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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로 신뢰받는 은성의료재단 (상)ARTICLE 2026. 3. 4. 15:42
47년 ‘정도 경영’ 위에 ‘AI 기술 혁신’ 도입한 구자성 이사장,
은성의료재단의 ‘AI 증강 병원’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다!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은성의료재단은 47년간 ‘정도(正道)’를 지켜온 명망있는 의료재단으로 손꼽힌다. 1978년 작은 산부인과 의원에서 시작해 총 12개의 네트워크 병원과 3,500병상 규모의 국내 최대 의료법인으로 성장했지만, 재단이 강조해 온 가치는 외형적 규모가 아닌 ‘본질에 충실한 병원 경영’이다. 이제는 설립자 구정회 회장의 철학을 계승한 구자성 이사장이 ‘전통의 계승’과 ‘미래의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겸손하지만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구자성 이사장의 이력은 이례적이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근무한 전략가이지만, 동시에 산부인과 전문의로 현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경력보다 환자 곁에서 보낸 시간을 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한다.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당직과 진료, 난임센터 구축 경험을 통해 의료의 본질을 체득했다.
그는 “환자의 마음과 직원의 고충은 책상 위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다”며, 현장에서 얻은 감각이 자신의 리더십을 형성한 핵심 자산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경영 전문성은 ‘우월함’이 아니라 ‘다른 경험’일 뿐이며, 병원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과 현장에 있다는 철학을 전했다. 이러한 관점은 병원 운영에서 ‘치유’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경영 기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것은 조직 문화다. “병원은 결국 조직 문화가 전부”라는 신념 아래, 수평적 소통과 심리적 안전감을 기반으로 한 환경 조성에 힘써왔다. 특히 에이미 에드먼슨의 책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밝힌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개념을 병원 경영에 적용해, 구성원이 실수를 공유하고 모르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는 리더의 정직함과 취약성의 공유가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성 이사장의 혁신은 급진적 변화가 아닌 ‘조화와 점진적 진화’에 가깝다. 47년간 축적된 정통 의료 경영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인 디지털 전환을 단계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이사장이 되었다고 해서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은 오만”이라는 그의 판단은 24시간 생명을 다루는 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택이며, 안정적 시스템을 유지한 채 기술 혁신을 더하는 방식, 즉 ‘안정 속의 혁신’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최근 은성의료재단이 지향하는 스마트 병원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GWS)를 도입해 국내 병원 최초로 업무 환경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했으며,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도입까지 준비 중이다.
이처럼 그가 제시하는 궁극적 목표는 ‘AI 증강 병원(AI-Augmented Hospital)’에 있다. 이는 단순히 AI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AI를 활용해 역량을 확장하는 병원이다. 병원의 기존 역량이 100이라면 AI를 통해 이를 150으로 증폭시켜 환자에게 더 높은 의료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는 것이다.
47년 전통의 견고한 뿌리 위에 AI라는 최신 엔진을 장착한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의 혁신은 정통의 레거시를 바탕으로 ‘무리 없이, 그러나 분명한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이제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계에 새로운 ‘AI 증강 병원’이라는 표준을 제시할 은성의료재단이 앞으로 어떤 혁신을 이뤄낼지 그 발걸음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뷰이.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
글. 박하나 편집장
1. 은성의료재단은 1978년 구정회정형외과, 문화숙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올해로 48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현재 5개의 종합병원(좋은문화·삼선·강안·삼정(울산)·선린(포항))과 7개의 요양병원(좋은애인·연인(밀양 삼랑진)·리버뷰·선린(포항)·부산·주례, 사랑) 등 모두 12개의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은성의료재단이 추구해 온 가치와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은성의료재단은 창립 이래 “환자와 직원, 그리고 사회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병원이 되자”는 철학을 일관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재단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삼아온 것은 특별하기보다 본질적인 원칙, 곧 ‘정도(正道)’에 기반한 병원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47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 의료 환경 속에서 정통 병원 경영을 지속하며 성장해 온 사례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은성의료재단은 부산에 위치해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병원 업계에서 묵묵히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의료기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조직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항상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기보다, 매 시기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은성의료재단의 모태는 1978년 산부인과 의원으로 출발한 ‘좋은문화병원’입니다. 이후 지역을 대표하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했고, 여성·어린이 전문병원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여 여성병원에서 ‘여성 중심 종합병원’으로 구조 전환을 단행했습니다. 여성 관련 외과, 갑상선, 유방 분야를 특화하여 운영해 왔으며,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 내과·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등으로 진료과를 확대했습니다. 현재는 여성 중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좋은강안병원’ 역시 지역 종합병원으로 출발하였으나, 현재는 부산 지역에서 2차 병원이면서도 2.5차 병원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중환자 치료와 암 치료 분야에서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통상 암 치료는 대학병원을 포함한 3차 의료기관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좋은강안병원은 2차 병원 역시 역량을 강화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암센터를 설립했습니다. 