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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없는 미래를 책임질 예방 의학 (상)volume.48 2024. 7. 2. 12:59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 맞춤 예방치료,
의료 정보는 스스로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야!
서울대병원 강건욱 핵의학과 교수는 지난 산업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한 ‘2024년 의료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기술과 미래 전망 세미나’에서 “앞으로 미래는 예방 의학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래 의학은 4P(Prediction, Prevention, Personalized, Participatory) 즉, 예측하고, 예방하고, 개인 맞춤으로 가야 하며, 제일 중요한 마지막 Participatory는 참여를 뜻하는 것으로, “환자,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 맞춤 예방치료”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강건욱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환자가 된 후에 치료받기보다는, 질환이나 질병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미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질병의 전 단계이면 증상도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뭔가 증상이 있으면 신경을 쓰는데, 증상이 없으면 신경 쓰지 않고 넘기는 것이죠. 결국 그러다가 병으로 진행되고야 마는 것입니다.”강건욱 교수의 경우, 의사이기 때문에 매년 자신의 건강 검진 정보를 일일이 보고 트렌드를 분석해 나가고 있다. 더욱이 검사를 통해 어떤 부분이 정상에서 벗어났거나, 점점 속도가 더 빨라진다든지, 콜레스테롤 같은 경우도 점점 더 올라가는 패턴이 보이면, ‘아, 이건 확실히 병으로 간다’는 걸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체계적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약을 쓰기란 쉽지 않다. 강건욱 교수는 바로 그런 점을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맞춤 예방 의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가 개인 의료 정보를 스스로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늘 주장해 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환자가 병원에 있는 자신의 의료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약정보는 최근 1년 치 정보만 볼 수 있게 나와 있다. 더욱이 환자나 소비자가 갖고 있지 않다 보니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으는 방법이 상당히 어렵고, 개인의 의료 정보 접근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다. 강건욱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 아래 디지털헬스케어특위에 ‘소비자 개인이 자기의 의료 정보를 갖고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나의 건강 기록’이라는 앱을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시작했지만, 정작 현재 그 앱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환자나 소비자 개인에 의하면, 2년 전, 3년 전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그동안 내가 복약을 어떻게 해 왔고, 당뇨가 있다면 당뇨약을 어떻게 바꿔 왔고, 또 어떤 약에 부작용이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알아야 병원을 옮기더라도 약 처방에 문제가 없는 것이죠. 또한 검사받았던 오리지널 원본 이미지나 영상 자료가 있다면, 다른 병원에서 또다시 검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한 데이터 자체를 소비자가 갖고 있어야지만, 소비자가 파워풀하게 AI를 이용할 수도 있고,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 즉 다른 의사의 진단이나 소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검사를 DTC(소비자 대상 직접)라고 해서 다이렉트로 개인한테 알려주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유전자 검사 ‘규제 샌드박스’를 개시해서 일시적으로 풀어주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강건욱 교수는 ‘유전체 정보나 IoT 건강 정보까지 포함이 되면 그 데이터는 엄청난 가치가 될 것’이며,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의 개인 맞춤 정밀의료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정밀의료가 질환 쪽으로는 꽤 발전되어 있지만, 맞춤 예방 쪽으로는 전무하다는 게 강건욱 교수의 판단이다.
“병원에 와서 환자가 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때 쓰이는 유전체 검사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국제적인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발달되어 있지만, 정작 DTC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맞춤 예방 쪽에 쓰이는 데는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현재는 치료의학에서 예방 의학, 정밀의학 시대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는 게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 주소다. 의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질병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려면, 강건욱 교수가 말한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 맞춤 예방 치료”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개인 정보를 다운로드 받고 파워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참여(Participatory)’는 소비자나 환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며, 이는 곧 ‘정부’를 향한 말이기도 하다.
인터뷰이. 서울대병원 강건욱 핵의학과 교수
글. 박하나 편집장
1. 교수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에서도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며, 어떤 성과를 이루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올해 5월부터 서울대학교 창업지원단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여기서 하는 일은 주로 우리나라에 바이오산업을 키우고, 바이오 융합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창업지원단장은 바이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이차전지, 디지털 헬스케어의 다양한 신산업과 관련된 벤처, 즉 서울대학교 학생들 또는 서울대학교에 있는 교원들이 창업하는 것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교실 교수로 서울대병원에서 핵의학과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핵의학이라는 것은, 방사능 물질을 우리 체내에 투여해서 영상을 얻어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것입니다. 진단은 암 환자 또는 치매 환자, 파킨슨 환자, 심장질환 환자 등을 대상으로 굉장히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하는 것은 치료인데, 주로 갑상선암, 전립선암, 또 희귀함 중 하나인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스티브 잡스가 걸렸던 암을 치료합니다. 이런 암에 대해서는 표적 물질이 발견되면, 거기에 방사능 물질을 주입하는데, 일명 방사능 미사일 치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사능 물질을 우리가 원하는 그 표적인 암에 모이게 해서, 보통 약처럼 먹거나 주사로 치료합니다.
