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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혼돈의 한국의료, 새 길을 찾다카테고리 없음 2025. 5. 4. 18:53
The 16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
혼돈의 한국의료, 새 길을 찾다
Charting a New Path for Korean Healthcare in Times of Turmoil
대한병원협회가 매년 개최해 온 『Korea Healthcare Congress(KHC)』가 올해로 제16회를 맞이하였다. 이번 「The 16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이하 2025 KHC)」는 “혼돈의 한국의료, 새 길을 찾다(Charting a New Path for Korean Healthcare in Times of Turmoil)”라는 대주제를 중심으로, 4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5층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이번 행사는 의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망하고, 급변하는 미래 의료 환경을 다각도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 의료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구성되었다. 첫째 날에 진행된 Healthcare Industry & Insight Session에서는 바이오산업과 의료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양 산업군의 만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또한 기조발표와 둘째 날의 주제발표 세션에서는 미국,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선도 병원 리더들이 초청되어, 글로벌 의료산업의 혁신 문화와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그 중 국내 적용 가능성이 있는 방안들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번 매거진HD에서는 해당 행사에서 발표된 주요 세션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두 사례를 심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싱가포르 쿠텍푸앗병원(KTPH)의 최고운영책임자 조 하우(Mr. Joe Hau)가 발표한 『병원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싱가포르의 헬스케어 미래전략(Paradigm Shift in Hospital Business)』이며, 두 번째는 ㈜디자인케어랩 구정하 대표이사가 발표한 『서비스디자인, 헬스케어에서 어디까지 쓰이고 있나?(To what extent is service design used in healthcare?)』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 두 발표의 핵심 내용과 통찰,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난 글로벌 및 국내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방향성을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고자 한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1.
병원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싱가포르의 헬스케어 미래전략
Paradigm Shift in Hospital Business
_조 하우(쿠텍푸앗병원 최고운영책임자, 싱가포르) Joe Hau(Chief Operating Officer, Khoo Teck Puat Hospital, Singapore)의료산업은 기술 발전, 환자의 기대 변화, 정책 변화 그리고 가치 기반 진료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병원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하우(쿠텍푸앗병원 최고운영책임자,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의 쿠텍푸앗병원이 어떻게 비즈니스 전략을 재정립하고, 기술을 수용하며, 협력을 촉진하여 새로운 의료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내셔널 헬스케어 그룹 National Healthcare Group
내셔널 헬스케어 그룹(National Healthcare Group)은 현재 중앙 지역 그리고 북부 지역에 사는 150만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2만 2천 명의 의료진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795개의 병상으로 구성된 종합 및 급성기 치료 병원인 쿠텍푸앗병원(Khoo Teck Puat Hospital, 이하 KTPH)은 내셔널 헬스케어 그룹의 산하 의료 기관 및 의료 시설 네트워크인 이순 헬스(Yishun Health)의 일부로, 이순커뮤니티병원(Yishun Community Hospital, 이하YCH), 애드미럴티 메디컬 센터(Admiralty Medical Centre)와 연계되어 있으며, 3개 급성기 병원, 두 개의 특수 진료 센터, 9개의 일차 의료를 제공하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쿠텍푸앗병원(Khoo Teck Puat Hospital, 이하 KTPH)은 환자 중심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신 의료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쿠텍푸앗병원(Khoo Teck Puat Hospital, 이하 KTPH)과 이순커뮤니티병원(Yishun Community Hospital, 이하 YCH)은 애드미럴티 메디컬 센터(Admiralty Medical Centre)와 연결되어, KTPH에서 진료를 받다가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 애드미럴티 메디컬 센터나 YCH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순 커뮤니티 병원(YCH)의 경우, 224개의 병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회복 중인 환자들을 위한 중간 치료를 제공한다. 이 병원은 환자들이 수술 후 또는 질병 회복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우리병원이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정원이다. 2010년 처음 개소했을 때보다 지속 가능성에 최대한 신경 썼고, 쿠텍푸앗병원(Khoo Teck Puat Hospital, 이하 KTPH)이 최전선에서 지속 가능성의 중심 기관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싱가포르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고민하는 것들 중 비슷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이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5.5%가 될 것이다. 싱가포르 역시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4.1%로 한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매우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출산율이다. 현재 한국 출산율은 0.75로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역시 마찬가지로 0.97%이며, 높지 않다. 전 세계 평균을 보면 2.25% 수준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아기 좀 많이 낳아달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웃음) 이는 단순한 인구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보건의료 체계의 안정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가급적이면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2024년 기준으로 봤을 때, 20%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한국 상황이고, 싱가포르도 19.9%로 비슷하다. 싱가포르나 한국은 보건 의료를 개선하기에 어려운 상황이고, 아이들이 부족해서 보건 의료를 제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 세계 평균치를 보면 출산율이 2.25%이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3%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패러다임 변화가 이토록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매년 항상 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해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매일 스트레스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 회장님이 됐던, 나의 멘토나 리더가 됐던, 아니면 부하 직원이 됐든 간에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보건의료를 미래 세대에 전달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제도적인 질문을 사실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된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더 나은 미래 만들겠다”라고 말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래요, 해봅시다”라고 답하며 서로 협력했으면 한다.
