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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FOCUS] 2026 주목해야할 디자인 트렌드 인사이트ARTICLE 2026. 1. 5. 09:46
2026 주목해야할 디자인 트렌드 인사이트
“과학적 예방과 능동적 웰니스로 구현하는 삶의 균형”
<세계적인 미국의 색채 연구소 팬톤컬러연구소(Pantone Color Instiute)가 발표한 2026년 올해의 컬러는 PANTONE 11-4201 Cloud Dancer다.> 2026년, 디자인 산업이 바라보는 미래는 화려함보다는 깊이 있는 ‘침묵’과 정교한 ‘기술’의 공존에 있다. 다가오는 2026년의 디자인 트렌드 인사이트는 ‘균형(Balance), 연결(Connection), 반려(Companionship), 무장애(Barrier Free),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다섯 가지 핵심 가치로 요약된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혼돈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대중이 가장 갈구하는 가치는 단연 ‘고요함’과 ‘평온함’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자인이 더 이상 외형적인 미(美)에 머무르지 않고,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는 ‘쉼’의 도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연과의 깊은 연결,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몰입감을 주고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공간과 제품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케어’가 디자인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단순히 턱을 없애는 물리적인 ‘무장애(Barrier Free)’ 설계를 넘어,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는 커뮤니티형 주거 설계가 그 예다. 주거 공간은 잠을 자는 곳에서 헬스케어와 사교가 가능한 ‘수직 도시(Vertical City)’의 형태로 진화하며 기능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경제와 산업 전반에 침투한 AI(인공지능)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를 더욱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2026년의 웰니스는 막연한 건강 추구가 아닌,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하드케어(Hard-care)’다. 개인의 생체 리듬을 분석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가전과 가구, 능동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서비스들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며 전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최상위 키워드는 바로 ‘균형’이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따뜻함을 그리워한다. 이에 따라 전통 소재를 현대적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춘 재생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과거의 향수(노스탤지어)가 주는 감성적 위안과, AI 기반의 차가운 하드케어 기술이 조화롭게 융합될 때 비로소 삶의 질은 높아진다. 2026년, 디자인은 이 두 가지 축의 균형을 맞추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 박하나 편집장
<시끄러운 세상 속 ‘멈춤’과 ‘새 출발’ 의미하는 평온한 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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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N_COY26_SecondaryImage_Sky1_2058x1152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이 2026년을 이끌 ‘올해의 컬러’로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 팬톤 번호 11-4201)’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클라우드 댄서’는 맑은 하늘의 구름을 연상시키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화이트 톤이다. 팬톤은 이 색상이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는 ‘정서적 안식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요구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 내면으로 향하는 것은 진정한 힘이 행동뿐 아니라 존재 자체에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과잉에서 벗어난 미래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표현하는 클라우드 댄서는 만족감과 평화, 그리고 하나됨과 결속력을 향한 우리의 욕구를 발전시킨다.
‘클라우드 댄서’는 단순한 색상을 넘어 ‘새 출발(New Beginning)’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처럼, 오래된 관념의 층을 벗겨내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특히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진정한 휴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며, 사용자로 하여금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팬톤 컬러 연구소의 전무이사 레아트리스 아이제만(Leatrice Eiseman)은 “클라우드 댄서는 우리에게 명확함과 집중력을 선사하는 색”이라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가 미래 속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상상할 때,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로리 프레스먼(Laurie Pressman) 부사장은 “밝고 가벼운 이 화이트 계열은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돕는다”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들어주는 다재다능한 색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클라우드 댄서’는 세련된 미니멀리즘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최적화된 컬러로 꼽힌다. 먼저 디자인 활용성으로, 검은색과 정반대의 자연스러운 대비를 이루며, 디지털 환경과 오프라인 매장 어디서든 주변 색상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브랜드 가치로서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물론,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팬톤의 이번 발표에 따라 2026년 패션,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 제품 패키징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클라우드 댄서’를 활용한 미니멀하고 본질적인 디자인 트렌드가 확산될 전망이다.