가끔 사람들은 방사선 치료가 보통, 방사선종양학과의 큰 기계에 들어가서 치료하는 중입자치료나 양성자치료처럼 굉장히 좋은 치료들이 있는데,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 합니다. 일단 큰 기계에 들어가서 하는 치료는 수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계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퍼진 암을 치료할 수는 없고, CT나 MRI에서 어떤 종양이 보이면 그 종양에 대해 포커싱 해서 치료하는 것으로 전신의 퍼진 암은 치료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사능 물질을 주사하거나 먹기 때문에 일반 항암제처럼 표적만 탐지해 돌아다니면서 그곳에 모이게 됩니다. 그래서 전신의 퍼진 암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또 항암제와 다른 부분은, 방사능 물질의 경우 표적이 아주 명확하게 그곳에만 갑니다. 그래서 부작용이 상당히 적습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일반 항암제 치료 후 우리 치료를 받고 나면 “아 이 치료를 정말 계속 받고 싶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신경내분비종양은 희귀암이라서 아직까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전국에 1~2천 명밖에 안 되는 정도의 암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서 독일이나 인도,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가서 치료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국내 치료법이 없을 때 해외로 환자를 많이 보내드리고 외국 의사들과도 연결해 드렸는데, 지금은 국내 치료제들이 많이 도입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환자들을 주로 보고 있는 것이죠.
2. 교수님께서는 지난번 산업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한 세미나(2024년 의료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기술과 미래 전망 세미나)에서 앞으로 미래는 예방 의학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꼭 의료뿐만 아니라 식이조절, 특히 적게 먹는 소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우리가 적절하게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들은 보통, 건강한 사람이 환자가 된 다음부터 진료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의 경우 당뇨의 전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치료를 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음식 조절이나 운동도 있지만, 사실 당뇨약 중에서는 굉장히 초기에 쓰면 좋은 약들도 많거든요. 특히 공복 혈당 140부터 우리가 당뇨라고 이야기하는데, 135나 138 정도 나오면 정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뇨 전 단계인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보면 어떤 선을 명확히 긋고 ‘여기서부터는 질병이고 여기서부터는 정상이다’라고 얘기할 수가 없어요. 결국은 이런 것들이 노화 현상일 수도 있고, 또는 질환이나 질병으로 가는 전 단계일 수도 있는데, 이런 단계에서도 미리 치료하자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저 역시 45세 이후부터 우리병원 검진센터에서 매년 검진을 받고 있는데, 지금 13년째 새로운 질병의 전 단계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저는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치료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어떤 도움이 되느냐 하면,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제 건강 검진 정보를 일일이 보고 트렌드를 분석해 나갑니다. 그것을 통해 어떤 부분이 정상에서 벗어났거나, 점점 속도가 더 빨라진다든지, 콜레스테롤 같은 경우도 점점 더 올라가는 패턴이 보이면, ‘아, 이건 확실히 병으로 간다’는 걸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치료합니다. 이를 위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도 쓰는 것이죠. 그다음 당뇨 같은 경우, 메트포민(metformin)처럼 초기에 쓸 수 있는 약들도 씁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정보를 종이로 받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 설명을 듣는 순간이 끝입니다. 검진 후에 정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환자도 아닌, 그런 단계에서는 의사가 “열심히 운동하시고, 음식 조절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3개월 이상 유지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생활 습관을 단번에 바꾸기란 어렵거든요. 그리고 질병의 전 단계이면 증상도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뭔가 증상이 있으면 신경을 쓰는데, 증상이 없으면 신경 쓰지 않고 넘기는 것이죠.
