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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인도네시아, 자카르타volume.22 2022. 4. 28. 18:4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한민국의 일제강점기가 35년이라면 인도네시아는 그 10배에 가까운 기간을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살았다. 2차 대전 이후 1945년에 독립했으니 독립 시기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인당 GDP 순위는 낮지만 그래도 자카르타의 시민들은 잘 웃고 이방인들에게 친절한 편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그렇듯 자카르타 시내 역시 오토바이와 스쿠터를 포함하여 교통이 혼잡하고 트래픽 잼이 자주 발생한다. 매연도 심각하고 시민의식은 무질서해 보이고 도로의 정비 상태는 불량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호텔, 주거, 오피스, 쇼핑몰 등 현대식 고층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신축되고 있어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인 것처럼 다이내믹하다.. 지상 경전철을 위한 고가도로 공사도 한창이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볼 때, 고가도로는 교통체증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쉽게 활용되지만 역기능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보행로에 빛을 차단하고 그림자가 드리워 어두운 도시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의 청계고가가 그랬듯이 고가도로 하부는 쓰레기가 쌓이고 취객들의 노상방뇨와 토사물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든다. 특히 야간에는 범죄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연히 고가 하부의 상권은 줄어들고 슬럼화되는 경향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청계고가가 철거되고 짧은 시간에 인공적으로 청계천을 만들어 낸 사업에 대해서는 찬반이 존재하지만 시민들에게 산책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아무튼, 인도네시아는 인구 중 85%가 넘는 국민들이 이슬람 종교를 가지고 있어 히잡을 쓴 여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매일 새벽과 저녁에 기도하는 시간을 알리는데 잠자리가 바뀐 이국땅의 호텔에서 겨우 잠이 들었다가 그 소리에 새벽잠을 설친 적도 많다. 거기에 더해서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욕구를 절제하며 보내야 하는 이슬람교 특유의 라마단 기간도 이들에게는 익숙한 문화다. 하지만 묘하게도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보로부두르'의 유적지는 이슬람이 아닌 불교사원의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있다. 아직 가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오래된 유적지라서 그런지 세월을 머금고 있는 그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앞선다.
바다와 가까운 바타비아에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의 건축들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이 제법 모인다. 이곳 역사박물관을 돌아본 후, 유서 깊은 식당인 바타비아 카페에 한 번쯤은 들러보자. 2층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내려다보이는 광장은 옷차림이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져 북적이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어린이들도 답사를 나왔는지 몰려다니는 모습이 명랑하다. 광장문화는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바타비아 광장도 이 도시에서 스스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광장의 주인공은 조각상도 비둘기 떼도 아닌 군중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해변 방향으로 산책을 나가면 관광객을 위한 작은 유람선들이 도열해있고 배 주인들은 호객을 하기 위해 분주하다. 잔교 위에는 커플들이 바닷바람을 즐기며 여유롭게 걷고 있다. 갈매기들은 시샘하듯 주변을 맴돌고 멀리 수평선에는 여객선이 그림처럼 걸쳐있다. 인도네시아는 발리나 롬복 같은 세계적인 천혜의 휴양지가 많다는데, 다음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되면 그곳으로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 섬으로 수도 이전 계획을 확정했다고 하니 변화하는 인도네시아의 역동성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한편에서는 한가롭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에너지가 넘쳐 분주한 도시.
한쪽에서는 무질서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새로운 건설 붐으로 현대화되고 있는 도시.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얼굴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다. ■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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