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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교수의 맛있는 집] 아내의 생일 저녁volume.07 2021. 1. 30. 06:38
아내의 생일 저녁
어제는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여 예술의 전당 건너편, 미술랭 Michelin 가이드 2020 원 스타를 자랑하는 프랑스 식당 오프레 Aupres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1889년 프랑스의 클레르몽 페랑 Clermont-Ferrand에서 미슐랭 형제가 타이어 판매 촉진을 위해 만들었던 타이어에 관한 상식과 여행지의 맛집, 숙박 정보를 담은 여행 책자가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세계적으로 고급 레스토랑들이 경쟁하듯 게재되고 싶어 하는 가이드가 되었지요. 미슐랭 가이드는 별 세개가 만점인데, 별 하나의 의미는 ‘요리가 훌륭한 집’, 그리고 별 셋의 의미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이라고 한답니다.
샤갈의 그림이 그려진 접시가 놓여 있는 테이블에 착석 후 물을 따르는 직원에게 물으니, 오프레는 불어로 ‘곁에’, ‘옆에’란 뜻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남은 여생 늘 서로의 곁에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이태리 식당에 가면 이것 저것 시켜서 여러 사람이 나눠 먹게 되는데, 이에 반해서 프랑스 음식은 코스에 나오는 순서대로 맛을 음미하고 이태리 음식에 비하여 적은 양을 예술적으로 세팅하는 것 같습니다.
보나페티 Bon Appetit ‘맛있게 먹겠습니다!’.
하루에 식사를 세번 하듯, 서양의 전통 요리는 크게 앙뜨레 Entrée, 메인 디시, 그리고 디저트 세가지 코스로 구성되지요. 일설에 의하면 피타고라스에 의해 숫자 3이 최초의 도형인 삼각형이 되듯, 모든 사물은 세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상, 중, 하, 삼시 세끼, 학사, 석사, 박사… etc
프랑스의 시인 루이제 콜렛 Loise Colet은 ‘아들아, 와인과 치즈, 그리고 송로버섯 truffle을 즐겨 먹지 않는 여자와 절대 결혼하지 말거라’라고 했다지요. 아..나는 세 가지 다 좋아하는데... 오늘 요리에는 송로 버섯향이 맛의 풍미를 더해줍니다.
와인은 덕혼(Duckhorn GoldenEye 피노 누아 Pinot Noir 와인를 가지고 갔는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 취임 만찬주였지요. 루이 파스퇴르 박사는 "와인 없는 식사는 태양 없는 낮과 같다"라고 했다지요. 나는 비슷한 비유를 할 때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얘기하는데, 앞으로는 격조 있는 멘트를 해야겠습니다....
오늘의 메인 디시는 닭 가슴살 요리인데, 마침 소믈리에가 “가지고 오신 와인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얘기하며 서빙하더군요.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음식이 잘 어울릴 때 그것을 결혼 mariage라고 하지요.
이젠 디저트의 시간. 달콤한 초콜릿.. 겉바속촉 한 쿠키, 아이스크림, 그리고 커피..완전 취향 저격합니다.맛있는 식사를 한 후, 식당을 나서는데, 세프가 밖으로 나와서 배웅 인사를 하며 마들렌 Madeleine을 선물로 주네요.도시는 무엇으로 하여금 사람을 즐겁게 할까요?
‘음식’, ‘패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사교’라고 하지요. 아내 덕분에 모처럼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어느 저녁,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겼습니다.
글/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박효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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