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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GF소아청소년과의원 (상)volume.39 2023. 10. 4. 12:37
우리나라 의료계에 ‘혁신’을 주도하고 리드하는
병원 경영의 탁월한 전략가 김우성 대표원장요즘 ‘혁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자칫 식상할 수 있고 흔하게 쓰일 만큼 많이 불리우고 있는 ‘혁신’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가장 어렵고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단어가 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혁신(革新)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고 나와 있다. 그만큼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롭게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GF소아청소년과의원의 김우성 대표원장은, 경영학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 의사들이 혁신에 있어서 되게 소극적이며 보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부분 의사들이 갖고 있는 가장 좋지 않은 단점 중의 하나가 ‘선배가 하는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벤치마킹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잘나가는 선배가 하는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착각 속에 사는 병원장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바로 앞서 언급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기사 본문 내용 중에도 자세히 나오겠지만, 김우성 대표원장은 우리나라 국내 의료계의 상황 속에서 눈앞에 이익을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현실에 공감하는 바가 크기에 ‘혁신’이 그리 쉽지많은 않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혁신’에는 과감한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며, 그중에서 사고의 혁신, 생각의 혁신, 기술의 혁신이 의료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GF소아청소년과의원의 김우성 대표원장은 이러한 ‘혁신’을 과감히 도전하고 실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국내에서 소아과 의사 중 medical MBA 과정을 졸업한 2번째 의사로, 병원 경영에 있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국내 의사들에게 좀 더 나은 병원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자 <세계병원에서 전략을 배운다>와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1, 2, 4, 6권 공저자> 책을 출간한 이후, 지난해 <병원 매출 전략>을 펴내기도 했다.
먼저 김우성 대표원장이 GF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가장 획기적으로 시도한 부분은, 일 베이비 클리닉(ill baby clinic, 아픈 아이들)과 웰 베이비 클리닉(well baby clinic, 안 아픈 아이들)으로 나누어서 진료를 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제가 제일 듣기 싫었던 말 중의 하나가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왔는데, 대기실에 같이 앉아 있던 다른 아이가 장염에 걸린 것입니다. 또 예방접종을 하러 왔는데 대기실에 같이 있던 열이 나는 아이로부터 감기에 옮은 것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곳인데, 오히려 환자가 많은 소아청소년과 병원 공간이 전염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죠. 그것이 저는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가 ‘그럼 이걸 아예 나누자’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더 필요하고 인력을 보강해야 하므로 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김우성 대표원장은 이를 알지만, 적어도 자기 병원에서만큼은 원내 감염이 없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기에, 그 원칙을 지키려고 실행해 옮긴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 병원 매출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현재 다운사이징 전략으로 GF소아청소년과의원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상황에 맞게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나름의 판단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우성 대표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 특히 한국 최초인 디지털 헬스케어 액설러레이팅 회사인 DHP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회사인 아크릴Acryl과 파인헬스케어에서 의료총괄 수석으로 일하면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발전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 역시 우리나라 의료계 발전을 위해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도약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이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30% 안 아픈 사람이 7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아플 예정인 사람이 100% 있지요. 아픈 사람은 대한민국의 아주 편리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해서 치료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안 아프고 앞으로 아플 예정인 70%의 사람들의 건강관리는 아주 ‘개인적인 선택 영역’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개인적인 선택 영역’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인공지능 등의 여러 가지 ‘혁신’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안 아픈 사람들이 더 안 아프게 건강 증진(Health Promotion)을 하면서, 건강 관리(Health Maintenance)를 하고, 병 예방(Disease Prevention)도 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의 행복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라”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 김우성 대표원장. 그가 말하는 행복은 바로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오랫동안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과감히 실행하고, 행동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김우성 대표원장이 말하는 ‘행복’은 바로 ‘혁신’의 최종 목적지가 될 테니까 말이다.
