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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모스크바volume.18 2022. 1. 3. 17:01
러시아의 자부심, 모스크바
몇 년 전 출장길에 운이 좋게도 러시아 모스크바를 가게 되었다. 먼 나라 출장이나 특별한 도시의 방문은 여행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거리 분위기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100년이 훌쩍 넘는 건축물들도 많고 보존까지 잘 되어있다. 모스크바 강변에서 바라보는 도시 조망은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행로와 도로, 광장이나 공원같이 공공성이 있는 도시기반시설들은 오래전부터 인민들을 위한 사용자 중심으로 널찍하고 쾌적하게 디자인되어 있고 스트리트 퍼니쳐들도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유료구역인 붉은 성벽 너머의 크렘린이 궁금하다. 수많은 인파를 따라 입장해 보니 500년이 넘는 장수한 건축물들과 잘 가꾸어진 정원이 서로 어울리며 관광객들의 카메라를 유혹한다. 보로비츠카야 망루를 비롯하여 대회궁전, 병기고, 사원과 벨타워 등, 고전적 비례미를 갖춘 장구한 건축물들과 그에 어울리는 크기의 광장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한 모스크바의 역사이자 시민들의 자부심이다.
크렘린과 더불어 러시아의 상징처럼 불리는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크렘린을 모두 돌아본 후 좁은 문을 통과해서 붉은 광장으로 나오는 순간, 높은 담장 밖에 존재하는 상상 그 이상의 넓은 스케일의 광장과 이 영역을 에워 쌓고 있는 장대하고 개성이 있는 고 건축물들, 그리고 이 장소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물결에 경이로움의 느낌표 하나가 머릿속에 날아와 박힌다. 국영백화점 굼의 웅장함과 크렘린의 붉은 성벽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 국립역사관도 광장을 앉고 성 바실리를 바라보고 있다. 널따란 광장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종의 수많은 인파가 넘쳐난다. 회색 구름의 하늘에서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광장의 젖은 바닥에는 가로등 조명이 묻어난다.
이곳 붉은 광장에서 랜드마크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은 단연코 성 바실리 성당이다.
조형과 색상 모두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그 존재감으로도 랜드마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화책 속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 건물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현실화된 판타지 때문일까? 나의 디자인 안목으로 볼 때 지나치게 과장된 어휘로 표현된 바실리보다 이 주변에 존재하는 다른 성당이나 건축물들이 훨씬 품위 있고 예술적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인기 1순위는 오늘도 여전히 성 바실리 성당이다.
남서쪽 모스크바 강 건너편 기슭에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인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시내를 걷다가 눈에 띄는 건축물이며 푸쉬킨 미술관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실제로 입장해 보면 실내 전시공간은 외부에서 보기보다 방대하다. 3층으로 이루어진 전시실에는 마티스, 칸딘스키, 세잔 등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으로 눈 호강을 할 수 있다.
구 아르바트 거리는 볼거리가 제법 풍부하다. 아르바트 광장으로부터 외무성까지 약 1km의 보행자 중심의 전용도로인데 문화와 예술의 거리인 만큼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방인의 발걸음으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고 야외 카페에 앉아 맥주 한 잔으로 지친 여정을 재충전하는 일도 여행의 묘미다. 한곳에 진득하니 앉아서 스케치북을 꺼내면 디테일이 좋은 건축과 상점들, 지나가는 행인들의 활기찬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
창설된 지 87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담겨있는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자부심이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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