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면 바로 조직 검사를 하고, 또 우리 병원 안에 병리과 의사가 있기 때문에 이틀 만에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해서 유방암이라고 확진되면, 그다음 단계의 검사를 순발력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전문성으로 따졌을 때는 사실 대학병원보다 많은 유방 전문 영상의학과 의사도 있고, 또 혈액종양내과 의사,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유방외과 의사도 5명이나 있고, 유전 상담사를 포함해서 모든 구성원이 오히려 대학병원보다도 퀄리티 좋은 의료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면에서도 당연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있을 때보다도 지금 더 높은 퀄리티로 진료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의료 대란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아주 많은 환자가 우리 병원에 오고 있습니다. 보통 한 달에 한 20명에서 30명 정도가 왔다면, 3~4월에는 100명 가까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못 하니까 우리 병원으로 보내 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볼 수 있죠. 분당서울대병원에서도 근무했으니까요.
그만큼 우리병원은 모든 의사가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공의가 한 명도 없고 펠로우도 없어요. 우리가 일하는 곳에 있는 모든 과의 의사는 100% 전문의입니다. 대학병원에 가면 펠로우도 있고 전공의도 있습니다. 특히 이 사람 저 사람 손 바뀌면서 담당 주치의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는 모두 전문의들이 일하고 있고, 또 그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훨씬 용이하죠. 그래서 순발력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갑상선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의 병상수는 200 베드입니다. 제가 처음 왔을 때 병상수는 400 베드였어요. 그러다가 재원 기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입원을 안 시키면서 병상 수를 점점 줄여나가 보니 현재는 200 베드 정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현재는 110명에서 120명 정도의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하면 얼마나 입원할 것 같으세요? 다음 날 집에 갑니다. 부분 절제를 하면 70%의 환자는 다음 날 집에 가고, 전절제를 하거나 재건 수술을 하면 좀 입원 기간이 길어지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수술이고 대학병원에 굳이 가야 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중환자실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간이식이나 굉장히 위험한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수술의 중증도는 맹장 수술보다도 낮습니다. 위험도가 수술 자체에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라든지 사망률이나 치사율은 맹장 수술보다도 낮기 때문에 병이 암이라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 치료 자체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5. 그렇다면 이사장님께서 외과에서 유방암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사실 유방암을 선택한것도 외과를 선택한 것도 저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95년도에 인턴을 마치고 96년도부터 레지던트 생활을 했는데 그때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 외과를 선택한 것은 아버지가 외과 의사이기도 했고 또 외과 의사는 외과적인 부분, 내과적인 부분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외과를 선택한 것입니다.
외과 중에서도 과거에는 위암 그다음에 간암, 췌장암 분야가 1등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언젠가는 대림성모병원에 올 것으로 생각했고, 그렇다면 대림성모병원 규모에서 대학병원급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질환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이죠. 일단 첫째로, 합병증이 많으면 안 되고, 둘째로 너무 많은 중환자가 발생해서도 안 되며, 또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늘어나는 질환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위암 같은 경우나 자궁 경부암 같은 경우에는 줄어드는 질환이거든요.
그런데 유방암은 선진국형 암이기 때문에 증가하는 암이고, 중증도가 떨어지며 이 정도의 규모에서 충분히 대학병원보다 나은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96년도에 결정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진 것입니다.
6. 지금 이사장님이 대림성모병원에 오시고 나서 정말 많은 대대적인 개편과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큰 성장의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병원다운 병원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역 병원으로서 스타트해서 쭉 성장해 왔는데, 과거에는 대림성모병원에 전공의만 70명이었던 병원이었습니다. 의사들은 4~50명 되는데,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70명으로, 어마어마한 교육·수련병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죠. 왜냐하면 대학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레지던트들은 거의 대학병원 쪽으로 가게 되고, 환자들도 대학병원을 선호하게 됩니다. 특히 이 지역에 병원이 아주 많습니다. 보라매병원, 강남성심병원, 고대구로병원이 삼각형으로 우리 병원을 둘러싸고 있고,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이나 홍익병원, 명지성모병원 등의 중소 병원도 있어서 인구도 많지만, 병원도 많은 곳이어서 사실 지역사회 병원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대림성모병원이 갑상선암으로 치고 나가면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했는데, 갑상선암도 또 한 번 철퇴를 맞았습니다. 과잉 진료 논란이 있어 환자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길을 잃은 병원이 된 것이죠.