결국에는, 누군가가 계속 피드백을 주고, 이 사람이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는지 등의 패턴을 봐줘야 되는데, 일일이 의사가 다 따라다니면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진센터든 아니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든지, 다 자기중심적으로 그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요즘은 건강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많습니다. 검진센터도 사실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주기 때문에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계속 그 사람한테 피드백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3개월 단위로 할 수도 있고, 6개월 단위로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예를 들어, 비타민D 수치는 요즘에 성인이면 대부분 부족하다고 나옵니다. 그 이유는 오피스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므로 야외 활동이 적거나, 야외를 나간다고 하더라도 피부 관리 때문에 햇빛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갑상선 환자들을 주로 보는데 대부분 비타민D 수치가 떨어져 있습니다. 저도 측정해 봤더니 떨어져 있더라고요. 그러면 비타민D를 높이기 위해 “야외에 가서 더 열심히 운동하세요”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비타민D를 높일 만큼 햇빛을 보면 피부가 늙어 버립니다. 그건 또 싫잖아요. 그래서 비타민D를 보충하는데 보충을 해도 사람마다 보충해야 할 양이 모두 다릅니다. 비타민D는 1,000IU나 5,000IU, 혹은 50IU도 있는데 단위 자체가 수백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양을 먹어야 해서 혈액 검사를 해 봐야 아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는 3개월마다 혈액 검사로 비타민D 수치를 맞췄습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연결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스스로 분석해서 본인한테 피드백을 주고, 적절한 예방이 되는 것이죠.
3. 교수님께서는 지금껏 일관되게 ‘의료기관 내 환자의 개인 정보는 스스로 검색 다운로드해야 한다’고 여러 포럼 및 방송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나의 건강기록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개인 의료데이터 국가 중계플랫폼 ‘건강정보 고속도로(마이헬스웨이)’를 정식 개시했는데요. 현재까지 어떤 발전이 있었으며,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나의 건강 기록’이라는 앱을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혁명위원회 아래 디지털헬스케어특위가 있었습니다. ‘소비자 개인이 자기의 의료 정보를 갖고 있어야 된다’는 아이디어들이 전달되어 이 앱이 탄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 물어봐도 나의 건강 기록이라는 앱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보건복지부가 하는 사업인데,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홍보하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다운로드를 받으러 들어가면 앱에 대해 안 좋은 평가들이 많아요. 그만큼 불편하다는 것이죠. 정부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서이지요.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제가 저희 아버님의 ‘나의 건강 기록’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께서 “예전에 쓰던 전립선암 치료제가 부작용이 있어서 이번에 병원을 옮기는데, 그 약은 처방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님 핸드폰에 그 앱을 깔고 정보를 확인하러 들어갔더니 ‘최근 1년 치만 정보가 제공됩니다’라고 하면서 끝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마치 서비스를 다 해주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뭔가 제한이 걸려 있는 것이죠. 저는 그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이라고 해서, 보건복지부가 하는 사업 중에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이 병원에서 또 처방하면 걸리게 돼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습니다. 그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죠. 이 사업은 현재 먹는 약이 예전에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과 중복되는지, 아닌지에만 관심이 있어요. 1년 전 정보가 필요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환자 소비자 개인에 의하면, 2년 전, 3년 전, 정보가 또 필요합니다. 그동안 내가 복약을 어떻게 해 왔고, 당뇨가 있다면 당뇨약을 어떻게 바꿔 왔고, 또 어떤 약에 부작용이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알아야 병원을 옮기더라도 약 처방에 문제가 없는 것이죠. 전혀 소비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비스는 다 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최근에 보라매 병원 검진센터에서 안저 검사를 하는데, 작년에 이상이 없었는데, 오른쪽에 드루젠이라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드루젠은 저도 몰라서 안과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노화가 되면 생기는 황반 변성의 일종”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 노화의 변화로 생겨난 것입니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궁금했습니다. 매년 검사하는데, 작년에는 진짜 정상이었을까?
대부분은 사람이 판독합니다. 만약에 AI가 판독했다면, 2년 전, 3년 전 결과를 쭉 살펴보면서, 작년에도 좀 초기 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판독하다 보니 확실하게 뭔가 나타날 때만 병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그만큼 저는 드루젠이라는 결과지를 종이로 밖에 받은 게 없어요. 저한테는 정작 안저 검사 사진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망막을 전공한 제 동기가 개원해서 물어봤더니 와서 또 검사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제가 그 오리지널 안저 검사 사진을 갖고 있으면 그것만 보내줘도, 안과 의사는 어떤 상황인지 알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말고, 작년과 재작년 데이터까지 보내주면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런 것들이 디지털 헬스케어가 안 되고, 정작 소비자가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계속 ‘개인이 오리지널 데이터를 가져야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본 영상 자체를 소비자가 갖고 있어야지만, 소비자가 파워풀하게 AI를 이용할 수도 있고,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 즉 다른 의사의 진단이나 소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부분이 다 빠져 있어요. 그만큼 정작 미래에 우리가 프로액티브하게 예방적으로 나가기란 어렵다는 것이죠.
