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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린의 헬스케어 이야기] 베란다 자투리에서 맞는 푸르름의 힐링volume.22 2022. 5. 2. 16:39
공간디자인을 업으로 살고 있어서인지 이사에 대한 두려움은 그닥 없는 편이다. 그도 그런 것이 옷가게 사장님이 옷을 입고 있으면 그 옷이 잘 판매가 되는 것처럼 나 역시 우리집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며 놓고 잡지책에 소개해서 일을 수주하던 초창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꾸며 놓은 집이 쉽게 팔려 몇 차례 이사를 하고, 또 새롭게 인테리어를 해서 디자이너가 사는 집으로의 변신을 반복하며 분위기에 걸맞은 화분들을 소품으로 활용하곤 했지만 꾸준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화단을 조성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여력 밖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나이가 들었는지 아님 시대가 만들어준 생활 패턴의 변화인지 나의 시선도 조금씩 화단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SNS를 팔로잉하거나 나의 디자인에도 어느덧 식물들이 가득한 공간들로 구성하는 것을 넘어 우리집 베란다에까지도 화단의 분위기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거쳐 어느덧 비대면 미팅을 집에서 하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가 왔다. 어느 날은 단 한 발자국도 집에서 나가지 않고 알림 종소리에 맞춰 줄줄이 온라인 미팅을 하고 있는 실정이 되고 말았다. 마치 학창시절 수업시간 사이 쉬는 시간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며 바람을 쐬듯 다음 미팅을 기다리며 책상을 피해 쉴 곳이 필요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사할 때 확장을 할까 말까 망설였던 거실 베란다의 벤치와 화분들에 눈길이 가, 양재동 꽃시장을 찾아 크고 작은 화분 몇 개와 꽃이 피어 있는 꽃나무를 사서 베란다 곳곳에 놓아 보았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나의 손엔 작은 화분들이 하나씩 들려지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식물로 채워지는 베란다는 집에서 두 번째로 시간을 많이 보내며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오래전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아파트처럼 보이는 주거빌딩마다 베란다 가득히 식물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전면 발코니를 확장해 거실의 연장으로 쓰거나 확장하지 않은 베란다엔 쓰지 않는 물건들만 가득 적재해 놓는 것이 다반사인데, 유럽의 발코니엔 작은 화단처럼 각종 식물들과 의자 하나씩이 놓여 있는 그윽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곤 했었다. 확실히 유럽 사람들의 정서에는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는 심미안이 있는 것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기 바빴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엔 비워 놓고 즐기는 정원보단 내 공간으로 확장해 놓으려는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팬데믹이 휩쓸기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근무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활력을 높이기 위해 사무공간에 식물들을 놓는 것들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식물이 있고 없는 공간들을 비교하면서 업무의 활력도를 측정하는 연구도 시행되곤 했었다.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아스플레니움, 드라세나 등 비교적 관리하기 쉬운 식물들을 비롯해서 식물에서 나는 향이 사람의 뇌 활성과 감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도 했다. 이로 인해 허브 라벤더 및 로즈마리 등의 향은 사람들의 뇌에 긴장감을 완화하고 편안함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는데...
일을 집에서 하고 있는 나에게 이런 정보는 깨소금이었다. 로즈마리의 작은 화분을 책상 옆에 그리고 라벤더와 몇 가지의 허브향이 나는 식물까지 베란다에 놓고 보니 어느덧 집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작은 베란다 공간에서 짬짬이 놀며 쉬는 시간의 짧은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 얼마나 행복한지 사람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데... 어떤가? 집에 화단을 만들만한 넉넉한 베란다가 없더라도 화분 하나 들여놓는다면 그 풍족해진 여유의 마음은 넓게 확장된 거실 발코니 그 이상 기쁘고 행복할 것 같다. ■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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