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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국민연금은 왜 아베오(Aveo)에 투자했을까ARTICLE 2026. 5. 6. 06:09
국민연금은 왜 아베오(Aveo)에 투자했을까
고급 시니어주거의 가격은 무엇으로 그 가치를 설득하는가 ①작년 6월, 국민연금(NPS)이 호주 최대 민간 학생주거운영사 스케이프(Scape)와 함께 호주 시니어 주거운영사 아베오(Aveo) 인수 거래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거래가 유의미한 이유는 시니어 주거가 더 이상 단순 복지시설이나 주택개발 상품이 아니라 장기 운영 역량이 중요한 주거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호주의 시니어주거는 무엇으로 투자 대상이 되는가. 이 질문의 단서를 얻기 위해 지난 4월 호주 시드니의 리타이어먼트 빌리지(Retirement village) 6곳을 방문하였다. 앞으로 세 차례에 나눠 다음과 같은 주제로 연재하고자 한다. 첫째, 고급 시니어주거는 어떤 입지와 고객 이해를 통해 가격을 설득하는가. 둘째, 어떠한 공간으로써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게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가. 셋째, 호주 시니어 주거의 수익모델인 DMF는 시니어주거를 어떻게 장기 운영형 투자상품으로 바꾸는가. 이번 글은 그 첫 번째 질문, 즉 입지와 고객에서 출발한다.
다만 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전제가 필요하다. 이번 벤치마킹 답사는 호주 시니어주거 전체를대표하는 조사는 아니었다. 방문지는 대부분 시드니 CBD 접근성이 좋고, 하이엔드 포지셔닝의 고급 주거단지였다. 일정상 선별된 사례였고, 중산층의 고령자 주거라기보다 프리미엄 시장에 가까웠다. 따라서 이번 답사에서 본 것은 “호주 시니어주거의 일반적 모습”이라기보다, “고급 시니어주거가 무엇으로 높은 가격을 설득하는가”에 대한 단서였다.
첫 번째 답은 ‘입지’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입지는 단순히 CBD와 몇 분 거리인지, 지하철역에서 얼마나 가까운지의 문제가 아니다. 고급 시니어주거에서 입지는 고객이 기존에 누리던 생활수준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자, 동시에 현재 주거가 해결하지 못하는 노후의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는가의 문제다.
고급 시니어주거의 잠재 고객은 이미 ‘좋은’ 입지와 ‘높은 생활수준’을 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병원, 쇼핑, 외식, 가족 방문, 지역 커뮤니티가 이미 가능한 곳에 살고 있다면, 단지 그것을 유지해준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이주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은 기존 생활수준을 최대한 잃지 않으면서,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감당하던 관리 부담, 이동 부담, 안전 리스크, 노화의 가속화, 사회적 고립 가능성 등을 줄여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입지는 이주 저항을 낮추는 조건이고, 운영과 케어는 실제 이주의 이유를 만드는 조건이다.
호주 Retirement Village는 법적으로 55세 이상이면 입주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들은 평균 입주 연령은 약 75세이상 이었다. 즉 실제 시장에서 Retirement Village는 막 은퇴한 50~60대가 곧바로 선택하는 주거라기보다, 자가 유지와 생활 관리가 점차 부담스러워지는 시점에 선택하는 대안에 가깝다. 이 점은 한국 시장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패턴이다. 우리는 흔히 “액티브 시니어”를 말하면서 60대 초중반의 건강하고 소비력 있는 계층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팔거나, 큰 보증금을 내고 익숙한 생활권을 떠나는 결정은 그보다 늦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베오 벨라비스타 헤이븐(Aveo Bella Vista Haven)’의 운영팀이 가장 장점으로 언급한 것은 단지 자체의 화려함보다 주변 생활 인프라였다. 이 단지는 교통 접근성, 지역 대표병원, 쇼핑몰을 모두 갖춘 입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단지가 일반적인 Retirement Village처럼 주변 주거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Retirement Village는 인근 일반 주거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Bella Vista Haven은 주변에 신축 주거 공급이 부족하고 입지적 장점이 뚜렷해 인근 일반 주거시세와 유사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입지와 신축이라는 요소가 가격 방어의 핵심 근거로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례를 단순히 “좋은 입지라서 가격이 높다”고만 해석하면 부족하다. Bella Vista Haven은 단지 내 카페와 레스토랑, 웰니스 센터, 컨설테이션 룸, 인도어 온수풀, 입주민 전용 바와 라운지 등 단지 내 생활편의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또한 Aveo는 이 단지를 “low-maintenance living”, “without the hassle of caretaking”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즉 병원과 쇼핑몰이 가까운 입지가 효율적인 운영 방식으로 식사, 커뮤니티, 유지관리 부담의 감소와 연결되면서 이주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1945년 설립된 재향 군인 및 지역사회 클럽하우스 Club Willoughby (사진: 홈페이지) 하이그로브 윌로비(Hyegrove Willoughby)는 조금 다른 방식의 입지 전략을 보여줬다. 이 단지는 기존 ‘클럽 윌로비’ 부지를 활용한 Heart of Willoughby 복합 개발의 일부로 개발되었다. 단순히 낡은 클럽 부지를 고급 주거로 바꾼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모이고 식사하고 행사를 열던 커뮤니티 기능 위에 Retirement Village, Aged Care, 의료 및 리테일, 오픈스페이스를 결합했다. 이곳의 입지 가치를 CBD 접근성만으로 보기 보다는 기존 Club Willoughby가 가진 지역 커뮤니티의 장소성, 즉 헤리티지 위에 주거와 케어, 의료 서비스를 덧붙였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Hyegrove는 컨시어지 및 간호사의 응급 대응,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HyeCare라는 별도 전문 운영사를 통해 홈케어와 에이지 케어(Aged-Care)로 이어지는 건강관리의 연속성을 제시한다. 