이후 제가 들어오면서 ‘기본은 하겠지만, 지역사회 병원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는 판단을 했고, 결국 제가 90년대 후반부터 준비해 온 유방암을 이곳에 확장하고 키우면서 전국에서 많은 환자가 몰려오는 병원이 되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지역 병원으로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일은 드문 일이잖아요. 정말 드문 일인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큰 변화는 ‘지역 병원 그 이상의 특화된 종합병원으로서 성장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7. 현재 방사선종양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방사선종양센터는 7월 1일에 오픈했습니다. 사실 5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발생하고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올해 오픈하게 됐습니다. 특히 1년 전에 건물을 올리면서 기존의 건물과 연결을 했고요. 현재 건물이 사실은 기존의 건물에 연결된 다른 건물의 지하입니다. 그 건물 지하에 빌딩을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층고가 높은 지하가 필요하고, 또 차폐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7월에 첫 환자를 시작으로 6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그동안 기다리고 대기했던 환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그렇게 진료했지만, 요즘은 안정화가 됐습니다. 사실 방사선 치료는 유방암 환자의 70% 정도가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입니다. 그만큼 필수적인 치료인데, 그동안 못 하고 있어서 너무 아쉬웠던 부분이었고, 이제 완전히 세팅돼서 환자분들도 편하게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8. 그만큼 방사선종양센터도 구축하시고 대림성모병원이 내세우는 다학제적 시스템과 최첨단 시설들 모두 유방암 환자를 위한 전인적인 케어까지 가능하게 하는데요. 이로 인한 성과나 효과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어디까지 발전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의료 사태 때문에 좀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작년에 우리가 330 케이스 정도의 유방암을 수술했습니다. 올해 6월까지 330 케이스를 수술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입니다. 사실 300 케이스 이상의 유방암을 수술하는 병원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대학병원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500 케이스 이상 넘어가면 정말 많이 하는 것이죠. 숫자가 늘어난 만큼 또 잘 치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 분 한 분을 정성스럽게 잘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9.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으로 계시면서 환자를 진료하실 때와 대림성모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실 때 조금은 다른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여기 와서 가장 큰 어려움은 환자의 눈치를 보게 된 것입니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당연히 ‘나에게 진료를 보러 온 환자가 나한테 수술을 받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가 갑이었죠. 당시는 어떻게든지 저에게 조금 더 일찍 수술받으려고 여기저기서 청탁이 들어오는 일도 있었는데, 대림성모병원에 온 이후에는 제가 환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일들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방암은 워낙 닥터 쇼핑이 많은 질환이어서 환자의 눈치를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굉장히 슬픈 일이죠. 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데 환자의 눈치를 보면서 ‘이 사람이 갈까? 안갈까?, 얼마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또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반면에 초심을 찾게 됐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림성모병원 환자들에 대한 좋은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이제 저를 믿어주는 얼굴, 그런 표정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10명이면 예전에는 한두 명만이 저에게 수술을 받았지만, 이제는 10명 중의 6명, 7명, 8명으로 늘어나면서 굉장히 뿌듯합니다. 사실 환자 한 분의 에피소드보다는 그런 환자의 표정을 보면서 ‘아 이제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내가 열심히 설명했는데 환자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저 역시도 다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럴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을 시작할 당시 제가 오픈 멤버였고, 그때 제 나이가 33살밖에 안 됐어요. 그래서 그런 경험이 익숙하긴 하지만, 쭉 성장했다가 다시 또 아래로 내려가는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변화하는 환자들의 어떤 태도를 볼 때 그게 제일 뿌듯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신뢰감이 쌓인 것이죠. 유방암병원도 공간과 시설을 제대로 다 갖추게 됐고, 사실 환경은 대학병원보다 훨씬 좋다고 자부합니다. 한 층에서 모든 게 해결이 되게끔 동선도 짰습니다. 또 방사선 치료 공간도 너무나 쾌적하고 굉장히 스페셔스하게 저희가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방사선종양센터는 지하의 어두운 곳에 음침한 느낌을 많이 주는데, 저희는 층고도 높고 굉장히 쾌적한 느낌으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10. 대림성모병원은 현재 유방암 환우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SNS 채널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환자들과의 소통의 판로를 넓히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2003년쯤 분당 서울대병원을 오픈하면서부터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그때는 개인적으로 유방암 상담실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환우들과 QnA를 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진료 시간에 아무래도 말씀드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고, 또 집에 돌아가신 후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굳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경우도 많아서 환자와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홈페이지로 하다가 또 블로그로, 최근에는 카카오톡 플러스나 유튜브로 환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소통의 창구가 열린다면 그곳에서도 계속해서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생각입니다.
인터뷰이.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이사장
글. 박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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