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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의 뉴노멀을 찾아가는 2022년volume.18 2022. 1. 3. 22:12
코로나19가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 이 바이러스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힐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2015년 메르스마저도 2달 후에 실질적 종식을, 7개월 후에는 완전 종식을 선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2년을 넘기고 있고, 심지어 아직도 종식은 먼 얘기인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가 2022년에는 종식될 것이라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영국 전문가 그룹은 향후 최소 5년간은 계속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하여 우리를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길어진 이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에 큰 변화 정도가 아니라 혁명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2년이 넘는 시간은 사람들의 행태 변화를 고착화시키고 새로운 노멀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역사적으로 흑사병이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되었고 결핵이 모더니즘을 촉발하였던 기록을 보면, 이번 코로나19도 아마 역사에 기록될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변화의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언택트 사회 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키워드들은 새로운 단어들이 아니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들입니다. 이미 개념적으로 보편화되어 있고 기술적・과학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이 익숙한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고 있었을 뿐인데, 코로나19로 인하여 강제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실생활에 받아들이고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시대의 흐름에 따른 빠른 변화보다는 확실한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수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역시 변화에 더딘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인 환자가 변하고 인터페이스인 사회가 변하기 때문에, 속도는 느릴지라도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급부상하고 있고, 한시적으로나마 전화상담과 대리처방이 허용되었고, 원격의료에 반대 일변도였던 의료계가 직접 원격의료를 논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의료기관의 공간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환자들은 점점 더 환자경험 및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고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지금 병원은 전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거나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종식이 선언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세상은 이미 뉴노멀에 의해 움직이고 사람들은 온라인과 언택트가 주도하는 세상에 익숙해져 있으니, 의료서비스도 소비자들에게 맞추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는 중심 주체인 의사와 환자가 생각보다 서로를 잘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는 애증의 관계라는 말도 있나 봅니다. 서비스디자인을 포함한 디자인은 여러 가지 방법론을 활용하여 서비스의 주체, 서비스의 접점, 서비스의 전달 과정 등을 속속들이 해부하여 분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서비스의 주체들이 서로를 잘 모르고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접점과 단계가 많은 의료서비스의 변화에 있어서는 그래서 서비스디자인이 최적의 방법론입니다. 뉴노멀의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게 될 의료서비스가 의사와 환자가 함께 공감하고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디자인 분야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2022년은 의료서비스의 뉴노멀을 함께 찾아보고 이를 어떻게 빠르게 하지만 신중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보는 2022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글. 이승지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승지 교수
-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헬스케어환경디자인 교수
- 헬스케어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
- 건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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