또한 단지와 연접한 상업시설에 입점한 메디컬 인프라는 이 단지를 차별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가정의학과, 발 치료 전문의원, 혈액검사, 치과, 물리치료 등 시니어들이 반복적으로 필요로 하는 진료 기능이 들어와 있었고, Retirement Village 입주자를 대상으로 방문 진료까지 연계되는 구조였다. 의료와 케어가 단순히 “가까운 곳에 있다”가 아니라, 일상 동선과 주거운영에 내재화된 구조이다. 이 점에서 ‘하이그로브 윌로비’는 기존 지역자산을 고령화된 생활권에 맞게 다시 설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단지 내 레스토랑(The Botanica), 카페(@ Mark Moran Vaucluse (사진: markmoranvaucluse) 마크모란 보클루즈(Mark Moran Vaucluse)는 입지 자체가 하나의 상징적인 자본으로 작동하는 사례였다. 이 단지는 시드니 동부의 고급 주거지인 Vaucluse에 자리하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 전망, 서쪽으로는 시드니 항구와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었다. 고급 시니어주거에서 전망은 단순한 조망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집을 줄이고 생활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고객이 기존에 누리던 주거의 품격과 지역적 위상을 유지하게 하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마크모란 보클루즈는 단순한 고급 주거가 아니라 케어 기능을 강하게 결합한 사례다. 이곳은 24시간 등록 간호사 상주, 물리치료를 포함하여 헬스, 호스피탈리티, 웰니스가 통합된 케어 모델을 내세운다. 이에 따라 주거 유형도 Retirement living, Aged Care living, 메모리케어, 단기 케어형 등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여기에 아름다운 정원과 셰프가 있는 고급 레스토랑,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카페, 고급 멤버십형 스파는 외부인에게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즉 이 단지는 조망과 지역 위상으로 고급 주거의 감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노후 케어의 부담을 덜어주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세 단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격의 정당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Bella Vista Haven’은 병원과 쇼핑, 교통 인프라를 통해 기존 생활수준을 유지시켰고, ‘Hyegrove Willoughby’ 는 기존 클럽이 가진 지역커뮤니티의 기능회복과 함께 의료를 포함한 문화, 상업시설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였으며, ‘Mark Moran Vaucluse’ 조망과 지역개방으로 고급 주거의 감각과 위상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요양형 주거를 함께 운영하며 케어의 부담을 덜고있었다. 공통적으로 단순히 좋은 입지를 가진 것에서 더 나아가 식사, 건강관리, 응급대응,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와 결합해 ‘살기 좋은 위치’를 ‘살기 쉬운 생활’로 바꾸고 있었다.
따라서 고급 시니어주거의 입지는 도심과의 근접 여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어떤 고객에게는 CBD 접근성이, 어떤 고객에게는 병원 접근성이나 가족과 지인의 방문 편의성, 오래 살아온 동네와의 연결, 조용한 주거환경, 넓은 주차와 수납, 반려동물과 정원 같은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이 이미 현재 주거에서 충족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이주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
결국 질문은 “무엇이 가까운가”가 아니라 “그 가까운 것들이 노후 생활의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병원이 가까운 것과 병원 이용이 편리해지는 것은 다르고, 식당이 있는 것과 매일 식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르다. 좋은 동네에 있는 것과 그 동네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관리·이동·식사·건강관리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다른 문제다.
한국에서도 고급 시니어주거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강남에 있다”, “병원 옆이다”, “커뮤니티시설이 크다”는 식의 단순한 입지와 시설 규모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위 자산가 계층의 시니어가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자신이 쌓아온 삶의 수준을 덜 잃으면서, 동시에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감당해온 부담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급 시니어주거가 높은 가격을 설득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한다. 첫째, 이곳으로 옮겨도 고객은 무엇을 잃지 않는가. 둘째, 이곳으로 옮기면 고객은 무엇을 더 이상 직접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가. 첫 번째 질문이 입지의 역할이라면, 두 번째 질문은 운영의 역할이다. 고급 시니어주거의 가격은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설득된다.
국민연금이 아베오(Aveo)에 주목한 이유는 운영수익, 포트폴리오, DMF 구조까지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마지막 회차에서 다시 다루고자 한다. 다만 첫 번째 단서는 분명하다. 고급 시니어주거에서 입지는 가격 설득의 출발점이지만, 입지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좋은 입지는 이주 저항을 낮추고, 운영과 케어는 이주의 이유를 만든다. 결국 고급 시니어주거의 본질은 더 좋은 입지를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의 수준은 유지하면서 그 삶을 유지하는 부담을 줄이는 운영형 주거를 제공하는 데 있다.
글. 신문정 건축사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동작구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사업 (2026~)
- 부천 요양시설 신축공사 (2025~)
- 구리갈매 역세권 실버스테이 (2025~)
- 과천 막계 시니어 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소요한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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