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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삶 전반을 회복시키는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상)ARTICLE 2026. 1. 5. 09:10
38년간 재활의학을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해온 박인선 병원장,
전 직원 통합 컨퍼런스와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한국형 회복기 재활의료의 본질 재정립할 것!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 “저는 재활의학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장애를 최소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기는 재활의학에 미친 아줌마 의사입니다.”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은 자신을 이와 같이 소개한다. 짧지만 강렬한 이 한 문장에는 그가 걸어온 재활의학의 여정과 철학이 응축돼 있다.
박인선 병원장은 ‘재활병원’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인 1988년, 부산백병원에 재활의학과를 처음 개설하며 부산 지역 재활의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남편인 고현윤 파크사이드 재활병원 명예원장 역시 고신대학교와 부산대학교에서 재활의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재활병원장을 지낸 인물로, 부산·경남 지역 재활의학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처럼 박인선 병원장은 단순한 병원 경영자를 넘어, 한국 재활의료 체계의 방향성을 고민하며 ‘회복기 재활’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쳐온 선구자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회복기 재활의료는 여전히 제도적 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성기 치료 이후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삭감 시점에 맞춰 퇴원을 반복하며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통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박인선 병원장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메시지는 분명하다. “재활의학은 본질적으로 수익을 좇는 진료과가 아니라, 환자의 삶 전반을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회복기 재활 과정에서 마주하는 제도적 한계와 보험 구조의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해 왔으며, 치료가 필요하다면 입원 기간이나 수익성과 무관하게 끝까지 책임지는 진료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노둣돌 프로그램(직업 재활)>, <집으로 프로젝트(가정 복귀 지원)>, <OT 맛집(정서 지원)> 등 환자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돕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 운영에 있어서도 그는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통원 및 방문 재활이 가능하도록 ‘공원 옆 재활마을’을 조성하는 등, 환자가 병원을 떠난 이후에도 지역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더불어 연극치료, 음악치료, 무용치료, 파크사이드 싱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적 회복을 넘어 정서와 마음의 재활까지 폭넓게 실천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박인선 병원장이 개원 이후 단 한 차례도 중단 없이 이어오고 있는 ‘전 직원 통합 컨퍼런스’다. 매주 두 차례, 의료진과 전 직원은 입원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개개인의 문제와 어려움을 다학제적으로 논의하고, 최적의 맞춤형 치료 계획을 도출한다. 박인선 병원장은 이 컨퍼런스를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이 지켜온 핵심 가치이자 비전이라고 강조한다.
이 모든 실천의 출발점은 단 하나, “환자가 좋아질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박인선 병원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는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을 ‘99.9%의 호기심’과 이를 지속하게 만드는 ‘재미’라고 말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재활의학에 대한 탐구는 어느덧 한국형 재활의학의 토대를 이루는 힘이 되었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재활의학으로 더 재미있고, 더 나은 회복기 재활의료의 가능성을 증명해 나갔다. 재활의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자신만의 가치로 확장해 온 개척자 박인선 병원장을 통해 한국형 회복기 재활의료의 본질이 다시 한 번 재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이.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
글. 박하나 편집장
1. 병원장님께서는 2002년 8월 박인선재활의학과의원를 시작으로, 2006년 9월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을 개원하시며, 어느덧 병원을 운영하신 지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재활의학의 길을 묵묵하게 걸을 수 있었던 병원장님만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부산백병원에서 약 15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2년 8월,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약 460평 규모의 건물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자연스럽게 개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원 이후 건물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2년 만에 건물이 경매에 나오게 되었고,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곳에서는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으로 병원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2004년에 새로운 부지를 마련했습니다. 그 무렵은 병원 개원이 특히 많던 시기였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개원114’에 접속해 병원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보았습니다. 몇몇 업체는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병원 건립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른 전문가와의 인연을 통해 병원 설립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설립 과정에는 남편인 고현윤 파크사이드 재활병원 명예원장님도 함께 참여했으며, 약 2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06년 9월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특별히 거창한 가치관이나 철학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재활의학이라는 분야가 좋았고, 그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듯, 내려올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태로 걸어온 시간이었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재활의학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이 길을 끝까지 이어오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 2.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은 그간 국무총리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국민건강보험공단 표창장,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 산재보험 공로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한 국내 대표적인 회복기재활 전문병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제도를 만든 주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병원장님께서 의도하신 방향대로 현재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과거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재활치료가 어느 정도 발전되고 나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병원은 우리나라에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제도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만 해도 ‘재활병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부산백병원에서 처음으로 재활의학과를 개설했고, 남편인 고현윤 파크사이드 재활병원 명예원장 역시 고신대학교에서 재활의학과를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남편이 부산대학교에 재활의학과를 개설하면서 재활의학의 토대가 조금씩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에게는 재활의학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재활의학이 이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어떻게든 병원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에도 재활병원으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이런 재활병원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정형외과에 비해 재활의학과는 거의 황무지에 가까운 분야였습니다. 