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일 것과 늘일 것의 정반합volume.18 2022. 1. 4. 00:07
2022 신년이다.
출퇴근이 없는 직주 일체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 어언 2년째. 어쩌다 집과 사무실을 층별로 오르내리던 직주근접에서 한 층 안에서 움직이는 삶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뜻하지 않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그 많던 직원을 줄이면서까지 회사의 규모를 다운사이징하고 있었다. 인테리어 시공업이 가진 한계와 리스크를 계속 감당할 수 없었기에 설계와 디자인 컨설팅 위주로 회사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고, 직원이 떠나고 남은 빈 공간을 어떤 용도로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사옥이 마음에 들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와 구경해도 되겠냐는 노부부의 요청에 엉겁결에 집을 구경시켜드리게 되었다. 우리 가족과 나의 일에 최적화되어 있던 사옥 건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노부부는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자식들과 손주들이 놀러와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을 최고의 집이라며 칭찬을 하고 가셨다. 그 후 며칠 뒤, 부동산에서 우리 사옥을 그 노부부가 꼭 사고 싶어 하신다며 집을 팔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그러나 좋은 입지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가족이 평생 살 욕심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게 집을 고쳤던 것을 생각하면 절대로 집을 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몇 년을 그 집에 살면서 나 역시 공간의 쓰임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회사의 규모를 줄이면서 남는 공간에 임대라도 놓을까 고민했던 것을 생각하니 어쩌면 저 노부부가 이 집의 새 주인이 되어 손주들과 함께 행복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을 노부부에게 넘기고, 나는 최소의 직원들과 가장 효율적으로 모여 일할 수 있는 지금의 집에 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두 달 전에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되니 만약 그때 노부부가 우리 집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 내 상황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집에 대한 미련과 이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버릴 것에 대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면 더 많은 것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버린다고 잃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줄이면 얻는 것이 있고, 베푸는 것이 크면 늘어나는 것들이 더 많을 수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분명 어떤 법칙은 있다고 생각한다. 버릴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지나침도 욕심도 그리고 나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 그런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나면 어느새 내게 늘어나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시간도 사람도 그리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들에 대한 시각들도 함께.
그렇게 나는 하나씩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가는 기쁨을 알아가고 있다.
2022년 더 버릴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글. 노태린 노태린앤어소시에이츠 대표
'volume.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nta Rita Geriatric Center (0) 2022.01.04 발행인의 편지 (0) 2022.01.04 2022년 노인생활서비스 및 편의시설 주요 동향 (0) 2022.01.04 Leszczynski Antoniny Manor Intervention (0) 2022.01.04 의료서비스의 뉴노멀을 찾아가는 2022년 (0) 2022.01.03 [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간호부장으로 한 해를 보내면서 (0) 2022.01.03 [이수경 원장의 행복을 주는 건강 코칭] 습관만 바꿔도 건강해진다. (0) 2022.01.03 [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모스크바 (0) 20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