본관 맞은편 신관에 위치한 암센터에서는 혈액종양 치료,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유방암 센터 운영 등 대학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암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과 혁신의 축적이 오늘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의 길을 꾸준히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원 경영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한 순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성의료재단은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서 ‘정도를 지향하는 병원’으로 남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조직 내부의 신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병원과 경영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 결과 장기 근속하는 직원과 의료진의 비율 또한 높은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원칙과 신뢰, 그리고 시대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대응이 축적되어 오늘의 은성의료재단을 만들어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 2. 현재 은성의료재단은 국내 의료법인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큰 만큼 장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최대 규모’라는 표현은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병상 수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약 3,500병상 가까이 운영하고 있어 의료법인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직원 수 또한 약 4,700명에 이르며, 용역 인력까지 포함하면 약 5,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근무하고 있어 외형적인 규모 면에서는 충분히 최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고의 병원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평가 기준이 존재할 것입니다. 규모와 인력만으로 병원의 가치를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종종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 병원이 부산에 위치해 있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서울에 계신 분들께서 병원의 규모나 의료 체계를 뒤늦게 접하고 나서야 “이런 병원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다소 서울 중심적인 시각일 수 있습니다. 부산 시민들 역시 서울의 모든 병원을 상세히 알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른바 ‘빅5’ 병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울에도 우수한 2차 병원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병원은 본질적으로 지역 기반의 산업, 즉 로컬 비즈니스의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해당 지역의 시민과 주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화와 원격 의료, IT 기술이 확산되는 시대이지만, 병원은 여전히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된 특수한 산업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와 고객은 해당 지역 주민들입니다. 서울의 대형 병원 역시 지방 환자가 적지 않게 방문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그 지역 주민들입니다. 결국 병원은 지역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현재 보건복지부 정책에 따라 부산이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병원 신설이 제한되어 있으며, 병상 증설 또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OECD 평균 대비 약 3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편입니다. 병상이 과도하게 공급될 경우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유발해 의료비 증가와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병상 과밀 지역을 지정하고 병상 총량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좋은강안병원’과 ‘좋은문화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들도 병상을 자유롭게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의료 환경은 이제 명확한 규제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은성의료재단에서 12개의 네트워크 병원 중 종합병원들은 각각 어떤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각각 어떤 진료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은성의료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5개 종합병원과 7개 요양병원은 각각의 설립 배경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먼저 설립된 좋은문화병원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성 중심의 종합병원’입니다. 모든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성 환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유방센터·갑상선센터 등 여성과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특화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가 18명으로, 전국적으로도 이처럼 많은 전문의를 보유한 병원은 드문 편이며 부산 지역에서는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좋은삼선병원은 서부산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재단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병원입니다. 약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당시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서부산 지역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을 설립하자는 취지로 출발했습니다. 특히 정형외과 센터는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정형외과 및 스포츠의학센터가 특성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역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심혈관센터와 뇌혈관센터 등 응급을 다투는 중증 진료 분야를 강화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좋은강안병원은 재단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춘 병원으로, 570병상을 운영하고 있어 웬만한 대학병원 분원에 준하는 규모입니다. 이 병원은 ‘지역에서 준(準) 대학병원의 역할을 수행하자’는 목표 아래 지속적으로 역량을 확장해 왔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주로 시행하던 암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간 이식 수술까지 진행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담당 의료진의 이동으로 해당 분야가 유지되고 있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대학병원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좋은삼정병원은 울산에, 좋은선린병원은 포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들 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규모는 다소 작지만, 각 지역에서 종합병원으로서의 기능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병원은 지역적 특성과 설립 취지에 맞추어 차별화된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사회 의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4. 