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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KHF 2024-ⅡARTICLE 2024. 11. 4. 17:37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2024 병원건축포럼’-2
‘Next-generation Healthcare and Infra’이번 편집장 포커스에서는 지난 10월 2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헬스케어 박람회인 ‘KHF 2024’ 포럼의 두 번째 이야기다. 지난달은 ‘2024 병원건축포럼’에서 소개된 의료시설 동향과 감염병 대비, 의료와 시설혁신, 헬스케어디자인-건강과 공간의 미래 등 여러 연사들의 강연을 진행 순서에 따라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번 달 매거진HD는 ‘2024 병원건축포럼’에서 발표한 내용 중 김선국 現 SlowArk Partners 대표이자 前 CallisonRTKL 및 HDR 부사장의 ‘2024 글로벌 헬스케어 계획 및 디자인 트렌드’와 노태린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이자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의 ‘치유공간 미래의 서막-헬스케어디자인에서 미래가 있다’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두 연사가 발표한 헬스케어와 치유공간의 국내 및 해외 사례를 폭넓게 전하며, 미래 우리나라 병원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1.
2024 글로벌 헬스케어 계획 및 디자인 트렌드
김선국 現 SlowArk Partners 대표, 前 CallisonRTKL 및 HDR 부사장
김선국 대표는 이번 포럼에서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해오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2024 글로벌 헬스케어 계획 및 디자인 트렌드를 5가지 주제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했다. 첫 번째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스마트병원, 두 번째는 환자경험 중심의 디자인, 세 번째는 감염 관리 및 위생 강화, 네 번째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설계, 다섯 번째는 커뮤니티와의 연계다.
『나는 개인적으로 95년도부터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한 2년 정도 일을 했다. 그때 같이 일하셨던 분들이 여기에 몇 분이 계셔서 너무 반갑다. 그리고 30년 동안 계속해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시면서 한 우물을 파시는 분들이 여기에 몇 분 계신다. 그분들이 굉장히 존경스럽고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는 디자이너면서 건축가로 30년 정도 일을 했는데, 이런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돈이었다. 제일 좋은 디자인을 하고, 제일 좋은 개발을 하고, 제일 좋은 자기 비전을 만들고, 꿈을 만들어 가려면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인지, 그리고 어떤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인지, 또 어떤 기술을 쓸 것인지는 굉장히 구체적인 일이고, 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쓸 것인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돈을 제일 잘 쓰는 나라는 미국인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서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그만두고 97년도에 미국에 가게 됐다. 이후 계속 미국에 있었고, 중간에는 베이징에 CallisonRTKL 회사의 병원 쪽 설계 대표로 가서 4년 반 정도 있었다. 그때 미국에 있었던 것 못지않게 중국에 있었던 경험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지금은 부동산 개발도 하고 디자인도 물론 하고 있다. 특히 마스터플랜을 하거나 땅을 개발하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개발하는 일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내가 한국을 떠난 지 벌써 30년이 다 돼 가는데,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언제나 있었다. 왜냐하면 미국에 있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 이방인으로서의 설움이 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한국에서 주축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나는 미국에 가서 그렇지 못한 삶을 살다 보니 한국이 굉장히 그립더라.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현재 나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서 지금 몇 가지 일들을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했었던 프로젝트 중 클리블랜드 클리닉 아부다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삼성의료원 다음으로 했던 일인데,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당시 삼성 의료원의 5배 정도 비싼 재료와 건설 기술을 사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만 거의 4년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디자인 건축 설비, 구조, 땅 등 필요한 것들을 다 하는데, 설계비(design fee)만 거의 3천만 불이 들었다. 그 당시에 3천만 불은 굉장히 큰돈이다. 그때 이 일들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나중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시공했고 마지막 완공한 후에 봤는데, 정말 설계한 대로 지어진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그러니까 미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세계에서 2위를 차지한 병원인데, 그 병원이 이렇게 아부다비에 지어진 것을 보고 너무나 감명받았다. 그때 당시에 나는 메디컬플래너가 아니고 디자이너였고, 각 도시에 있는 30명 정도의 메디컬플래너들과 3년 동안 같이 일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100명이 같이 일을 했다. 특히 이곳에는 해야 할 디자인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같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제 다섯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2024 글로벌 헬스케어 계획 및 디자인 트렌드’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스마트 병원이다.