1st Paradigm Shift in Hospital Business
첫 번째 병원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전환비즈니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먼저 ‘Triple Bottom Line’의 3P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People(사람)
이 요소는 환자, 직원, 지역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복지와 만족도를 강조한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 사회와의 관계를 강화하여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2. Planet(지구)
환경 지속 가능성은 병원 운영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병원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폐기물 관리를 개선하며, 친환경적인 의료 관행을 채택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고, 지역 사회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Profit(이익)
병원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병원의 운영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익 추구가 사람과 지구를 해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3P는 병원이 단순히 재정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병원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이 세 가지를 별개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세 가지는 다 같이 가져가야 한다. 보건의료 기관에서 종사하다 보면, 우리가 항상 사회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까만 고민하게 되는데,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어떻게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재투자가 일어나 사람에게 투자하고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지표를 가져왔다.
KTPH와 YCH에 대한 3Ps 지표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People(사람)의 경우, 병원이나 의료 기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들이 있다. 1. 환자 경험 점수(Patient Experience Score): 환자들이 병원에서 받은 치료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2. 직원 참여 점수(Staff Engagement Score): 직원들이 자기 일에 얼마나 몰입하고 만족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직원의 사기와 직무 만족도를 반영한다. 3. 직장 건강 및 안전 지표 (Workplace Health & Safety Indicators): 근무 환경의 안전성과 직원들의 건강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사고 발생률이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의 효과 등을 포함할 수 있다. 4. 지역 사회 참여(Community Engagement): 의료 기관이 지역 사회와 얼마나 잘 소통하고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지역 사회 프로그램이나 자원봉사 활동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의료 기관의 전반적인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Planet(지구)의 경우, 에너지 소비, 폐기물 생성 및 재활용 비율, 그리고 물 사용 및 보존 노력에 대한 것이다. 1. 에너지 소비(재생 가능 vs 비재생 가능): 재생 가능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반면, 비재생 가능 에너지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이 한정된 자원에서 나오는 에너지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 폐기물 생성 및 재활용 비율: 폐기물 생성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버려질 때 발생하는 양을 말한다. 재활용 비율은 이 폐기물 중에서 얼마나 많은 양이 재활용되는지를 나타낸다. 많은 지역에서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폐기물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물 사용 및 보존 노력: 물 사용은 가정, 산업, 농업 등에서의 물 소비를 포함한다. 물 보존 노력은 물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지역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보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지표들은 조직의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Profit(이익)은 1. 수익 및 수익성: 기업의 재무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매출과 이익을 통해 기업의 건강성을 나타낸다. 2.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에서의 비용 절감: 환경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운영 비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3. 기업 거버넌스: 기업의 관리 및 운영 방침을 의미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 4. 공급망 효율성 및 회복력: 공급망의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5. 지속 가능성 혁신: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위해 넷 제로(Net Zero) 전략을 세웠다. 넷 제로(Net Zero)란, 탄소 배출량을 줄여서 최종적으로는 배출하는 양과 흡수하는 양이 같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넷 제로(Net Zero)를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우리 병원 차원에서도 옥상 공간에 태양광 설치 및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설비 전문가와 전기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첫 번째로 EC(Electronically Commutated)-Fan(팬)을 대형 에어컨 유닛에 설치해 저전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팬 덕분에 전기 절약이 이루어져서 5룸 아파트 124세대를 한 달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사무실과 비환자 구역에는 온도가 항상 24-25°C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온도는 일반적으로 쾌적한 작업 환경을 유지하는 데 적합하고 난방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