왜 굳이 재활의학과를 선택하느냐며 의아해하는 시선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재활의학과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금의 방향이 최선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재활의학과는 본질적으로 돈을 좇는 과가 아니며, 그렇게 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을 한다면, 의미 있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일부에서는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 폼만 잡는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와 남편의 생각은 다릅니다. 다른 병원이 만 원을 번다면, 우리는 백 원만 벌어도 괜찮고, 적자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최근 고령 인구가 늘면서 재활의학과가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이 겉보기에는 규모가 있고 환자도 많아 보이다 보니 오해를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다른 병원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저는 지금의 모습에 비교적 만족하며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원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모든 빚을 다 갚지는 못했지만, 병원을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현재 병원 옆에 새 건물을 지어놓고 왜 병상 수를 늘리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병상 수를 더 늘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재활의학병원은 제 기준에서는 지금의 규모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희 병원은 95병상으로 운영 중인데, 공장형으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이 정도의 크기에서 환자 한 분 한 분을 충분히 살필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3. 현재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은 환자 중심의 통합프로그램이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집으로 프로젝트>, <노둣돌 프로그램>, <오티맛집 프로그램>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른 것은 크게 보지 않습니다. 그저 “이 환자분께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이분을 집으로 잘 돌려보내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라는 생각만을 계속하게 됩니다. 만약 환자분들께 당장 필요한 돈이 없다면, 저와 직원들이 웃으면서 “강제 모금”을 하기도 합니다. 직원들이 각자 5천 원씩 모으면, 저는 그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매달 적립하는 방식으로 매칭 펀드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환자분들이 병원 안에서라도 작은 역할이나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실 때,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지원을 한다거나 각자의 상황에 맞게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환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을 이어가다 보니, 점차 환자분들의 회복과 순환 속도도 빨라졌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노둣돌 프로그램>은 환자분들의 직업적 재활이 가능하도록 작은 일거리를 제공하고, 병원 임직원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드리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환자분은 실어증과 함께 오른쪽 편마비가 있어 일상적인 활동이 거의 어려운 상태였지만, 기도만큼은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하실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께 “우리 병원에서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은 분을 찾아서, 그분을 위해 매일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환자분께는 그것이 하나의 ‘일’이 되었고,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이 그 자체라기보다는,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또 다른 할아버지 환자분은 정신적으로 온전치 않은 상태였는데, 병실에서 담배를 과도하게 피우는 분이 계시자 “하루에 열 번,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역할”을 맡겨 드렸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자신에게 임무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이렇게 저희 병원은 신체적인 재활뿐 아니라, 마음의 재활 또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체를 치료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신체적 회복과 더불어 정신적, 정서적 재활까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그저 환자분이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가실 수 있고, 가족 역시 안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웃까지도 함께 편안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치료의 방향입니다.
<오티맛집 프로그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티는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의 약자이며, 여기에 ‘맛집’이라는 표현을 더했습니다. 작업치료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병원에 오래 입원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 음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아프기 전에 즐겨 먹던 음식은 개인의 입맛과 성향, 환경,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 기분이 좋아지실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한, 다소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마음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티 맛집 
아트테라피_ 안녕희망씨 
아트테라피_ 안녕희망씨 
아트테라피_ 안녕희망씨 4. 특히 병원 예술치유 프로젝트(호스피털 아트)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이는 어떻게 진행되는 예술치료이며, 예술치유가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를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환자분들이 좋아질 수 있다면,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이른바 ‘○○치료’라고 이름 붙은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다소 반감이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사이비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운대에서 재활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던 초기에는, 음대생들이 병원에 와서 음악치료를 해주겠다고 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북을 치고 장구를 두드리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세 번째쯤 되었을 때 환자분들께서 오히려 거부감을 보이셨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예술치료 전반에 대해 상당한 거리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용인대학교의 박미리 교수님께서 저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셔서 직접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박 교수님은 연극치료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결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 성격대로 다소 까칠하게 “저는 그런 식으로 ‘치료’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박 교수님께서 “그렇다면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하시더니, 여름방학이 되자 봉고차에 학생들을 가득 태우고 서울에서 내려오셨습니다.
