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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랑병원 (interviewee 김성의 이사장)volume.02 2021. 2. 5. 14:41
병원을 마주한 첫 느낌은 ‘반전’ 그 자체였다.
‘정신병원’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1000% 빗나갔다.
건물 안은 불을 켜지 않아도 햇빛이 스며들어 따듯하고 밝았다.
건물을 둘러싼 환경은 찬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환자들은 병실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병원 정원을 거닐었고, 웃고 있었다.
정신병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타파하고, 새로운 멘탈케어의 기준을 만들고 있는 마음사랑병원 김성의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마음사랑병원
멘탈케어의 기준을 제시하다.
김주리(이하 김) : 마음사랑병원,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김성의 이사장(이하 이사장) :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오시는 곳이죠. 우울 불안이나 중독, 조현병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분들이 치료를 위해서 찾는 곳입니다.
입원을 할 수도 있고,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 등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전라북도 도립병원으로서 지역사회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다채로운 사회적 활동도 겸하고 있는 병원입니다.김 : 정신질환자와 관련, 사회적인 이슈가 많습니다. 특히, 의료진에 대한 공격으로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등 문제도 일어나는데, 무섭지는 않으신가요?
이사장 : 최근 발생한 의료진의 사망 사건은 너무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범죄의 대상이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실제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증상이 심각할 때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개입 및 병원에서의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사회에 해를 끼치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위협적인 분들도 입원 치료 후 어느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어 공격성이 사라집니다. 제 경험상으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오히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환자들과 일상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의 순수한 모습에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정신과 환자들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은 제 말씀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정신질환자에 대한 이슈,
격리보다는 제대로 된 치료가 답이다.김 : 사고가 생길 때마다 정신 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사장 : 물론 일시적 격리가 필요한 환자도 있습니다. 환청이나 망상 같은 정신병적 증상으로 현실적인 판단력이나 조절력이 저하되어 파괴적 행동이 나타날 때는 일시적 격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 입원 치료는 환자분 본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입원 후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대부분 급성기 공격적인 행동은 사라집니다.
안타까운 점이 사회와의 단절과 격리가 마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신과 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할수록,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병을 더욱더 숨기고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합니다.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병을 인정하고 치료받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병을 악화시키거나 질병의 만성화가 이루어집니다.
정신과 질환은 초기에 치료하면 증상에서 회복될 가능성도 높으며 사회에서 각자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누구든지 걸릴 수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유병률도 상당히 높고, 현대인에게 우울 불안은 누구나 한 번씩 앓고 지나가는 열병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결국 격리가 아니라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질환을 앓고 있는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드림 브릿지 프로그램!
격리 아닌 연결로 개인의 회복, 가정의 회복, 사회의 회복을 돕는다.
김 :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이 무엇인가요?
이사장 : 환자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과 함께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의 정신과 치료는 가두는데 급급했습니다. 저희 병원은 그러한 환경을 바꿔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연은 가장 중요한 치료의 한 가지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환경이 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환경이 어두우면 사람도 어두워지고, 환경이 아름다워지면 환자들도 행복감을 느낍니다.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공간의 안락함과 편안함,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병실, 많은 식물과 정원 들을 고려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외부 세상과 연결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김 :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이사장 : 우리는 치료를 통한 사회 복귀를 전제로 합니다. 급성기 증상의 호전에서부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회로의 복귀를 치료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감과 지지를 통해 병원과 치료진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많은 환자분들은 사회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신을 사람들이 비난하고 배척할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실적인 도움과 격려를 통해 두려움을 이겨내고 사회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에서는 사회 복귀를 돕는 ‘드림 브릿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원부터 퇴원, 그 후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때까지 환자의 기능과 상태, 욕구에 따른 단계별 재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환자에 대한 다양한 환경 조사를 실시합니다. 발병 전 교육 상태, 가정환경, 지지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환자의 강점을 찾는데 주력합니다. 그 강점을 환자가 놓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입원 후 증상이 호전되어 직업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재활센터>를 통해 취업 교육을 실시하고, 실제 돈을 벌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센터 '아름다운 세상' 에서는 약 60%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취업 후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하는 분들에게는 <그룹 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4명의 환자분이 한 그룹이 되어서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밥, 빨래, 설거지, 청소 등 일상적인 일들을 남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게 도와줍니다. 실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이러한 단계적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성취감도 느끼고, 끊어졌던 관계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돈을 벌고 자립해서 살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족들에게 용돈을 보내고 선물을 보내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왕래가 시작되죠. 가정을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환자를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서 가정으로 또 사회로 복귀시킴으로써 행복을 되찾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격리가 아니라 연결이 정신과 치료에서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아직 수많은 환자들이 재활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재활 과정 중 병이 재발하여 병원에 돌아오기도 하고, 도중에 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재활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많은 환자분들에게 재활과 사회 복귀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자연과의 경계가 사라지면 사람이 사람다워진다.
병원 전체가 정원인 마음사랑병원.
김 : 환경이 무척 좋습니다. 공간 소개를 해주시죠.
이사장 : 자연이랑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사람다워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는 크고 작은 정원이 많습니다. 언제라도 고개만 돌리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입원실에 창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자연으로 들어가 걸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나무와 풀, 꽃들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물이 있고, 그 안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싹을 틔웁니다. 이 모든 것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연못의 물은 병원 뒷산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옥상 정원에도 안전상 이유로 펜스를 설치했지만, 그 와중에도 자연과 격리되는 느낌을 줄이기 위해 펜스에 창을 내어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조경을 할 때, 주변에서는 참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꾸며놓은 것들이 얼마나 유지될까, 얼마 못 갈 것이다, 하는 이야기가 많았죠.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직원은 물론, 환자가, 환자의 보호자가 그 환경의 주인이 되니 결과가 이렇게 좋습니다. 꽃 한 송이도 훼손될까 싶어 서로가 조심하고, 주의를 줍니다. 이 아름다운 공간은 환자와 직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아름답지 않나요?정신병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야
꾸준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김 : 이러한 환경이 환자와 보호자들의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사장 : 그렇습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저희 병원에 처음 도착해서 보이는 반응이 대부분 '의외다'입니다. 막연한 공포와 거부감으로 입원 치료를 미뤄 오셨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잘 꾸며진 콘도 같다’, ‘값비싼 리조트에 온 것 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신과 질환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만성질환입니다.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면 안 됩니다. 병원이 두려운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야 재발을 하거나 상태가 나빠졌을 때 다시 치료의 문을 열 수가 있거든요. 병원에서의 경험이 좋아야 치료가 지속될 수 있고, 그래야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돌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환경이 좋아야 보호자 입장에서도 환자를 만나러 오는 횟수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정에 존재하면 보호자의 심리 상태도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이 힘들었겠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입원 후에 면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환경이 좋으면 그래도 조금은 관계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 이러한 노력들이 성과로 나타나면서 사회복지학으로 유명한 국가의 대학들에서도 저희 병원을 찾아 벤치마킹을 해 가기도 합니다.김 :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사장 : 공간은 사람에게 참 중요합니다.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심리 상태는 물론 육체적 건강도 영향을 받습니다. 볕이 잘 들지 않는 지하보다는 볕이 잘 드는 지상에 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지요! 특히 요즘같이 자연과 연결되기 어렵고, 관계에서 고립되기 쉬운 구조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실내와 실외와 연결되고, 인위적인 요소가 자연적인 요소로 연결되고, 그 요인들이 서로 소통될 수 있을 때 우리의 심신이 보다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삶은 다소 팍팍하더라도, 마음까지 메마르지 않도록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글 : 에디터 김주리]
[사진 : 백승휴]'volume.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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