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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For Lovers Onlyvolume.37 2023. 7. 31. 22:52
삼십 년 전 영국 유학 시절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Loosen your tongue) 싶으면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지인의 꾐(?)에 빠져 와인에 입문하게 되었고, 안주로 치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알게 된 지식으로 치즈 종류는 2000여 가지가 넘고 만 이천 년 전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양을 사육하면서 치즈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었지요. 또한 치즈는 신선한 치즈와 숙성 치즈로 나누어지는데, 신선한 치즈는 리코타, 모차렐라 치즈 등이 있고, 숙성 치즈는 단단한 경질 치즈와 부드러운 연질 치즈로 나누게 됩니다.
어제는 지인들과 르꼬르동 블루 출신의 Anthony Cho 세프가 운영하는 이태원 치즈 플로 (Cheese flo)를 찾았습니다.
프로슈토(Prosciutto)와 함께 치즈 스프레드를 바른 식전 빵을 시작으로, 이어서 나오는 독특한 치즈 요리의 향연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액화 질소로 얼린 염소(goat) 치즈는 절인 배와 으깬 피스타치오로 염소젖 특유의 구린내를 잡았지요. 누군가가 뀐 방귀로 냄새가 날 때 쓰는, “Who cut the cheese?”란 말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쓰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감자 스프에는 짭조름한 콜드컷 햄과 꽁떼 (Chomte) 치즈의 스모키한 향이 은은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인 부라타 치즈 샐러드는 아기 주먹만 한 주머니 형태의 쫄깃한 모차렐라 외피 안에서 눅진한 치즈가 흘러나오더군요.
돼지고기로 만든 살루미 (Salumi)와 함께 나온 치즈는 크림 브리 (Brie), 꽁떼, 그리고 탈레지오 (Taleggio)였는데, 브리(Brie) 치즈는 프랑스 북부 브리 지역에서 나는 치즈로, 솜털 같은 흰 곰팡이가 덮여 있고 껍질 안에는 부드러운 크림 같은 연질 치즈이지요. 적당한 고린내가 나는 탈레지오를 올리버, 살루미와 함께 먹으니,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조합이 되더군요.
숯불에 구운 새우 샐러드, 갑오징어와 새우가 들어간 오일 파스타로 인해 이미 포만감을 느꼈지만, 와인이 남았기에 추가로 시킨 안주는 치즈 플레이트! 푸른곰팡이가 골고루 자란 스틸턴 블루치즈는 짠맛과 감칠맛이 나더군요. 과일을 곁들인 고소하고 크리미한 치즈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눈과 입이 즐거웠던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치즈 요리의 마법에 걸려 신세계를 만났던 어제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치즈 플로의 ‘FLO’란 치즈를 좋아하는 ‘For Lovers Only’가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글.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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