PANTONE 11-4201 Cloud Dancer Plastic Chip Usage 
PANTONE 11-4201 Cloud Dancer Color Specifier Usage
<2026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진정성·웰빙·아시안 웨이브가 핵심’>

유로모니터 , 2026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발표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한국 지사장 최승용)이 2026년 글로벌 소비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핵심 소비자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2026년의 소비자들은 생활비 안정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진정성’과 ‘과학적 웰빙’을 구매 결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비자들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단순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제품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양면적이고 실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2026년을 관통할 4대 주요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나만의 안식처(Comfort Zone): 일상의 단순화와 심리적 안정 불확실한 미래와 스트레스에 지친 소비자들은 집과 일상을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삼는다. 조사 결과 소비자 58%가 매일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가운데, 자연 유래 성분이나 건강한 제품을 통해 심리적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은 삶을 단순화하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2. 있는 그대로(Fiercely Unfiltered): 대담한 자기표현과 맞춤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개성과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트렌드다. 소비자의 50%가 자신의 취향이 완벽히 반영된 맞춤형 제품을 선호하며, 65%는 사회가 개인의 진실된 모습을 수용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에 따라 기업은 고객 프로필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고 개인화된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3. 웰니스는 과학(Rewired Wellness): 데이터와 증거 기반의 프리미엄 단순한 느낌이 아닌 ‘수치’와 ‘과학적 근거’가 웰니스의 척도가 된다. 특히 뷰티 분야에서 소비자 절반(49%)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성분이 포함된 제품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GLP-1 등 첨단 의약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브랜드는 데이터 기반의 스토리텔링으로 제품의 실질적인 효능을 증명해야 한다.
4. 아시안 웨이브(Next Asian Wave): 문화 팬덤을 넘어선 산업적 영향력 K-뷰티와 K-팝으로 시작된 아시안 문화의 영향력이 실질적인 소비 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중국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과 디지털 혁신을 앞세워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며, 2026년 중국의 수출 규모는 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국가 브랜드와 강력한 공급망은 글로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앨리슨 앵거스(Alison Angus) 유로모니터 이노베이션 부문 총괄은 “미래의 소비자 행동은 편안함, 자기표현, 과학적 웰니스라는 세 가지 갈망이 ‘진정성’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나타날 것”이라며, “기업은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소비자와의 진정한 정서적 교감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로모니터의 이번 발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단순한 트렌드 추종을 넘어, 소비자의 본질적인 욕구인 ‘안정’과 ‘신뢰’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살롱 서울 2025- ‘글로벌 디자인 인사이트 · 공간 & 소비자 트렌드 컨퍼런스’

디자인살롱 2025 홈테이블데코페어 컨퍼런스 ‘디자인살롱 서울 2025’가 지난 12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컨퍼런스룸 401호에서 개최됐다. ‘디자인살롱 서울 2025(이하, 디자인살롱 서울)’는 ‘글로벌 디자인 인사이트 · 공간 & 소비자 트렌드 컨퍼런스’를, 최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와 함께 다양한 시각으로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컨퍼런스는 글로벌 디자이너들의 인사이트와 트렌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소비 트렌드 및 공간 브랜딩 노하우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매거진HD에서는 지난 12월 19일에 발표된 내용 중,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렌드 컨설팅회사 스타일러스(stylus.co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테사 맨즈필드(Tessa Mansfield)가 발표한 ‘2027/28 Color & Material Directions’과 홈루덴스 한채현 공동대표가 발표한 ‘사람을 디자인하다 – 브랜드보다 경험이 중심이 되는 주거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7/28 디자인 키워드는 ‘사람다움’… 아날로그적 주체성과 본질의 회복>

테사 맨즈필드 (Tessa Mansfiel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27/28 Color & Material Directions’_
테사 맨즈필드(Tessa Mansfiel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먼저 런던에 본사를 둔 트렌드 컨설팅회사 스타일러스(stylus.co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테사 맨즈필드(Tessa Mansfield)는 ‘2027/28 Color & Material Directions’에 대해 엘리멘탈(ELEMENTAL), 레거시(LEGACY), 펄스(PULSE)로 요약했다. 이 트렌드는 공통적으로 ‘사람다움’에서 비롯된다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아날로그적 실천과 개인의 취향, 주체성을 다시금 발견하고 있다. 고대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의 노스탤지아가 결합된 이번 트렌드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현재와 미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여준다. 42개의 컬러는 익숙하면서도 조화롭고 창의적인 무드를 표현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꿈과 실용성을 자연과의 본질적인 연결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깊은 의미를 찾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일상에 신중함과 목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지식이 재조명되면서 회복력 있는 디자인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럭셔리 미감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1. 엘리멘탈(ELEMENTAL)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본질적인 가치와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는 성숙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로 ‘엘리멘탈(ELEMENTAL)’이 주목받고 있다. 엘리멘탈은 일상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고 자연과 역사,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성찰하려는 움직임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이 트렌드는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역사적 맥락을 탐색하고, 자연의 거대함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단순한 미적 취향을 넘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디자인 전반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 시간이 빚은 형태, ‘리추얼의 재해석’
엘리멘탈 트렌드의 핵심 중 하나는 ‘시간이 빚은 형태’다. 신석기 시대의 원초적인 조형 언어와 현대 브루탈리즘(Brutalism) 디자인이 결합되며, 거대한 덩어리감과 매끈한 조형미가 공존하는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시각적 강렬함과 동시에 신비롭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소재 선택에서도 시간의 흔적을 품은 물성이 주목받는다. 진흙, 벽돌, 퇴적암, 대리석, 녹슨 철 등은 마모와 변화를 통해 고유의 이야기를 전하며, 인위적 가공보다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활용된다.