더욱이 LED 조명과 스마트 조명 컨트롤러를 사용해 전기를 절약하고 있다. 이 장치들은 반 실내 공간에서 자연광이 부족할 때나 실내에서 움직임이 감지될 때만 자동으로 켜지기 때문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전기 요금도 절약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또 한 가지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물 절약 사업이다. 우리는 비가 내렸을 때 이 빗물을 모아 저수지로 보낸다. 즉, 병원에서 수집한 빗물이 이순 연못으로 유입되면, 싱가포르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Public Utilities Board)에서 KTPH에 할인된 요금으로 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물은 처리된 후 병원의 관개 필요를 보충하는 데 사용된다. 그만큼 이런 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병원 내에서 누군가는 “하자”라는 의견을 내줘야 한다. 그런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밖의 3p에 해당하는 여러 사업이 있다. 공동체 참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환자 서비스 협회라는 기관이 있다. 그래서 의료진이나, 누구든지 소규모 기금을 여러 방향으로 조직화해서 사회 서비스 기관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돈만 모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령의 노인 환자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노래도 불러주고, 주변에 돈을 많이 기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젊은 의료진들이 모여서 적극적으로 병원 사업에 참여하는데, 지속 가능성 위원회라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곳에서 의료진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의 수술실에 사용되는 유독 물질이나 플라스틱을 줄여 지속 가능한 병원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밖에 싱가포르 긴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긴급 대응팀은, 국내 활동 및 국제 활동도 하는 데, 72시간을 출동 기준으로 잡고 있다. 알다시피 최근에 미얀마에서 지진이 크게 일어났다. 싱가포르 긴급 대응팀은 그곳에 파병을 갔는데, 한국의 지진 대응팀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의료진이나 간호사뿐만 아니라 행정 직원들도 모두 싱가포르 긴급 대응팀에 활동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나는 국내에서만 활동한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여기에서 한 가지 “그렇다면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인구 집단의 공중 보건을 위해서, 환자의 케어를 위해서, 기술을 더 활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며, 더 적은 비용으로 아웃컴을 내기 위해서 어떠한 태도의 변화가 필요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사람의 태도를 바뀌기 위해서는 정부만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인구 수준에서 노력해야 한다.
Healthier SG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와 함께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것은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에 책임을 가지고 예방 케어를 하자는 것으로, 특히 만성 질환자 같은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가족 주치의와 함께 활동하도록 돕는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현재 일반 가정에서도 활동하고 있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Healthier SG에 참여하고 있다. 한 논문에서 1년 만에 10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알려준 바 있다. 그만큼 아주 좋은 첫 출발을 끊었다고 생각한다. 이 환자들 같은 경우, 우리가 정기적으로 스크리닝도 해줄 수도 있고, 또 필요하다면 다른 서포트 그룹에 의뢰해 줄 수 있다. 특히 독거노인과 같은 사람들은 아파트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와서 활발하게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또 다른 사업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NHG 15M Social Movement(NHG 1,500만 사회운동)’를 시작하게 됐다. 여기서 M은 100만의 M이며, ‘매년 1,500만 명의 건강한 인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내셔널 헬스케어 그룹에는 앞서 언급했듯, 150만 명의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싱가포르 인구의 기대 수명은 83세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3년 동안 공중보건에 아주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래서 지난 10년을 바탕으로 해서 건강만 개선할 것이 아니라, 수명만 늘릴 것이 아니라 매년 ‘1,500만 명이 건강 수명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사업 같은 경우에는 ‘서로 간에 사회적인 결속을 만들어, 현명하게 식단을 관리하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주기적으로 스크리닝을 받아서 담배도 끊자’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사람들이 참여해서 서로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여러 가지 조직을 만들어서 사회 활동을 하자’라는 조인(Join, 참여), 커넥트(Connect, 연결), 오거나이즈(Organise, 조직)의 세 가지 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2nd Paradigm Shift in Hospital Business
두 번째 병원 환경 내에서 생각할 패러다임 변화현재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있고,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으며, 그리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AI 기반 진단 서비스 등 여러 기술이 잘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몇몇 병원이 AI를 잘 쓴다고 해서, 일부 병원이 디지털화됐다고 해서, 모든 공중보건 제도가 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주변밖에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조직은 잘하고 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하다. 특히 국가가 좀 크다 보면 그 지역 병원과 그리고 도심 병원이 굉장히 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 헬스 원격 진료 같은 경우, 코로나를 기점으로 한국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 Smart Health TeleRehab은 원격으로 재활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환자들이 집에서도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시스템은 전문 치료사와의 실시간 상담, 운동 프로그램, 그리고 진행 상황 모니터링을 포함하여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예전에 한 기사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의 성장률이 205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며, “계속해서 출산율이 0.7%를 못 벗어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보았다. 그때 드는 생각은 ‘병원을 더 짓고 병상수를 늘리는 게 올바른 케어의 모델인가? 그게 지속 가능한가?’였다. 