글로벌하게 봤을 때, 한국은 스마트한 기술에 대해서 굉장히 앞서나가고 있고, 다양한 일들로 세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가 어떤 수준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번 비교 분석해 봤다. 스마트 병원은 익히 알다시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여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 병원의 영상 의학 데이터 센터의 경우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한복판에 세일즈포스 본사가 있다. 세일즈포스는 CRM 소프트웨어 1위 사업자이며,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관계관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세일즈포스는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데, 엄청난 큰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큰 시장 중의 하나가 영상 의학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인데, 그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센터가 굉장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20년 전부터 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그 데이터들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지 고민해 왔다. 15년 전만 해도 세일즈포스라는 회사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큰 회사들의 데이터를 담당하고 있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30여 개의 빌딩을 세일즈포스가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서버들을 집어넣고 있으며, 국방부 보안에 버금가는 비밀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만큼 보통 사람들은 가지 못하는 그런 시설들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듣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많은 것들을 서포트하는 시설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원격의료의 경우, 우리가 팬데믹을 계기로 이제 집에서 일을 하는 일들이 굉장히 보편화됐지만, 그전에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이 원격의료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직접 가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감당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특히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화상상담과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현재 한국 상황을 살펴보니, 삼성병원과 아산병원, 그리고 우리들 병원 같은 경우는 세계 100위 안에 들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더라. 특히 이들 병원은 스마트 병원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AI기반 의료기록 관리와 IoT를 통한 환자 모니터링 등이 활성화되었다. 결국 이 부분을 갖추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집행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건일 것 같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해 보니, 1단계부터 7단계까지 있는데, 한국은 6, 7단계에 와 있었다. 그래서 숫자상으로 보면, 미국은 이런 시스템이 굉장히 앞서가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한국이 아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아직 그런 부분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 우리들병원 그리고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이런 시스템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일본은 여기에 들지 못했다. 일본은 현재 디지털 쪽으로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굉장히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스마트 헬스는, 7가지(텔레메디슨, 모바일 헬스케어, ARTIFICIAL, 인터넷 THINGS, 블록체인, 빅데이터, 로보틱스)가 있다. 그중 로보틱스는 다빈치를 포함해 여러 기술이 있는데, 의공학 분야에서는 텍사스 대학이 굉장히 발전돼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전에 텍사스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벌써 1억에서 2억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졸업생들이 굉장한 대우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20~30만 불은 쉽게 버는데, 10년 전에만 해도 의공학을 공부한 젊은 친구들이 10만 불 이상 받는 걸 보면 컴퓨터 사이언스 학문이 굉장히 각광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원격 의료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서 제대로 실현되기란 쉽지 않다. 15년 전쯤에 메디컬시티나 큰 마스터플랜을 할 때, 원격 의료에 대한 부분은 언제나 이야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답보 상태인 것 같다. 메디컬시티를 얘기할 때만 해도 한국은 의료 환경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태국이나 인도 등의 다른 나라에 벌써 주도권을 빼앗겼다. 만약 그 당시에 의료시장이 열렸다면, 아마 반도체의 호황 못지않은 그런 호황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은 매우 똑똑한 편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참 아쉽게도 놓쳐버린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지금 현 정부도 조금 서둘러서 원격의료를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늦었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부와 기업이 같이 협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번째는 환자 경험 중심의 디자인이다.
