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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병원에 유치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ARTICLE 2025. 3. 31. 17:12
병원에 유치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본의 병아보육원우리나라 부부 10쌍 가운데 4쌍은 맞벌이를 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 중 약 9퍼센트인 44만 7,000쌍이 떨어져 산다고 한다. 즉 10쌍 중 4쌍의 부부가 자녀가 있다면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보육시설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직장 여성인데 어느 날 아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게다가 남편은 장기 출장으로 지방에 있고 내일 회사에서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늦더라도 출근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 어떻겠는가? 마침 육아 도우미도 몸이 아파서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이럴 때 아이를 치료하면서 돌봐주는 병원이 있다면 한시름 놓고 출근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보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 추세가 빨랐던 일본은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사, 보육사, 영양사 등이 아픈 아이들을 돌봐주는 병아보육원을 설립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지원하고 있다.
보육원에 항상 의료진이 있을 순 없을까?
일본 보육원의 특징은 의료진이 상주한다는 것이다. 전체 490개소 보육원 중 의료진이 상주하는 보육원인 의료기관 병설형은 346개소로 전체 보육원 중 약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의료기관 병설형을 제외한 독립형 22개소, 보육원 병설형 92개소, 유아원 병설형 14개소 등도 의료기관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아픈 아이들을 적절하게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이의 의료기록을 가져올 경우 아이의 질병에 맞춰 보육을 해준다.
맞벌이 부부에게 단비와 같은 병아보육원은 국가보조금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가정에서 내야 하는 비용은 하루에 2~3만 원 정도이다. 또한 셋째 아이는 무료라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줄여준다.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와 줄 수는 없을까?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아보육원은 한 곳당 평균 네 명에서 여섯 명의 아이밖에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많은 맞벌이 부부가 필요할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언제 어느 곳이나 찾아가는 병아보육을 고안한 일본의 사회적 기업가가 있다. 그는 부족한 병아보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로렌스’ 법인을 2004년에 설립했다.
플로렌스에서는 당일 오전 8시까지 보육의뢰를 신청하면 보육사가 2시간 이내에 가정으로 방문해 아이를 소아과에 데려가 진찰하고 자택으로 돌아와 돌보는 ‘어린이레스큐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로렌스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입회금 2만 1,000엔과 연회비 1만 5,000엔을 내 ‘플로렌스팩’에 가입해야 한다. ‘플로렌스팩’은 매월 1회의 무료보육을 포함하고 있고 2회째부터 8,000엔 정도의 이용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플로렌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부모 가정에게 입회금과 연회비 없이 1,050엔의 이용요금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부모 가정팩’을 제공해 한부모 가정의 경제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플로렌스의 회원인 한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로 인정받는 병아보육 서비스다.
“만일의 경우에는 ‘플로렌스 이용’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풀타임 직장에 복귀해 책임 있는 일을 맡겨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일과 육아를 양립시켜 아주 충실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구글 病後児保育 검색] Doctor’s view
과거 그 어느 때도 맞벌이 가구가 지금처럼 많았던 적은 없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배우자가 있는 1,178만 가구 중 맞벌이 가구가 505만 5,000 가구로 거의 50퍼센트에 근접했다. 맞벌이 가구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맞벌이 부부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이미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70퍼센트를 웃도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현재의 모습이 그 당시 일본의 모습과 유사하다. 한국에서도 맞벌이 부부 비중이 커짐에 따라 육아 부담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실상 과거에는 공동체사회이다 보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따른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하루빨리 아픈 아이들에 대한 육아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의 역설’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월평균 486만 원을 벌지만 375만 원의 지출이 나가고 외벌이 부부는 335만 원을 벌고 287만 원을 쓴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150만 원 많지만 실제 남는 돈은 40만 원 정도 차이가 날뿐이다. 맞벌이 부부가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어 보육 관련 비용, 외식비, 사교육비 등에서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맞벌이 부부 중 85퍼센트가 대부분의 가사를 부인이 전담하고 있다. 맞벌이 여성의 85퍼센트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만약 이들에게 양육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아이에게도 부모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 본다.
이제 우리도 육아 부담을 줄이면서 아픈 아이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몇 군데 지자체에서 보육 출장서비스를 하거나 여성가족부에서 아이돌보미 지원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아직은 미약하다는 평이 많다. 틀을 체계적으로 다듬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병아보육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글. 김우성 | GF 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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