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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몬안베띠volume.30 2022. 12. 29. 20:09
필자의 고향 부산은 겨울에도 그다지 춥지가 않아서, 유년기의 기억 서랍 속에는 눈 내리는 겨울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늘처럼 새벽부터 눈 내리고 갑자기 추워진 겨울날 저녁에는 따끈한 국물의 쌀국수가 생각나기에, 면식 수행지 (麵食 修行地)로 서초동 몬안베띠 (Monanpetit)를 찾았습니다. 베트남어 ‘요리’와 프랑스어 ‘맛있게 드세요’의 합성어인 ‘몬안베띠’에서 식객(食客) 부부가 먼저 선택한 음식은 ‘수비드 삼겹 쌀국수’입니다.
수비드 (Sous-vide)는 고기를 비닐로 진공 포장한 후 끓는 점 이하의 온도에서 오래 익히는 조리 방법으로, 식감이 부드럽고, 육즙이 고기 속으로 배어 들어서 먹었을 때 풍부한 육즙을 느낄 수 있지요. 삼겹살, 양파, 파, 숙주와 함께 윤기나고 부드러운 쌀국수 면을 흡입하니, 이들의 환상적인 조합에 금방 감동하게 됩니다. 이어서 사발을 양손으로 잡고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니, 색깔은 맑은 데도 깊고 진한 풍미와 따뜻한 온기가 몸속으로 전해지고, 밖은 겨울인데, 위와 창자 속에는 봄이 오더군요.
‘로제 해산물 쌀국수’ 는 토마토소스에 하얀 생크림을 섞어 만든 ‘로제 (rose) 소스를 기본으로 홍합, 새우, 게 등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우려내어 국물이 크리미하고, 맵고 얼큰하여서 해장용으로도 좋을 듯하더군요. 고급스럽고 신선한 맛의 조합으로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Side dish로 주문한 ‘표고버섯 짜조(Cha Zio)’ 와 ‘오징어 짜조’ 를 스위트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니, 이 또한 별미였네요. 일종의 튀김 만두라서, 맥주 안주로도 좋을 것 같더군요.
많이 먹으면 살찔까 봐 걱정될 때, 베트남 쌀국수는 속은 든든해지고 살은 안찔 것 같은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 날씨에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의 베트남 쌀국수 한사발 어떠신가요?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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