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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진통제보다 동물 친구들 • 미국의 헴비 어린이병원ARTICLE 2025. 1. 2. 15:46
백혈병을 앓고 있는 소녀 머시드 카마이클(Mercede Carmichael)은 2011년에 어느 한 어린이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소녀는 약 9개월간 항암치료의 고통과 싸우다가 이듬해 2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9개월간 고통에 힘들어 하던 딸을 하늘로 보낸 어머니 멜리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딸과 병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머시드가 너무 아픈날에는 침대에서 종일 웅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병원의 ‘테라피 도그 Therapy Dog’가 찾아오면 일어나서 맞이했어요. 작년 할로윈 파티때는 ‘미녀와 야수’의 ‘야수’ 복장을 하고 기다리기까지 했답니다. 당시의 놀라움은 설명할 수 없어요. 그 강아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 딸은 암이라는 질병을 잊고 강아지와 함께 있는 평범한 어린아이로 돌아갔어요. 그 강아지는 제 딸의 고통을 잠시 잊게 만들어 준겁니다.”
이 스토리의 배경이 된 병원은 미국의 헴비 어린이병원 Hemby Children’s이다.
병마와 싸우는 어린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고통을 잊게 해주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희망을 심어주는 헴비 어린이병원은 노번트헬스(Novant Health)그룹 산하병원으로 1995년 장로 메디컬 센터(Presbyterian Medical Center) 내에 소아 특화병원으로 설립되었다.
병원의 분위기 메이커 ‘테라피도그’
외래치료 대기실의 환자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걱정과 불안 그리고 치료에 대한 두려움 등 복잡한 심경으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 털북숭이에 애교가 많은 강아지들이 대기실로 들어온다. ‘테라피도그’라고 적힌 이름표가 목에 걸린 이 강아지들은 대기실 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서 꼬리를 치고 눈을 마주치며 곁에 앉아 있다가 또다른 환자에게 간다. 대기실에서 서로 말 없이 대기하던 사람들은 옆의 다른 사람들과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웃기 시작한다. 병원 특유의 냉랭함이 감돌던 공간이 강아지의 등장과 함께 완벽하게 다른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펫테라피(Pet Therapy)’를 제공 중인 헴비 어린이병원의 외래 대기공간을 묘사한 것이다. 헴비 어린이병원은 환자의 기분과 자신감을 향상시키고 혈압을 감소시키기 위해 펫테라피를 제공하고있다. 펫테라피란 일주일에 세 번 전문 조련사가 특수훈련된 강아지들을 데리고 환자 대기실이나 병실을 회진 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병원에서 지내는 어린이 환자들의 기분을 세심하게 생각하는 병원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주사와 약물치료로 힘겹게 질병과 싸우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애교가 많은 강아지들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또한 좋은 치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Doctor’s view
의사들 대부분은 외래진료 시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환자를 만났을 때 개나 고양이는 키우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특히 개 털이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의심될 때 더욱 그렇다. 또한 개나 고양이가 어린이 환자들의 건강을 해치거나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을 갖고 진료에 임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테라피도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에 나의 생각에 신선한 전환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단어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용어다. 테라피도그란 환자들이나 노인들을 위해 특별히 훈련을 받고 기관을 통해 자격 심사를 받은 특수훈련 강아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강아지들은 병원에서 환자의 치료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많은 강아지들이 병원 안을 돌아다니는 광경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병원은 그 어느곳 보다 위생적이고 청결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하는 곳인데 어떻게 병원 안에 동물이 돌아다닐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병원에서 테라피도그가 활동하며 이 강아지들이 많은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테라피도그의 치료적 효과는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보고되었다. 테라피도그가 만성 통증환자를 방문했을 때 환자의 통증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고 자폐증 환자의 치료과정에 이용했을 때 환자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48퍼센트까지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치료적 동물이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어 혈압을 감소시키며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재원 일수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테라피도그. 우리도 이 치료적 동물의 역할에 관심을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때다.
글. 김우성 | GF 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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