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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가족 모두 편안히 기댈 수 있는 요양병원 /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하)volume.18 2022. 1. 3. 15:29
‘가치’와 ‘태도’에 집중한 병원 경영 트렌드
임희선 병원장은 병원의 전반적인 컬러와 자재 하나하나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선택했다. 특히 상두대를 사기 위해 필름 공장을 찾아갔으며, 이불을 고르기 위해 방산시장의 천 가게를 두루 다녔다. 또한 바닥재의 경우 을지로와 논현동 가구거리를 다니며 직접 만져보고 걸어보기까지 했다. 그만큼 오로지 환자들을 위한 임희선 병원장의 진심 어린 ‘가치’와 ‘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현재 서울센트럴 요양병원은 진료부장님의 아이디어로 임종을 못 본 가족들이 부모님께 못다 한 이야기를 임종 편지로 남기도록 했다. 환자들은 돌아가시기 전에도 청력이 살아 있어 그 임종 편지를 CS팀이 읽어주며 자녀들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것이다. 더욱이 세 명의 사회복지사를 뽑아 모든 병실을 다니면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했다. 혹시 불편사항이 있다면 곧바로 해결해 주기 위함이다. “오늘도 환자가 저에게 카톡으로 커피를 보내주었습니다. 환자들과 친밀하게 다가가려고 늘 노력합니다. 환자들에게 우리 요양병원은 100% 해결해 주는 곳은 아니지만, ‘귀를 기울여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양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임희선 병원장은 바로 이러한 점을 늘 안타까워했다. “사실 밖에 있는 보호자들조차 ‘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실까 봐 늘 염려가 됩니다. 우리 요양병원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환자들이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호자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정책하는 분들이나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은 우리 요양병원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병원장이 환자들과 카톡을 나누고 친밀감을 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권위 의식을 버리고 낮은 자의 마음에서 환자를 바라보는 임희선 병원장의 따스한 마음이, 서울센트럴 요양병원에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매일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굳게 지켜나가는 임희선 병원장, 그의 변치 않는 마음의 자세가 앞으로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참다운 미래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7.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내 환자 중심 디자인 면에서 특화된 설계나 공간 포인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처음 오픈하면서 상두대(병실 내 환자들 락카)를 사러 갔는데 딱 3가지 색깔뿐이었습니다. 체리색, 나무색, 흰색이었는데 너무 촌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6인실에 있는 환자들은 우리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고, 여기서 평생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가구가 저 상두대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대충 아무것이나 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필름 공장을 찾아갔습니다. 가보니 나무 색깔도 몇백 개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우리 요양병원 병실이 350개나 되어 상두대를 하더라도 ‘필름을 골라서 살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업체에서 그럴 수 있다고 흔쾌히 답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필름 하나하나 다 살펴보면서 편안한 컬러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저는 컬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제가 진료를 봤던 환자 중 미대를 나온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전부 맞춤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불 역시 기숙사에서 동일하게 사용한 컬러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산시장의 천 가게를 전부 다녔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재와 컬러를 선택해서 사용했습니다. 또 바닥재의 경우 을지로와 논현동 가구 거리를 다니면서 직접 만져보고 걸어보며, 깔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아는 친구를 데려가 바닥재를 봐달라고 부탁해서 고른 것입니다.
이 밖에 우리 요양병원의 로고와 CI, 벽지, 커튼 등 대부분 직접 발로 뛰면서 선택한 것입니다. 아마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이 되게 싫어하실 수도 있습니다(웃음). 특히 1층 공간에 적용한 대리석 자재의 경우, 대리석 샘플을 직접 보고, 그것을 받아서 하나씩 차에 싣고 제가 아는 디자이너와 컬러 전문가에게 찾아가 봐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 건물의 건축사는 따로 있었지만, 자재 하나하나 디테일적인 부분은 제가 직접 발품을 팔며 고른 것입니다. 또 저보다 감각이 좋은 환자나 지인들에게 큰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8. 특히 요양병원 내 휴식과 쉼을 얻기 좋은 공간이나 디자인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16층에 하늘공원이 있고, 중간중간 휴게실이 있습니다. 휴게실은 처음부터 쾌적하게 만들자고 제안했었고, 코로나가 없을 때는 보호자들이 오셔서 틈틈이 쉬다 가셨습니다. 처음 요양병원을 설계할 때 건축사에게 냄새가 나지 않게 공조 시스템에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냄새 없는 쾌적함을 자랑합니다. 하늘공원의 경우 가족들이 왔을 때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싶어 화단도 꾸미고 데크도 깔았습니다.
