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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답사 옴니버스 4편ARTICLE 2025. 9. 3. 15:41
을왕리 해변 을왕리 해변 인천 을왕리
주말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교통상황이 우려되니 멀리 갈 자신은 없고, 복잡한 도심은 벗어나고 싶을 때, 서해 바다의 매력을 한껏 품은 인천 을왕리는 언제나 좋은 선택지다. 인천공항과 인접해 있는 을왕리는 그 덕분에 고속화도로로 편하고 빠르게 접근이 가능하다. 을왕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건 탁 트인 시원함이다. 개펄이 많은 서해안에서는 드문 평평한 모래사장 위로 잔잔한 파도가 부드럽게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복잡한 생각들은 파도 소리에 섞여 저 멀리 사라지는 듯하고 잠시 신발을 벗고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해변을 거닐어 본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스트레스는 한 겹씩 벗겨지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가족들은 돗자리를 펴고 앉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은 을왕리가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다. 해변 곳곳에 놓인 파라솔 아래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되는 곳이다.
을왕리 해변 해변 끄트머리에는 긴 방파제와 밀물 때를 기다리며 개펄에 정박된 배들이 바다마을의 풍경을 연출한다. 저 배들은 다음 만조 때를 기다려 망망대해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짧지만 여운이 남는 을왕리 탐방은 일상에 지친 이에게 완벽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선사한다. 바다 곁에서 맛있는 해산물을 즐기고, 황홀한 낙조를 바라보며 느꼈던 평온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을왕리 해변은 언제든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다. 다음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대천항 대천항 대천항 대천항 대천항
충남 보령에 대천 상명대 수련원이 있어 그림 그리는 멤버들과 어울려 야외스케치 워크샵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비릿하면서도 정겨운 갯내음이 답사팀을 반긴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항구의 풍경은 활기가 넘치고 선착장에는 낚시배에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손님들과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와 흥정하는 소리가 어우러져 항구는 금세 활기로 가득 차고 삶의 에너지를 느껴진다. 야외스케치 멥버들은 각자 흩어져 그리고 싶은 풍경을 스케치북에 담는다.
대천항 대천항 대천항 대천해수욕장 저녁 무렵,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자, 대천항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바다 위로 번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그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배들이 불을 밝히고 항구로 돌아오는 모습은 마치 하루를 마무리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대천항에서의 하루는 바다의 생명력과 삶의 활기, 그리고 고즈넉한 여유가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얻은 아름다운 추억들은 두고 두고 그림에 담아보기로 한다.
상주 봉강마을 상주 봉강마을 상주 봉강마을 상주 봉강마을 상주 봉강마을
상주의 외서면에 위치한 봉강마을은 우리 회사와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다. 이런 1사1촌 운동은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추진된 사업이다. 즉, 한 회사 와 한 마을이 관계를 맺고 일손 돕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 및 관광,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을 시행한다. 기업은 농촌에서의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의 제고를 , 마을은 기업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여 지역 농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종의 상생운동이다.
상주 봉강마을 상주 봉강마을 상주 봉강마을 내가 일하는 정림건축은 ‘봉강팜스테이 (farm stay)’라는 농장과 2008년부터 자매결연을 맺었다. 어느새 매년 1사1촌 행사를 해 온 지 10년이 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 후, 방문 행사는 중단되었지만 시골 체험은 내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임직원들이 1년에 2회 방문하여 봄에는 사과와 배나무의 인공수정을 돕고, 가을에는 그 결실을 수확하며 부족한 일손을 돕는다. 부분적으로 농장의 집수리나 페인트 칠 같은 유지관리 업무는 건축가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민물고기 전시장, 농기구 전시장 등의 볼거리들과 낚시체험장, 보트체험장, 두부만들기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 그리고 교육장,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도시의 초등생들이나 청소년들이 산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이른 아침에는 청정한 공기 속에서 인근 마을을 산책하며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내기에는 그만이다. 시골 풍경은 언제나 고향 같고 어머니 품속처럼 푸근하다. 치열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서 과수원에 한가롭게 피어있는 배꽃들과 함께 넉넉한 시골 인심을 몸으로 체험 해보면 농심의 소중함을 느낀다. 방문 행사를 모두 마치고 농장에서 유기농 재배로 키워 만든 과일과 그 밖에 믿고 살 수 있는 친환경 농산품 들을 다량으로 구매하여 싣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농촌을 도우려고 시작한 일인데 결국 농촌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친정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는 풍성한 보따리처럼 어느새 우리 마음은 부자가 되어 서울로 향한다.
남해 사우스케이프 클럽하우스 남해 사우스케이프 클럽하우스
남해 사우스케이프 골프장 내의 클럽하우스는 조민석 건축가의 설계작이다. 이 클럽하우스 답사를 권하는 지인 덕분에 다녀왔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긴 여운으로 남는 건축이다. 남해 바람의 속삭임이 머무는, 시간마저 쉬어가는 장소로 각인된다. 남해의 푸른 물결이 품에 안은 듯한 사우스케이프,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는 듯하다.. 특히 클럽하우스는 단순한 골프 시설을 넘어 자연과 건축이 빚어낸 한 폭의 시(詩)였고, 지친 심신을 감싸 안는 따스한 품이었다.
남해 사우스케이프 클럽하우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거스르지 않고 흐르듯 이어지는 부드러운 건축선은 마치 남해의 해안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초록빛 페어웨이의 조화는, 그림엽서 속 풍경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데크에 앉아 있노라면, 파도 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악처럼 귀를 만지고,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도시의 번잡함과 피로함은 이내 사라지고, 오직 평화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했다. 바람의 속삭임이 머무는 곳, 시간마저 쉬어가는 듯한 이 공간에서 나는 건축과 자연을 통해 진정한 휴식과 평화를 발견한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728x90'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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