- 지속 가능성을 향한 ‘순환형 디자인’
엘리멘탈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통적인 자원 활용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수증기를 재활용하는 조리 도구나 물 정화 시스템 등 ‘순환형 디자인’이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이는 환경에 대한 책임과 실용성을 동시에 고려한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 오감을 깨우는 센서리얼 경험
시각 중심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후각과 촉각까지 아우르는 ‘센서리얼(Sensorial)’ 경험 역시 엘리멘탈 트렌드의 중요한 축이다. 손길이나 바람에 반응해 형태가 변화하는 금속 조명, 스톤웨어에 담긴 수제 보태니컬 향수 등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깊은 감정적 연결을 형성한다.
컬러 팔레트에서는 딥 레드와 브라운이 중심을 이루며, 사파리 핑크와 신비로운 그린 블루가 대비를 이루어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균형감을 완성한다.
- 자연과의 본질적 연결성
자연과의 연결성은 가공되지 않은 오가닉 패턴으로 표현된다. 파도의 물결이나 해안 침식을 연상시키는 주름진 금속 표면, 나무의 나이테를 닮은 복합적인 선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산화된 그린 블루 파티나(Patina)나 균류를 활용한 천연 잉크 등 ‘살아있는 색’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미래 럭셔리의 정의: ‘우아한 실용성’
이번 트렌드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식’과 ‘현대의 기술’을 연결하여 회복력 있는 재생 디자인을 만드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더 신중하고 마음을 쓰는 방식으로 일상을 대하기 시작했다”라며, “목적성과 실용성이 다시금 강조되면서,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우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자인이 새로운 럭셔리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멘탈은 결국, 효율적이면서도 우아한 해결책을 통해 회복력 있는 재생 디자인을 지향하며, 디자인을 넘어 삶의 태도를 다시 묻고 있다.
2. 레거시(LEGACY)
알고리즘이 취향을 규정하고, 마이크로 트렌드가 빠르게 생성·소멸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본능적인 취향과 개인적 선호를 하나의 ‘지혜’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레거시(LEGACY)’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레거시 트렌드는 해리티지와 공동체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한 미감을 빈티지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시선과 기술을 더해 지금의 삶에 의미 있게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 현대적 해리티지, 정체성과 공동체를 다시보다
최근 소비자들은 전통과 역사, 가족사에 대한 관심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개인화가 극대화된 사회 속에서 오히려 ‘정서적 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마이크로 트렌드에 지친 소비자들은 일시적 유행보다 유산, 역사적 단순함, 세대를 아우르는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레거시 트렌드의 확산 배경으로 작용한다. 외로움과 고립감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모임과 공유 공간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서로를 돌보고 연결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 자연으로 향하는 시선, 그리고 변화하는 남성성
레거시 트렌드는 자연과의 연결성 회복이라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도시적 속도에서 벗어나 시골 환경과 전원적 삶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커지며, 느린 삶의 리듬을 추구하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회적 변화 중 하나는 ‘남성성’의 재정의다. 과거의 위압적이고 독성 강한 남성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취향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스스로를 돌보는 ‘부드럽고 표현적인 남성성’이 레거시 트렌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알고리즘 대신 인간의 큐레이션… 취향의 재발견
디지털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기계적 추천보다 ‘인간의 감도’가 담긴 큐레이션이 다시금 권위를 얻고 있다. 획일성을 거부하고 희귀한 ‘레어템’을 탐색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주거 공간 역시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자신을 투영하는 창의적 전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적인 큐레이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매 호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미학으로 전체 지면을 구성하는 매거진 사례처럼, 정교하고 일관된 스타일링이 하나의 신뢰 지표로 작용한다. 디올(Dior)의 아카이브 재해석이나 보테가 베네타의 50주년 기념 인트레치아토 소파는 타임리스 클래식이 현대적 세련미와 만났을 때 발휘되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 뉴트로를 넘어, ‘유쾌한 빈티지’로
레거시 트렌드는 단순한 복고나 뉴트로를 넘어선다.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현대 기술과 위트를 결합해 유쾌하게 재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1930년대 금속 인형의 집을 수제 스피커로 재탄생시키거나, 역사적 정물을 풍선 형태의 조형물로 변주하는 사례들이 이를 보여준다.
