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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요양병원 김주형 진료부원장volume.10 2021. 9. 2. 01:35
“그레이드로 차별을 둔 정책적인 변화 필요”
요양병원 의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신개념의 모델을 제시하다!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지하 5층부터 지상 8층까지 체계적인 설계와 환자 중심 친환경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6층 높이의 중정을 만들어 햇빛, 바람, 눈과 비, 외부 공기 등을 환자들이 건물 내에서도 같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동안 요양병원에서 볼 수 없던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또한 라운드형의 동선을 만들어 환자들이 자발적인 재활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한 점과 오염과 비오염으로 분리되는 엘리베이터를 각각 설치한 점 역시 환자 중심 디자인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의 설립 초기 추진단부터 활약했던 김주형 진료부원장의 헌신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김주형 진료부원장은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외과 의사로, 그동안 여러 병원을 직접 운영하고 경험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온전히 이곳에 쏟아부었다. 특히 특유의 강단과 소신 있는 에너지로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수원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로 삼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더욱이 80년대 초 일본 요양병원 시스템을 줄곧 고수해온 현 시스템의 문제점과 수가 문제,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과의 차별화, 요양병원에 대한 복지부 및 국민의 편견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대내외적으로 직접 알리며 요양병원의 발전을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김주형 진료부원장의 탁월한 뚝심으로 실제 반영이 된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오로지 그는 요양병원의 어려운 점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요양병원의 의료정책 수립에 이바지하고자 한 알의 밀알이 될 결심을 굳혔다. 앞으로 김주형 진료부원장이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요양병원의 의료정책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혹은 변화시킬 것인지 그 추이가 주목되는 바이다.1.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설립하게 된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주대학교 병원은 환자 중증도가 50%를 넘는 경기 남부의 대표적인 3차 의료기관으로, 많은 암환자, 외상환자, 뇌혈관질환자 등 중증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습니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많은 중증 환자들은 육체적 회복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전문 재활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특성상, 급성기 치료 후 적절하고 효과적인 재활치료를 위해 환자가 원하는 대로 입원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환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양질의 재활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도 많지 않아, 전문 재활의료기관의 입원을 오랫동안 기다리거나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어 ‘재활 난민’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재활환자를 위한 맞춤형 전문 재활을 제공하며,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전문 재활치료를 시행하여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요양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급성기와 만성기로 나누어집니다. 요양병원에서 만성기 환자들이 입원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의료진이나 여러 가지 구성 자체가 일반적인 급성기 병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기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을 아급성기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그 아급성기 환자들을 받을 수 있도록 설립한 것입니다. 최근 의료정책의 화두는 ‘커뮤니티케어’입니다. ‘커뮤니티 케어’란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효과적인 회복기 치료와 적절한 유지기 치료 후, 빠른 시간 내에 지역 요양시설이나 집으로 복귀하여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시스템입니다. 그만큼 일반 대학병원에서 치료한 다음 곧장 요양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닌, 그 중간에서 아급성기 환자들을 맡아줄 병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이 맡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지역사회와 협조하여 ‘수원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 구축에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요양병원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전문적인 검사 즉 CT나 MRI 경우 의료법상 요양병원에는 못 두게 되어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는 설립 초기 때 방사선 CT나 MRI를 두려고 공간을 만들어놨다가 결국은 못하게 되었죠. 이것은 80년대 초반, 국내에 최초로 요양병원을 도입할 당시부터 계획됐던 일입니다. 그때는 이렇게 노인 인구가 갑자기 늘어날 것을 예상치 못했고, 그저 ‘일반 요양원보다 치료를 좀 더 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보자’며 일본 시스템을 그대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가져온 것입니다.
2. 요양병원 개원과 관련하여 여러 의견이 오갔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개원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요양병원 설립을 계획하였을 때와 비교하면, 국가 보건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요양병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전문 재활치료’ 부분입니다. 정책 입안자 관점에서는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이 기능을 분리해 요양병원보다 좀 더 높은 수가를 주고 재활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회복기 재활 지정기관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요양병원으로서는 재활치료에 대한 수요가 줄게 되고, 수가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에서도 재활치료 이상의 전문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시설과 전문적인 인력을 갖추고 개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설립 취지인 아주대학교 병원과의 연계와 현행 의료전달체계 하에 환자분들께 가장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수차례 검토 후, 현재의 요양병원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의료계에서 아주대학교 병원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여기에는 기대감과 우려감이 공존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병원과 연계된 요양병원이기에 주변 요양병원의 입장에서는 경쟁에 따른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이라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요양병원의 어려운 점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요양병원의 새로운 의료정책 수립 및 국내 요양병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습니다.
