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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코로나-19가 지나간 후volume.22 2022. 5. 3. 11:44
This, too shall pass
이 또한 지나가리라~
3월 초 한 병실에서 와상이고 타 병원 외진도 아무도 없었고 간병인의 외출도 없었는데 갑자기 코로나 확진 환자가 생긴 이후로 조금씩 감염되더니 환자의 2/3가, 직원의 70% 이상이 감염되었습니다.
우리 병원은 규모도 크고 환자도 많고 투석, 재활환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VIP 병동도 있어 격리한다고 1인실에 모시면 항의가 심합니다.
그렇다고 대책으로 한 병동을 비워 둘 정도로 비싼 땅값의 서울 중심가에 있어 여유 있는 병원도 아닙니다. 대체 어쩌라고~~~ 이판사판이란 단어가 왜 생각날까요?
질병서 준 나름의 대응 매뉴얼은 탁상행정입니다
막상 당해 보세요. 매뉴얼에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요.
1. 간병사 확진 시 대체인력이 절대적으로 없다.
(누가 들어 오냐고요! 어떤 병원은 도망가는 간병사들도 있다고 합니다.)
2. 확진자 나온 병실서 나머지 환자. 간병사 전수 조사 시
- 간병사만 음성일 때 (이때는 도망갈 확률이 높음)
-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환자가 음성이지만 밀접 접촉자라 바로 일반병실로 보낼 수 없어 적어도 한 번 더 검사서 음성 나올 때까지 격리하면 누가 돌볼 것인지. 그나마 우리는 1인실이 많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런 환자 돌볼 간병인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안 오고 보호자 간병이라도 하라면 소리 지르고 병원서 생겼으니 너희가 알아서 하라 할 때
이런 경우....
3. 제일 심각한 문제로...
코로나 전담병원은 보호복도 안 입고 상황실서 모니터링만 해도 월 800만 원. 간호조무사는 400만 원.
그러나 우리들은?
간병사를 못 구해 간호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식사. 투약. 심지어 기저귀 교환까지 해도 그것에 대한 대가는 커녕?? 지원 없이 위험 부담을 안고 가라고 합니다. 이것도 국가가 노동자 인권 보호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그것뿐이랴 물리치료는 안 하면 치료사들은 유급으로 불이익이 없고 오리려 쉴 수 있는데 간호사들은 자가격리 시 같은 팀원들이 메꿔줘야 하는 교대 근무 특성상 더블 근무는 태반요. 무슨 주 5일? 나이트도 대체 인력 없어 9일 근무가 다반사였습니다.
주 2회 검사 시 다음날 양성 나오거나 휴일 자가 키트로 검사 시 양성 나오면 혹시나 환자에게 전염될까 봐 바로 업무 배제를 하는데, 간호사들은 한 달 근무가 짜인 상태서 충분한 인력 없이 빠듯한 스케줄로 대체 인력이 없어 환자 상태도 모르는 타 병동 인원이 급하게 투입되기도 하고, 증상이 심해 목이 찢어지는 고통이 있어도 한 병동 수간호사는 3일 만에 힘들게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병동은 수간호사와 챠지 간호사, 간호조무사까지 동시에 양성 나오기도 해서 그 인력 맞추느라 부서장인 내가 간호사들에게 여기저기 전화 돌려 사정해서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고, 도와주다 감염되고...
또한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열이 나서 처치하는 환자 수가 많이 늘어나 그 업무량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나고 보니 서로서로 아픔을 같이해서 기꺼이 도와준 우리 전 직원들(간호부, 원무부, 물리치료부, 영양실)에게 경황이 없어 지금에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해 봅니다.
부서장으로 최 일선에서 일하는 우리 선생님들이 이토록 마음이 아프도록 불쌍하다는 생각은 정말 난생처음 느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야 며칠이라도 쉴 수 있었지만, 간병사들은 그 아픈 몸에도 단 한 명도 도망? 안 가고 고통을 호소하면서 환자를 돌보았습니다.
그 와중에 감사 한 것은 병원장님과 진료 부장님이 일찍 코로나를 앓고 나서 그 아픔을 공감하여 한약과 투약, 영양 수액 치료 등을 제공하였고, 환자들이 행여나 잘 못 될까 봐 최선을 다해 처치 한 결과 중환자 단 한 명만 사망하였다는 것입니다.