컬러 팔레트에서는 베이비 블루와 슈거 핑크 같은 빈티지 파스텔과 머스터드, 버건디 등 헤리티지 미드톤이 조화를 이루며, 실버 식기류를 연상시키는 메탈릭 광택이 더해져 친근하면서도 신선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 배려와 돌봄, 전원적 삶으로 회복을 말하다
고립과 외로움이 심화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레거시 트렌드는 ‘배려와 돌봄’을 디자인의 근간으로 삼는다. 개인 공간과 공유 정원이 결합된 공동 거주 모델이나, 공공장소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는 공간 실험은 정서적 공동체 회복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가드닝과 수제 잼 만들기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영국 전원풍 가구와 로맨틱한 플로럴 프린트, 아르데코풍 직조 패턴 등은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 연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레거시 트렌드는 결국, 빠른 소비와 즉각적 만족을 넘어 시간과 관계, 취향의 깊이를 다시 묻는다.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의 감도로 선택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이 움직임은 현대 사회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3. 펄스(PULSE)
2027/28 CMF(Color·Material·Finish) 트렌드의 마지막 키워드로 ‘펄스(PULSE)’가 제시됐다. 앞서 제안된 ‘엘리멘탈(ELEMENTAL)’과 ‘레거시(LEGACY)’가 고요한 평온과 과거의 향수, 그리고 본질적 가치에 주목했다면, 펄스는 디지털 완벽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인간의 창의성과 생동감, 그리고 살아 있는 손길을 전면에 내세운다. 펄스 트렌드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무균적 완성도에 대한 거부감에서 출발한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완벽한 이미지 대신, 불완전하지만 진정성 있는 표현과 즉각적인 감각, 그리고 사람 간의 직접적인 연결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디지털 피로 이후, 아날로그 경험의 회복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피로감은 개인용 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시금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감각적 만족과 인간적인 연결을 찾고 있다. 즉석 카메라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필터와 보정에 의존하지 않는 즉각적인 기록 방식은 ‘진짜 순간’을 담아내는 도구로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로 폴라로이드는 “휴대폰에만 머물지 말고 아날로그로 나와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 세계 밖의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 손으로 만드는 가치, 창의적 커뮤니티의 확산
펄스 트렌드는 개인의 창의성을 공동체 안에서 확장시키는 방향으로도 나타난다. 에르메스와 같은 브랜드는 장인 정신과 수공예를 중심에 두고, 사람 간의 소통과 손으로 만드는 행위를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재활용과 장인 정신을 결합한 시도 역시 주목된다. 디자이너 맥스 램(Max Lamb)의 프로젝트는 산업 폐기물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며, 물질의 순환과 창조적 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 이는 지속 가능성과 감각적 실험을 동시에 추구하는 펄스 트렌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 질문하고 행동하는 소비자, 유쾌한 액티비즘
펄스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현재의 사회적·문화적 상황에 대해 거리낌 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거창한 선언보다는 창의적이고 유쾌한 방식의 액티비즘을 통해 참여와 행동을 드러낸다. 또한 신체적 강함과 웰빙을 중시하며, 다양한 방식의 액티브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정신적 에너지와 육체적 활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펄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 에너지를 시각화한 컬러와 소재
컬러 측면에서 펄스 트렌드는 브라이트 컬러와 네온 형광빛을 전면에 내세운다. 강렬한 색채는 에너지와 생동감을 전달하며,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적 무드를 동시에 표현한다. 여기에 경쾌한 파스텔과 흐릿한 뉴트럴 톤이 균형을 이루며 과도한 자극을 조율한다.