3.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수준 높은 진료와 치료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화된 진료 시스템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요양병원보다 좀 더 중증 환자들을 많이 보기 때문에 그 환자들을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병동 한 층이 거의 100명의 환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7층 같은 경우 아예 병동을 분리시켰습니다. 그중 한 군데는 VIP 병동이자 1인실 병동으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은 수가 자체가 중환자실을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이 환자들을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케어할 수 있도록 집중 관찰실 50 베드를 만들어놨습니다. 이 병동에는 중환자실처럼 일반적인 모니터가 달려있고 간호사실에서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또한 두 번째는 모든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재활치료실을 만든 점입니다. 재활치료실은 일반적인 회복기 재활 병원보다도 훨씬 좋은 시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개 층이 전부 재활치료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에 몇 대 없는 로봇 치료실과 동작분석기(6개의 카메라가 환자의 동작을 센서로 감지하고, 바닥과 몸에 센서를 부착시키는 것)를 설치한 점입니다. 요양병원에서 비싼 장비들을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들여놓은 것은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이와 함께 수중치료실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수중치료실의 경우 사실 수가가 워낙 낮아서 수입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재활치료를 크게 선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런 시설들을 갖춰놓은 것입니다. 이 역시 학교 법인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복도나 병동 시설도 어느 병원에서 다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 자체에 병실의 환자 수를 늘리는데 목적을 두느냐 아니면 환자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 공간으로 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당연히 서비스 공간이 줄어야 병실이 늘어나는 것이죠. 결국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가는 것이 옳은지 병원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경우 환자중심에 방점을 두고 모든 부분에 공을 들였다고 자부합니다.
4.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지하 5층부터 지상 8층까지 각각 층별로 디자인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는데요. 그중에서 자연 친화적인 설계가 가장 잘 녹아든 공간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병원이 다른 병원에 비해 딱히 자연친화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새 병원들이 워낙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 병원은 옥상정원이 정말 잘되어 있고, 중정의 경우 환기나 채광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지상 8층은 강당과 환자 치유를 위한 여러 치료실과 강당이 있고, 야외 정원이 멋지게 조성되었습니다. 또한 돔구장이 있는데 여름에 더울 때 스크린을 치면 햇빛이 덜 들어오게 됩니다. 특히 스크린을 완전히 치지 않는 이유는 비 오는 것과 눈 내리는 모습을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건물 내부의 양측에는 6층 높이의 중정을 만들어 햇빛, 바람, 눈과 비, 외부 공기 등을 환자들이 건물 내에서도 같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매우 자랑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각 층마다 중정을 중심으로 환자 스스로 운동과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은 재활의 생활화에 중점을 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만큼 모든 공간은 환자의 안전과 편의를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꾸며졌습니다. 처음 개원에서 5개 병동 중에 3개의 병동이 오픈되었고 며칠 전에 1개의 병동을 더 오픈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층마다 환자의 특성에 맞게 분류를 했습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암환자들 경우 활동하기에 문제가 없어 조금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7층에 병동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병원은 입원기준이 일반 요양병원과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환자들이 입원을 오래 하고 있지만 전문 재활을 하는 환자는 3개월, 일반 환자는 1개월만 입원을 시키고 가능하면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동네의 요양병원으로 가게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돌아가실 때까지 장기 1년, 혹은 2년 이상 입원시키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아급성기 환자들과 커뮤니티케어센터 안에서 동네의 요양병원으로 가는 중간단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환자 중심 설계에 있어 어떤 가치와 비전으로 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에 오기 전, 개인병원을 운영했습니다. 좋은 자재를 쓰고 공간을 넓게 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참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실정에 그렇게 요양병원을 짓고 투자를 많이 하면 적자가 난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 동네의 건물 한두 개 층 빌려서 빽빽하게 해 놔야지만 수입이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제가 뻔히 알고 있으면서, “공간을 넓게 하시고요”, “자연 친화적으로 하시고요”, “환자들에게는 이게 좋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이것은 정부에서 깊게 생각해 보셔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호텔도 5성급이 있고 3성급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일반적인 선택권의 문제이지 평등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병원을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만큼 환자분의 중증도나 경제력, 선호도에 따라가는 병원이 정해져야 될 것이고, 그 병원들에 있어서는 어떤 수준의 차이를 줘야지만 의료전달체계에서 발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동등 혹은 평등하게 주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애버리지 미만으로 모든 것을 세팅해버립니다. 