왜냐하면 한국과 싱가포르의 출산율이 계속해서 낮아진다면, 이제부터 병원은 병상수를 유지하되, 그중에 50%에서 70%는 기존 인력으로 처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아태지역, 공중보건 혁신을 위한 'ONE IMPROVEMENT FRAMEWORK' 발표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중보건 시스템 전반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정책 도구로 ‘하나의 개선 프레임워크(ONE IMPROVEMENT FRAMEWORK)’를 발표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공공의료에서 핵심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인 퀄리티(Quality), 프로세스(Process), 서비스(Service)를 분리된 과제가 아닌 통합적 과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이미 다양한 의료진이 주도하고 있는 의료의 질(퀄리티) 개선은 물론, 행정 인력이 중심이 되는 절차(프로세스) 개선, 그리고 의료진과 비의료진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하는 서비스 개선을 유기적으로 엮어 실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우리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프로세스의 효율화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이제는 개선 항목을 ‘퀄리티형’, ‘프로세스형’으로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비스 개선은 단순한 응대 향상을 넘어, 행정 절차의 간소화나 진료 흐름의 최적화 등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세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바로 이 ‘결합의 효과’다. 공중보건 시스템 개선에서 서로 다른 영역을 동시에 개선하면, 단일 사업보다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전략의 중심이다. 당시 우리는 퀄리티 개선과 프로세스 개선 사업을 연결할 경우, 승수 효과(Multiplying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직원 교육이나 조직 개편도 이 같은 통합적 방향성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략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건 의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도모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향후 각국의 보건 당국과 의료기관이 이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고 구체화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3rd Paradigm Shift in Hospital Business
세 번째, 병원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현재 의료 분야에서는 서비스 제공 방식이 ‘양적 기반’에서 ‘가치 기반(value-based)’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환자의 결과를 중시하고 서비스의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care)’에 대한 초점이 변화하고 있으며, ‘Healthier SG’ 프로그램을 통해 인구 건강 관리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인 중심의 관계 기반 의료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의 병실을 보면, 창문이 매우 크다. 전체 녹음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놨고, 어떻게 해야 기본적인 케어에 플러스알파를 해줄 수 있을지를 늘 생각했다. 이를 위해 심리적인 케어와 사회적인 케어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는 자동화 기술도 쓰고 있고, 팀 베이스 케어라는 개념도 사용하고 있는데, 병원 내에서 창의혁신담당자(Innovation Officer)나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를 직접 섭외해서 병원 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큰 병원뿐만이 아니라 중소형 병원도 마찬가지로 이런 사업들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이러한 역할들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환자 중심의 사업 모델도 연구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개념 서비스, 그리고 외래 환자 및 내원 환자가 집에서도 또 어떻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에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일단 인력 중에 36%는 집에서 환자를 서포트하는 데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재택 치료를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제공하다 보니 36%의 인력 절감 효과가 있었다. 먼저 병원에 환자가 내원하면 입원할지, 재택치료를 할지 의료진이 판단한 후 어떻게 케어(Care, 돌봄)할 것인지에 대한 치료 전략을 세운다. 그래서 2월부터 4월 사이의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 982명의 환자가 접수됐고, 그중에 650명의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재택치료를 받았다. 또한 커뮤니티 프로바이더들을 이용해서 필요한 서비스 역시 다 제공했으며, 환자가 집에 혼자 있다고 한다면 홈케어, 홈 맞춤형 케어, 홈 테라피 치료도 퇴원 이후에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 전략적 변화로, 병원 내에서만 케어할 뿐만 아니라 이를 클러스터화시켜 다른 병원과 연계하거나,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었던 좋은 사업이었다.
Future Directions: Preparing for the Next Decade
미래 방향: 다음 10년을 준비하다현재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서,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신기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양자 컴퓨터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AI 로봇을 이용한 수술 역시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헬스 센터에서는 분야를 초월하는 협력과 지식 공유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내가 발표하고 있는 이곳, 2025 국제종합학술대회(The 16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 KHC)가 그런 곳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 역시 많이 배웠고 한국의 좋은 사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싱가포르의 좋은 사례도 이곳에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같은 팬데믹에 대한 준비성도 필요하다. 지난번 코로나는 사실 많은 국가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었고, 그래서 깨달은 바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해서 실수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정책 규제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모인 분들께 행동을 요청하고자 한다.
