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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D 근거기반 디자인 (Evidence-Based Design)volume.01 2021. 2. 4. 14:25
1999년, 미국의 환자 안전에 관하여 놀라운 사실이 발표되었다. 미국의 의학연구소 (Institute of Medicine)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10만 명에 가까운 생명들이 의료 과실에 의한 불필요한 죽음을 맞이하고, 이로 인해 약 33조 원의 간접비가 발생한다고 한다 [1].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는 여러 노력 중 하나로, Evidence-Based Design이 각광받고 있다. Evidence-Based Design은 환자, 스태프, 의료 단체 등의 여러 주체들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연구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리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2].
연구로 확인된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디자인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케어를 제공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스태프들 또한 만족하는 환경에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Evidence-Based Design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이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디자인이 어떻게 환자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Evidence-Based Design 분야의 수많은 연구들이 디자인이 환자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3]. 건물의 레이아웃, 인테리어 디자인, 혹은 전구의 종류 등의 다양한 스케일의 디자인 요소들은 의료진의 효율성에서부터 환자의 사망률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의 연구 결과를 예를 들자면, 이 분야의 아버지라고 불릴 수 있는 Roger Ulrich에 의해 1984년도에 발표된 연구가 있다 [4]. 당신이 환자라면,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자연의 모습과 옆 건물의 벽 중에서 어떤 것을 선호하겠는가? 무엇을 보는지가 환자로서의 당신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
가볍게 생각했을 때 크게 신경쓰지 않을 창문 풍경이, Roger Ulric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방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자연 풍경이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 벽돌 풍경이 보이는 환자들에 비해 (다른 조건들을 모두 제어했을 때) 복합증세가 더 적게 나타났고, 더 적은 양의 진통제를 투여하였고, 더 일찍 퇴실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무시될 수 있는 디자인 요소가 환자의 안전 및 건강에 미치는 큰 영향력을 확인한 연구로, Evidence-Based Design의 기초를 수립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또 다른 연구들은, 중환자실의 “죽음의 방(death room)”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기도 하였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중환자실의 환자 침대가 간호 스테이션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 (low-visibility rooms), 31%의 높은 확률로 환자들이 침대에서 낙상하였고 [5], 심지어는 약 30%가 높은 사망률을 보고하였다 [6-8]. 반대로 간호 스테이션에서 잘 보이는 중환자실의 경우, 다른 중환자실들에 비해 42%가 낮은 사망 확률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8].
중환자실들의 레이아웃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간호 스테이션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중환자실 환자들의 사망률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동시에 무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실제로 환자들 및 의료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할 수 있을까? Evidence-Based Design에서는 연구들이 단지 연구로 끝나지 않고, 실생활에서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목표를 정립하고 있다.
먼저, 기존에 있는 연구들이 무엇인지 찾고 해석한다.
흔히 문헌조사(literature review)라고 일컬어지는 연구의 한 종류로, 많은 연구분야에서 특히 Evidence-Based Design 분야에서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와 관련하여 좋은 예시로는, 2008년도에 발표된 Roger Ulrich과 Craig Zimring 및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집대성된 문헌연구 자료가 있다 [3]. 이 자료는 현재까지 800번이 넘도록 인용이 될 만큼 이 분야의 연구자들 및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문헌연구 자료는 연구자들에게는 어떠한 방향으로 추후 연구를 하는 것이 좋은지 방향을 제시하고, 디자이너들 및 의료관계자들에게는 특정 결과와 관련된 연구들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 이와 관련된 디자인 요소들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이와 동시에 중요한 목표는,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전에 진행되어 온 많은 연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만큼,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헌연구로 파악한 비어있는 부분을 메꾸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과 연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 관계를 유지해간다.
디자인 회사에서 각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하는 설계전 연구 과정에서부터, 설계 후 사용자들의 연구 (Post-occupancy evaluation), 일반화 할 수 있는 연구 결과 도출을 위한 단독 연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시기와 방식으로 디자인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 새로이 진행되는 이러한 연구들은 또한, 다양하고 많은 디자인 프로젝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 저널 및 보고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이 분야의 또 다른 목표는, 연구 결과를 통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을 위한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에는 수많은 요소들을 반영해야 한다. 실사용자는 누구인지, 그들의 필요사항은 무엇인지, 이와 관련하여 어떤 연구 결과가 있었는지, 그 연구결과에서 파악한 디자인 요소는 무엇인지 등의 사항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고려하여 디자인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과정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효과적은 방식은, 결과 도출 과정에서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전 연구 결과에 기대어, 사용자들의 시각에서, 디자인 행동 유동성 (design affordance)가 반영되었는지, 정략적인 분석을 통해 디자인을 수정해나갈 수 있다 [9].
마지막으로 소개할 큰 목표로는, 연구 결과를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사용자를 위한 의료시설 디자인에는 수 많은 고려사항들이 존재한다. 이를 조금 더 쉬운 과정으로 도와주는 방식으로는, 연구 결과를 디자인 용어로 해석하여 미리 서술해놓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 될 수 있는 디자인 모듈을 제공하거나, 디자이너들이 따라야 하는 방식을 서술해놓은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디자이너들이 사용자를 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마요 클리닉 (Mayo Clinic), 카이저 퍼마난테 (Kaiser Permanente) 등 다양한 의료단체들이 자신들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각 프로젝트에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Evidence-Based Design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와 디자인의 관계를 정립하고 사용자를 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노력들에 앞서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 분야를 넘어서 의료 관계자, 디자이너, 시설관리자 등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 사용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특히 환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자 결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이 그러한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REFERENCES
1. Kohn, L.T., J.M. Corrigan, and M.S. Donaldson,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Vol. 6. 1999,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2. The Center for Health Design. n.d.; Available from: https://www.healthdesign.org.
3. Ulrich, R.S., et al., A review of the research literature on evidence-based healthcare design. Herd, 2008. 1(3): p. 61-125.
4. Ulrich, R.S., View through a window may influence recovery from surgery. Science, 1984. 224(4647): p. 420-1.
5. Choi, Y.-S., The physical environment and patient safety: an investigation of physical environmental factors associated with patient falls. 2011.
6. Lu, Y., et al., Patient Visibility and ICU Mortality: A Conceptual Replication. HERD: Health Environments Research & Design Journal, 2014. 7(2): p. 92-103.
7. Leaf, D.E., P. Homel, and P.H. Factor, Relationship between ICU design and mortality. CHEST Journal, 2010. 137(5): p. 1022-1027.
8. Ossmann, M.M., Exploring spatial risk: The impact of visibility on ICU mortality . 2016.
9. Denham, M.E., Y. Bushehri, and L. Lim, Through the Eyes of the User: Evaluating Neonatal Intensive Care Unit Design. HERD: Health Environments Research & Design Journal, 2018: p. 1937586718761017.[글 : 임리사 / 텍사스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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