먼저 환자 경험 강화이다. 현재 글로벌 헬스케어 건축 트렌드는 환자의 편안함과 정신적 웰빙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자연 채광,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인테리어, 자연과의 연결성을 강조한 바이오필릭 디자인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프로젝트는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네덜란드 로테르담 기반의 건축 설계 사무소)가 카타르 도하에 설계한 알 다얀 헬스 디스트릭트(Al Daayan Health District)다. 카타르 대학교와 새로운 루사일 시티 사이의 130만 제곱미터 부지에 위치한 알 다얀 헬스 디스트릭트(Al Daayan Health District)는 현장에서 조립식으로 디자인된 십자가 모양의 모듈식 유닛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십자가가 한 모듈이다. 이것이 병동의 한 모듈이 되고, 다른 모듈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 4개의 퍼즐을 만들어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OMA답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조감도를 보면 매우 기하학적이고 중동에서 아주 좋아하는 패턴들을 사용했는데, 만약 이대로만 지어진다면 굉장히 유토피아적인 병원이 될 것이다. 특히 이곳의 첨단 기술 농장은 의약품의 현지 생산을 위해 식품과 약용 식물을 공급할 만큼 자연 친화적인 에너지와 식물을 활용한다.
이제 한국 상황을 살펴보면, 내가 가본 병원 중에서는 이대 서울병원이 굉장히 눈길을 끌었다. 우리 부모님이 이 병원을 이용하시는 데 직접 가서 보니 공간감이 너무 좋더라. 답답하지 않고 확 트여 있어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개인화 서비스 도입 확대이다. 현재 환자의 치료 과정 전반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 설계와 기술적 설계가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개인화된 병실 공간,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의료 서비스 등이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감염 관리 및 위생 강화이다.
현재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관리가 병원 설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공기 질 관리 시스템이나 항균성 재료, 터치리스 설비 등이 대거 도입되고 있으며,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동선 분리와 환기 시스템 등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서 내가 제일 궁금한 점은 만약에 병원 전체가 감염됐거나 혹은 한 병동이 감염됐다면 그것을 분리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이 있는가? 이다. 물론 중환자실이나 조그마한 방은 할 수 있지만, 중규모나 대규모 사이즈의 방에서 나갈 때에 어떠한 대응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모듈의 크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그 시스템을 나누는 것은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사용 가능한 그런 기술이 어떤 것이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한국도 팬데믹을 계기로 감염 관리를 위한 설계가 중요해졌다. 많은 병원이 환기 시스템과 공기정화 장치를 업그레이드했으며,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공간 설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현상 설계 당선안을 보니 진료부나 포디움 쪽에 메디컬 스트리트를 사용한 점을 봤다. 그래서 메디컬 스트리트는 감염에 취약한 부분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더구나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부분이기에 거기에만 음압을 더 강화해서 감염병이 돌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네 번째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설계다.
이 부분은 모든 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라고 보고 있으며, 사실 공기의 질에 있어서는 한국이 매우 좋은 편이다. 현재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친환경 설계가 필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시스템, 에너지 절감형 HVAC 시스템, 물 절약 기술 등이 도입되고 있다. 설비 쪽에서는 이런 부분을 많이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설계되고 있으며, 자재 선택부터 폐기물 관리까지 친환경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거기에서 친환경 건축 자재와 효율성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는데, 지금은 탄소 중립 혹은 카본 에너지(탄소직접포집)에 대한 콘셉트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재생 능력 혹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을 연구하는 곳도 있다. 한국 상황에서는 이에 관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커뮤니티와의 연계이다.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살펴볼 때 필라델피아에 있는 메디컬 오피스의 경우, 외래 환자들을 위해 이 지역에 있는 클리닉과 본원에 있는 클리닉이 연결해서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시카고에 있는 러시 유니버시티 메디컬 센터(Rush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경우, 현재 계속해서 많은 투자가 들어가고 있고, 이 캠퍼스 내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들과의 연계성을 갖고 진료할 것인지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는 이런 커뮤니티 연구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아직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먼 단계다. 왜냐하면 의사 한 명당 한 시간에 30명에서 60명을 보고, 1분도 채 진료를 보지 못하고 넘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치료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팔로우업 할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미국에서는 10분 내지 15분 정도를 환자에게 할애한다. 물론 이것은 의료 숫가나 돈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크다.
