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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서울의 상징, 남산 서울타워volume.45 2024. 4. 2. 15:31
들어가며....
남산의 본 이름은 목멱산인데 그 역사로 보나 존재감으로 보나 서울의 상징이다. 자타공인 서울 제1의 관광명소이며 어느 동네, 어느 위치에서 보아도 시시각각 다른 경관과 풍경을 만들어 낸다. 남산이 배경이 되는 서울의 사진이나 그림들은 서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서울타워가 보이는 전망 좋은 사무실이나 가정집의 거실은 선호도가 높고 그만큼 서울시민에게는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남산타워를 중심 혹은 배경으로 한 다양한 풍경들을 계절감을 담아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의 순서로 구성해 보았다. 매월 캘린더 그림을 한 장씩 떼어내는 기분으로 감성을 담은 남산을 스토리와 함께 천천히 즐겨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내친김에 추위가 물러가면 암울했던 겨울을 털어내고 봄기운이 가득한 남산길을 산책해보기를 독자들께 권유한다.
서울에서 자란 사람들 중에 중년 정도의 나이라면 많은 이들이 남산 어린이회관 (현 서울시 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 )이나 그 옆의 가파른 계단과 관련된 젊은 날의 추억이 남아 있을 법도 하다. 이 곳 남산공원에 올라 자신의 과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 첫 날이 되면 시민들이 남산 정상 팔각정에 올라 해돋이를 감상한다. 마침 서설이 내렸으니 좋은 기운이 사방에 가득하다. 어떤 일을 바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이미 좋은 예감이라고 했던가. 벌써 서둘러 올라온 부지런한 이들은 저마다 소망을 기원하며 한 해를 시작하는데 곱게 내린 눈 위에는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간다. 눈 내리는 북촌, 남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도 한옥의 아름다움처럼 적요하고 고즈넉하다.건축가인 내게 서울의 랜드마크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남산과 한강을 꼽는다. 능선을 따라 올망졸망 구성된 보광동과 이태원동의 주거지가 남산과 더불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강변북로 위에 차량들은 어디론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강물 위로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봄은 멀지 않은지 훈훈하다. 강 너머 하얏트 호텔과 이태원동이 보인다.
이제 남산 산책로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사방은 온통 개나리와 벚꽃들로 요란하고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하지만 잠시 짧은 축제를 마친 벚나무들은 이내 꽃잎을 떨구게 될 것이다. 벚꽃엔딩.... 그 처연한 아름다움은 애잔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봄을 보내며 내년을 다시 기약한다.
서울 강북은 최근에 고층건물들이 들어서며 기존의 경관들을 바꾸고 있다. 강북 4대문 안은 시간의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 건축과 새 건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장소다. 특히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서울은 600년의 역사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는다. 앞으로도 옛 것과 새것이 조화로운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낙산이화마을은 서울에서 지대가 높은 성곽 마을이다. 오래된 집들이 오랜 세월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골목길과 급경사 계단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낮은 지붕들과 담벼락도 친근하다. 상쾌한 아침, 남산을 보며 걷는 오늘 하루 출근길의 발걸음은 더욱 가볍고 희망차다.
점차 날씨는 더워지고 가로수 그늘이 좋아진다. 남산순환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이는 용산과 한강 너머의 원경까지 중첩되면서 시야는 멀어진다. 승용차 창문을 열면 아직 바람은 상쾌하다. 전망이 좋은 보행로에는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배낭을 메고 등산복 차림을 한 커플들이 있는가 하면 이따금씩 조깅을 하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서촌에서 보이는 남산의 원경도 친근하다.
서울 중구의 도시풍경은 멋진데 회사원들에게는 감상할 여유가 부족하다. 바쁜 업무지만 가끔씩 밖으로 나가거나 옥상에 올라 바람을 느껴보자. 남산은 변함없이 청록의 싱그러움을 서울 시민들에게 선물한다. 중구 회현동 인근의 건물 사이에도 서울타워가 존재한다.
한남대교를 건너와서 장충동 방향 고가도로를 앞두고 소나기를 만났다. 게릴라성 호우 때문인지 차량정체가 심하지만 차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악쯤으로 여기고 여유를 즐긴다. 이렇게 빗속의 남산을 바라보며 잠시 상상 속에서 주파수가 다른 세계의 여행도 흥미롭다.
해방촌은 남산 첫 마을이다. 해방과 더불어 한국전쟁의 실향민과 이주민이 서울역과 가까운 남산을 임시거처로 활용하며 시작된 서민마을이다. 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 편리한 젊은 문화예술인들과 외국인들까지 모여들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일번지로 자리 잡고 있다. 복잡하고 분주한 골목길 안의 일상과 남산타워가 공존하고 있다. 해방촌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해방촌교회의 십자가 종탑은 멀리 서울타워와 교신 중인 듯 그림 안에서 병치된다.
남산의 나무들이 겨울을 앞두고 마지막 축제를 시작한다. 각자 제일 자신 있는 색상으로 옷을 갈아입고 울긋불긋한 아름다움을 방문객들에게 자랑한다. 연인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을 오르며 변해가는 숲의 만추를 즐기고 사연을 만든다. 아름다운 젊은 날의 추억들을 카메라에 담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후암로 언덕길에는 서울역 인근이라 고층빌딩도 많지만 경사에 따라 작은 집들이 포개져있다. 하루 종일 교통은 복잡한 동네지만 오래된 상가들은 더욱 친근하고 정겹다. 명동 골목도 맛집들의 간판들이 얼굴을 내밀며 서로 자기 자랑을 하느라 분주하다. 눈이 내리거나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계절이 오면 퇴근길에 동료들과 단골 맛집에 들러 뜨끈한 국물과 소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돌아보니 한 해를 또 열심히 달려왔다. 하늘에서 하나 둘 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회현 사거리 앞에는 함박눈이 쏟아져 내린다. 눈 속에 도시 풍경이 함몰되어 가고 어느새 마음은 하얀 동화의 나라로 돌아간다. 명동성당의 새벽 미사를 준비하는 수녀님은 눈 길에 미끌어 질세라 조심조심 발걸음으로 서둘러 성당 앞을 지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 성탄절이 남아있으니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롤이 기다려진다.
맺으며....
남산서울타워와 관련된 여러 풍경들에 대해 스케치와 계절감을 함께 곁들여 보았다. 그림들을 완성하고 나니 일 년 사시사철, 우리 곁에는 남산이 항상 가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날씨가 좋아 전망이 멀리까지 보이는 날이라 팔각정까지 걸어서 올라가 본 적이 있다. 타워 하부 야외 전망 데크 옆 펜스에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들이 결구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연인들끼리 굳게 언약한 사랑의 흔적들은 결연한 표정의 자물쇠처럼 튼실하게 지켜졌을까? 의구심은 들지만 그랬기를 바란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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