인터뷰이. GF소아청소년과의원 김우성 대표원장
글. 헤렌박
1. GF소아청소년과의원은 현재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표원장님의 진료철학과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GF소아청소년과의원은 과거에는 차별화 전략과 비대칭 확장 전략으로 운영을 했으며 2017년부터는 다운사이징 전략을 경영전략으로 채택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료 철학은 “행복하고 또 행복해라” 입니다. 모든 조직 구성원과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 보호자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처음에 경영 원칙으로 삼았던 것은 확장 전략이었고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는 그렇게 운영했었습니다. 하지만 다 아시다시피 저출산이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이라 2017년부터는 경영 전락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경영 전략을 바꾼 게 다운사이징 전략이었습니다. 다운사이징(downsizing) 전략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게 경비 삭감, 인원 감축을 먼저 생각하십니다. 실제적으로 다운사이징 전략은, 우리 GF소아청소년과의원에 맞게 찾아가는 과정을 보통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출과 지출을 맞춰가면서 다운사이징을 했다가 업사이징을 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그것을 개발한 사람이 붙인 이름이 다운사이징 전략이었기에 크기를 점점 줄이는 것이라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 전략은 공부해 보면, 현재 상황에 맞게끔 맞춰가는 과정에 포커싱을 두고 경영전략을 펼쳐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그것의 최종적인 형태는 세베티칼 사이징(Sabbatical siz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베티칼은, 안식년(安息年, Sabbatical Year)으로 표현되는 안식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 3명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개원했을 때 의사들은 거의 30대였습니다. 지금은 모두 50대가 되었는데, 당시 30대 때의 액티비티와 지금 50대의 액티비티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들도, 의사들도 똑같이 노쇠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거기에 맞게끔 병원의 사이즈나 규모, 경영 액티비티들도 맞춰가는 것이죠. 사실 경영활동을 하는 데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불황이니까 규모를 줄이자고 주장할 수 있지만, 불황일 때 줄여버리면 나중에 호황일 때 그것을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혹은 오히려 불황일 때 투자를 더 많이 해서 공격적으로 사람도 더 뽑고 규모도 넓히면 망할 수도 있고, 호황이 되었을 때 대박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사결정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정이 있으면, 그것에 반대되는 반이 꼭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정반합을 가지고 다운사이징 전략을 메인 경영전략으로 채택해서 현재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행복하고 또 행복하라’는 뜻은 굉장히 추상적인 말입니다. 저는 30대 때 일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당시 환자를 많이 보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최우선이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되게 힘들었고, 현재 개원하는 후배들만 봐도 365일 혼자서 진료를 다 하는 병원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 친구들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번아웃이 오게 됩니다. 저는 2002년에 개원하고 3년쯤 번아웃이 오는 느낌이 들어서 2005년도에 1년 동안 안식년을 갔었습니다. 당시 제 주변 사람들은 개원한 의사가 무슨 안식년을 가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차피 소아과 의사로서 몇 살까지 환자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가 30년 이상 개원한 의사로서 살 텐데, 당장 돈 버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2. 대표원장님께서는 중국에서도 소아과병원을 운영하셨습니다. 중국에 가시게 된 특별한 배경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2005년에 저는 파트너 원장들에게 “안식년을 갖겠다. 1년간 쉴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중국 북경의 SK애강병원에서 1년 동안 일을 했습니다. 또 가서 일하면서 칭다오에 GF병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쉬는 게 아니었지만, 무척 좋았습니다. 당시 한국에 있는 GF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는 하루에 150~200명의 환자를 봤는데, SK애강병원은 비급여 진료에 5일제 근무, 하루에 30명 정도의 환자만 봐도 됐었으니까요. 물론 제가 1년 동안 환자를 보는 일이 일평균 한 70명까지 올렸지만, 그래도 하루에 200명 가까이 보다가 4~50명의 환자를 보니까 너무 여유롭고 좋았습니다. 특히 하루에 30~40명의 환자만 봐도 우리나라의 100명에서 150명 정도의 환자 매출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욕심이 생겨 더 늘려보자 하고 70명까지 늘리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여유롭게 일했으며, 주 5일제 근무여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마음껏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는 성격이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이라 그럴 줄은 몰랐는데, 한 10개월 정도 혼자 살다 보니 향수병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그곳에서 환자 보는 일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나 프라이싱, 홍보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시도해 봤습니다. SK애강병원을 설득해서 그런 것들을 다 해봤는데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향수병이 와서 1년 만에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죠. 그래서 ’행복하라‘는 말을 조금 더 추가하자면, 힘들게 사는 것도 좋지만, 내가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가족이나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오는 환자들에게 잘해주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지금도 ’점점 행복하자‘라는 개인적인 목표와 각오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3. GF소아청소년과의원이 타 병원과 다른 차별점은 무엇인지, 또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GF소아청소년과의원은 특수 클리닉을 많이 운영하고 있으며, 소아과청소년과 의사 3명이서 365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이나 의사들도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추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픈 아이들과 안 아픈 아이들을 구분하여 진료하는 일 베이비 클리닉(ill baby clinic)과 웰 베이비 클리닉(well baby clinic)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나거나 기침하고 설사하는 등의 아픈 아이들 즉, 전염성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모두 일 베이비 클리닉(ill baby clinic)에서 진료를 봅니다. 