모두들 윈윈(WINWIN)이라는 개념을 알 것이다. 이곳에 모인 분들이 이기면 나도 이긴다는 개념이다. 나는 윈윈(WINWIN)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윈(WIN)을 하나 더 붙이겠다. 왜냐하면 사실 윈윈(WINWIN)이라는 것은 둘 간의 거래가 끝나는 개념이다. 환자가 윈(WIN)이면 병원도 윈(WIN)이고, 규제 당국도 윈(WIN)이다. 그래서 이런 윈윈윈(WINWINWIN)이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병원도, 기업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혁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꿈꿔야 한다. 이러한 주요 신기술을 잘 끌고 나가면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주요 도전 과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방향성을 잘 찾아서 협력하게 된다면 초국경 미래 사회를 좀 더 알차게 성공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환자를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2.
서비스디자인, 헬스케어에서 어디까지 쓰이고 있나?
To what extent is service design used in healthcare?
_㈜디자인케어랩 구정하 대표이사현재 국내 보건의료 서비스에 서비스디자인이 시도된 지 상당 기간이 흘렀다. 서비스디자인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병원서비스개선·개발은 물론 의료환경(건축), 의료장비의 서비스화, 의학 교육, 정책개발 등 다양한 결과를 이용자 관점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디자인케어랩 구정하 대표이사는 이번 발표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디자인의 범위를 국내외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 향후 적용방향에 대해 짚어주었다.
『오늘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이 현장, Korea Healthcare Congress는 지난 2011년에도 개최된 바 있다. 14년 전, 이 자리에서 논의된 주제는 ‘새로운 디자인 개념으로 병원을 개혁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이 행사가 국내 의료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이유는,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소개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디자인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선진 병원들이 본 행사에 참여하여 발표를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국내 의료계의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서비스디자인이 실제로 병원 환경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으며, 나아가 “앞으로 한국 의료계는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수용해 나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화두를 던졌다.
이처럼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지 벌써 14년이 흘렀다. 그렇다면 지난 14년 동안 한국 의료계에서 서비스디자인은 과연 어떤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어떠한 성과를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은 2013년부터 의료계에서 서비스디자인 관련 업무를 시작하였으며, 그해 ㈜디자인케어랩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 자리에서는 그간 헬스케어 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접목해 왔으며, 이를 통해 보건의료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1년 당시에는 ‘헬스케어디자인’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논의되었을 뿐, 실제 적용된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후 우리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축적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서비스디자인이 국내에서 수행해온 역할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팀은 경험기반 디자인(Experience-Based Co-Design)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어 왔다. 우선, 의료서비스 전략 수립 및 신상품 개발 분야에서는 이용자 중심의 보건의료 서비스 문제 해결, 업무 프로세스 개선, 업무 발전 계획 수립, 그리고 미래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하였다.
또한 의료장비의 서비스화에 있어서는, 의료장비의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진행하였으며, 건축 기반의 서비스 스케이프 조성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의 증·개축 계획, 설계 및 감리, 인테리어 설계, 마스터 플래닝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공간 전략을 수립하였다.
아울러 보건의료정책 연구 분야에서는 중장기 보건의료 정책, 응급의료, 커뮤니티 케어 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정책의 타당성을 조사하였다.
마지막으로, 환자 경험 증진을 위한 혁신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실무 적용을 목표로 하는 실습 중심의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공감 능력을 갖춘 의료기관 내부의 컨설팅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에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디자인케어랩에서 수행해온 주요 프로젝트들을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보건의료 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을 접목하여 실제로 적용 가능했던 사례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사례는 병원 분야이다. 본 프로젝트는 충남대학교 대전 본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환자 중심의 외래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였다.