이로 인해 눈높이는 굉장히 높은데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6. 개인적으로 현재 병원 디자인에 있어 좀 더 보완하거나 구체화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요양병원을 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화재입니다. 우리 병원 집중 관찰실이 지금 6층에 있습니다. 그때 당시 처음 그곳에 추진단을 만들고 고민했던 부분은 ‘현실적으로 화재가 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쓰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하신 환자들을 어떻게 구출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저는 당시 그런 환자들을 1층에 두면 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병원에서 집중 관찰실을 1층에 두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병원을 짓게 된다면 저는 이렇게 지을 생각입니다. 특히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들어오는 로비층이 지하 1층입니다. 그래서 1층은 그게 가능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1층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모든 병원에서 고민해 보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체계를 잘 만들어놨다 하더라도 화재가 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 없습니다. 스프링클러 외에 환자 자체를 대피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별로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이는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에 해당되는 사항일 것입니다. 굳이 1층에 멋진 로비를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 고려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환자중심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7. 앞으로 요양병원이 갖추어야 할 설계 방향이나 디자인에 있어 디자이너 및 의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든 병원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요양병원은 환기와 채광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이 주가 되다 보니 대부분의 병원에서 하나의 콘셉트처럼 중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 건축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제약이 많은 부분은 얼마나 많은 땅을 가지고 있느냐 일 것입니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 중정도 뺄 수 있고 복도의 폭도 넓히며, 병실 간격 및 병실의 크기 또한 넓힐 수 있습니다. 의료법 개정 이후 베드와 베드 간격 자체가 종합병원은 1.5m, 요양병원은 1m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병원 같은 경우는 1.5m 맞춰서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급성기 병원보다도 훨씬 쾌적하고 넓게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병원을 처음 디자인할 때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은 감염관리였습니다. 요양병원의 경우, 워낙 감염에 취약하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우선이 감염관리였고, 두 번째는 채광과 환기에 대한 부분들, 그리고 세 번째는 환자들의 동선 관리였습니다. 동선 관리의 경우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재활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움직임 자체가 바로 재활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모든 동선을 다 라운드로 돌면서 움직이게 했고, 그만큼 운동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환자와 다른 외적인 부분들을 분리할 수 있도록 진행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더라도 오염, 비오염이 있으면 보통 시간대를 정해서 따로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 같은 경우 애초에 이 엘리베이터는 오염 엘리베이터, 다른 엘리베이터는 비오염 엘리베이터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른 요양병원과 차별화를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학교 법인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병원이라 한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의 설립 의도 자체가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에서 하나의 획기적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구성도 일반적인 요양병원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8. 설계 및 시스템에 있어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롤 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병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곳이 생긴 지 1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몇 군데에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분들이 계셔서 도면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 병원은 어디에서나 보여달라고 하면 다 보여주고 달라고 하면 다 줍니다(웃음). 항상 오픈 마인드죠.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오픈하기 1년 전부터 저는 정식으로 추진본부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가 제의한 몇 부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병원을 위해 헌신하기로 굳게 마음먹어서 제가 제안을 하면 원장님이 오케이를 했고 법인에서 그것을 수용했기 때문에 다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중 첫 번째가 간호사 스테이션의 위치입니다.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한 번에 동선을 다 파악하고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외래가 일반 병원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외래를 소홀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외래를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습니다. 세 번째는 샤워시설을 새롭게 구축한 점입니다. 대부분 샤워시설은 일반 병원처럼 되어 있지만, 이곳은 장기적인 환자들이 재활을 하다 보면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특화된 샤워 시스템을 잘 갖추려고 애를 썼습니다. 특히 샤워를 하고 나와서 닦고 옷을 입는 전실 공간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제가 이전에 병원을 여러 번 설립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에서 얻은 결과물입니다.