4.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 유전자 분석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질병 위험성, 약물 대사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이렇게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유전자 검사 가격이 싸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유전자 검사가 수억 원 정도여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전장유전체검사(Whole Genome Sequencing, WGS)’라고 해서 재료비 자체는 100만 원 정도 됩니다. 실제로 이것을 자기가 돈 주고 서비스를 받으면 20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요. 그래도 그 정도면 평생 한 번 하면 되는 것이고, 자신의 전체 유전자를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말고 20만 원짜리도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알려진 특정 유전체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것만 알려주는 검사입니다. 즉 어떤 특정 리스크가 있는지, 없는지, 그중 대머리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카페인 분해 유전자가 남들보다 높은지 등의 정도만 알 수 있는 것이죠. 현재는 그런 유전체 검사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유전자는 굉장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요. 단순히 질환에 대한 리스크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서 나의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내가 어떤 음료를 좋아할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똑같은 커피도 약간 쓴맛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와 마찬가지로 제 딸 같은 경우도 남들보다 1천 배 정도 쓴맛을 강하게 느끼는 유전자를 가졌는데, 이런 사람은 샐러리를 먹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를 모르고 엄마가 “넌 이런 건강식도 못 먹어!”라면서 혼을 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아이의 유전자를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맛에 대한 것, 취향에 대한 것, 우리가 흔하게 있는 각종 알레르기도 다 유전자에 의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와인 같은 경우는 와인 테이스팅 중에 “당신한테 맞는 와인은 이런 거다”라고 추천(recommend)해 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유전자 하면 병, 질환, 의료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다양한 데서 쓸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얘기는, 주식 투자를 하면 안 되는 유전자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분석적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분석적이지 않고, 즉흥적이며, 흥분하는 성격이면 거침없이 투자하는 것이죠(웃음). 투자에도 우리가 보면 투자 성향이라고 있잖아요. 안정적인 데 투자할 것인지, 공격적인 데 투자할 것인지 등의 심리적인 부분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5. 그만큼 편의점에서도 간단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된 만큼, 유전자 검사 종류도 다양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유전자 검사는 무엇이며,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국내에는 좀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유전자 검사에서 DTC (Direct-To-Consumer, 소비자 대상 직접)를 다이렉트로 개인한테 알려주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나라거든요. 제가 듣기로는 생명윤리위원회라고, 황우석 사태 이후에 정부에서 만들었는데, 거기서 유전체 검사를 어떻게 허용할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특히 유전자 검사로 머리 좋은 유전자 혹은 머리 나쁜 유전자로 구분되는 낙인 효과의 우려 때문에 특정한 12개만 알려줘야 된다고 대통령령에 정해졌다는 겁니다. 세상에 유전자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수만 개, 수십만 개의 정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딱 12개만 알려주라고 돼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질환도 다 빠져 있습니다. 대머리 유전자나 카페인 분해 유전자 등 뻔한 유전자들만 되어 있고, 예를 들어서 브라카 유전자(BRCA gene)처럼 유방암에 걸릴 수 있는, 안젤리나 졸리가 그것 때문에 미리 예방적 수술을 했듯이 그런 정보들이 다 빠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걸 알려주면 소비자들이 이상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보는데, 사실 이게 좀 안 맞는 것이죠. 미국 사람들은 소비자 알 권리가 중요한데, 우리는 소비자 알 권리보다 소비자가 이상하게 행동할 것으로 보는 그 자체가 아주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와서는 유전자검사 ‘규제 샌드박스’를 개시해서 일시적으로 풀어준 게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외국에 비해서는 부족합니다. 저 같은 경우 약물 분해 효소 유전자를 알고 싶었습니다. 특히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효소, 카페인 분해 효소가 다 다르듯이 개인적으로 차이가 큽니다. 어떤 약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작용이 심하거나 분해가 잘 안 되어 효과가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프로드러그(약물을 투여하면 체내에서 대사가 되어 활성화 되는 약물)’라고 해서, 약을 먹으면 간에서 대사가 되어 약 효과가 있어야 되는데, 대사 효소의 활성도가 낮으면 소용이 없기에 검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검사를 국내에서 하는 게 불법이라서 저는 미국의 다이에그노믹스,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 이민섭 대표)의 미국법인 회사에 의뢰했습니다. 현재 홍콩이나 미국 등에 있는 회사에 200달러 정도를 주면, 우리나라 유전체 검사가 가능합니다. 정작 지금 국내 회사만 그것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회사이건, 외국 사람이 만든 회사이건, 외국에 있는 회사들은 이미 다 서비스가 오픈돼 있어요.