당시 우리 팀은 외래 환자, 특히 외래 진료 과정에서 환자 중심의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지를 중심 주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비스의 운영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5년간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지를 포괄적으로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흥미롭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충청남도 지역 특유의 지역성이 프로젝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었다. 충남 지역의 정서는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특히 병원 내의 의사들과 환자들 대부분이 충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동질감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현상으로, 특히 충남대학교병원의 경우 지리적 위치상 대전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유출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지역 환자들이 충남대학교병원을 찾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역 주민들 간의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 속에서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특별한 장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해당 병원이 단순한 진료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 안에서 신뢰와 위안을 제공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지역적 정서를 충분히 반영한 환자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면서도, 의료 본연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본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즉각적인 적용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향후 5년간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는 병원 내에 서비스디자인 전담팀이 신설되었고, 현재까지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이 팀은 현재 기조실 산하의 핵심 부서로 자리매김하면서 병원의 전략적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의료 장비의 서비스화를 통해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이 보건의료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의료 장비를 하나의 완성된 기술적 제품으로 인식하며, 이를 ‘서비스’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료 장비의 도입은 실제로 의료 행위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환자의 경험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2018년에 진행된 『디지털 치과 통합 솔루션』 프로젝트로, 디지털 치과 장비를 활용하여 환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기존의 치과 치료에서 크라운 시술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고무 재질의 인상을 이용해 본을 뜨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본 장비는 환자의 입안에 구강 스캐너를 삽입해 디지털 데이터를 채취하고, 이를 컴퓨터로 전송하여 CAD/CAM 기술을 통해 빠르게 보철물을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방식은 경우에 따라 시술 시간이 하루 이내, 심지어 1시간 이내로 단축될 수 있으며, 전통적인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편함이나 부작용(예: 본을 뜨는 과정에서 이가 뽑히는 등)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 디지털 장비의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고가의 장비(약 1억 원)의 가격이 주요한 장벽 중 하나였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현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히 장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변화가 저항의 본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에서는 치위생사들이 본을 뜨는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디지털 장비의 도입으로 인해 해당 업무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진료 방식으로 대체되었고, 이에 따라 기존 인력이 장비 사용법을 처음부터 다시 습득해야 하는 부담감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치위생사들이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장비의 실제 도입이 어려웠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이것은 그냥 단순히 장비를 들이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병원의 진료 행위와 이 장비를 하나의 큰 생태계로서 인식하고 장비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득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병원 운영 시스템과 연계된 통합적인 서비스 모델을 설계하고 제안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해당 장비의 도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의 치과 진료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사례는 건축 기반의 서비스 스케이프 조성 계획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병원이라는 공간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내부 기능이나 환자의 이용 행태 변화에 따라 전체 공간의 재배치와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본 프로젝트에서는 건축과 병원 기능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공간 운영 전략을 수립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결핵 감염 대비 진료 체계 수립』 프로젝트이다. 서북병원은 본래 결핵 전문 병원으로 출발하여, 결핵 환자와 함께 노인 환자들도 병원 내에 함께 수용하는 구조였다. 당시 병원은 기능 전환의 과도기에 있었지만, 여전히 감염력이 있는 결핵 환자와 감염력이 없는 일반 환자가 병원 내에서 혼재되어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결핵 환자들이 병원 전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반 환자와의 접촉이 불가피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전체 리모델링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선, “왜 결핵 환자들은 병원 전체를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결핵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병원 내 근무자 및 지역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및 관찰 조사를 병행했다. 조사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핵 환자들은 입원 초기에는 병 자체의 치료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 그러나 일정 기간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상생활의 단조로움과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병원 내 활동 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특히 결핵 환자들은 ‘햇빛을 쬐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부분 환자들이 매일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장소를 찾아 몸을 쬐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결핵 병동 주변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구조였고, 환자들은 햇빛을 찾기 위해 주차장, 노인병동 앞, 매점 인근 등 일반 환자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환자들의 행태와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일반 환자들과의 자연스러운 동선 분리를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 결핵 환자 전용의 쉼터 공간, 병원 곳곳에 휴식이 가능한 벤치 등을 마련하여 환자 중심의 공간 구조를 계획했다. 이처럼 환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분석을 통해, 단순한 공간 리모델링을 넘어 의료 환경에서의 서비스디자인 적용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건축은 단순히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의 심리와 행동, 건강과 일상을 고려한 통합적 디자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사례는 보건의료 정책에 서비스디자인을 접목한 경우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환자 경험 기반의 응급의료 정책』으로,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응급의료 분야는 매 5년을 주기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계획이 수립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세부 정책들이 마련된다.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를 포함한 중장기 계획이었다. 응급의료는 평소에는 잘 인식되지 않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특성을 지닌 분야이다. 특히 응급의료체계는 1차와 2차 계획을 거치며 인프라와 장비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확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예기치 못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구축을 넘어, 정책 설계의 패러다임 자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제3차 기본계획에서는 기존의 전문가 중심의 정책 수립 방식에서 벗어나, 응급의료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는 국민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전환이 시도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이 정책 설계에 도입되었고, 본 프로젝트에서는 전체 9개 분과 중 ‘환자 경험 분과’를 전담하여, 응급의료정책이 어떻게 환자 경험을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를 탐색하고, 그 결과를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응급의료 정책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던 문제 중 하나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과다였다. 이에 따라 기존 정책들은 경증 환자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꾸준히 시행해 왔으나, 우리는 이러한 접근이 과연 실제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햤다. 그에 따라 응급의료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을 경증 환자라고 인식하지 않았으며, 설령 응급센터에서 관리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중증이라 판단하면 응급실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정책이 설정한 기준과 국민의 인식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실제 국민의 인식과 경험을 반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후 해당 제안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확인한 결과,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는 ‘국민 중심, 환자 중심’이라는 표현이 주요 기조로 명시되었으며, ‘환자 경험을 기반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제안했었던 정책들 중에 굉장히 많은 부분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 당시, 전 세계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인 SDN 아카데미(SDN Academy)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 있다. 해당 기관에서는 전 세계 헬스케어 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이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다룬 국제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이에 우리 측에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다양한 서비스디자인 적용 사례들을 공유하였고, SDN 아카데미 측은 이에 대해 매우 큰 관심과 반가움을 표했다. 해당 리포트는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형식은 아니었으나, 그 해 작성된 리포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다. 즉, “한국은 전 세계 서비스디자인의 주요 동향 중 하나로, 보건의료 정책 영역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을 실제로 적용하고 반영한 국가”로서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사례는 <세종병원 서비스 디자인 매뉴얼 CSI 개발>이다.