9. 요양병원의 핵심 중 하나는 커뮤니티 케어와 전문 재활치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맞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의료전달체계 하에서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사이에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 제도’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이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은 오로지 재활 환자만 포커스에 맞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을 오시는 환자 중에 아급성기 환자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에는 재활의학과 의사들만 가득합니다. 저희 병원의 구성을 보면 의사가 8명 있는데 그중 재활의학과 의사가 2명, 신경과 의사 2명, 내과 의사 2명, 종양외과 의사 2명입니다. 회복기 재활병원에 가보면 재활의학과 의사가 6명, 내과 의사는 1명뿐입니다. 그러면 아급성기 환자들은 회복기 재활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아급성기 환자들은 갈 곳이 없는 것이죠. 회복기 재활은 의료전달체계에서 하나의 분류 안에 들어오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병동제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면 3층은 급성기, 4층은 회복기, 5,6층은 요양병원 이렇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환자는 3층에서 진료를 받고 4층에서 재활 치료 후 5,6층으로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저 병원으로 가서 또 재활치료받고 다시 이 병원으로 와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도대체 어떤 것이 환자에게 유익한 일일까요? 정부에서는 오로지 환자 위주에서 생각하면 좋은데, 통제 위주에서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하면 또 다른 문제 될 만한 일을 벌이게 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좋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평가하면서 조절하면 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가 자체를 회복기 재활 같은 경우에 더 많이 주게 되어 있습니다.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은 급성기 병원입니다. 요양병원은 안됩니다. 저희도 재활을 전문적으로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차별화를 두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재 저는 보바스 기념병원과 행복 요양병원 원장님들과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과연 요양병원의 재활이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보다 못하는가’, ‘그러면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를 해보자’는 것으로, 실제 준비 중에 있습니다. 현재 법적으로 요양병원에서 재활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을 정해줬습니다.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회복기재활 의료기관에 더 많은 분량을 주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은 회복기재활 의료기관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돈도 적게 내기 때문에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제가 복지부나 다른 회의에 참석해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하실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다른 요양병원은 못하잖아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잘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그레이드로 나누면 되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앞서 두 곳의 요양병원 원장님들을 비롯한 여러 협회에서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10. 현재 요양병원 수가를 비롯해 정책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원장님께서 보시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현재 보바스 기념병원의 박진노 원장님과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수익을 많이 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요양병원의 전체 수익이 수가 체계에서 낮아 급성기 병원급보다 간호사들에게 월급을 많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요양병원이 적자가 나기 때문입니다. 이에 양질의 간호사를 데리고 와서 양질의 일한 만큼 월급을 주고, 그런 상황에서 병원이 그냥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수가만 맞춰준다면 우리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못하는 수가이니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 요양병원도 좀 그레이드로 나눠서(지금 대학병원도 3차 의료기관으로 나누는 것처럼) 기준을 세운 후 수가를 주고 그만큼의 퀄리티를 유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요양병원 협회에서 굉장히 반대하는 부분이지만,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요양병원은 현재 인증 제도와 적정성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이 인증을 받거나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 2등급을 받으면 시민사회단체나 일반적인 국민들이 보시기에 굉장히 좋은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런 부분들을 수가에 반영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문제는 실질적인 평가 기준입니다. 적정성 평가 같은 경우 예를 들어 소변줄을 꽂고 있으면 나쁜 병원, 욕창이 새로 생기면 나쁜 병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변줄은 중증 환자에게 꽂고, 경증환자에게는 뺀다는 점입니다. 욕창은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전신상태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전신상태가 안 좋으면 욕창은 나빠지고 새로 생깁니다. 그러면 쉽게 말해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은 적정성 평가에서 아래 등급이라는 것입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얼마 전에 적정성 평가를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글로 작성했는데, 워낙 중증 환자가 많아서 1,2등급은 안 나올 것이라고 원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적정성 평가는 우리가 평가표라고 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보내면 그것을 가지고 등급을 정합니다. 최고도, 고도, 중도로 나누어 그것을 가지고 돈을 주는 것이죠. 평가표 중에 10개 이상 정해서 환자가 소변줄을 꽂고 있느냐, 당이 잘 조절되느냐, 욕창이 새로 생겼느냐, 욕창의 개선율이 얼마인가 등 여러 가지 항목들을 가지고 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준 자체가 병원을 잘하고 있는 병원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이런 평가를 만드는 위원회를 가보면 요양병원 협회에서는 이사들이 두세 명 참석하시고, 50%가 시민사회단체에서 오고 있으며, 나머지는 학회나 공무원분들이 참석하십니다. 그러면 요양병원을 대표해서 가시는 이사님들을 저쪽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든 방어하거나 사수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반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규제만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우리는 저 사람들을 감시해야 해’라고 서로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어떻게 하면 좋은 요양병원을 만들까’를 평가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오는 것이죠.
