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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기반 디자인으로 본 은평성모병원volume.03 2021. 2. 8. 14:49
근거기반 디자인으로 본 은평성모병원,그 명성을 확인하다.
우리나라에서 환경적으로 건축적으로 가장 잘 되어있는 병원이라는 소문이 자꾸 들려오던 은평성모병원이었다. 좋다는 곳은 직접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직업병이 있는지라, 대학원 수업을 통한 답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특히 고객행복팀의 권영미 팀장님이 동행해 주신다는 계획에 만사 제쳐두고 합류하였고, 그 자자한 명성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환자들의 치유를 돕는다고 증명된 근거기반 디자인들이 병원 곳곳에 직접 구현된 사례들을 보면서 답사팀 모두에게 공부가 많이 된 유용한 답사였다.
최고의 자연경관을 보유하여 서울의 전원도시로 불리는 은평 뉴타운 내에 위치한 은평성모병원은 특히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는 입지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은평성모병원의 친환경성은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과 녹색 건축 인증 우수 등급 등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실적뿐만 아니라 디자인 컨셉으로도 반영되어 환자와 방문객들이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병원 전체적으로 자연 채광을 최대한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로비에 적용된 자연광과 유사한 간접등 그리고 따뜻한 색의 조명은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병원의 로비들이 병원의 실적을 홍보하기 위한 현란한 현수막으로 도배되어 길 찾기를 위한 사인물마저 찾기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 실정인데 반해, 은평성모병원의 로비애는 적당한 크기의 전자현수막과 간결한 컬러감으로 포인트 역할을 하는 개원 현수막 정도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생명의 빛이라는 컨셉으로 디자인된 로비와 아트리움의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아무쪼록 병원 관계자분들이 앞으로도 병원 홍보물과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지 않도록, 지금처럼 들어오면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현대 사회에서 공간이 기능화되고 대형화될수록 길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특히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불편한 환자는 환자대로 환자를 동행하는 가족은 가족대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다급한 발걸음과 초조한 마음은 평소에는 잘 보이던 사인물도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이러한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한 배려를 담아낸 은평성모병원의 사이니지는 감동스러웠다. 각 외래과와 실 등의 진입부에 영역별로 설정된 컬러에 맞추어 일정한 면적의 컬러 면을 형성하고 숫자를 크게 기입하였다. 이러한 컬러 면과 숫자는 전체적으로 베이지 톤의 배경색을 가진 병원 내에서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효과를 가졌다. 또한 천장에 매달린 사이니지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위하여 아래쪽으로 약간 기울였으며, 진입부에 설치된 모니터가 평면으로 설치되었을 시 빛반사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역시 약간 아래로 살짝 기울여 놓은 디테일은 참 좋다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은평성모병원 답사의 가장 백미는 치유의 정원과 병원 곳곳에서 보이는 자연으로의 조망이었다. 근거기반 디자인에서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자연과의 접촉이다. 물리적으로 자연을 직접 접할 수 있다면 가장 좋고, 병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을 위해서 입원실에서 자연으로의 조망 확보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북한산 자락에 설치된 은평성모병원은 그 입지를 잘 활용하여 산자락과 연결되는 부분에 산책로와 벤치 등으로 구성된 치유의 정원을 조성하였다. 조성된 치유의 정원은 약 2,600㎡(약 800평)이지만, 주변의 북한산을 포함하면 그 몇 배 이상으로 확장된다.
병실에서는 이러한 주변 자연으로의 조망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였고, 또한 각 병동의 휴게공간에서의 조망에도 신경을 쓴 부분 역시 탁월했다. 병실에서의 생활에 지친 환자들이 휴게공간에서 쉬면서 병실과는 또 다른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아픈 가족을 간병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가족들 역시 잠시 머무르면서 힐링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병원 내에서 병실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외부공간과 휴게공간 등의 사회적 공간에 자연을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치유를 돕고 사회적 교류를 유도하는 것의 중요성이 인지되고 실현된 사례이다.제한된 지면에 다 싣지 못할 정도로 은평성모병원의 곳곳에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을 배려한 근거기반 디자인이 실현되어 있었다. 디자인은 디테일에서 승부가 난다. 이용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라운딩 처리된 벽과 스테이션의 모서리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부상이 줄어들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그 효과는 충분하다. 디테일이 꼼꼼하게 구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디자이너와 시공자가 한마음으로 끝까지 심혈을 기울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이 은평성모병원의 명성을 만들어내었다고 생각한다. 답사할 때 잘 된 부분보다는 부족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이 먼저 눈에 보이는 못된 습성이 쏙 들어가고, 곳곳에서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병원 답사 중 단연 최고였다.
이승지 교수
⋅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헬스케어환경디자인전공 교수
⋅ 헬스케어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
⋅ 건축학박사
⋅ EDAC(미국 근거기반디자인 자격증)'volume.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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