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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학교 '별'
김현수 교장과의 대화학교라 불리지만, 공간 어디에서도 학교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만큼 학교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공간의 배치가 없다. 모든 공간은 학생들이 토의를 거쳐 구조를 만들고, 기능을 정한다.
공간에 대한 제약이 내면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과 같다는 성장학교 별의 교장 ‘김현수’ 교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롭다’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성장학교 별,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김현수 교수와 함께 나누어보았다.김주리(이하 주)
먼저 성장학교 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현수(이하 현)
'성장학교 별'에는 경계성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ADHD, 아스퍼거 증후군, 고기능 자폐 등 공교육에서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 밖에도 제도권 교육이 잘 맞지 않아서, 혹은 따돌림을 당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다 이곳으로 오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성장학교 별’은 이러한 학생들에게 말 그대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문을 열게 되었고, ‘협력’과 ‘자발성’을 키워드로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입니다.주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현
제가 일하는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아이들을 보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반드시 약물만은 아닙니다. 공교육을 떠나온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중단된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어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치유학교 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학교 문을 열게 되었고, 지금 ‘성장학교 별’까지 이어져 오게 되었습니다.주
처음 학교 전체가 공간의 배열부터 디자인까지 매우 자유로운 느낌입니다.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나요?
현
거의 모든 것이 학생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집니다.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수업은 무엇을 들을 것인지 등 학생들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학생들이 자치회를 통해 결정합니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협력’과 ‘자발성’ 키워드와도 만나는 부분입니다. 이 교육 방식은 그 어떤 상담 프로그램보다, 그 어떤 강력한 리더십보다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주
자기 결정권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롭습니다
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고 싶다 말할 수 있는 권리, 하기 싫은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자기 결정권입니다. 그 권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고요. 하지만 현실은 ‘효율성’을 핑계로 자기결정권이 묵살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현재 교육현장만 보더라도, 누군가가 자기를 대신해서 다 알아서 해준다든지, 어른들이 정해놓은 방향에 따라서 무조건 따라야 한다든지, 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계성 장애가 있거나 다른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은 더욱더 소외되고 배척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해볼 경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교 내에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험을 통해 그 효과나 결과를 다른 아이들과 나누는 것 자체가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결정의 권리를 학생들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주
학교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현
우리의 키워드는 ‘자유’입니다. 어른들은 자유를 불안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틀을 깨고 자유롭게 있으면 그것을 불안하다고 인식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자유롭게 살아본 적이 없다 보니, 꽉 채워지지 않은 상태, 자유로운 상태는 불안한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상태를 어서 끝내야 한다고 종용할 때가 많습니다.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삶을 찾고 발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유를 실현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믿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유로워집니다. 자유를 배우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거든요. 앞서 말한 자기결정권하고도, 책임감하고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그 과정을 어른들이 차분하게 기다려주고, 지원해주는 것, 그것이 성장학교 별이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주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어 그 상태를 불안해한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사실은 저는 이 공간이 ‘자유롭다’보다는 ‘산만하고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이 공간을 만들고, 용도를 정해서 사용하라고 정해주죠. 어른들이 좋아하는 형태로요. 하지만 공간은 이용하는 사람들의 멘탈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공간에 대한 자율성을 주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공간에 대한 제약이 곧 내면의 한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주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현
정신병원을 떠올려볼까요? 어떤 정신병원은 굉장히 공간이 억압되어 있습니다. 쇠창살도 있고, 어두컴컴하고. 어떤 사람이라도 그곳에 가면 공포나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반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명지병원 정신병원은 사방에 자연이 있습니다. 볕이 따뜻하게 쏟아지는 유리창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기서는 무슨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이렇게 공간이 변하면 감정과 인식이 변화하게 됩니다. 자기 결정권이 많이 투영된 공간일수록 학습의 효과도, 치유의 효과도 커집니다.주
타인에 의해 예쁘게 꾸며진 공간보다 사용자 스스로가 꾸민 허름한 공간이 낫다는 말씀이신가요?
현
일정 부분 그렇습니다. 스스로 만든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지켜야 되는 규칙에 대해서도 스스로 엄격해질 수 있습니다. 책임감이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이전까지 거의 없는 존재로 삶을 살다가, 남들이 하자는 대로, 남들이 정해놓은 대로 살던 삶을 내려놓고, 자기가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지는 것을 배우면서 정체성을 되찾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성장학교 별에서는 사용자인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주고 있습니다.주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
밤하늘의 별이 수없이 많아도, 그 별들 중 어느 것도 같은 이름을 가진 별은 없습니다. 제각각 이름이 다르고 이야기가 다릅니다. 밤하늘은 다만, 그 별들이 각자 반짝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줍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도 별과 같습니다. 반짝이는 모양도, 가지고 있는 성품도 성격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간과 규범을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 그들에게 그 안에 들어가 딱 맞춰 살 것을 강요합니다. 이제는 조금 변화를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별들이 제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그 뒤를 지켜주는 밤하늘처럼 아이들이 하나하나 빛날 수 있도록 그들을 기다려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글 : 노태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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