현재 복지부나 심평원에서 제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한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실지 모르겠지만, 능력이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제가 이야기한 것 중에 몇 가지는 조금씩 반영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아주대학교 병원 교수로 되어 있다 보니 여러 학회에서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요양병원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들이 굉장히 다양해졌고 함께 걱정해 주신 분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경기 남부권에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이 생긴 후 환자가 이쪽으로 모이면서 일반적인 다른 동네에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병원은 설립 목적이 분명하고 그 목적에 맞는 환자들만 입원시킨 후 또 기간이 되면 다른 요양병원으로 전부 보내드리기 때문에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1. 현재 정부만이 아니라 의사나 일반 사람들까지 요양병원에 대한 편견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발전을 위해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외과의사로서 처음에 ‘외과의사가 어떻게 요양병원을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급성기 병원 의사들은 요양병원을 굉장히 쉽고 약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급성기 병원 외과 의사들에게 강의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지금 저희 원장님도 갑상선 분야에서 세계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외과의사이십니다. 원장님께 병원 설립 당시와 일 년이 지난 현재 제가 똑같은 질문을 드렸는데, 항상 하시는 답변이 “요양병원은 전혀 새로운 세계야”입니다. 저도 그 말에 동감합니다. 처음에 저는 요양병원을 접했을 때 ‘아 이런 걸 못하겠어? 내가 병원을 지금까지 얼마나 경영했는데, 요양병원쯤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요양병원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문을 열면 환자들이 몰려올 것이고, 환자들이 입원하면 알아서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경영적인 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요양병원에 대해 제가 하는 강의를 쭉 듣고 나면 의사들이 “어? 하면 안 되겠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 제일 쉽게 생각하는 것이 ‘그냥 편하게 요양병원을 오픈하면 돈이 들어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요양병원은 정말 풀로 옵션을 다 채워도 적자가 날 수 있는 곳입니다.
요양병원 의사는 의사같이 안 보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입니다.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요양병원이 외래가 되지 않습니다. 외래를 보려면 대학병원이나 일반 병원에 가고 요양병원에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양병원에 와서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과거 외과의사로서 살리는 사람’이었다는 부분입니다. 요양병원에 와서 지금도 암환자들을 보고 있지만, 말기암환자들도 굉장히 많이 봅니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병원을 운영할 때 호스피스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은 좋아질 수 없으며, 점점 악화되는 분들임을 경험했습니다. 사실 제가 외과 레지던트 이후로 사망진단서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요양병원을 하고 나서 환자분들이 계속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사망진단서를 쓰면서 1년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교육도 새로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요양병원을 시키신 이유가 호스피스 때문인가? 그것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에게 이것을 시키셨나?’였습니다. 지금도 호스피스를 하면서 환자나 보호자분들에게 의사가 어떻게 가이드 해 드리느냐에 따라 향후 정리하는 길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길이 굉장히 필요한 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제가 가야 될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을 하도록 설득해 준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12. 마지막으로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의 올 한 해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은 확실하게 한 가지 목표로 가는 것입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설립 취지가 새로운 요양병원의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복지부나 여러 국민들에게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들이 너무 안 좋습니다. 물론 격차가 많고 문제가 있는 요양병원이 있다는 것도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을 보시고 ‘아! 이런 병원도 있구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이 앞으로 모델이 되어서 새로운 요양병원의 체계,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 분명히 노인들이 가야 할 만한 병원을 직접 제시할 것입니다. 그런 모델이 아주대학교 요양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 아주대학교 요양병원 김주형 진료부원장
글. 헤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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