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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함께 떠나고 싶은 그곳'] 남반구 여행지, 오스트레일리아ARTICLE 2026. 3. 3. 18:02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 여행지는 대개 횡단 여행이다. 한국 지도를 중심으로 왼쪽 방향인 서쪽으로는 동남아, 유럽이 위치하고 일본이나 미국은 오른쪽 방향인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비행시간이 길수록 시차도 많이 난다. 하지만 호주는 한국과 대칭적인 남반구 위치에 있어 비행시간이 9시간 정도인데 비해서 시차도 한 시간 밖에 나지 않는다. (서머타임 적용할 때는 2시간 차이) 호주로 가는 길은 종단 비행이라서 그렇다.

1. 브리지번 게이트웨이 브리지 
2. 브리즈번 CLEVELAND 등대앞 바닷가 
3.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호주는 한국에서 적도 맞은편이니 계절도 정반대다. 서울은 동장군이 활개 치는데도 호주는 가장 더운 한여름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내가 가본 해외 여행지도 적도 아래의 남반구 지역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다. 인천공항에 입고 나온 겨울 외투를 여행 가방에 구겨 넣고 가벼운 패션으로 변신 후 탑승한다, 이제 여유로운 강변의 도시 브리즈번에서 시작해서, 찬란한 항구의 도시 시드니로 이어지는 호주로 출발해 보자.
브리즈번(Brisbane)
브리즈번은 호주의 제 3도시로, 화려한 시드니나 멜버른과는 또 다른, '여유와 활기'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현재 브리즈번은 다가올 2032년 올림픽 준비로 한창 변화 중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마음' 즉, 여유로움이 도시에 가득하다. 캥거루 포인트 지역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를 가로지르는 브리즈번 강의 물결은 햇살을 받아 잘게 부서지고, 사람들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걷거나 쉬면서 오후를 한가로이 보내고 있다.

4. 브리즈번 시내를 지나가는 M3 MOTOR WAY 고속도로 
5. KANGAROO POINT LOOKOUT 에서 바라본 브리즈번 시내 및 브리즈번 교통수단 CITYCAT 페리 
6.브리즈번 EAGLE STREET PIER 에서 바라본 STORY BRIDGE 사우스 뱅크 (South Bank)는 과거 엑스포 부지였던 곳으로 멋진 보행교가 여럿 만들어지면서 연결되어 이제 브리즈번의 심장이 되었다. 특히 스트릿 비치 (Streets Beach)는 사우스뱅크(South Bank)의 인공 해변으로 도심 한복판에 존재한다. 초고층 빌딩 숲을 배경으로 모래사장과 해수욕장이 있다는 풍경은 꿈나라 같은 상상 같지만 현실로 만들었다. 도시 설계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이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이며 비현실적인 평온함을 준다. 수변공원과 연계된 럭셔리한 물놀이 공공시설이니만큼 누구나 입장료 없이 즐길 수 있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잠시 방문했지만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어쩌면 행복은 이렇게 단순한 풍경 속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7.브리즈번 NEWSTEAD HOUSE 의 상징 200년이 넘은 무화과 FIG TREE 나무 
8. 브리즈번 NEWSTEAD HOUSE 의 상징 200년이 넘은 무화과 FIG TREE 나무 2 
9.브리즈번 뉴스테드하우스 비공식 총독관저 앞 부유식 선착장 
10.브리즈번 뉴스테드하우스 앞에서 바라본 브리즈번강 
11. 브리즈번 퀸스트리트 
12. 브리즈번 SOUTH BANK STREET BEACH 잇 스트릿 노스쇼어(Eat Street Northshore)에서 비록 페리를 타고 강바람을 맞는 체험은 못했지만 저녁 무렵, 강변을 즐기며 전구 불빛 아래 섞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냄새, 그리고 멀어지는 시티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브리즈번의 매력에 빠진듯 하다. 어디선가 파티를 하는지 음악과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강변 도시의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저녁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진토닉을 한 잔 주문하고 하늘에 무르익는 노을을 즐긴다. 스테이크, 햄버거, 치킨가스, 피시 앤 칩스 등, 매 끼니 식사 때 마다 어떤 메뉴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기본적으로 곁들여 나온 감자튀김이 벌써 부터 그리워 질것 같다. 마지막으로 간접광고 하나 추가하자면 현대여행사의 젠틀 가이드 정영훈 님과의 끊임없는 ‘티키타가’도 쏠쏠한 추억이다.

13. 사우스뱅크에서 바라본 브리즈번시티 
15.브리즈번 스프링힐 주변 
15.브리즈번 스프링힐 주변 
16. 레스토랑 RUMP STEAK AND CHIPS 시드니(Sydney)
브리즈번이 '다정한 위로와 여유'였다면, 시드니는 '눈이 시린 환희'였다고나 할까? 찬란한 태양과 푸른 바다의 서사시가 느껴지는 시가지에 들어서면서 활기찬 공기가 여행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시드니의 상징으로 불리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는 조개껍데기 위의 선율이다. 도시의 거대한 조각품 같은 첫인상을 보기 위해 전용 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걷다 보면, 푸른 바다 위로 하얀 돛을 펼친 듯한 오페라 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17. 시드니오페라하우스1 
18. 시드니오페라하우스2 멀리서 보면 매끄러운 흰색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반전이 숨어 있다. 외벽을 감싸고 있는 100만 개 이상의 스웨덴산 세라믹 타일이 햇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빛을 내뿜으며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설계경기에서 낙선이 될 뻔한 안을 거장 건축가 에로 사리넨의 요청으로 재심사해서 무명의 덴마크 건축가인 요른 웃존의 작품이 최종 선정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후 요른 웃존의 작품에 대한 역량과 집념은 경이로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건축물이 단순히 '예쁜 건물'을 넘어 '위대한 건축'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 구조적 혁신 때문이다. 건축가는 복잡한 지붕 곡선을 구현하기 위해 오렌지 껍질을 벗기는 원리에서 착안, 모든 지붕 조각이 하나의 거대한 구(Sphere)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브라운 톤의 거대한 기단(Podium)은 복잡한 기계 설비와 대기실을 아래로 숨기고, 관객들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고양감을 느끼게 한다. 즉, 시드니 항구의 바다 위에 부유하는 장소성과 상징성을 함께 보여준다.