9. 개인적으로 현재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디자인에 있어 앞으로 보완하거나 구체화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철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철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체력이 좋습니다. 저 역시 날마다 운동하면서 체력이 더 늘었습니다. 앞으로 100살 이상 살 것을 생각해서, 요양병원 옆에 넓은 게스트하우스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특히 가족들이 왔을 때 바로 병실로 가지 않고 커피숍처럼 편안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환자와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를 보러 왔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환자와 가족 모두 하루 동안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렇게 운영할 생각입니다. 노력하다 보면 길이 열리겠죠. (웃음)
10. 현재 우리나라 요양병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나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쉽지 않습니다. 정말로 누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나설 때, 같이 손을 내밀어서 투자해 주면 분명 도움이 될 텐데, 그렇지 못해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 요양병원 6인실의 경우, 서로 외롭지 않고 생일파티도 해주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데, 숫가를 올려준다면 환자들에게나 병원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정말 어렵습니다. 요양병원이 얼마나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정책 하시는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본인들 가족이 아프면 알게 될 일입니다. 가족 전체가 힘들어집니다. 부모님을 병원에 데리고 오고 데려가고 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닙니다. 집안 분위기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여기 오시면 의사가 매일 와서 봐주고, 간호팀이 약을 주고 치료해 주며, 또 CS팀이 이야기도 들어주는 등 환자에게 좋은 일을 하는데, 정책하는 분들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CS팀의 경우, 환자가 처음 입원할 때 직접 가서 맞이해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호텔처럼 환영하는 의미로 꽃도 준비해서 줍니다. 특히 진료부장님 아이디어로 임종을 못 보신 가족들은 부모님께 못다 한 이야기를 임종 편지로 남깁니다. 환자분들은 돌아가시기 전에도 청력이 살아 있어 그 임종 편지를 CS팀이 읽어주고 자녀들의 마음을 대신 전합니다. 이는 혹시나 자녀들이 도착하기 전에 돌아가실 것을 대비해 미리 계획된 것입니다.
11. 임종 편지를 대신 읽어주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매일매일 의료진과 환자들 만족도에 대해 보고를 받습니다. CS팀은 어머니가 누워계시면 손자 손녀들이 노래하는 것을 영상으로 통화하면서 보여주고, 하고 싶은 말도 들려주고, 생일 파티할 때는 다른 분들이 모두 다 와서 축하해 주고 있습니다. 원래 요양병원은 사회복지사가 한 명이 필요한데 우리 요양병원은 세 명을 뽑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병실을 다니면서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했습니다. 이는 혹시 불편사항이 있다면 곧바로 해결해 주기 위함입니다. 오늘도 환자가 저에게 카톡으로 커피를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우리 요양병원은 100% 해결해 주는 곳은 아니지만, ‘귀를 기울여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가끔 환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도 얻어먹습니다. 저희는 항상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를 되새기며 환자들과 공감하려고 애씁니다. 처음 오픈하고 1년 반은 북클럽을 운영하며 환자들에게 책을 읽어줬습니다. 당시 글쓰기 및 편지를 쓰도록 했습니다. 환자들과 카톡을 하는 것도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가끔 좋은 글귀가 생각나면 환자들에게 보내주곤 합니다.
12. 병원장님이 환자들과 카톡을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권위 의식을 버리고 낮은 자의 마음에서 환자를 바라보는 병원장님의 모습에서 서울센트럴 요양병원의 밝은 미래가 엿보입니다.
현재 가장 안타까운 점은 외부에서 요양병원이라고 하면 뉴스에 심각하게 나왔던 요양원과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요양병원은 사실 집보다 더욱더 편한 곳이 되기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습니다. 사실 밖에 있는 보호자들조차 ‘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실까 봐 늘 염려가 됩니다. 우리 요양병원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환자들이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호자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정책하는 분들이나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은 우리 요양병원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우리 요양병원은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13. 마지막으로 병원장님의 올 한해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늘 체력이 좋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체력이 워낙 좋으니까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하는 것도 잘합니다. 또한 공부하면 집중도 잘합니다. 그러면서 순간 드는 생각은 ’하나님이 나에게 좋은 머리와 체력을 주신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재능은 많은 사람에게 쓰라고 주신 거지, 내 것이 아니니까 늘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항상 다짐하듯이 올해도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닌 환자들과 이웃에게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인터뷰이.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임희선 병원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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