이 프로젝트는 세종병원이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하며, 전 직원이 스스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환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는 병원 전반에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을 맞춤형 매뉴얼 형태로 체계화하였으며, 병원의 조직 특성과 문화에 맞추어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일부 재구성 및 보완하였다. 이렇게 정비된 매뉴얼은 전 직원이 각자의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병원 내에 서비스디자인이 일상적인 업무 개선 도구로 자리 잡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병원에는 한두 가지의 구조적인 과제 외에도, 수많은 작은 문제들이 곳곳에 분포해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개발된 개념이 바로 CSI(Continuous Service Improvement)였다. 세종병원만을 위한 CSI(Continuous Service Improvement)로, 전 직원이 직접 서비스 디자인 방법을 익히고, 각자의 업무 분야를 어ᄄᅠᇂ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스스로 개선하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가 혁신하면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데 세종병원의 경우에는 “지금 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것을 안 하는 것만 해도 그것은 큰 혁신”으로 보게 했다. 또한, 일반적인 서비스디자인에서는 ‘딥 다이브(Deep Dive)’ 방식으로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근본적인 요구를 탐색하는 접근을 사용하지만, 병원과 같은 빠른 속도의 실무 환경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우리는 ‘딥 다이브’ 대신 ‘스노클링(Snorkel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즉, 짧게 현장을 들여다보고, 빠르게 개선 가능한 요소를 발굴하여 실천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방식은 일상적 루틴에 스며들 수 있는 간단한 실천을 반복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조직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래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로 사람들을 트레이닝 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역할까지 하게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서비스디자인이 단순히 개별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를 넘어,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과 QI(Quality Improvement) 활동에 실질적으로 연계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해외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상의료 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 제도는 70년 이상 지속되며, 심지어 치과 치료에 필요한 틀니나 시력 보정용 안경까지 무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면적인 무상 제공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NHS는 2013년부터 10년간 전체 헬스케어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NHS는 서비스 개선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경험 기반의 코디자인(Experience-Based Co-Design, EBCD)』 방법론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NHS의 조직은 구조적 특성이 있다. NHS는 중앙 조직 산하에 수많은 병원과 기관이 속해 있어, 상위 기관에서 일률적으로 서비스 방향을 정하고 이를 모든 병원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각 병원이 처한 고유한 환경과 요구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개선을 시도할 수 있도록, 경험 기반 코디자인이라는 유연하고 현장 중심적인 방법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후 NHS는 해당 방법론을 산하 병원 전반에 전파하였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축적되었다. EBCD 핵심은 단순히 병원이 내부적으로 개선을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적극적으로 개선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즉, 병원 내외부 이해관계자가 함께 협력하여 서비스 개선을 이루는 참여형 프로세스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병원들이 EBCD 툴킷을 자체적으로 보완 및 발전시키며, 각 병원의 실제 상황에 맞춘 적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영국은 QI(Quality Improvement, 질 향상) 활동에 디자인 방법론을 접목하여, 이를 한 단계 진화시킨 QSI(Quality, Service Improvement and Redesign) 모델을 도입했다. QI와 서비스 개선에 더해, 이제는 ‘Redesign(리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보다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이를 줄여 QSIR이라는 통합적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에 있어 디자인 사고와 구조적 리디자인을 결합한 진화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는 아직 QSIR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소개한 세종병원의 CSI(Continuous Service Improvement) 사례는 국내 보건의료 서비스디자인이 QSIR을 향해 나아가는 초기 단계, 혹은 전초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교육기관들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델 메디컬 스쿨(Dell Medical School)이 있다. 이 기관은 설립된 지 약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신생 의과대학으로, 그 설립 과정에서부터 서비스디자인을 교육과정의 핵심 요소로 도입한 독특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학교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의과대학이 설립되기 이전에 이미 ‘Design Institute for Health’라는 전담 디자인 연구기관이 먼저 설립되었다는 점이다. 즉,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교육기관이 생기기 전부터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혁신 연구기관이 먼저 만들어졌고, 이 기관의 디자이너들이 훗날 대학 내 센터장으로 초빙되어 서비스디자인을 중심으로 교육 체계와 문화 전반을 설계하게 된 것이다. 이 디자이너들은 단지 커리큘럼을 짜는 데 그치지 않고, 교수진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씽킹 교육, 그리고 교육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까지도 이끌었다. 그 결과, 단순한 강의 전달형 구조를 탈피하여, 실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강의실의 형태와 공간 설계 자체를 재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기존의 계단식 강의실뿐 아니라, 라운드 형태로 배치되어 토의가 가능한 ‘드라이 랩(Dry Lab)’ 공간이 병행 설치되었다. 이는 단지 공간의 형태를 바꾼 것이 아니라, 학습의 방식 자체를 협업과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며, 교육 공간조차도 디자인사고에 기반한 사용자 중심 환경으로 구현한 것이다.