그만큼 은성의료재단은 국내 대표적인 의료재단의 명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데요. 탄탄한 조직문화가 은성의료재단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을 한마음으로 이끌기 위한 은성의료재단의 특별한 전략이나 노하우가 있다며 무엇인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5천 명에 달하는 직원을 하나의 마음으로 묶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병원은 결국 조직 문화가 전부”라는 말을 10여 년 넘게 지속해 왔습니다. 병원은 여전히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며, 결국 사람 중심의 일입니다. 병원의 차별성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모여 형성하는 병원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 역시 조직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역량을 가진 인력이 100명이든 5천 명이든, 어떤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성과와 방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조직 문화를 ‘공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혼탁한 공기 속에서는 결국 병을 얻기 마련입니다. 또한 조직 문화는 ‘파도’와도 같습니다.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파도의 방향이 잘못되면 휩쓸릴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사실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건강한 공기와 올바른 흐름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 지치고 소진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범한 역량의 구성원이라도 좋은 흐름을 타면 조직과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더들에게 늘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자”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의 대화를 확대하고, 다양한 컨퍼런스와 미팅, 내부 행사를 통해 소통의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조직 문화의 첫 번째 원칙은 ‘수평성’입니다. 병원 조직은 전통적으로 매우 수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가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긴밀하고 통제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습니다. 또한 의료진뿐 아니라 간호사와 행정직원들 역시 수직적 구조 속에서 교육받고 성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점도 함께 축적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세대에게는 일방적인 위계 중심 문화가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떠올린 책이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의 『두려움 없는 조직』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개념은 이른바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평적 조직 문화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합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조직, 어떤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이익이나 평가상의 패널티를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역시 핵심 요소라고 봅니다. 이러한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실수는 은폐되지 않고 공유되며, 문제는 조기에 발견되고, 조직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수평적 조직 문화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은 수직적이어야 안전하다는 통념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여러 조직문화 연구에 따르면, 지나치게 수직적인 조직일수록 중대한 사고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위계가 강할수록 구성원들은 실수를 숨기려 하고, 모르는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며, 문제를 조기에 공유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 작은 오류가 축적되어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리더가 완벽에 가까운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수직적 구조도 일정 부분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리더가 전지전능할 수는 없습니다. 수직적 조직에서는 리더 한 사람의 판단 오류가 곧 조직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자연스럽고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조직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병원 리더들에게 특히 ‘정직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윤리적 차원의 정직함을 넘어,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취약한 영역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 약점을 숨기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개방성이야말로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 5. 이사장님께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취득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치시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2년간 근무하셨습니다. 이후 병원으로 복귀해 지금까지 난임 치료를 해오고 계신 만큼, 의사와 경영자의 두 가지 면모를 모두 갖추셨습니다. 아마도 국내 대표적인 병원 경영의 모델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의사의 관점에서, 그리고 경영자의 관점에서 병원을 운영함에 있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또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 부분은 제게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딜레마였습니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한 이후에는, 의사로서의 길보다는 경영 분야에서 역할을 확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모님 두 분 모두 오랫동안 병원을 운영해 오신 의사이셨기에, 반드시 의사로서의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저는 제 전공인 산부인과 진료를 계속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병원은 산부인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난임센터는 운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는 일본의 유명 난임센터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와 병원 내 난임센터를 직접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분만 건수도 많았고, 한 달에 대여섯 차례 당직을 설 만큼 진료 강도도 높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자 수 역시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우리 병원 난임센터는 제게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 되었습니다.