그래서 검사를 받아봤더니, 플라빅스라고 혈전 응고를 막아주는 예방약이 있는데 아스피린과 함께 가장 많이 처방되고 쓰이는 약입니다. 저는 그 약에 효과가 거의 없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의사도 모르고 환자도 모르고 쓰는 예방약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약물유전체 검사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잖아요. 만약 제가 이 검사를 안 했다면, 저는 이 약을 계속 평생 먹으면서 마치 예방이 될 줄 알았다가, 나중에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스피린을 써야 되는 환자인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게 개인의 알권리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보를 개인이 알면 오히려 문제가 되니까 꼭 의사를 통해서 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대상 직접)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 만큼, ‘중간에 의사가 관여하지 않으면, 검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그러면 “병원에 와서 그 검사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서울대병원도 그 약물에 대한 유전체 검사 세팅을 안 해놨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서비스 자체를 병원에서도 안 해주고, 기업에서는 해주고 싶은데 법으로 막아놨고, 그래서 외국에다 맡겨야 되는, 그러니까 아주 난센스인 것이죠.
6. 앞서 ‘유전체 정보나 IoT 건강 정보까지 포함이 되면 그 데이터는 엄청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의 개인 맞춤 정밀의료를 할 수 있을 텐데요. 현재 우리나라 정밀의료 혹은 미래의료 발전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와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정밀의료가 질환 쪽에 꽤 발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암 환자의 정밀 치료를 하려고 하면, 그 유전체 검사를 하는 게 처음에 외국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유전체를 통해서 맞춤 치료를 하는 검사 키트가 국내에서도 많은 업체들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거기에는 의사 선생님들이 창업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통해서 환자에게 직접 서비스해 주고 있죠.
그런데 예방적으로 저는 전무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병원에 와서 환자가 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때 쓰이는 유전체 검사는, 굉장히 국제적인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발달되어 있지만, 정작 DTC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는 제한이 많기 때문에, 맞춤 예방 쪽에 쓰이는 데는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7. 요즘 대학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접목된 스마트병원으로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미래 의료를 선도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은 어떤 변화를 꾀하고, 어떤 노력들을 해오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분당서울대병원이 굉장히 많이 앞서갔고, 빅데이터들을 분석하는 그 시스템 자체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에 있는 교수진들은 그 데이터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논문들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환자 서비스와 연결되도록 하는 부분이 아직까지는 부족해 보입니다. 현재 루닛(의료 인공지능(AI) 기업)와 CT나 엑스레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직접 서비스 해주는 시스템은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환자의 혈액 검사나 의무 기록, 그다음에 병리 영상 등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서 직접 인공지능으로 서비스해 주는 건 없습니다. 그것은 주로 단위별로 연구 중심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몇 개 큰 병원들은 자신의 검사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환자들이 자기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누르고 서울대병원 앱에 들어가면 자신이 받았던 혈액 검사 결과들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다운로드는 안 됩니다. 특히 제가 보라매 병원에서도 검진했는데, 볼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병원에 있는 자료만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아직까지 개인 정보 이전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겠죠.
제가 보라매 병원에서 다운로드 받고, 서울대 병원에서도 다운로드 받은 후 그 두 개를 직접 합치지 못해도, 요즘은 그러한 자료를 합쳐서 서비스해 주겠다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중 블록체인을 이용한 회사도 있고, 카카오 헬스나 네이버 헬스도 그런 서비스를 해 주겠다는 회사들입니다. 그만큼 내가 다운로드만 받을 수 있으면 되는데 정작 보여주기만 하고 다운로드 기능을 뺀 것이죠. 그러니까 반쪽자리 정보일 뿐입니다.
인터뷰이. 서울대병원 강건욱 핵의학과 교수
글. 박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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