최근에는 노인 주거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퇴주거단지(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있는데, 이곳은 노인이 아프지 않은 상태, 그리고 거동이 조금 힘든 상태, 그다음 치매나 중증 고난도의 상태로 가는 경우 등 노인들의 건강 상태나 케어 필요성의 변화에 따라 다른 유형의 주거 및 케어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형태의 주거가 지금 한국에서도 계획되어 있고 앞으로 몇 년 사이에 굉장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요양시설이나 양로 시설이 의료시설과 어떻게 연계점을 갖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미국에서는 의료업이 가지고 있는 경제 규모가 굉장히 크다. 그렇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의료 쪽에서 돈을 버는 일 중 거의 열 배가 관광업(tourism), 여행이다. 만약 호스피털(Hospital)과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가 같이 시너지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계획한다면, 우리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시니어 모빌리티라는 개념인데, 노인 분들 혹은 여기 계신 분들이 이제 노인이 돼서 어떤 삶을 즐기려고 할 때, 여행 컨시어지나 메디컬 컨시어지처럼 맞춤형의 케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집이나 자기가 다니는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맞춤형의 케어나 서비스를 받는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저가의 아주 효율성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또 AI와 관련해서는, 제가 아는 지인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개발 담당자다. 그분이 나를 만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앞으로 2, 3년 혹은 3, 4년 사이에 우리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재화를 컴퓨터나 AI가 만들어서 그 재화를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안 벌어도 AI가 쓸 수 있는 돈을 준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의료 환경이나 요양시설의 환경 역시도 이에 맞게 미리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동향들
이밖에 몇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먼저 10년에서 15년 전에는 클리닉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15년 전부터 편의점 같은 클리닉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클리닉 개념의 정신병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여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며, 어떠한 대응책이 있을 것인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제가 제일 재미있게 일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대전 선병원의 국제 건강 검진 센터인데, 그때 메디컬 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현재 차병원 같은 경우는 LA에 단지가 크게 조성되어 있다. 현재 이와 같은 형태의 모습들이 LA나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만들어져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인기가 많기 때문에 중국인이나 돈 많은 동남아의 부모들이 이런 서비스를 찾고 있다. 그래서 의료와 호텔, 그 두 가지가 합쳐지게 되면 굉장히 좋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해외에 수출할 기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또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이나 마스터플랜을 계획할 때 대부분 정부 주도 혹은 병원이나 대학 주도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의료 시설이나 연구 시설 등은 디벨로퍼들이 직접 참여해서 방향들을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정치 색깔이 변하면 기존에 하던 계획도 엎어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고 10년, 20년, 30년, 5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이 큰 목소리를 내야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에 재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냥 개인적으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과 같이 연결 지어서 해야 한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많은 것들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스탠퍼드 대학교 옆에 있는 정신과 병원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돈을 잘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것인가 의논하면서, 생각을 키워나가고, 비전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치유공간 미래의 서막-헬스케어디자인에서 미래가 있다
노태린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노태린 대표는 이번 포럼에서 저서 <공간은 어떻게 삶을 치유하는가>의 내용을 토대로 헬스케어 디자인의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며, 병원 설계에 있어 치유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짚어주었다. 특히 병원설계에 있어 치유공간의 확립은 사용자 모두에게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의 삶이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열쇠임을 강조했다.
