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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호 원장의 책 해방일지] 어떻게 일할 것인가volume.25 2022. 8. 1. 00:14
나의 책 해방일지. 2nd.
방 한쪽에 있는 책꽂이에서, 몇 년째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자리를 차지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책 중에서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을 꺼내 보는 순간. 어떤 책을 다시 보게 될지 선택의 순간은 설레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간이다. 당분간은 아툴 가완디의 책을 모두 다시 보려고 한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Atul Gawande) 저 | 2007 (한국어 2018)
아툴 가완디의 'BETTER 어떻게 일할 것인가 (곽미경 번역, 웅진 지식하우스)' 책이 미국에서 2007년에 나왔다. 한국 번역판이 2018년에 나와서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 했는데, 2008년에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곽미경 번역, 동녘 사이언스)라는 제목으로 한번 나왔다가 절판되었다. 두 책이 같은 책인 줄 모르고, 절판된 책을 중고로 구매를 했다. 결과적으로, 내용 같은 책이 두 권 있다. 두 책을 비교하면 같은 사람 번역이라 내용 상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커버 뒤의 작가 소개가 다르다. 한 책은 2008년까지의 작가 소개가 되어 있지만, 2018년에 나온 책은 아툴 가완디의 최신 책까지 소개되어 있다. 이 글은 2018년에 나온 'Better 어떻게 일할 것인가'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2018년에 번역된 'Better 어떻게 일할 것인가' 책 표지에 적은 내용을 보면,
- 1965년생. 인도인 부모님을 둔 뉴욕브루클린 태생.
-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 협동과정.
(뭘 했다는 것인지, 관심 있게 공부했던 분야가 뭔지 궁금하다.) -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 (가방끈 길다.)
-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 병원의 외과의
- 하버드 보건 대학교수
- 1998년 이래 뉴요커의 필자
- 20대부터 상원의원 사무실과 빌 클린턴 대선캠프에서 정책 수립 위원으로 일했다.
이 책의 질문은 이렇다.- 생명을 다룰 때, 얼마나 잘해야 하는 것인가?
-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작가의 질문을 생각해보기 전에 떠오른 질문 하나.
- 어떤 사람이 길에서 넘어져서 타박상으로 왔다. 진단명 타박상으로 진료받고 귀가했다.
- 같은 사람이 며칠 후에 또 넘어져서 왔다. 피검사를 했더니 빈혈이 있었다. 빈혈 치료를 같이 하고 타박상 진료를 하고 귀가했다.
- 같은 사람이 또 넘어져서 왔다. 상황을 들어 봤더니, 다니는 길이 어두워서 넘어지기 좋은 곳이다. 관계 기관에 연락해서 어둡지 않게 가로등을 설치했다.
- 같은 사람이 또 넘어져서 왔다. 검사를 했더니 빈혈이 다시 생겼다. 가정 형편상 식사가 부실해서 빈혈이 생길 수 있었다. 가정 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 진찰과 타박상 진료를 했다.
환자가 왔을 때, 의사가 1번만 하고 보낸 경우 이 사람은 적절한 진료를 한 것인가 아닌 것인가? 의료의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 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사회의 문제다. 의료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면, 아툴 가완디의 답은,
'주변에서 긍정적인 일탈자를 찾아라.’
10년 넘게 개원을 하면서 3명의 백혈병의 아이가 있었다. 내가 배운 것은 백혈병의 치료는 매뉴얼화되어서, 어디 병원을 가도 치료 방법은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3명의 아이들의 부모가 왔을 때, 이 병의 치료법은 어디나 비슷하기 때문에, 다니기 편한 곳으로 가세요. 그렇게 이야기했다. 가까운 대학병원을 다녔고, 3명 모두 완치되었다.
이 책에서 한 아이가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으로 진단받았다. 집 근처의 신시내티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신시내티 대학병원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병원이다.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고, 소아과 교과서인 넬슨에 낭성섬유증 부분을 저술한 사람도 여기서 근무한다. 그런데 이 병원의 낭성 섬유증 환자의 치료 효과를 전국적인 데이터로 비교하였을 때, 하위 25%에 속한다. 만일 이 내용을 알고 있을 때, 이 질병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가 와서, 이 병원을 다니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면, 성과가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낭성섬유증은 예전에는 3세 이전에 다 죽었다. 지금은 60세 넘게 생존 한 사람도 있다. 치료 방법은 모두 공개되어 있고, 매뉴얼화되어 있다. 그런데 미국의 병원마다 성적을 보면, 종 모양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확률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내가 환자라면 종 모양 앞쪽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 앞쪽에 있는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의료 질 향상 연구소라는 단체가 신시내티 병원에 기부금을 주기로 하고, 모든 치료를 기록하고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성과가 좋은 병원을 찾아가서 어떻게 성과를 내고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배웠다.
차이는 사람과 열정
치료 방법은 매뉴얼 대로 해서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잘하는 곳에 있는 사람은 매일매일 치료의 성공률이 99.5%의 성공이 아닌, 99.95%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 매일의 차이는 커 보이지 않지만, 1년을 계산하면 한쪽은 83% 확률로 1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고, 한쪽은 16% 확률이 된다.
치료 방법을 공유하고 전파하면, 아래쪽에 있는 병원의 성적은 올라간다. 그렇다고 종 모양의 치료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위쪽에 있는 병원의 결과가 계속 좋아졌기 때문이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줘도, 계속해서 공부를 잘하게 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first mover 가 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나 집단을 주변에서 찾아야 한다. 책에서는 이런 사람이나 집단을 긍정적 일탈자라고 불렀다. 긍정적인 일탈자를 계속 찾아서, 따라 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집단이 상향되는 좋은 결과를 보게 된다. 치료 병원 등수 차이는 변화 없을 수 있지만, 개개인의 환자에게는 의미가 달라진다.
