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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린의 헬스케어디자인 이야기] 정신건강을 위한 일상공간 디자인volume.25 2022. 8. 2. 21:06
팬데믹에서 엔데믹의 시대로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 요즘. 물론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휘젓고 있지만, 각국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완화 또는 해제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는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전염병이 우리의 무의식에 끼친 영향은 불가피하다. 감염 예방을 위해 기본적 생활 동선이 바뀌고 있음은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작업, 휴식, 회의, 여가 등을 위한 새로운 차원의 개념 정립이 필요해진 시기다. 특히, 사람들의 위축된 심리와 우울함, 고독감, 외로움 등을 덜어줄 주거환경과 업무환경, 기타 모든 주생활 관련시설에 대해 이제는 정신건강 측면에서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소홀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선진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 속에서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것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도시에서 정신건강은 공간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 집, 직장, 학교 등은 기본이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공간의 수준이 정신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떤 공간에서 거주하고 머물고 일하느냐에 따라 정신건강의 수준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곧 일상 속 최적화된 공간디자인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일상 속 정신건강에 최적화된 공간 가이드라인
정신건강에 최적화된 환경은 신경건축학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뇌파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및 근거기반디자인을 통해 디자인된다. 일상생활 공간 별, 치유 공간 별 다양한 분류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개발은 일상생활 공간(집, 직장, 학교, 중소 규모 커뮤니티 및 지역단위 등)의 대면환경과 비대면 상담 및 치유서비스에 대한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의 제공으로 삶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한다.
아래 정신건강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가이드라인 2개를 소개한다.
조명과 정신건강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시각 처리나 다른 시각 문제로 인한 시력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상에서의 적절한 조명은 정신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환경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경우 더욱 인공조명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형광등과 같은 거친 조명은 너무 강렬할 수 있다. 눈의 피로를 줄이고 적절한 시야를 확보하며 전반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도 조절은 필수적이며, 일반 조명 외에 작업 전용 조명을 추가하여 개인이 요리 및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사용성이 좋은 센서 조명과 함께 사람들의 생체 리듬이나 하루의 시간에 따라 색과 강도가 변하는 인공조명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소음과 정신건강
외부 소음에 의한 침입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주며, 낮은 음향 또는 높은 잔향률에 의해 더 강하게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흔히 층간소음이라 말하는 건물의 소음은 무거운 고체를 통해 파장이 긴 저주파의 형태로 전달되며, 이는 액체보다는 고체, 즉 사람의 뼈와 두개골 등에 영향을 미치며 정신건강에 있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 간 또는 건물 내 방과 방 사이의 소음 통제 조치를 마련하여 가정을 쾌적하고 생산적이며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사용자의 환경에서 소리 수준을 최대한 제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컨트롤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계 장비와 같은 소음은 진동 격리 조치, 음향 트랩 및 음향 마스킹 조치를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으며, 실내 공간 음향은 소리 이해도를 최적화하는 잔향률 및 음질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의한 치유
침체된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일상 속 다양한 인터렉티브 디자인은 새로운 치유공간으로서 디자인 콘텐츠의 역할을 한다. 아래 이러한 치유공간 프로그램들의 계획, 운영한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하겐다즈사에서 브루밍데일 백화점 1층 쇼 윈도우에 제공한 ‘파워 플라워(Power flower, 2002)’는 침체된 뉴욕시민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계획된 미디어 설치공간으로, 생명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을 테마로 안테나(Antenna) 그룹에서 디자인하였다. 쇼 윈도우 안에 만들어진 32개의 네온 꽃들의 모션센서는 지나는 뉴욕 시민들의 움직임에 반응해 빛과 소리를 내며, 일상 속 즐거운 공간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반면, 2005년 진행된 ‘스토리콥스(StoryCorps)’의 인터뷰 프로젝트는 고백적 행위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치유 효과를 일으켰다. 전문적 녹음시설과 방음벽에 갖춘 작은 공간에 두 사람의 인터뷰자가 들어와 서로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가 끝나면 녹음된 CD를 받아 돌아가는 시스템의 이 프로젝트는 외관에 설치된 음향시설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다른 이의 인생 스토리를 들으며 서로의 숨겨진 상처들을 공유하며 놀라운 치유효과를 보여줬다고 한다.
개인 고백적 프로그램으로서의 스토리콥스나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반응해 유희적 효과를 주는 파워플라워 모두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참여를 고무하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MIT의 로렌스 베일(Lawrence J.Vale) 교수가 주도한 세미나 ‘회복력 있는 도시 : 트라우마, 회복, 그리고 기억’에서 회복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능적인 공간에만 치중하던 도시공간에 보다 인간적인 요소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였다.
이처럼 개개인의 정신적 문제를 깊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신과 의료인뿐만 아니라 심리학 인지학, 건축학, 사회학 지리학, 헬스케어디자인 및 나아가 신경건축학적 공간 분석 접근의 다양한 관점들이 아우러져, 궁극적으로 일상의 차원에서 ‘예방’과 ‘치료’를 병행하는 그동안 병원에 국한되어 있던 정신과 치료 차원을 넘어 전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새로운 건강관리 체계를 갖추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
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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