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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한여름 보양식volume.38 2023. 9. 1. 16:59
‘보양 (保養)’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니, 건강을 보전하여 활력을 기른다는 뜻이네요. ‘보양식’은 의학적으로는 별로 근거가 없고 그 효능을 동의할 수는 없지만, 필자에게는 봄 쯔꾸미, 가을 전어처럼, 한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에는 통과 의례로 한번쯤 먹어 보는 음식입니다.
필자가 선택한 금년 여름의 보양식은 염소 요리 입니다. 염소 고기는 다른 고기들에 비하여 지방 비율은 낮고 흡수율이 높은 단백질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지인의 소개로 찾은 서초동 법원 근처 ‘속리산 염소 요리’집에서 수육과 전골을 주문하였더니, 깔끔한 밑반찬과 함께 특제 양념장이 나옵니다. 양념장은 고추장, 겨자, 참기름, 마늘, 들깨를 섞어 놓은 것 같은데, 젓가락으로 골고루 섞어 맛있게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곧 이어 나온 수육을 살짝 데친 부추와 함께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잡내도 없고 부들부들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수육 삶을 때 잡내를 어떻게 없애는지 주인에게 물어보니, 할머니만 아는 영업 비밀이라고 알려주지 않더군요.
이어서 나온, 국내산 흑염소 고기를 푹 고아 끓인 육수에 깻잎, 방아잎, 부추, 양파, 대파 등 각종의 신선한 야채를 넣은 전골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우선 감탄했지요. 수육과 달리 육질은 쫄깃하였으며 금방 보글 보글 끓은 국물은 진하고 고소하였으며, 이전에 먹어 본 보신탕 맛과 흡사하였습니다.
이미 포만감을 느꼈지만, 자작자작 졸아 들은 국물과 김가루, 미나리를 비벼 만든 볶음밥으로 대미를 장식하였습니다.
‘40살이 되기 전 흑염소 세마리만 먹으면 죽기 전까지 잔병 치레 없이 건강하게 산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육십 넘어 먹은 사람에게도 조금이라도 효능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칼로리가 높아서 체중 관리에 도움은 안되지만, 웬지 기운이 나고 활기가 샘솟는 기분이 드는 걸 보니, 염소 요리는 보양식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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