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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간호사의 길volume.15 2021. 10. 1. 18:20
대학을 교대 가려다 재수했음에도 실패하여 부득이 경쟁률 낮은 간호학을 택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상위권에 드는 간호학과이지만 내 시절에는 서울대 간호학과도 미달이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중매로 선을 볼 때 간호사라고 퇴짜를 맞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에서는 이해가 안 갈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갔으니 학교생활이 만족할 리가 없고 들어가서도 어려운 의학용어와 미생물학, 해부학 등 과목이 어려워 매번 서머스쿨을 들었다. 해부학은 너무 공부를 안 해 아예 백지를 내 버린 기억도 있다.
그러다 실습을 나갔을 때 도립병원 무료 병동서 환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인정 많은 나인지라 그때서야 사랑의 마음이 생겨 점차 성적이 향상되었고, 졸업 전에 서울의 큰 대학 병원을 전국에서 50명 뽑을 때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래서인지 자부심으로 환자 인수인계를 할 때 잘난 체 하면서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태우기도 (태움 문화)하였고, 인턴은 간호사 밥이고 내과 병동이어서 레지던트 1년 차들과 무척 싸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왜 그리 잘난 척을 했는지 웃음이 나오고 부끄럽다. 그때 싸웠던 의사가 나이 지긋해서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추억이 새롭기도 했다. 밤 근무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가면 자리를 양보해 주기도 하고 그런 나를 술집 여자로 안 보는 것은 몸에서 소독약 냄새가 배어서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이트 끝나는 아침에는 집에 바로 가지 않고 한강 볼링장 가서 볼링 치면서 아침내기를 하거나 조조 영화를 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청춘을 보냈다. 3교대의 불규칙한 생활임에도 할 것은 다 해 어쩌다 오프를 2~3개 받으면 여행을 다녔고, 서울 시내 나이트클럽은 안 돌아 다닌 데가 없고 남자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그 당시 근무했던 내과 병동이 도떼기시장이라고 할 만큼 중환과 잡과들도 많아 덕분에 일 무서운 것을 모를 정도로 참으로 극성맞게 일하고 놀았다. 그러면서 빛나는 청춘이 지나고 지금까지 간호사 일을 했다. 2002년부터 요양병원에서 일했고 가끔 강의도 하여 교대를 하러 못 간 한은 풀은 셈이다.
요양병원에서 느낀 점은 내가 일머리가 있고 공부 머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 병원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모여 있었지만, 요양병원은 간호조무사 수도 많고 간호사들도 여러 병원에서 바닷물처럼 모이게 되어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는 아무리 명문대 간호학과 나오더라도, 근무하던 과가 시시하면 실력이 없어 경험이 실력이라는 것도 알았다. 간호조무사라도 일머리가 있으면 간호사 못지않게 일의 우선순위를 알아 잘 처리 하는 경우도 있다. 요양병원이 종합병원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어르신들이 여러 개의 복합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어, 종합병원이고 인턴 레지던트가 없어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할 정도로 오히려 더 실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간호사 대란이다.
우리 병원에는 70대 간호사도 있다. 복층을 볼 정도로 건강하고 챠지를 볼 정도로 정신, 인지 건강하여 환자들이 모범상으로 추천할 정도로 잘하고 있다. 모습도 전혀 70대로 안 보인다. 또한 우리들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어르신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수 있어 대강 일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늙어 가는 모습에 우울해하였고 할머니들은 눈썹 문신을 예쁘게 하고 몸에 여러 장치를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인생무상을 안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그 70대 간호사는 어르신들을 대함이 참으로 온유하다. 남들은 그런다. 전문직이 좋긴 하다고, 면허증 하나로 오랫동안 우려(?)먹는다고...그러나 의료인이고 전문직치고는 요양병원의 특성상 포괄수가제 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박리다매인지는 모르겠지만 연봉이 참으로 적다. 병원의 꽃은 간호사인데 우리가 없으면 병원도 오픈을 못 하는데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주위 병원에서는 간호사 구인하느라 연봉 테이블을 무시하고 은밀히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여 빼 가는 경우도 있다.
간호 부장으로 인력 구하기가 너무 힘들지만 난 오늘도 수간호사 회의 때 얘기한다. 우리 돈발로 살지 말고 가치 있는 삶을 살자고. 그랬더니 한 수간호사가 얘기한다. 우리들의 가치도 높이자고. 그러면서 방법은 어쩌면 우리가 누워 있을 수 있는 요양 병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교육에 힘쓰면서 대학 병원 근무 시 느껴 보지 못한 사랑이 정말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진정한 간호사가 되자고 하였다.
요양 병원에는 모든 인생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요양병원 근무하는 지금이 더 간호사다움을 느낀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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