난임 진료는 저에게 큰 보람을 안겨주었습니다. 난임 부부에게 새 생명을 안겨드리는 일은 의료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제가 한 노력에 비해 훨씬 큰 감사와 신뢰를 받는다고 느꼈습니다. 그 자체로 깊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제가 직접 진료를 병행한 경험은 경영에도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환자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졌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보다 실질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료 의사들의 입장과 생각 역시 체감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리더십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고 맥킨지&컴퍼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경영 전문성이 남들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다만 ‘좀 더 다른 경험’을 했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경영은 특정 자격증으로 증명되는 영역도 아닙니다. 의사는 자격증이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경영 감각과 통찰력을 지닌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지 의료와 경영이라는 두 영역을 동시에 경험해 보았다는 점에서, 그 접점에서의 고민과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 이사장님께서 은성의료재단 대표 이사장님으로 취임하시고 2년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으로 취임하신 후 은성의료재단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취임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맡아왔던 역할과 현재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사장이 되었으니 무엇을 바꾸겠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병원을 성장시켜 오신 전 이사장이자 현재 회장님이신 아버지께서 구축해 오신 레거시와 전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기반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 흐름을 이어가면서 저만의 색깔을 더해가고자 했습니다. 그동안 병원이 해온 가치와 방식을 충실히 전수받아 더욱 단단히 가꿔 나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항상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가져야 하는가’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제가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들을 모색해 왔습니다. 병원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모든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많은 직원들이 동요 없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24시간 365일 병원이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는 것 역시 핵심 과제입니다. 그렇기에 과격한 혁신이나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구호 중심의 변화는 병원 조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해 나가자’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 속에서 최근 5년간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분야가 AI를 접목한 스마트병원 구축입니다.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기반으로, 미래 의료 환경에 대비한 기술적 혁신을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 7. 앞서 언급하셨듯, 이사장님께서는 환자중심병원을 위해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병원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현재 좋은강안병원이 그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요. 이사장님께서 스마트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오고 계신지, 그리고 타 병원과 다른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그동안 저희 병원은 디지털 기술 도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다빈치 로봇 수술입니다. 2차 병원으로서는 비교적 선도적으로 도입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문화병원에서 시작했으며, 현재는 부인과 수술을 중심으로 담낭 절제술, 갑상선 수술 등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분야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AI 기반 솔루션도 도입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영상을 AI가 판독해 주는 진단 보조 시스템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러 AI 솔루션을 도입한 병원 가운데 저희 병원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단순 도입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과의 공동 개발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저희 병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접목해 새로운 AI를 개발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루닛(Lunit)의 유방 촬영술 진단 보조 AI가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유방 촬영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시험관 시술과 관련해서는, AI가 수정란을 분석해 여러 수정란 가운데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배아를 선별하는 기술을 공동 연구로 개발했습니다. 이는 카이헬스, 저희 병원, 그리고 분당서울대병원이 함께 협력하여 하나의 AI 제품으로 완성한 사례입니다.
그만큼 저희 병원이 대학병원처럼 신약 개발을 주도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솔루션이나 제품 개발 분야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러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송형 로봇 도입도 여러 차례 시도했습니다. 물류 배송 로봇, 안내 로봇 등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기존 병원 구조가 로봇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보니 여러 한계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향후 병원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한다면 처음부터 로봇 친화적 환경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AI를 많이 도입했다고 해서 곧바로 스마트 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업무 방식 자체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서를 작성해 전달하고, 전화로 소통하는 방식 등 비효율적인 업무 구조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1년 전부터 구글과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 GWS)는 클라우드 기반의 생산성·협업 플랫폼으로, 문서 공동 작업, 일정 관리, 회의 운영 등 병원 내 협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하나의 문서 안에서 동시에 작업하고, 업무 지시와 피드백을 남길 수 있어 최종본을 찾기 어렵거나 반복 업무로 비효율이 발생하는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국내 병원 가운데 최초로 이를 도입했습니다.
또한 구글의 생성형 AI인 제미나이(Gemini) 역시 GWS와 연동되어 다양한 업무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좋은 병원’과 구글이 함께하는 AI·디지털 혁신 행사(이노베이션 데이)도 개최했습니다. Google Workspace와 Gemini를 활용한 협업 표준화, 현장 문제 해결 사례를 공유하고 우수 사례를 시상하는 자리였습니다.
업무 방식의 변화는 웹사이트 제작이나 교육 시스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려면 외부 업체에 의뢰해 코딩 작업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노코딩 도구를 활용해 내부에서 직접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교육 자료와 매뉴얼도 더 이상 하드카피로 배포하지 않습니다. 구글 노트북LM(NotebookLM)을 활용해 내부 자료를 학습시키고, 필요한 질문을 하면 즉각적으로 답변을 얻거나 교육 영상까지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업무 플랫폼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에이전틱 AI(Agentic AI)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방식이라면, 에이전틱 AI는 특정 업무를 학습해 실제로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저희 병원은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구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외부에서 개발된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스마트 병원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구성원들이 AI를 이해하고 직접 다룰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스마트 병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은 ‘AI 증강 병원’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병원이 가진 역량이 100이라면, AI를 통해 그 역량을 120, 150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목표는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병원이 아니라, AI를 통해 의료진과 직원의 역량을 증대시키고 환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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