19. 시드니오페라하우스 3 
20. 시드니오페라하우스4 
21. 시드니오페라하우스5 시드니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오페라하우스가 중첩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프레임에 담긴 예술 작품이다. 하버 브리지는 1932년, 오페라 하우스는 1973년 준공이니 두 조형물 사이에는 약 41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하버 브리지는 대공황 시기에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어졌고, 오페라하우스는 건축 과정이 워낙 복잡해 설계부터 완공까지 14년이나 걸린 것으로 유명하다. 오페라하우스가 면으로 구성된 조각품이라면 하버 브리지는 허공에 선으로 구성된 조형물이다. 선과 면으로 구성된 두 시설이 중첩되며 하나의 풍경으로 단일화될 때 항구도시에 강렬하고 거대한 설치 예술품으로 재탄생한다.
선과 면을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사용했던 추상 작가 중에 몬드리안과 바실리 칸딘스키가 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칸딘스키의 작품은 점, 선, 면이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몬드리안이 기하학적이고 딱딱하다면, 칸딘스키의 선과 면은 훨씬 자유롭고 역동적이다. 면과 선을 연출하는 시드니 항구의 풍경에서 왜 추상 예술가들이 문득 떠올랐을까.

22. 시드니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23. 시드니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2 
24. 하버브리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단순히 공연을 보는 곳이 아니라, "건축이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다. 1973년 완공 당시에는 예산 초과와 설계 변경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호주를 넘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랜드마크 임에 분명하다. 마침 방문한 날이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강변 벤치에는 인산인해의 방문객들이 디제잉 음악에 뒤섞여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와 건축의 구현은 건축가의 궁극적 이상이 아닐까.

25. 시드니 세인트 메리 대성당 
26. 시드니 세인트메리 대성당 2 시드니의 세인트 메리 대성당(St Mary's Cathedral)은 호주 가톨릭의 본산이자 시드니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 중 하나다. 하이드 파크(Hyde Park)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외장재는 사암으로 지어져 햇빛을 받으면 신비한 색상으로 빛나는 헤리티지 성당이다.

27. 시드니대학교 맥로린 홀 시드니 대학교의 맥로린 홀(MacLaurin Hall)은 호주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시드니 대학교의 상징인 '메인 쿼드랭글(Main Quadrangle)' 건물의 남쪽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01년에 지어진 '네오 고딕' 양식으로,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영국의 명문대 건물들과 매우 흡사하다. 외장재는 역시 세인트 메리 대성당처럼 시드니 특유의 황금빛 사암을 사용하여 따뜻하면서도 권위 있는 느낌을 준다. 뾰족한 아치와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이 주는 분위기가 호그와트와 비슷해서, 관광객들이나 유학생들 사이에서 "호주판 호그와트"라는 별명이 붙었으나 해리포터 촬영지라는 입소문은 단지 관광회사의 마케팅 전략일 뿐 사실과는 다르다.

28. 블루마운틴 이제 도심을 벗어나 블루마운틴의 고요함을 느껴보자. 도심에서 1.5시간 정도 차량으로 이동하며 마주한 완만한 경사의 산과 유칼립투스 숲의 푸른 안개는 신비롭다. 광부들의 도시였던 이 곳은 빈티지한 주거와 상업시설이 저밀도의 마을을 이루며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 멀리 퇴적층 지반이 융기되어 만들어진 산맥들은 그랜드 캐년을 떠올리게 한다. 거대하고 장엄한 대자연의 모습 앞에서 인간의 겸허함을 생각한다. 신비한 전설이 전해지는 세 자매 봉우리를 전망하는 인근에서 더위를 식힐 겸,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며 동료들과 담소의 시간을 보낸다.
돌아오는 길에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인 동물원에 들러본다. 호주의 동물들은 오랜 시간 동안 다른 대륙과 고립되어 지구상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진화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 (有袋類)’는 호주의 상징으로 캥거루, 코알라 등이 있는데 호주 인구보다 개체수가 1.5배 더 많다는 캥거루라고 해서 여기저기에서 막 볼 것 같은 오해는 삼가길 바란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유대류 외에도 신기하게 알을 낳는 포유류인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같은 ‘단공류(單孔類)’도 있고 그 밖에도 독특한 조류와 파충류들도 많아 동물원 관람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29. 시드니 도심 정리해 보자면 브리즈번은 "쉼표가 있는 여행"이고 시드니는 "느낌표가 있는 여행"이다. 브리즈번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핵심이다. 강변을 따라 걷거나 사우스뱅크 인공해변에서 수영하며 즐기는 느긋한 시간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시드니는 '화려함'과 ‘역동성’ 그 자체다. 그러니 호주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꿀팁을 드린다면 브리즈번에서 충전하고, 활력이 가득한 시드니에서 발산하는 여정을 권하고 싶다.

글/그림. 임진우 (건축가 / 정림건축)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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