그날 학생들과 함께 보여주신 연극치료를 보면서, 기존의 치료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영역까지도 충분히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치료를 넘어선 상상력과 기획력이 느껴졌고, 그 자리에서 “이건 정말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극치료를 시작하게 되었고, 다양한 커리큘럼과 시도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장소를 제공했고, 그 외의 부분은 전적으로 그분들의 몫이었습니다.
연극치료를 통해 환자분들께서는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모습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셨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공을 던질 테니 받아보세요”라고 말하며 던지는 시늉을 하면, 실제로 공이 없는데도 환자분들께서 자연스럽게 받아내십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상상력을 끌어내는 중요한 자극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치료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저와 매우 친분이 있는, 서울에서 잘 알려진 기타 연주자 한 분이 계십니다. 제가 그분께 “혼수 상태에 가까운 환자분이 계신데, 옆에서 기타를 연주해 주실 수 있겠느냐”고 부탁드리면 흔쾌히 오셔서 연주를 해주십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환자분의 맥박이 변하고, 어떤 분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소리를 통한 자극이 환자분들께 분명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다른 병원에서도 ‘돈이 될까’ 하는 생각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치료들은 아직 ‘에비던스 베이스드 프랙티스(Evidence-based Practice)’, 즉 근거 중심 치료로 명확히 입증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분들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병원 수익과는 무관하게 제 비용을 들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용치료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병원 길 건너편에 김옥련 발레학원이 있는데, 김옥련 원장님께서는 30년 이상 발레단을 이끌어 오신 분입니다. 민간 발레단은 재정적으로 운영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모든 노력을 쏟아 발레단을 지켜오셨습니다. 음악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게 되고, 그 움직임이 조금만 다듬어지면 하나의 취미이자 재활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저는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마침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한 평론가 분께서 김옥련 원장님을 크게 칭찬하셨고,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직접 학원을 찾아갔습니다. 실제로 현장을 보니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일을 해보자고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김옥련 원장님께서는 신청 예정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제가 인터뷰에 도움을 드리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이후 우리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매우 안정적으로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크사이드 싱어즈 
파크사이드 싱어즈_ 찾아가는 음악회 또한 저희 병원에는 ‘파크사이드 싱어즈’라는 팀이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병원 개원 이후 코로나 이전까지는 채플을 운영했지만, 어느 순간 환자분들과 직원들의 참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민 끝에 찬양을 중심으로 한 음악 활동을 떠올렸지만, 아침 8시에 모두가 노래를 부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목소리가 매우 훌륭한 바리톤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께 “병원에서 음악치료를 함께 해주실 수 있겠느냐”고 부탁드렸습니다.
현재는 그분과 양산시립합창단원들이 함께 ‘파크사이드 싱어즈’ 팀으로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찾아와 주고 계십니다. 병실과 로비, 치료실 등에서 환자분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음악을 나누고 있고, 환자분들께서도 매우 즐겁게 참여하고 계십니다.
물론 예술가 분들께 큰 보수를 드리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를 응원하고 지원한다는 마음으로 작은 보탬을 드리고 있으며, 참여하시는 분들 역시 기쁜 마음으로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이런 모든 과정이 결국 환자분들의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5.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은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서 그동안 질적 성장을 꾸준히 지속해 왔습니다. 이렇게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이 환자 중심 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특별한 배경과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환자분들께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흔히 표현하자면, 저희 병원은 가내수공업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병원 직원 수는 약 150명에 이르지만, 직원 간의 갈등이나 충돌이 거의 없습니다. 타 병원과 비교해 보아도 내부 갈등이 적다는 점은 충분히 자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희 병원은 매주 두 차례, 입원 중인 모든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관계된 담당 직원 모두가 참석하며, 중증 환자든 경증 환자든 모든 입원 환자에 대해 논의합니다. 각 환자분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향후 치료 계획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예상되는 위험 요소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담당 의사뿐만 아니라 신경심리사, 재활간호팀, 사회복지실, 영양실,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 언어치료실, 경영지원팀까지 모든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함께 공유합니다. 이 컨퍼런스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8시부터 8시 40분까지 진행되며, 병원 개원 이후 단 한 번도 중단된 적 없이 이어져 현재까지1,000회를 넘었습니다.