개선은 끊임없는 노동이다. 성실해야 하고, 올바른 방법을 사용해야 하고, 새로움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해결책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 항상 긍정적인 일탈을 하고 있는 내부자를 찾는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전파한다.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조직을 만드는 게 제일 한심하고 무서운 조직 같다. 개선의 여지가 없으니까. 한 번쯤은 주변의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주변의 모두가, 같은 조건이고, 같은 경제적인 상태이고, 이념도 같고, 정치적인 스탠스도 같은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BETTER 하기는 요원할 것 같지 않은가?
감염률, 기아 상태의 나라에서 영양실조 아이들을 개선하는 법도, 같은 환경에 있지만, 감염률이 적은 파트에서, 그리고 같은 나라에 살지만 영양실조가 적은 아이들을 먼저 관찰하고, 전체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고, 그 방법을 주변의 다른 집단에게 사용을 한다.
예전에 흉부외과 인턴을 할 때, 나중에 무슨 과를 할지 교수님께서 물어보셨는데, "어떤 과를 하던지, 바이탈을 다루는 과는 하지 않겠습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 제가 선택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어찌하다가 보니까 바이탈을 다루는 과를 선택했다.
내가 레지던트 하던 병원에서는 밤 10시에 이브닝과 나이트 간호사 교대 시간이다. 교대 시간 전에 온 환자가 있으면 그 환자의 처치가 다 끝나야 퇴근할 수 있다. 9시 30분쯤에 중환자가 오면 이브닝 팀은 그 환자의 처치가 다 끝나야 인계를 하고 퇴근을 할 수 있다. 중간에 손이 바뀌면서 실수가 있는 것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지만, 당사자들은 많이 싫었을 것 같다.
어느 날 저녁에 막 출생한 아이가 숨쉬기 힘들어서 신생아 중환자 실에 왔는데, 인계 시간 근처에 아이가 안 좋아졌다.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본인이 베테랑 간호사라고 소개했던 사람이 그때 책임 간호사였다. (실제로 베테랑이긴 하다.) 자기가 보기에는 기도 삽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빨리 결정을 하라고 옆에서 채근 거려서, "시끄러워요" 하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결국은 그 아이는 기도 삽관도 했고, 엄마와 같이 퇴원을 하지 못하고 조금 오래 있다가 갔다.
나도 빠른 결정을 하고 싶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그런데, 그 결정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복기를 하면서 가정해 본다. 내 판단에 의해서, 아이의 입원 경과도 달라질 수 있고, 아이를 보고 싶은 엄마나 가족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았을까, 아니면 좀 더 빨리 결정을 해야 했을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더 좋은 판단과 처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도제식 제도의 좋은 점은, 교수들이 몇 년에 한 번씩 들어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긍정적 일탈자)을 동료로 선택하는 시스템에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보고, 해보고, 가르친다.'
레지던트 하면서, "남을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해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의 79P에도 "아무도 믿지 말라."라는 말이 외과 레지던트 하면서 알게 된 신조라고 한다. 세계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듣는 말인가 보다.
책에 나온 다른 한 가지 경우로, 암으로 인한 쿠싱 증후군 환자가 모든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였다. 그러나 수술 후 폐렴과 복부 감염으로 퇴원을 하지 못하고 요양기관으로 가게 되었다.
폐암에 걸린 사람이 한쪽 폐절제술을 받았다. 그런데 그 후에 다른 쪽 폐에 폐렴이 생겼다. 폐렴을 치료하는 도중에 패혈증이 생겨서, 신장의 기능이 마비되었고, 투석을 하게 되었다. 치료를 하는 게 좋았을까 안 하는 게 좋았을까? 얼마 전 어떤 분의 페이스 북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의사가 환자를 살리지 못한 것은, 죽인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라크 전쟁 중에, 선임 내과의 3명이 밤새 있었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75가지 분류로 아침까지 정리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전쟁 통에, 시간도 없고, 죽을지도 모르는 그 와중에 이런 기록을 했던 것이, 나중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만들었던 이야기. 전쟁을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기록이 쉽지 않은데, 목숨이 경각에 있었던 상황에서도 기록을 하고 분류를 했던 그 사람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다.
측정할 수 없으면 평가할 수 없다. 총알과 폭탄이 터지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서 밤새워 일을 하고 나서도, 평가하고 기록을 하는 것이 개선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알 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다음 사람들은 더 좋은 환경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가령 의사는 얼마의 급여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대충 지나갈 내용이 없다.
책 마지막에, '긍정적인 일탈자가 되는 5가지 방법'을 적었다.
- 새로운 시도를, 변화를 모색하라. 즉흥적인 질문을 던져라
- 투덜대지 마라. 의료는 팀 경기와 같지만, 전광판에 점수가 게시되는 경기와 차이가 있다. 생명이 걸려 있고, 코치가 없다.
- 수를 세라. 자신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횟수를 세어 보라. 누구든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 그것에 관한 글을 써라. 활자화된 언어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뜻이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이다.
- 변화하라.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 보라. 그렇게 대화를 지속해 나가라. 선구자가 되어야 하고, 성공을 거두는 만큼 불확실성과 실패가 늘어난다.
남들을 따르는 것, 안전한 길로 가서는 안된다. 의사뿐 아니라 사회에서 위험과 책임을 진 사람은 누구도 그래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수준이 안되는 글을 쓰는 이유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거창한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인데, 그런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이 책을 읽어 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좀 다른데…” 하는 이야기도 한번 들어 보고 싶고. 아툴 가완디는 ‘BETTER’를 위해서 긍정적인 일탈자를 찾으라고 했는데, 나는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찾고 싶다. ■
글. 마태호 삼성제일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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