또 예방접종을 하러 오거나 영유아 검진, 아토피 등의 비전염성을 가진 아이들은 웰 베이비 클리닉(well baby clinic)에서 진료를 보는 것이죠.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원내 감염 때문에 분리한 것입니다. 제가 제일 듣기 싫었던 말 중의 하나가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왔는데, 대기실에 같이 앉아 있던 다른 아이가 장염에 걸린 것입니다. 또 예방접종을 하러 왔는데 대기실에 같이 있던 열이 나는 아이로부터 감기에 옮은 것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곳인데, 오히려 환자가 많은 소아청소년과 병원 공간이 전염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죠. 그것이 저는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가 ‘그럼 이걸 아예 나누자’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로 인한 결론은, 공간이 더 필요하고 인력을 보강해야 하므로 더 큰 비용이 들지만, 적어도 우리 병원에서만큼은 원내 감염이 없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그 원칙을 지키려고 한 것입니다.
4. 대표원장님께서는 병영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여러 권에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그중에서 <병원 매출 전략>이라는 책을 통해 원장님께서 가장 강조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병원도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이며, 살아가야 하는 유기체라는 관점에서 매출이 늘고 수익이 늘지 않으면, 유기적인 생명이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의료계의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매출의 감소, 수익의 감소를 경험한 개원 의사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대부분 원장님들이 매출 증대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절대로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을 타파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GF소아청소년과의원도 그랬지만, 코로나 이후 개원 이래 최저 매출과 최저 수익이 2년간 지속됐습니다. 그때 심각성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줄어서 좋은 점은 제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남아돌았다는 것입니다(웃음). 분명히 이런 경험들을 우리 병원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항상 저는 이런 생각을 해 왔습니다. 조금 건방질 수 있지만,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가 30명이면, 다른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오는 환자는 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내가 이렇게 고민이 되면 다른 사람들은 더 큰 고민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쓴 책이 <병원 매출 전략>입니다. 특히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책이 지금까지 6권 나왔거든요. 그때 그 내용들을 코로나 때 2년 동안 열심히 쓰고 정리해서 작년에 책을 펴낸 것입니다.
매출 증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매출이 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매출을 늘리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경우 급여과와 비급여과가 따로 있습니다. 비급여과는 좀 쉬운 편입니다. 여러 가지 도구나 툴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급여과는 사실 어려운 편입니다. 1차 의료기관 원장님들이 매출을 늘리려면 홍보나 프로모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1차 의료기관 급여과들의 매출 증대에 가장 핵심은 프로세스입니다.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기다렸다가 진료 보고, 수납하고, 처방전 타고, 검사하는 등 이런 것들이 프로세스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한번 받아보시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가서 의사 얼굴을 보는 시간은 1분인데, 기다리고 수납하고 약을 타러 가는 등의 시간만 2시간 이상 걸립니다. 그게 사실은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나쁜 환자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수가가 붙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장님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갖고 있는 가장 좋지 않은 단점 중의 하나가 선배가 하는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벤치마킹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것은, ‘잘나가는 선배가 하는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이상한 착각 속에 사는 병원장님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혁신’에 대해 의사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경영학적으로 봤을 때 의사들은 보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배들이 했던 그대로 하면 대부분 잘 먹고 잘살았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 되게 겁내고 ‘내가 이렇게까지 환자들을 위해 해줘야 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웰 베이비 클리닉(well baby clinic)과 일 베이비 클리닉(ill baby clinic)을 따로 만들 때 대부분의 의사가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해? 어차피 엘리베이터나 약국에서 또 만나는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병원도 오지 말아야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일본에 가면 외관이 동그란 병원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이 따로 있습니다. 그 병원의 특징은 환자가 들어가서 물론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누군가와 만날 수 있겠지만, 들어갔다 나간 사람과는 또 만나지 않습니다. 물 흐르듯이 환자의 동선에 프로세스가 잡힌 것이죠. 그런 병원을 보면서 ‘이게 맞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이것이 제대로 된 벤치마킹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 정말 저건 좋다’라고 느끼면서도 현실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제 책을 통해 후배들이 좀 더 나은 병원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책을 쓴 저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본은 사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게 너무 많습니다. 특히 일본은 대도시에 있는 병원들 말고 중·소도시에 있는 병원 중 굉장히 혁신적인 병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가 되게 많은데, 그중 재미있는 병원도 많습니다. 또 커뮤니티 베이스에 노인요양병원들이 너무 잘 되어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런 점에서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되게 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저는 워낙 세계 곳곳에 병원 투어를 많이 가봐서 느끼는 바가 큽니다.