『1. 환자중심 병원을 넘어 치유공간의 중요성 부각
<코로나 이후 한국의 병원 공간 움직임>
첫째, 현재 우리나라가 환자 중심 병원으로 들어가는 입장에서 치유 공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실 치유공간은 코로나를 겪기 전부터 이미 서막이 열렸고, 코로나 이후 더욱 부각된 것이다. 나는 코로나가 오기 10년 전부터 계속 ‘환자 중심 병원’에 대해 언급해 왔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병원 환경이 점차 바뀌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공급자 중심의 의료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환자를 위한 배려 있는 공간과 호텔급 이상의 품격 있는 병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변화의 교두보가 된 것은 바로 ‘의료 서비스, 환자 경험 평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의료 서비스, 환자 경험 평가’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벌써 올해 네 번째 평가에 들어섰다. 사실 병원은 외적인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 의료 서비스 문제, 그다음 환경에 대한 문제, 간호사들이 환자를 응대하는 모습 등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반영이 되어, 결국에는 외적인 발전과 함께 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같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경건축학적 관점에서 ‘자연 치유가 병원 환경에 아주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치료 중심의 병원 공간에서 이제는 치유를 생각하는 병원 공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요즘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적용한 병원 공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내 집보다 더 나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그곳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래서 내 집 그 이상의 병원 환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병원은 양지병원이라 할 수 있다. 양지병원은 정원이 로비 한가운데 펼쳐져 있으며, 검진센터 대기 공간에 실내 정원이 적용되어 많은 병원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 대한외래의 선큰가든의 경우 디지털 패널을 이용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환자의 힐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 번째, 은평성모병원은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들 모두가 병원 이용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장애물 없는 병원(Barrier free hospital)’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대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 3인실, 전 중환자실 1인실로 총 1,014병상을 두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의 경우, 스카이워크 내부에 무빙워크를 설치하는 등 병원이 ‘내 집과 같은’ 그 이상의 ‘내집 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코로나 발생 이후 K방역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만큼, 감염 방지에 강한 ‘안전한 병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오염 구역의 완벽한 분리로 안전을 확보하거나 평상시에도 활용성이나 편의성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병원 안에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감염병에 굉장히 유용한 체계를 많이 갖춰 안정한 병원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스마트한 디지털 환경을 앞세우며 의료서비스를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제주한국병원 응급실의 경우, 방사형 응급실 스테이션을 통해 빠르고 직관적인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커멘드 센터를 구축하여 더 이상의 종이 차트 없이 손안에 전달되는 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스마트 의료를 선도하는 스마트 병원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섯 번째, 이제는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멘탈 서비스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마음의 병’이었다. 이후 멘탈헬스케어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편안함을 추구하는 병원 환경들이 곳곳에 조성되었다. 서울시 구청에 자리 잡은 ‘마음 정원 상담 공간’ 같은 경우는 구청 시 안에 별도의 상담 공간들을 만들어 우울증이나 자살 방지 차원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고도의 정신질환자들이 입원하는 ‘안정실’의 경우, 예전처럼 감금하는 공간이 아니라 창을 두어 창밖의 자연환경을 보게 하거나 소프트한 질감의 마감재를 사용해 치유 환경을 조성했다. 그만큼 ‘안정실’까지도 케어의 개념으로 바뀌며, 멘탈서비스, 멘탈헬스케어의 가치를 공간에 구현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곱 번째, 이제는 병원 안에 의료진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의 환경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해 배려의 공간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아산충무병원의 경우, 수술센터에 인접한 의료진의 휴게공간이 밝고 환한 분위기로 조성되었으며, 잠시 앉아 휴식할 수 있는 독서 공간까지 마련했다. 또한 100평 규모의 참조은병원 아트리움은, 휴식공간(Hue Lounge/Raonhaje Zone/Forest Zone/Chammaru Zone), 창작공간(Gong-Gam Zone), 회의공간(Vitamin Room), 전망대공간(Thinking Zone) 및 카페시설이 구비돼 있는 초대형 직원전용 휴게공간이다. 전체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로 조성되어 직원들이 편안하게 휴식과 쉼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참조은 아트리움은 사회현상의 한 흐름으로 MZ세대 직원들을 위한 공간에도 절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익히 알다시피, 고령 시대와 고령화 시대는 각각 다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가 7%를 차지하면 고령화 사회가 되는 것이고, 20%를 넘어서면 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가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결국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1월 10일 행정안전부의 공식 발표 자료를 보면, 20대 인구가 620만 명인데, 70대 이상의 노인 인구가 632만 명이다. 이 정도의 편차라면,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건강한 노인들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로 인해, 이제는 헬스케어를 대비하기 위한 시점에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미래 사회에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우리의 공간적 움직임들이 가시화되고 있으므로, 치유공간에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치유공간 움직임>
이제는 요양병원이 노인 환자들을 수용하거나 단순히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일상으로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 중심 요양병원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선진화되는 요양병원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아주대 요양병원 같은 경우는 재활에서 일상으로 넘어서는 환경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오스트리아 빈의 ‘자비의 집(Haus der Barmherzigkeit)’은 다학제 팀으로 노인 개개인의 맞춤치료 재활 및 요양 병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신체적·정신적 회복의 통합 진료뿐 아니라 음악 및 예술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환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특징이다. 더욱이 내부 환경이 전체 옐로우와 레드의 따뜻하고 활기찬 색상을 적용함으로써 공간에 신선한 자극을 부여하고 있다.