이 컨퍼런스야말로 저희 병원이 지켜오고 있는 핵심 가치이자 신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맞는 치료 방식을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 환자분의 경우 치료 속도를 조절하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은 충분히 쉬실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반대로 치료 의지가 현저히 낮은 환자분의 경우에는 치료 기간을 조정하는 등, 환자분의 상태와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든 담당자들이 환자분들에 대한 경험적 데이터를 공유하며 치료에 임하게 되고,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소통과 협업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 건축이나 시스템을 보기 위해 투어를 오시는 분들께도 저는 항상 컨퍼런스에 먼저 참석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컨퍼런스를 보지 않고서는 저희 병원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환자와 모든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이 컨퍼런스는 저희 병원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환자분의 경우 가정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면, 직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상황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 가족 구성원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패밀리 컨퍼런스를 진행합니다. 저희 병원의 <집으로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는 요즘 흔히 말하는 디자인 씽킹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그램과 해결책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면, 재활 치료를 통해 신체 기능이 많이 회복된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외관상으로는 옷차림도 단정하고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퇴원을 앞두고 보호자이신 아내분과 상담을 진행하던 중, 아내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결혼 생활 내내 남편분이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고, 아내분 혼자 가정을 책임지며 살아오셨다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미 홀로 생계를 유지하며 노후 준비까지 마친 상황에서, 갑자기 환자가 된 남편과 다시 함께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아내분께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편분을 바로 집으로 모시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며 요양병원 연계를 안내해 드렸습니다. 마음이 착한 아내분께서는 너무 열악한 환경의 요양병원으로는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고, 그 부분 역시 충분히 고려했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살아온 삶의 과정과 환경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혼자 생활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50~60대에 이혼이나 가족 해체로 홀로 지내시는 분들, 혹은 미혼으로 혼자 살아오신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에 맞는 세심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에는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안에 환자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보 공유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부산백병원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었지만, 인력과 시간, 비용 문제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경영진의 결단을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제가 병원장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이 정도로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모든 시도의 원동력은 단순합니다.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병원은 명확히 환자 중심의 병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직원들과 늘 즐거운 일을 계획하는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박인선 병원장 6. 그만큼 이 모든 일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데요. 직원들을 한마음으로 이끌기 위한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만의 특별한 전략이나 노하우가 있다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 음악회를 열자고 했을 때는, 그 비용으로 직원들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을 가졌던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병원을 떠났고, 지금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결코 높은 급여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이곳에서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순간들을 꾸준히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직원들이 참여하는 ‘흑백요리대회’입니다. 이 행사를 통해 서로 음식을 만들어 경쟁도 하고, 완성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럽게 화합을 도모합니다. 우승자에게는 요트 체험을 제공하기도 하고, 인근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해 소상공인을 돕는 방식 등의 보상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위해 쓰는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직원들의 기분과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역량 강화는 물론, 인식 개선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 역시 환자분들이 행복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병원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함께 즐거우면 된다’고 믿습니다.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은 거의 99.9%가 ‘호기심’이고, 이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재미’입니다. 아무리 수익이 보장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재미가 없다면 저는 결코 할 수 없습니다. 제게는 ‘호기심과 재미’,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7.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은 지역 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환자들과의 소통의 판로를 넓히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특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병원이라는 곳은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반드시 함께 공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 병원은 매달 부산시 남구 지역의 입원 환자 분포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입원 환자 중 약 40~50%가 부산시 남구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로, 병원 인근 지역 환자분들을 조금 더 우대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병원 가까이에 거주하시는 환자분들의 경우, 퇴원 이후에도 생활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병원 안에서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병원 밖에서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원 옆 재활마을 
환자들이 편하게 병원에 오갈 수 있게 길을 만든 파크사이트 재활의학병원_공원 옆 재활마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병원 옆에 ‘공원 옆 재활마을’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거주지가 멀어 퇴원 후 돌아가기 어려운 환자분들, 통원 치료가 힘든 분들, 혹은 주거 공간이 마땅치 않은 환자분들이 병원 인근에서 거주하며 통원 치료와 방문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이를 위해 병원 주변의 부동산을 여러 곳 직접 다니며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병원 바로 옆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선이 연결되지 않아 휠체어를 탄 환자분들의 경우, 한 바퀴를 크게 돌아야만 병원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과 집을 직접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고,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데크를 설치해 이동 경로를 조성했습니다. 이 길은 대부분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환자분들을 위해 설계된 공간입니다. 더욱이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 어렵거나, 퇴원 이후의 생활이 두려운 환자분들께서는 이곳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며 혼자 살아가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해당 주거 공간은 일부는 병원에서 임대하고, 일부는 환자분들께서 직접 거주하시며, 집 내부 리모델링과 환경 개선 비용은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머무는 공간의 환경까지 책임지는 것 역시 치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환자가 병원을 떠난 이후에도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병원이 지역사회 안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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