- 인간적 흔적과 문화적 기억의 재해석
펄스 트렌드는 아날로그의 진정성과 인간적인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손글씨, 자수, 열반응 프린트 등 구체적인 손길이 느껴지는 표현 방식은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며, 개별적인 서사와 감정을 전달한다. 문화적 헤리티지와 크래프트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된다. AI와 핸드 크래프트 오브제를 결합한 작품들은 과거의 스토리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며, 젊은 창작자들은 개인의 역사와 지역 문화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슬로우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통 기술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 살아 있는 리듬으로 돌아가다
전문가들은 펄스 트렌드를 “완벽함보다 생동감을, 정제된 이미지보다 살아 있는 리듬을 선택한 결과”로 해석한다. 디지털이 만든 기준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과 몸, 감정이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에너지가 다시금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7/28 CMF 트렌드의 마지막 키워드인 ‘펄스’는 결국, 기술을 거부하기보다는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다. 빠르게 뛰는 심장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감각적 선언이 디자인 전반에 울려 퍼지고 있다.
<공간을 넘어 세계관으로…미래 주거를 관통하는 5대 생존 전략>

홈루덴스 한채현 공동대표 ‘사람을 디자인하다 – 브랜드보다 경험이 중심이 되는 주거 트렌드’_
홈루덴스 한채현 공동대표
우리가 알던 ‘집’의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단순히 퇴근 후 잠을 자는 휴식처나 자산 증식의 수단이었던 주거 공간은 이제 기술과 감성, 그리고 서비스가 결합된 하나의 ‘완결된 유니버스’로 진화 중이다. 인구 이동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살던 곳에 머무르려는 ‘정주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제 도시는 수직으로 압축되고 주거는 그 안에서 거주자의 모든 삶을 책임지는 중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한채현 대표는 올해 주거 트렌드로 ▲서비스가 하드웨어를 압도하는 ‘주거고급화’ ▲나이 들어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초고령화’ ▲도시의 모든 기능을 수직으로 흡수한 ‘압축도시’ ▲수평적 관계와 취향 공유를 중시하는 ‘평등가족’ ▲그리고 개인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헬스&웰니스’라는 5가지 핵심 축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조망했다. 미래의 주거 기획은 이제 건물을 짓는 단계를 넘어, 거주자의 정체성과 라이프 루프(Life Loop)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세계관의 창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 주거고급화
대한민국 하이엔드 주거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 ‘더 크고 더 화려한’ 외형적 스펙 경쟁이 중심이었던 1세대 하이엔드, 그리고 ‘누가 어디에 사는가’를 강조하며 독자적 커뮤니티를 형성했던 2세대를 지나, 이제는 지속 가능한 운영과 거주 경험을 핵심 가치로 하는 3세대 주거 모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주거 트렌드의 전환을 넘어, 하이엔드 주거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하드웨어의 과잉을 넘어, ‘경험을 운영하는 주거’로
현재 하이엔드 주거의 경쟁력은 더 이상 분양가나 최고층, 고급 마감재 같은 물리적 스펙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입주 이후에도 얼마나 일관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지가 새로운 프리미엄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엔드 주거는 단순히 분양으로 완결되는 상품이 아니라, 호텔이나 리조트 수준의 운영 관리와 멤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축적되는 ‘서비스형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거 시장의 주도권 역시 전통적인 건설사 중심 구조에서, 고급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호텔·리조트 및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 신뢰의 해법으로 부상한 ‘브랜디드 레지던스’
브랜디드 레지던스(Branded Residence)가 국내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한국 주거 시장 특유의 선분양 구조가 자리한다. 완공 이전, 랜더링 이미지와 입지 정보만으로 수십억 원대의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는 소비자에게 늘 불확실성과 하자에 대한 불안을 안겨왔다.
이러한 신뢰의 공백을 메우는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브랜디드 레지던스다. 호텔이나 명품 브랜드가 이름을 걸고 주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해당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입주 이후에도 유지하겠다는 일종의 ‘신뢰의 보증수표’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기존 호텔·리조트 브랜드를 넘어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아르마니·메종 마르지엘라 등 글로벌 패션 하우스까지 주거 시장에 진입하며 영역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주거 공간은 점차 브랜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거대한 ‘쇼케이스’로 재편되고 있다.
