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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병원 마케터의 짧고 얕은 문화이야기] 반어적 표현을 담은 중국 화가들volume.22 2022. 5. 2. 17:46
반어적 표현을 담은 중국 화가들의 작품들
- 덧쌓은 물감이 만들어 낸 우연의 미학을 만나는 주진스 전시회2년 전 ‘웨민쥔’ 전시회에서 만난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인물들. 웨민쥔의 작품 속 인물들은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웃음을 가면으로 쓰고 역설적으로 과격하게 웃고 있었다. 슬픈 웃음, 사회적 혼란에 대한 슬픔과 체념이 함께 섞인 그 작품들을 보면서 과연 중국 화가들이 역사적 사건과 이념에서 벗어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20년도 전인 대학생시절 중국 단기연수 중 만났던 중국 젊은이들은 문화혁명에 대해 덤덤히 말했었다.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뿌연 안갯속을 걷는 듯하다고. 열심을 다하지만 그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그들은 아마 그 후 열심히 중국 경제를 일궜을 거다. 그렇게 웨민쥔 전시를 보면서 잠시 예전에 만났던 중국의 젊은이와 중국의 문화혁명을 떠올렸고, 그리고 또 잊었다.
그러다 올해 우연히 접하게 된 중국화가들의 전시회들. 잊고 있었던 중국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켰다.
올해 초 있었던 ‘아이웨이웨이’ 전시회.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보자마자 느끼는 건 아마 당혹스러움일 거다. 그렇지만 다시 바라보면 자유에 대한 갈망, 권력에 대한 저항이 너무나 잘 도드라진다.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담은 그의 작품들은 날 것 그대로 자유로운 화두를 던져내고 있었다. 가운데 손가락 욕을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직접 이야기하고, 감시 속에서 오히려 제대로 노출하는 전략을 선택해 작품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난달 초에 찾은 ‘자오자오’ 전시회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웨이웨이의 제자라고 하지만 표현 방식은 너무나 달랐다. 이 작품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했고, 그 자체로도 창의적이고 특별했다. 붓의 질감처럼 느껴지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자수이고, 커튼(솜)을 이용한 작품들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결을 내면서 검은색은 직접 태워서 만들어낸 흔적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왜 반체제 작가라고 하는지, 아 그래서 아이웨이웨이의 제자인지 알 것 같다. 물결치듯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총알이 유리로 날아가 박힌 파편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고, 스카이 시리즈는 너무 아름다운데 아이러니하게 오염된 탁한 중국 하늘을 묘사한 거였다. 검은 바탕에 분필을 휘갈긴 것 같은 작품은 실제 작가가 몇 초도 안 걸리게 분필로 그린걸 다시 몇 년간 캔퍼스에 옮겨 그린 거다. 몇 초와 몇 년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버린 작품으로. 또 별자리 패턴으로 다양한 색깔로 터치된 작품은 이사를 하다가 침대 밑에서 발견한 쥐 똥들을 표현한 거라니. 우리가 현실에서 보기 싫어하는 것들이 작품으로 표현되니 더 없이 아름다워지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본 중국화가 전시회는 ‘주진스’ 전이다. 우연성을 통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추상작품들은 사실 많이 봐왔다. 잭슨폴록 작품처럼 물감을 뿌린다거나, 흐트러지게 하고, 긁어내면서 작가의 의도와 그 행위 이후 일어난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로 만들어낸 예술작품들의 매력에 어쩌면 우린 익숙해져 있을 거다.
그런데 이러한 우연성의 작품인데 조금 특별한 느낌이다. 주진스는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삽으로 유화물감을 떠서 캔버스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 나갔다. 그의 작품들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단순히 색깔의 섞임뿐 아니라 형상으로 그 결과물이 표현되는데 정면뿐 아니라 측면에서 바라보는 느낌도 특별했다.
삽으로 물감을 덧바르고 밝고 화려한 색깔을 쓴 것은 중국인들의 힘듦, 어려움을 덧바르면서 희망을 주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이 작품들을 그는 자연건조를 하는데 일정한 건조 시간이 지난 작품만이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작품도 사용해서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주진스의 초기 추상화를 보다 보면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동양화가 떠오르는 작품들도 있다. 크고 작은 그의 작품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작품을 보다 보면 제목처럼 우연의 미학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다양한 중국 화가들의 작품 전시회들을 살펴보면서 획일화된 이념 속에 있지 않고 깨어있는 중국화가들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작품을 볼 때 너무 의미를 담고 보지 않고, 그 작품이 나에게 말을 거는 시점을 기다리고자 하는데 사실 중국화가들의 작품들은 보면서 그래서 이 작가가 작품 속에서 의도하는 게 뭐지? 란 질문을 계속 던지기도 했었다.
이제 조금 더 여유롭게 중국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여유가 생겼으면 한다. 아마 주진스 전시회는 그런 의미에서 전시회가 끝나기 전 다시 한번 찾지 않을까 싶기도.
글/사진. 이현주
이현주
글쓴이 이현주는 바른세상병원에서 홍보마케팅 총괄을 하고 있는 병원마케터이다.병원 홍보에 진심이긴 하지만, 한 때 서점 주인이 꿈이기도 했던 글쓴이는 독서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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