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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목도 양조장을 아시나요?volume.35 2023. 6. 2. 17:07
나이가 들수록 남는 것은 추억과 오래된 벗 (고우, 故友)이라고 하지요.
산야에 파스텔 톤의 산수유 꽃이 어렴풋하게 번져가는 지난 주말에 고우들과 함께 충북 괴산에 소재한 '목도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막걸리는 지역마다 만들어 내기에 하늘의 별만큼 종류가 다양하겠지만,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지요.
공기가 맑고 물 흐름이 순해서 온화한 느낌이 드는 괴산의 목도 양조장 입구에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대표와 먼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표는 창업주 3세의 사위인데, 영상의학과 교수로서 정년 퇴임하고 부인의 고향인 괴산에 와서 손수 직접 누룩을 찌고 술을 빚으며 시간을 절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100년 된 양조장이 우리나라에서 네 군데밖에 없다는데,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여 충청북도 문화재로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지나는 길에 무심코 돌아보게 하는 여인의 향기처럼, 풍기는 술 익는 향으로 자꾸만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서대신동 고향집 골목에 자리했던 술도가(都家)로 잠시 추억으로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투어 후에는 6.5%의 생막걸리를 시음하였습니다. 막걸리 한 사발에는 속리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의 기운이 녹아 있었는데, 위스키처럼 비싸거나, 와인처럼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텁텁하지 않고 벨벳 같은 부드러운 감촉과 목 넘김이 좋았으며, 그다지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났습니다. 이 날 저녁은 벗들과 삼겹살을 먹으며 '목도 생막걸리' 병을 비웠습니다.
젊었을 때 즐겨 불렀던 권주가(勸酒歌) 구절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친구야
저산 너머에
오색 무지개 따러 가자
산봉우리 이끼를 따다
향기로운 술 걸러서
오색 무지개 안주를 삼아
거나하게 취하여 보세.
.... (중략)
깨고 나면 모든 게 헛된 것
빛깔도, 향기도 사라져 버리고
인생이 별것 이더냐
뛰고, 웃고, 울어 보세”
고우들과 한 조각 추억을 빚은 주말이었습니다.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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