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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다 그런거지 뭐volume.44 2024. 3. 1. 04:22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 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 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 문정희, <비망록>
예전에 도덕시간인가 국어 시간인가 참사람, 난사람, 든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사람은 정직한 사람이고, 난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 그리고 든 사람은 학식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되라고 가르침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온유한 사람, 즉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유트브에서 뽀빠이 이상용님이 나이 많은 100세 넘은 어르신에게 많은 세월 살아오는 동안 힘든 일이나 특히 사람으로 인해 억울하게 오해받거나 분한 일이 없냐고 묻자,
“가만히 냅두니까 즈들이 먼저 죽데요~~~~~”
하루의 반과 어찌보면 인생의 반인 직장 생활인만큼 어디 가나 원수? 는 있지만 자기가 할 탓이라고 먼저 다가서고 양보하고 순간을 참고, 인정하는 것보다 이해해 주면서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고, 힘들다 생각하면 훈련받는다 생각해서 쓰레기가 마음에 적재되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내공으로 쌓이게 하는 긍정적인 삶을 살라고 우리 간호부 식구들에게 교육을 통해, 갈등 상담을 통해, SNS 공지를 통해 수시로 얘기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 나름 지금의 우리 팀원들과 수간호사는 자랑할만하다고 자부해 왔었습니다.
그럼에도 얼마전 간호사와 투석실 수간호사와 공동 카톡에서 심한 말들이 오간 적이 있었습니다.. 대충 적어 보면 병동의 자기 환자를 투석실에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너무 병동에다 지적해서 기분 나쁘다는 것입니다. 일단 문자로 남겨진 것이기에 모두 프린트해서 가져오라고 했더니 난생처음 보는 문자질에 간호부장의 간호 방침에도 너무 어긋나게 보낸 문구들이 기막힐 정도로 상식 이하였습니다.
적어보자면-----
1. 타 수서의 수간호사는 우리한테는(본인만이 아닌) 그냥 일반 동료에 불과하다.
2. 수간호사가 불만있으면 직접 와서 얘기하자고 하는데도 남의 병동 갈 일은 없으니 할 말 있으시면 올라오세요라고 함.
3. 결국 본인 병동이 잘못했음을 인지하자 “아이고 죽을죄를 지었네요~~” ㅠㅠ
4. 다음날까지 투석실 적정성 평가 자료 제출일이라 급한 검사결과지를 제출해야 하는데 병동서 누락된 검사 결과지를 나이트 번에게 설명하고 심전도 스캔을 원하자 그런 상황 인계가 안 된 상태서 엄연히 우리 환자인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한 점.
5. 위계질서 얘기 하는데 여기가 대학 병원인가요? 다양한 선생님들이 모인 요양병원에서 위계질서 운운하는건 구 시대적인 발상이네요.
6. 투석 시 응급상황일 때 보호자가 갑자기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수간호사가 같이 가는 것을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는 점(오버하지 말라고 하는 건지..).
7.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던 환자가 중고 탬플릿 PC를 주려고 했는데 안 받는다고 하니 버린다고 해서 환자가 기분 나빠할까 봐 투석실 간호사가 보관하고 있었는데 환자의 말만 믿고 그것을 수간호사가 뺏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싫어한 점.
보다못해 최근 대학 병원 근무하다 입사한 젊은 20대 간호사가 지금 가르치냐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환자 결과 보고 식이 교육은 해 주었는지 묻고 싶다.
저번에 메신저에 앞뒤 상황 안 보시고 화를 내시고는 결국 죽을죄를 지었다고 하셨는데 화내시기 전에 그게 화낼 상황에 맞는지 확인 먼저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000 선생님께서는 타 부서나 타 동료와의 소통 시 조금 더 신중하게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리립니다. 등등등.... 조근조근 따지는데 대 선배로 너무도 부끄러워 간호부장인 내가 대신 사과하고 그 병동의 수간호사가 대신 사과하고...
개인으로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 들이고 중재를 할지 너무도 막막했고 그동안 나와 함께 몇 년을 함께한 간호사라 상처는 내가 제일 많이 받아 지금까지 화가 안 풀렸습니다. 다 그런 거지 뭐~~~~ 하고 넘어가던 것들이 한순간에 막힌 느낌입니다.
이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넘어 가야 겠지요? 결국 대신 그 간호사와 친한 다른 동료에게 엄청 화를 냈더니 귀에 들어갔는지, 수간호사와 면담시도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서 사표를 냈습니다. 분탕질도 이런 분탕질을 하고 그만 두면 나갈 때 그래도 좋은 추억의 병원이 되게 하려는 나의 방침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한바탕 웃음으로 다 그런거지 뭐~~~~ 하고 억지로 오늘도 나 자신을 훈련합니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4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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