- 물리적 노후화를 이기는 힘, 소프트웨어의 가치
이번 주거 고급화 흐름에서 가장 강조되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보이는 가치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최고층, 최고가, 최고급 마감재와 같은 물리적 타이틀은 더 나은 조건의 경쟁자가 등장하는 순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또한 건축물은 준공과 동시에 물리적 노후화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시대적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와 서비스, 즉 ‘소프트웨어’는 물리적 노후화를 넘어서는 경쟁력이 된다. 운영 방식, 커뮤니티 프로그램, 서비스의 깊이와 일관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경험을 설계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하이엔드 주거 가치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그 안에서 누리는 ‘경험의 품격’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의 하이엔드 주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가는 건물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 풍부해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주거의 고급화는 “누가 짓느냐”의 문제를 넘어,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 시장은 이제 경험과 운영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 지도를 그리고 있다.
2. 초고령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주거 시장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촉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력을 갖춘 50·60대가 주거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부상하면서, 시니어 주거가 더 이상 ‘특화된 옵션’이 아닌 모든 주거의 ‘기본 사양(Default)’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핵심 가치는 편의성을 넘어선 ‘다정함’과 ‘연결’이다.
- 청약 시장의 주도권, 3040에서 5060으로 이동
전통적으로 30·40대가 주도하던 신축 아파트 청약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대신,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50·60대가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자본의 구조적 이동이 있다. 기대 수명 연장으로 상속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산을 물려받는 세대 자체가 이미 50·60대가 된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은 기존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여유 자금을 활용해 오피스텔 등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며, 증여와 노후 자금을 동시에 준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고령 거주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주거 설계의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문턱 제거, 안전 손잡이 설치 등 이른바 ‘무장애(Barrier-free) 설계’는 더이상 일부 단지의 차별화 요소가 아닌, 모든 주거 공간이 갖춰야 할 기본값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시니어 주거의 해법, ‘세대 공존형’ 복합 개발
시니어 주거는 입주 이후에도 지속적인 케어와 운영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방식이 ‘복합 개발을 통한 세대 공존’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실버타운과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인접 배치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가까이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한 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태국의 멀버리 그로브(Mulberry Grove)와 같은 사례는 시니어 전용 주거, 가족형 빌라, 1인 가구 콘도미니엄을 하나의 대규모 단지 안에 구성하고, 숲길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연결해 전 연령대가 어우러지는 ‘마을형 주거’를 구현하고 있다.
-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와 연결되느냐’… Aging in Community
과거 시니어 주거의 핵심 개념이 ‘살던 집에서 나이 드는 것(Aging in Place)’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나이 드는 것(Aging in Community)’이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 속 경험 설계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에서 도입돼 큰 호응을 얻은 ‘느린 계산대(Slow Checkout)’는 효율성 대신 대화와 배려를 선택한 사례다. 노년층에게 스스로 해냈다는 자기 효능감을 제공한 이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매출 상승이라는 경제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주거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산책로 곳곳에 놓인 작은 테이블, 이웃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식료품점처럼, 의도적인 ‘마주침’을 설계하는 소셜 터치포인트가 주거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기술보다 중요한 것, ‘다정함’을 설계하다
이번 주거 변화의 흐름에서 가장 강조되는 키워드는 첨단 기술이 아닌 ‘다정함’이다. 이는 사회적 매너로서의 친절함을 넘어, 특정 개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정서적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다정함이 공간과 서비스 전반에 스며들 때, 고령 사회의 주거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외로움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과도한 하드웨어 설계가 아니라, 스몰토킹이 가능하고 느린 경험을 허용하는 인간적인 공간이다. 결국 미래의 주거 산업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다정한 연결의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주거의 경쟁력은 이제 ‘얼마나 편리한가’를 넘어, ‘얼마나 따뜻하게 연결되는가’를 묻고 있다.
3. 압축도시
대한민국의 주거 패러다임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인구 이동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사회 전반에 ‘정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가운데, 저출산·고령화와 근무 환경 변화는 사람들이 장거리 이동 대신 ‘살던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생활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일·여가·돌봄·소비가 집약된 하나의 완결된 생활 유니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 흩어진 도시 기능을 수직으로… ‘수직 도시화’ 확산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과 도심 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시의 주요 기능을 한 건물 또는 하나의 복합 단지에 수직으로 집약하는 ‘수직 도시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도쿄의 ‘미드타운 야에스’가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대형 터미널 상부에 학교, 관공서, 호텔, 오피스, 상업 시설을 수직으로 배치해 교통·행정·주거·업무 기능을 하나로 묶었다. 국내에서도 서울역 일대 유휴 부지 복합 개발, 고속버스터미널 리모델링 등 교통 결절점을 중심으로 한 고밀도 복합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부지를 활용해 교육 시설과 주상복합이 공존하는 새로운 주거 모델까지 예고되며 도시 공간 활용의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 단지가 곧 하나의 ‘유니버스’… 경계가 사라진 주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대규모 주거 단지는 더 이상 ‘아파트 단지’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등장한 ‘더 파크사이드 서울’과 같은 대단지는 주거, 업무, 소비, 문화, 휴식이 하나로 엮인 ‘도시 속 도시’로 기능하며, 단지 자체가 하나의 마을이자 세계관을 형성한다.