시카고 소재의 세계적인 재활병원 ‘셜리 라이언 어빌리티 랩(Shirley Ryan Ability Lab)’은 회복기 의료체제 재활병원으로의 세계적인 혁신 병원이라 할 수 있다. 이 병원은 노인의 신경계 및 뇌졸중 등의 회복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재활 연구와 혁신을 기반으로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퇴원 후에 지속적인 환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더구나 정신적인 지원까지 아끼지 않은 만큼, ‘재활병원의 환경이 이렇게 접근성을 가지고 디자인이 됐다’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신경계라든가 뇌졸중 중심의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노인 환자 중심의 헬스케어병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특화된 전문병원이나 만성 질환 중심의 병원들이 커 나가고 있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종합병원내 안과센터를 특화시킨 세란병원이라든지, 종합병원 내 여성 중심의 유방암병원과 갑상선병원을 특화시킨 대림성모병원이 국내 대표적인 헬스케어병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캐나나 토론토 소재의 ‘여성 대학 병원(women's college hospital)’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은 여성 중심의 특화 병원으로 혁신적인 연구 임상과 원격 의료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포용적인 의료 접근성과 디자인으로 여성들이 편안하게 진료를 보고 병원 안에서 쉼을 얻을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됐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원격의료나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법적으로 풀어놓은 상태는 아니지만, 이제는 점점 병원들이 스마트 의료로 갈 수밖에 없는 추세라고 본다. 특히나 병원 안에서의 디지털 정보화 시스템 그리고 통합 반응 상황실을 통해 멀리 있는 환자들에 대한 정보나 움직임을 주시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나중에 별도의 연구용 서버에 저장이 되어 R&D의 귀한 리소스로 활용된다. 용인 세브란스 병원 같은 경우는 인구 대비 병원이 굉장히 큰 편인데, 용인세브란스가 특화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국내 첫 ‘디지털 혁신 병원’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개원 전 스마트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계 방향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다.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병원으로서 프로세스를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차원에서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도 같이 워크샵을 통해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산타 클라라 밸리 의료 센터(Santa Clara Valley Medical Center)’도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는 병원이다. 특히 미국은 워낙 원격 의료가 잘 되어 있는데, 이 병원은 취약계층의 환자들에게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는 병원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돌봄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마치 건물이 하나의 힐링 센터처럼 디자인되었다. 이곳 역시도 만성질환 관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원격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아마 환자가 직접 와서 진료를 보는 것보다는 의료진의 동선을 통한 원격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건강한 고령자들의 니즈에 맞춘 웰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그로인해 병원에서도 웰 라이프가 너무나 중요시되고 있다. 단지 아픈 환자들을 돌본다기보다는 아프지 않은 환자들도 같이 와서 힐링하며, 건강을 지속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메디컬 오 스위트는 여성암요양병원으로, 메디컬 웰니스 리트리트(wellness retreat)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의학·한의학 통합치료프로그램, 스파나 명상, 요가, 음악, 숲 체험 등의 힐링 프로그램, 면역 개선 맞춤 치료식, 내·외부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었다.
