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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한강 상류 호반산책volume.10 2021. 4. 29. 14:49
주말에 다녀오기 좋은 곳.
'한강 상류 호반 산책'두물머리
바쁜 일상이라 지방도시를 여행하기 어려우면 주말에 당일치기 코스로 한강 상류 호반 산책을 추천한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나뉘는데 두 강이 합쳐지는 곳이 두물머리 즉, 양수리다. 추운 겨울 이른 아침에 늦잠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두물머리 공원에 달려가 본 적이 있다. 하늘은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흐린 구름 사이로 해가 숨어 있는데 쌀쌀한 기온이지만 공기는 신선했다. 물안개가 사방에 가득하고 강물은 고요한데 강가에 서있는 굵은 느티나무가 인상적이다. 두물머리의 수호신과도 같은 이 고목은 잔잔한 강물과 함께 400년의 세월을 지키고 버티며 서있다.
사방이 정지된 듯 고요하지만 고즈넉한 풍경 속에는 서둘러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눈에 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어젯밤에 누군가 새우과자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는지 빈 병과 비닐봉지들이 주인 대신 벤치 위에 누워있다. 힘든 일이 있었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야 했는가...... 무심한...... 강물이지만 위로를 얻고 떠났기를 바란다. 일출이 진행되면서 안개는 점 점 사라지는데 이내 따뜻한 해장국이 그리워진다.
팔당댐
여기에서 두 강은 합쳐진 후 팔당댐을 만나게 된다. 수위조절과 수력발전이 목적인 대형 댐 덕분에 드넓은 팔당호반을 이루고 있는데 이 인근에 다산 생태공원이 위치한다. 이 곳은 수변산책로, 전망대와 함께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아 풍경이 수려해서 주말 산책 이용객들도 많아지고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 장소 등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다산유적지는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오랜 유배생활 끝에 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남양주에 다산유적지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 곳에 다산의 묘가 있을 줄을 몰랐다. 정약용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공원 곳곳에 설치하여 다산 생태공원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요한 물과 산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난 팔당호반 옆 다산공원 역시 휴일 아침 산책하러 나온 방문객들로 조끔씩 깨어난다. 설계자의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조경 구조물들을 지나 습지 위에 설치된 목제 다리를 넘으면 기존 마을 앞에 넓은 연밭이 인상적이다. 진흙 속에서도 피워내는 순결한 연꽃이 소박하게 피는 시기에 방문하면 백성을 사랑한 실학자 정약용의 마음을 더욱 느낄 수 있을까. 그 마음을 닮아 보려는 듯 이용자들은 이 곳에서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한가로운 발길로 산책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연밭과 실개울을 따라 형성된 수변‧수생식물이 인근 능내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2차 정화해 깨끗한 수질로 개선해줄 뿐 만 아니라 조안(鳥安)이란 지명처럼 이 곳에 서식하는 새들에게 아늑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팔당 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목제 전망대에 올라 바람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오는 산책길은 봄이면 꽃밭이요, 가을이 오면 갈대와 억새로 특별한 장소를 선물해준다. 또 겨울에는 하얗게 얼어붙은 팔당호를 바로 눈앞에서 조망할 수 있을 테니 사계절 모두 각각의 특별한 분위기로 낭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청평호반
발걸음을 북쪽으로 조금 옮겨 가평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설악면에 위치한 청평댐을 볼 수 있다. 청평역에서 가까운 청평호반 역시, 북한강을 막아 만든 댐으로 인해 생긴 인공호수이다. 주위의 산과 호반의 맑은 물이 빚어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서 사시사철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 중에 하나로 꼽히는 장소이다. 더구나 서울에서 불과 50km 정도의 거리라 수도권에서는 당일코스로 바람 쐬러 가기 그만이라서 가족들과 종종 드라이브코스로 애용하는 곳이다.
한적한 길 가에 차를 멈추고 댐 주변을 걸어보니 연초록의 기운들이 발밑에 느껴진다. 특히 물가의 풀과 나무들은 5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아 신록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첩되어 보이는 산자락은 물감의 농도를 조절한 듯한 입체감으로 원경과 근경이 포개져 이미 한 폭의 그림이다. 이런 산수화 같은 풍경이 서울 근교에 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지만 환경을 청정하게 유지하고 가꾸는 일도 게을러서는 안 되겠다.
청평호 주변으로 오래된 호반 유원지와 식당들은 봄날의 호수 위에서 부유하듯 한가롭고 호수 북쪽에 위치한 남이섬 방향으로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뱃길은 운치를 더해준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금방 더운 날씨가 될 것 같다. 조만간 이 호반에서 가족, 연인들이 함께 보트를 타거나 제트스키, 바나나 보트 같은 수상레저를 즐기게 될 터인데 벌써부터 그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디자인 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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