과거 주거 설계가 집 내부의 평면과 동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단지 전체를 관통하는 ‘라이프 루프(Life Loop)’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단지 내 식음 시설, 운동 공간, 쇼핑몰, 업무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거주자의 하루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사용자 경험(UX)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아침에는 단지 내 조식 서비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단지 안 오피스로 출근한 뒤, 저녁에는 문화센터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어디에 사느냐가 곧 당신을 말해준다”
프랑스의 한 법학자이자 미식가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듯, 압축 도시 시대의 주거는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삶의 대부분이 특정 단지를 중심으로 집약되면서, 주거 선택은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의 하이엔드 주거는 단순히 가격이 높은 주택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자적인 문화 코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거주자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장 잘 맞는 세계관을 지닌 주거 공간을 선택하고, 주거와 거주자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 건물이 아닌 ‘시간과 문화’를 설계하는 산업으로
결국 미래의 주거 기획은 건물을 짓는 단계를 넘어선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어떤 문화 속에서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초고령화와 정주 시대라는 거대한 구조 변화 속에서, 주거는 이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4. 평등 가족
저출산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키즈 시장은 오히려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의 소비 규모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부모 세대의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자기중심적 소비에 익숙했던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며, 자녀를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닌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수평적 동료’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패밀리십(Familyship, Family+Partnership)’으로 요약된다. 아이와 부모를 분리된 소비 주체가 아닌, 동등한 고객으로 설정하고 하나의 취향 공동체로 묶는 전략이 키즈 시장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 ‘노키즈’에서 ‘웰컴 키즈’로… 고강도 문화의 동반 향유
럭셔리 리테일과 공간 기획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부모의 미감과 아이의 놀이를 분리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노키즈 존’이 고급화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아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공간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웰컴 키즈’ 전략이 대세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라호텔 키즈 라운지는 부모가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미감을 그대로 반영해 아이 전용 공간을 구성한다. 이는 단순한 키즈 콘텐츠 제공을 넘어, 부모의 취향을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전이시키는 ‘취향 자산의 상속’ 과정으로 해석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현재의 부모 고객과 함께 미래의 잠재 고객을 동시에 확보하는 장기 전략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일본의 ‘이온 레이크타운 스타벅스’나 런던의 웰니스 사교 공간들은 유모차 동선을 고려한 설계와 함께, 부모는 커피나 칵테일, 요가를 즐기고 아이는 전용 음료와 놀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가족 지지형’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있어도 문화적 경험의 밀도가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 ‘반반 결혼’과 사용성 중심의 경제 공동체
밀레니얼 부모 세대의 소비 성향은 가족 내부의 경제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경제적 평등’을 중시하며, 소유보다 사용을 우선하는 합리적 태도를 보인다.
주택 구입, 혼수, 결혼식 비용 등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이른바 ‘반반 결혼’은 이제 예외가 아닌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금전적 부담의 문제를 넘어, 서로에게 부채감 없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선택에 가깝다. 또한 자산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독·렌탈 등 사용성 기반의 소비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 같은 인식은 주거 및 생활 서비스로 확장된다. 관리비 부담이 크더라도 가사와 육아 노동을 외주화하고, 질 높은 커뮤니티와 편의 서비스를 누리는 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지불 용의’가 커지고 있다.
- “육아 에너지를 외주화하라”… 다정한 제3의 공간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현대 도시에서 ‘정교하게 기획된 유료 서비스’로 재해석되고 있다. 밀레니얼 부모에게 이상적인 공간은 단순한 키즈 카페나 놀이 시설이 아니라, 육아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면서도 가족 모두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는 ‘제3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부모에게 죄책감 없는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사와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 ‘시간의 자유’를 경험하고, 동시에 아이에게는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부모로서의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장소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부모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적 설계와 함께, 부모와 아이가 동시에 ‘힙한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완성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키즈 시장의 경쟁력은 아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설계하는 데서 결정되고 있다.