미국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Cincinnati University)의 리브웰(Live Well)이라는 곳은 디자인 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어진 연구 기관이다. 리브웰은 단순한 디자인 연구소가 아니라, 병원과 대학이 협력하여 의료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는 물론, 의학 교육에도 디자인 사고를 접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는 디자인 씽킹을 어떻게 전파하고, 이를 의학 교육에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간호 분야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이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간호대학(Penn Nursing)이다. 이 대학은 간호학 교육 과정에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을 통합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디자인씽킹의 주요 개념과 단계별 접근 방식은 물론, 이를 실제 교육이나 실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된 다양한 자료와 툴킷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토마스 제퍼슨 대학교(Thomas Jefferson University) 역시 서비스디자인을 헬스케어 교육과 실무에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이 대학은 캠퍼스 내에 ‘헬스디자인 랩(Health Design Lab)’이라는 전담 조직을 설치하여, 의학교육 및 병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디자인적 접근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 조직은 단지 연구 중심의 기관이 아니라, 실제 임상 문제와 교육 현장 양측을 연결하는 실천적 허브로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이 기관의 활동과 철학을 담고 있는 책 『Health Design Thinking』(2020)은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참고 문헌 중 하나이다. 비록 영어 원서로 출간되었으나, 번역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병원 내에서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해 개선할 수 있는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적용 사례, 문제 접근 방법, 팀 구성 방식, 사용자 중심 설계 프로세스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을 보건의료 교육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대표적으로 세 곳의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으로, 이곳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보건의료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통합하여 교육하고 있으며, 실제 병원 경영, 의료 서비스 기획, 환자 중심 설계 등의 분야에 적용 가능한 실무 중심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으로, 보건정책과 보건서비스 기획 및 평가 과정에서 서비스디자인을 공공의료 및 보건의료 시스템 설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보건학적 관점에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 모델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 번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이곳에서는 의료 전문 교육과정 안에 서비스디자인을 포함시켜, 의료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과 협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디자인 사고를 도입하고, 의료인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접근 방법을 훈련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내년 3월부터는 ‘통합돌봄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률의 핵심은,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더 이상 병원이나 요양 시설 등 기관 중심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지역과 집에서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건의료 및 돌봄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한다. 먼저, 진료의 형태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며, 시설 중심의 돌봄 구조는 ‘탈시설화’라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즉, 앞으로는 병원이 아닌 재택 의료 중심의 체계로 변화하게 되며, 이에 따라 주택 구조 역시 의료와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는 생활 기반 중심의 공간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로봇 기술이나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기술이 함께 도입되어, 이동, 식사, 배변, 대화 등 다양한 일상 지원 서비스를 가정 내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서비스가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에 맞춰 통합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통합돌봄이 실효성 있게 구현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과 전문가들이 수요자의 입장에서 함께 협의하고, 통합된 솔루션을 마련하는 과정, 즉 수요자 참여와 다학제적 협업이 필수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앞으로 서비스디자인의 적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집필한 논문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본인은 2023년 말,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환자 경험 증진을 위한 실행 접근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Quality Improvement, QI)활동과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오늘 말씀드린 다양한 사례와 맥락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께서는, 해당 논문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고를 권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