미국의 뉴 올리언즈 소재의 ‘옥스너 의료 센터(Ochsner Medical Center)’는 HCD를 통해서 가봤던 병원인데, 프리미엄 웰니스와 재활의 통합 진료 서비스 개념을 도입했다. 특히 피부와 재활치료의 협진으로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둔 병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검진센터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처럼 힐링 센터의 개념으로 병원에 와서 치료도 받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앞으로 생겨나지 않을까 전망된다.
그리고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휘트먼 워커 헬스_맥스 로빈슨 센터(Whitman Walker Health_Max Robinson Center)’는 성 소수자들이나 에이즈 감염자 등 의료서비스 접근에 장벽이 있는 개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만큼 예전에는 밝히기 어려운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진료 서비스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병원 내에서 편안하게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커뮤니티 기반의 헬스케어를 구축한 것이다. 바로 이런 병원이 앞으로의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하나의 치유 공간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2. 헬스케어디자인의 핵심 요소(초고령 시대를 위한 치유공간 디자인)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헬스케어디자인 핵심 요소>
이제부터는 헬스케어디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이 좋은 디자인으로 아무리 멋진 힐링 스페이스 공간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장애인들의 경우,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설사 그곳이 치유공간이라고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계단이 많은 곳을 가게 될 경우, 건축가가 장애인들의 움직임을 체험해 보고, 서비스 사파리를 통해 직접 다녀보면서 점검하게 된다면 장애 시설이나 병원 설계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런 접근성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건축가 카렌 브렛마이어가 휠체어 사용을 위한 접근성을 경험하면서 디자인한 시드니 스페이스 니들은 바로 이런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요즘은 심리적 안정감과 편안한 분위기 조성이 병원 디자인에 많이 적용되는 추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병원 문턱에 들어섰을 때부터 느껴지는 첫인상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기에 첫 이미지 연출이 매우 중요하다. 집도 마찬가지다. 현관에서부터 빛과 소리(자연의 소리), 그림, 식물 등을 접목하는 현관사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집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초고령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은 직관적 디자인이다. 눈에 보이는 숫자나 글씨를 작게 해서 이해할 수 없게 한다거나 내부의 동선을 어렵게 만들어 놓는다면, 노인들은 무척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명확한 경로 표시와 일관된 색상 및 패턴을 활용한 인테리어, 혼란을 최소화하는 조명설치 등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만큼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치매 환자나 노인 환자들의 공간들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에는 내가 느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적용하거나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조명이 켜진다거나, 화장실과 샤워실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벽마다 손잡이 및 거치대를 두어 걸어 다니기 편하게 하는 등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 요소에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한다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에는 1인 가족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나와 비슷한 외로운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커뮤니티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반포 느티나무 센터나 강남구 웰에이징 센터의 경우, 사회적 고립 방지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정서적 유대감 및 정신적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제는 스마트센서나 원격의료기기를 통한 홈케어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는 환자가 병원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도 원격진료를 통한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발전되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통합된 홈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ESG가 반영된 친환경 건축을 선호하고 있다.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천연의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인테리어가 개발되고 있으며, 태양광을 통한 에너지 절약 설계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만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핵심은 친환경이며, 이는 곧 고령화 사회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매거진HD에 소개된 HOSPIWOOD 21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과 병원 의료 혁신의 경계를 확장하는 21세기 생태건축물로,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건축가는 진정한 ‘친환경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생물 기반 재료, 재활용 및 재사용 가능한 자재로 구성하여 부지와 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보호하도록 했다. 또한 도시의 녹지화, 도시 농업의 재도입, 재생 가능 에너지의 통합, 건물의 기후 반응 설계 원칙, 부드러운 이동성을 위한 교통망 개발, 저탄소 생물 기반 건축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 앞으로 어떤 지속 가능한 도시가 탄생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공간을 구축하는 사람들의 철학적 마인드가 개선되어야 할 시기에 도래했다. 지금은 진정한 나를 돌봐야 할 시기로 나의 건강이 돌봄이며, 이는 곧 치유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돌봄 사회로의 변화가 머지않았다. 공간과 건강이 공존하는 사회가 시작된 만큼, 초고령 사회에서 치유 공간의 구축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책임질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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