5. 헬스&웰니스
노화와 건강 관리, 그리고 장수에 대한 관심이 특정 연령대나 산업을 넘어 전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건강한 시간을 연장할 것인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저속노화(Slow Aging)는 이미 대중화된 개념이 됐고, 최근에는 ‘천천히 늙되, 병치레 없이 삶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급속 사망(Rapid Decline)’ 개념까지 회자되며 웰니스에 대한 논의는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숙면을 위한 루틴, 기분을 고양시키는 도파민 패션, 호텔과 리조트에 접목된 웰니스 프로그램까지, 건강은 이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웰니스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 유전보다 환경… ‘웰니스 부동산’의 급부상
특히 장수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과 습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웰니스는 공간 산업과 본격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리테일, 오피스, 호텔·호스피탈리티, 주거를 아우르는 이른바 ‘웰니스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부동산 섹터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팬데믹 이후 주목받았던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 개념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현대 서울 사례에서처럼, 자연광과 녹지, 휴식 공간을 결합한 쇼핑 환경은 소비자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하며 힐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점차 감성적 만족을 넘어 실질적인 효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피부 상태 개선, 신체 통증 완화 등 정량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메디테일(Medetail, Medical+Retail)’이다. 리테일 공간에 진단과 케어 기능을 결합한 이 모델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건강 관리의 특성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는 백화점 지하층 전체를 웰니스 전용관으로 조성해 글로벌 웰니스 브랜드를 집약시키는 실험에 나섰다.
- 여행지에서 시작되는 능동적 건강 관리
웰니스는 호스피탈리티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또 다른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스파·마사지 중심 휴양을 넘어, 여행 기간 동안 건강 검진과 치료, 맞춤형 식단과 운동, 멘탈 케어까지 통합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가운 차림의 스태프가 맞이하는 장면은, 웰니스가 여행의 부가 서비스가 아닌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건강 관리의 ‘능동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시간 자원을 활용해 삶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 주거는 ‘헬스케어 허브’로 진화한다
주거 공간의 역할 변화는 더욱 급진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주거가 병원보다 더 밀접하게 일상의 건강을 관리하는 ‘첨단 외래 센터’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거주자의 생체 데이터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며, 맞춤형 식단·운동·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러한 공간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블루존(Blue Zone)’이 제시되고 있다. 장수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의미하던 기존의 블루존 개념을 확장해, 집·일터·여행지 등 일상 공간 자체를 웰니스와 장수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재설계하자는 접근이다.
- ‘그린 코드’에서 ‘블루 코드’로
지금까지 공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가 친환경과 윤리를 상징하는 ‘그린 코드’였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한 삶을 중시하는 ‘블루 코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성에서, 나를 위한 지속 가능성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웰니스는 다시 두 갈래로 분화되고 있다. 감정 안정과 휴식을 중시하는 ‘소프트 케어’와, 과학적 진단과 수치화된 성과를 중시하는 ‘하드 케어’다. 소프트 케어는 요가·명상·몰입형 전시처럼 단시간 내 정서적 회복을 제공하는 공간에 적합하며, ‘에코소메틱(Ecosomatic)’과 같은 감각적 치유 경험을 강조한다. 반면 하드 케어는 의료 장비와 전문가가 개입하는 고가의 시장으로,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 하이엔드 주거 단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 LVMH가 중의학 기반 웰니스 브랜드에 투자한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건강을 위한 공간 처방’의 시대
이러한 웰니스 공간들은 디자인 측면에서도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웅장한 신전이나 성당을 연상시키는 리셉션과, 첨단 기술이 강조된 시술 공간의 대비는 ‘누미너스 효과’를 통해 이용자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몰입을 유도한다. 의료 행위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신뢰와 이완을 동시에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주거에서는 기능의 이원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집은 일상적 회복을 위한 소프트 케어 공간으로, 단지 내 어메니티는 전문 장비와 프로그램을 갖춘 하드 케어 공간으로 역할이 분리된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유행했던 미니멀리즘 이후, 이제는 비워진 공간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에센셜리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제 웰니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마음을 열고 감정을 회복시키고자 한다면 소프트 케어가, 고객의 재방문과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원한다면 하드 케어가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웰니스 공간 기획의 궁극적 목표는 하나다. ‘더 나은 삶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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