간호부장인 나는 거의 코로나의 끝 무렵에 그것도 주말 동안인 이틀만 심하게 앓았습니다. 만약 내가 일주일이라도 심하게 아팠다면 전쟁터인 병동의 인력 관리가 안 돼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소름 끼치게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가 창궐하게 풀어주고 무증상서 음성인 사람도 잠복기 거쳐 양성으로 나오고 자가 격리 시 아무리 방역을 한다고 해도 집 구조상 가족도 확진되는데, 24시간 같이 있는 간병사도 가족과 같은 구조인 셈이었습니다. 대학 병원서 바로 입원한 환자의 외진도 부득이하게 가게 될 때 어디서 어떤 경로로든 코로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성 받은 직원은 미안한 마음에 연신 죄송하다 얘기하는 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든 걸릴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과정서 걸릴 수밖에 없고 직원들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밀접 접촉자가 되어도 바로 일주일간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그런데도 의료인은 3일 만에 출근하라고요?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무증상이거나 2, 3일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는데, 아픈 와중에 어느 누가 출근할 것이며 출근해서 같은 공간에 있는 병동 구조상(특히 집중치료실) 서로가 불안하지 않을까요?
24시간 간병사가 붙어 있고 중요 외출도 2시간 안으로 갔다 오게 관리해도 고령에다 만성질환자로 사망률이 높은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발생 시 바로 이송시켜 빠른 감염 차단이 정말 중요한데 환자가 너무 많다고 여러가지 문제가 많음에도 자체적으로 치료하라고 했습니다.
국가가 좀 더 적극적 역학조사 등 빠른 관리 대응과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였고 따라서 감염 관리를 도와 줄 수 있는 지원 시스템으로 포괄수가제에서 빠듯하게 일하는 간호 인력 부재에 대한 인력 지원(알바 간호사)과 물품. 무엇보다 감염 전문의의 조언 등 프로세스를 정립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것 없이 무조건 고위험 집단으로 언론에 내보내어 취약 시설로 부정적 인식을 만들기도 했고 결국 우리 모두 코로나에 걸린 후에야 방역을 풀어 주고 있으니 지나고 보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섭니다.
병원은 우리 모두를 위해 감염 예방으로 한 달간 입원 환자도 안 받았고 감염 시 물리치료도 중단하여 병원의 손해가 극심하고 지금까지도 입원 환자 수가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런 요양병원의 현실을 누가 알아줄까요!
우리 모두 도망가고 싶었지만 불쌍한 어르신들 때문에 함께 했고 소독 장갑과 시야를 가리는 훼이스 쉴드로 가뜩이나 혈관 약한 어르신들이라 모두 벗어 던지고 맨손으로 주사를 놓아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고난은 지나간다! 라고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지난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것은 코로나를 겪고 나니 마음도 편해지고 하나도 안 무서워졌다는 것입니다.
나이트 전담자가 대학생 아들 둘의 학비가 필요해서 연봉이 더 높은 전담병원으로 간다고 하더니 이제는 코로나 전담병원에 환자가 없어 얼마 일하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놈의 전담병원의 높은 연봉으로 가뜩이나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간호사가 씨가 말랐었습니다. 전담병원이 없어진다고 해서 은근 구인에 대한 기대를 했었는데 그동안 많이 번 돈으로 한동안 여행이나 휴식으로 취업들은 안 한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폐업한 병원이 많아 그놈의 실업급여를 타 먹느라 일들을 안 한답니다. (조기 취업 시 이익은 있지만...)
간호사 면접 시 전에는 코로나로 감염될까 봐 PCR 검사 결과 음성인지 확인했었지만, 이제는 코로나 걸렸었다면 다행(?)이라고 합니다. 전철에서도 전에는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침묵했었고 누군가나 기침이라도 하면 모두 눈살 찌푸리고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살맛(?) 나게 시끄럽고 음식점도 북적입니다.
거리가 활기가 넘칩니다. 이 모든 것이 방역을 잘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주위에 코로나 안 걸린 사람은 별종?이라고 할 만큼 우리 모두가 위드 코로나가 되어 주어서입니다. 우리 모두 고생했습니다. 정말 고생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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