5. 대표원장님께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경험도 있으신 만큼 헬스케어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오셨습니다. 그만큼 다방면에 전문성 있는 행보를 이어오고 계시는데요.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 또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이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30% 안 아픈 사람이 7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아플 예정인 사람이 100% 있지요. 아픈 사람은 대한민국의 아주 편리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해서 치료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안 아프고 앞으로 아플 예정인 70%의 사람들의 건강관리는 아주 ‘개인적인 선택 영역’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개인적인 선택 영역’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인공지능 등의 여러가지 혁신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안 아픈 사람들이 더 안 아프게 건강 증진(Health Promotion)을 하면서, 건강 관리(Health Maintenance)를 하고, 병 예방(Disease Prevention)도 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의 행복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GF소아청소년과의원을 그래서 ‘웰니스 커뮤니티(Wellness community)의 센터’로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성과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는 ‘웰니스 커뮤니티’라는 컨셉을 만들고, ‘키즈 웰니스’라는 개념으로 커뮤니티의 센터 역할을 소아청소년과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해서는 너무 어려워서 노인분들을 위한 웰니스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고 싶어 GF내과도 만든 것이었습니다. 보통 1차 의료기관에는 아픈 환자들만 옵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특징은 안 아픈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하러 오거든요. 단순하게 처음에는 ‘그럼 그것을 좀 강화시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현재 통계적으로 보면 아픈 사람이 30% 정도 되고 안 아픈 사람이 70% 정도 됩니다. 그런데 70%의 사람들도 자기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며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들 대부분 영양제를 먹거나 헬스클럽에 다니고 보약 등을 먹습니다. 그것을 약국이나 헬스클럽에서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저는 병원에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국에서는 그런 모델들이 되게 많습니다. 진짜 안 아픈 사람들만 관리해 주는 곳이 꽤 많습니다. 그게 치료라기보다는 관리해 주는 병원이죠. 그러다가 아프면 대학병원에 보내거나 전문병원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큐어(cure)인지, 케어(care)인지가 중요합니다. 큐어는 보통 치료의 개념이고, 케어는 관리의 개념입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체계 때문에 대부분 큐어의 역할만 합니다.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들이 아픈 사람들이 왔을 때 치료해 주거나 처방해 주고 시술해 주는 역할만 합니다. 비급여과도 똑같은데 케어라는 개념이 들어가면 피부관리실 정도인 셈이죠.
그런데 그게 사실 안 아프게 유지하면서 그것을 증진하는 개념이 저는 옳다고 봅니다. 아픈 상태에서 그것을 정상화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나 노력보다, 안 아플 때 더 안 아파지게끔 유지하는 게 훨씬 덜 고통스럽고 비용 역시 덜 든다고 봅니다. 그것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병원에서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의료보험이 적용이 안 되니까요.
여성의 경우 미국에서는 산부인과가 거의 없습니다. 산부인과는 보통 산과(Obstetrics) & 부인과(Gynecology)라고 해서 오비지와이엔(OB/GYN)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경우 위민스 클리닉으로 전부 바뀌었습니다. 일종의 여성 클리닉입니다. 미국의 위민스 클리닉은 안 아픈 여성들을 관리해 주는 곳입니다. 예를 들면, ‘초경을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하며, 폐경이 시작되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또 어떤 약을 복용하면 좋을 것이다’든지, ‘앞으로 폐경이 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대처하라’고 알려주는 곳입니다. 더욱이 아이를 낳은 산모들도 관리해 주는 등 그런 토탈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클리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수가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이. GF소아청소년과의원 김우성 대표원장
글. 헤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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